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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리뷰] 제라 오픈베타테스트

아는처자 2006-02-22 02:11:21

 

넥슨의 MMORPG 복귀작, 빅3라는 든든한 동맹군이자 적, 거대한 개발규모와 막대한 개발비 등 숱한 화제와 주목을 모았던 <제라>가 드디어 오픈베타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과연 어떤 게임일까요? 기대에 어울리는 게임일까요? 많은 게이머들이 <제라>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고, 또 빅3 중 하나인 이 게임을 인스톨해야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라>는 매우 참신한 게임입니다. 일대다의 전투를 기본으로 지원하는 시원시원한 액션, 다양한 스킬과 에고페널, 데미플레인 등은 다른 게임들과 차별되는 <제라>만의 장점입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오픈베타테스트에서 오히려 게이머들의 발목을 잡는 단점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제라>의 장점과 단점을 Cool&Ugly로 표현해봤습니다. (아참, 이 글은 제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아는 처자

 

 

[Cool] 튜토리얼? 굿~!

 

<제라>에 접속해 처음 게이머가 접하게 되는 것은 역시 튜토리얼이다. 양갈래 머리의 예쁜 소녀(?)가 등장해 게이머에게 <제라>의 전반적인 지식들에 관해 이야기 해주는데, 쓸데 없는 이야기므로 빨리 넘겨도 된다. (물론 특별히 이 소녀에게 관심이 간다면 계속 봐도 무방하다 -_-)

 

본격적인 튜토리얼이 시작되면 아이템의 착용, 스킬의 사용, 에고 페널과 같은 시스템을 익히기 위한 연습을 할 수 있다. 여기서 필자를 감동시킨 것은 바로 동영상 튜토리얼. 튜토리얼이라고 해봐야 글로만 떠드는 것밖에 되지 않는 기존의 튜토리얼과는 달리 <제라>는 게이머들의 선택 사항으로 자세한 ‘동영상’ 튜토리얼을 진행할 수 있다.

 

 튜토리얼이 동영상으로 이뤄져있어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훨씬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어떤 게임이든 처음 시작하는 사람으로서는 적응하기 어렵다. 특히 체력바가 어떤 것인지, 스킬창은 어디 있는지, 룬은 어디에 박아야 하는지 등 매 게임마다 다른 인터페이스에 적응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제라>는 동영상으로 각 인터페이스와 시스템의 사용법을 보여주기 때문에 굉장히 적응이 쉽다. 게이머에 대한 개발진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

 

 

[Cool] 써는 맛이 다르다!

 

<제라>는 동시타격이 가능하고 어느 클래스나 광범위 계열 스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몬스터를 몰아 한번에 잡는 ‘몰이 사냥’이 가능하다. (이런 방식은 요즘 국산 온라인게임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듯하다.) 물론 다른 온라인 게임들도 몰이 사냥이 부분적으로 가능하지만 모든 클래스가 광범위 스킬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제라>는 그 수준이 다른 것. 이 시스템 덕분에 게이머들은 1:1 전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짜릿(?)한 타격감과 화끈한 전투를 경험할 수 있어서 사냥이 지루하지 않다.

 

또한 인스턴스 스킬에 사용되는 레이지(몬스터를 공격하거나 받을 때 충전되는 에너지)는 공격을 할 때나 받을 때 충전되기 때문에 거의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MP 소비량에 따라 스킬 사용에 제약을 받는 여타 게임의 스트레스를 해결하고 있다.

 

게다가 모든 클래스가 스스로 HP를 채울 수 있는 치유 계열의 스킬을 가지고 있어서, 솔로플레이에서도 몰이사냥이 가능하다. 덕분에 게이머들은 훨씬 화끈한 액션을 맛볼 수 있는 것.

 

 

[Cool] 인던? 우리는 데미플레인이다!

 

<제라>의 가장 특색있는 시스템이라면 단연 데미플레인을 꼽을 수 있다. 데미플레인은 다른 게임의 인스턴스 던전과 비슷하지만 단순한 사냥에 그치지 않고 미션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게이머는 데미플레인에 입장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미션’을 선택하게 되는데, 각 미션마다 몬스터를 몰살하거나 인질을 구출하는 등 다양한 진행방식과 승리조건이 준비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미션을 클리어한 시간과 몬스터 킬수에 따라서 등급이 정해진다는 것. 아무리 빠른 시간에 미션을 클리어해도 몬스터의 킬수가 부족하다면 낮은 등급을 받는 것이다. (등급은 B, A, S로 나뉘는데 높은 등급을 받을 경우 경험치나 보상이 더욱 좋아진다.) 때문에 게이머는 항상 킬수와 클리어 시간에 신경 쓰면서 플레이해야 원활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데미플레인은 단순한 인스턴스 던전을 벗어나 목적이 제시되는 미션이 있고, 거기에 등급을 매겨 게이머를 항상 긴장하게 만드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데미플레인은 몰이사냥에 ‘너무’ 치중되어 있는 <제라>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능도 가진다. <제라>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전방 180도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수의 몬스터를 몰아서 잡는 사냥방식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게이머의 수에 비해 몬스터가 부족한 현상이 일어나기 마련. 하지만 데미플레인은 개인 혹은 파티 단위로 개별 던전을 제공하기 때문에 몬스터가 부족한 현상을 크게 개선해주고 있는 것이다.

 

부족한 사냥터와 미션의 재미를 추구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데미플레인

 

 

[Ugly] 노가다성 미션 반복 플레이

 

하지만 데미플레인은 위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라>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현재 <제라>에서는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몇 가지의 특정한 미션에만 몰리는 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다름아닌 경험치 때문이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데미플레인에는 여러 종류의 미션이 준비되어 있다. 그런데 어떤 한 가지 미션이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장 낮은 등급의 데미플레인인 어나더 아귈론을 예로 들어보자. 어나더 아귈론의 최종미션인 ‘되찾은 낙원’은 ‘레퀴엠 마스크’라는 보스만 처치하면 완료되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다. 게다가 최종미션인 탓에 다른 미션들보다 훨씬 많은 경험치와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이 미션이 최종미션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미션들보다 클리어하기 가장 쉽다는 것. NPC들이 데미플레인 안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정리해 주기 때문에 게이머는 그냥 시간만 때우다가 나가도 S등급을 받을 수 있다. 필자는 레벨 11까지 키우면서 이 미션만 70여번 반복했을 정도이며, 다른 게이머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의 <제라>는 되찾은 낙원 파티만이 지배하는 세상(-_-)

 

물론 데미플레인에서 상위미션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하위미션을 클리어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긴 하다. 또 스토리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뒤쪽의 미션에 높은 경험치를 배당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대다수 유저 입장에서 데미플레인의 가장 큰 의미는 ‘반복플레이가 가능한 사냥터’에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장치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스토리는 한번의 플레이만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데, 경험치를 얻기 위해서는 데미플레인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쉽다. 때문에 게이머들은 데미플레인, 그것도 한가지 미션만 반복해서 플레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래서야 다른 게임의 사냥터 노가다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어차피 지금 와서 데미플레인의 스토리성이나 반복성을 제외할 수는 없는 노릇. 개발진은 차라리 후반부 미션의 보상을 줄이는 등 미션의 평준화 방법을 구상해봐야 할 것이다. 그래야 게이머들이 다른 미션을 번갈아 플레이하게 되고, 반복 플레이에 대한 지루함도 떨칠 수 있을 것이다.

 

 

[Ugly] 도대체 필드가 왜 존재하는 건데?

 

화끈한 액션, 참신한 데미플레인까지는 정말 좋다. 그런데 필드는 도대체 왜 만들어 놓은 것일까? 현재는 필드의 부족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데미플레인이 오히려 필드를 죽이고 있는 상황.

이는 데미플레인의 보상과 경험치가 지나치게 높고, 필드 몬스터들의 아이템이나 로나(게임 머니)의 드롭률이 너무나 낮기 때문이다. 어나더 아귈론의 되찾은 낙원 미션을 클리어하면 25,000의 경험치와 5,000로나(1인 S등급 기준)를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 필드에서 한 마리의 몬스터가 드롭하는 로나의 량이 5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데미플레인과 필드와의 격차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5분을 투자해 데미플레인에서 미션을 클리어하면 쉽게 보상을 얻을 수 있지만 필드의 혜택은 이에 비해 너무나 떨어지는 것. 현재 <제라>의 필드는 게이머가 게임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효과 외에는 아무런 필요도 기능도 없다.

 

이처럼 필드를 죽이고 데미플레인을 강조하려면, 차라리 <썬>처럼 따로 방을 만들어 미션을 클리어하는 방식의 컨셉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아니면 필드에서만 할 수 있는 다른 기능을 추가한다던가, 데미플레인에서 얻을 수 없는 보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이와 같은 문제점이 클로즈 베타 때부터 지적되어 왔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게이머들의 원성 때문에 몇일 전 필드 몬스터의 드롭률을 10배로 조정하기는 했지만 글쎄? 20배는 되어야 필드의 경쟁력이 살아날 것 같다.

 

필드가 존재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일까? 소년 탐정 김전일을 불러 추리하게 만들고 싶다.

 

 

[Cool] 색다른 스킬 시스템

 

<제라>는 기존의 MMORPG와는 다른 독특한 스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단순히 일정 레벨이 되면 스킬을 배우거나 강화할 수 있는 디아블로 식의 스킬 시스템을 벗어나 에고 페널과 그래드 라인등 게이머들이 처음 접하는 시스템을 구현한 것. (물론 <파이널 판타지> 등으로 익숙한 시스템이지만 국내 온라인게임에서는 처음이니까. -_-)

 

, 그럼 <제라>의 스킬 시스템의 특징인 에고 페널과 그랜드 라인에 대해서 알아보자. 에고 페널은 캐릭터의 스킬 슬롯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종류에 따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구현된 에고 페널의 종류는 20가지.) 쉽게 예를 들자면 캐릭터가 초반 튜토리얼에서 획득할 수 있는 ‘초연’은 대미지 +30, 스킬 지속시간 30% 증가의 그랜드 라인을 가지고 있다. (해당 그랜드 라인에 스킬 룬을 장착해 그 스킬을 사용하면 대미지의 증가나 지속시간 증가등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단순히 스킬 포인트를 올리거나 레벨업을 할수록 강력해지는 기존의 스킬 시스템과는 달리 에고 페널과 그랜드 라인을 추가함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한 것. 게다가 셀 수 없이 많은 스킬 룬을 통해 게이머는 몬스터와 전투를 할 때도 다양한 종류의 스킬을 조합하면서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에고 페널과 그랜드 라인은 <제라>만이 가지는 독특한 스킬 시스템이다.

 

 

<Ugly> 번잡한 스킬 시스템

 

물론 <제라>의 스킬 시스템은 천편일률적인 ‘디아블로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시도가 너무 이른 것은 아닐까? 에고 페널, 그랜드 라인, 다양한 스킬은 분명 색다른 시도지만, 게이머들이 적응하기 어려울 만큼 너무 복잡하다.

 

<제라>에는 인스턴스, 캐스팅, 가드 스킬 등 3가지 특성이 있다. 인스턴스 스킬은 레이지를 소모하지만 즉시 효과가 난다는 장점이 있고, 가드 스킬은 몬스터의 인스턴스 스킬과 물리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해준다. 또한 캐스팅 스킬은 캐스팅 시간이 필요하지만 MP만을 소모하는 스킬로 가드 스킬을 뚫고 공격할 수 있는 상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몰이사냥이 주가 되는 ‘<제라>의 바쁜 사냥 스타일’에서 이 모든 것을 계산하기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이런 상관관계는 <마비노기> 등 다른 게임에서도 선보였고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제라>는 다른 게임보다 훨씬 많은 수의 적을 동시에 상대하며, 훨씬 다양한 스킬 종류가 있고, 훨씬 빠르게 전투가 진행된다.

 

백번 양보해서 다양함을 추구한 것이 좋다고 치자!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이 많은 스킬과 스킬 종류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에 반해, 스킬 슬롯은 너무나 적다. 에고 페널에 넣을 수 있는 스킬의 개수는 10개로 한정되어 있는데, <제라>에 등장하는 스킬은 무려 1,200여가지가 넘는다. 1,200개가 넘는 스킬 중에서 도대체 어떤 스킬을 포기해야 하고, 이 스킬은 언제 어느 상황에 사용해야 하는 것인가? 아무리 종류가 많아도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수가 적다면, 이건 장점이 아니라 오히려 단점이다. 게다가 이런 복잡한 시스템에 익숙하지 못한 게이머들이 과연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

 

 

<Ugly> 다양하고 놀라운 버그

 

처음 오픈베타테스트를 시작한 게임들이 그렇듯 <제라>에도 각종 버그들이 난무하고 있다. 필자만 해도 다양한 버그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데미플레인과 관련된 버그가 가장 많았다. 앞서 소개했던 되찾은 낙원 미션에서 최종 보스인 레퀴엠 마스크는 NPC(미션 수행중 게이머를 돕는 경비병)를 한 명만 처치해도 가만히 서 있는다. 마치 한 명만 죽이면 자신의 임무를 다한 마냥 멍하게 서 있는 것(이 버그 때문에 낙원의 미션에 더 많은 게이머들이 몰리고 있다).

 

또 파티를 맺고 데미플레인에 들어가면 나머지 파티원들은 한참을 기다리거나 아예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며, 혼자 들어갈 때는 입장할 수 없다는 에러 메시지가 뜨는 등 다양한 형태의 버그가 발생하고 있다. 오픈베타테스트라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많은 버그. 보다 빠른 조치가 아쉽다.

 

난 한 놈만 패! …고 잔다!

 

 

총평

 

맨 처음 얘기했듯이 <제라>는 매우 참신한 게임이다. 그래픽 퀄리티도 매우 높고, 새로운 시스템도 선보이고 있으며, 무엇보다 사냥이 재미있다. 하지만 이런 외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좀더 깊이 들어가 게임 시스템을 논한다면 아직까지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꽤 많다. 특히 <제라>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내세웠던 데미플레인이나 색다른 스킬 시스템이 아직 정착하지 못해, 장점이 오히려 단점이 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단점들 중 다수가 클로즈베타테스트 시절부터 지적됐다는 점이 더욱 아쉽다. 데미플레인과 필드의 평준화, 에고 페널의 스킬 등록수 등은 아주 예전부터 지적됐고 또 많은 게이머들이 동감해왔다. 많은 기대를 걸고 오픈베타테스트에 참가했기 때문에, 예전에 언급됐던 단점이 해소되지 않은 현 상황이 더욱 안타까운 것이다.

 

요즘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됐지만, 오픈베타테스트도 게임의 모자란 부분을 고쳐나가는 ‘베타테스트’의 연장이다. 새로운 컨텐츠를 선보이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게이머들이 당장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제라> 개발진, 맘 고생도 많고,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고생하고 계시겠지만, 좀더 빠른 행동력을 보여준다면 그 참신함이 훨씬 돋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