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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잘 만든 국산 콘솔 RPG, 마그나카르타2

Xbox360용 RPG 마그나카르타2(Magnacarta2) 리뷰

현남일(깨쓰통) 2009-08-31 23:59:59

<마그나카르타2> <창세기전> 시리즈로 대한민국 게임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소프트맥스가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2004 PS2용으로 발매)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 롤플레잉 게임(RPG)이다.

 

점점 천연기념물이 되어 가는 국산 콘솔 게임. 그것도 Xbox360용으로 개발된 HD 해상도의 RPG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 <마그나카르타2>는 지난 8 22,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를 통해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국산 콘솔용 RPG의 완성도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누군가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재미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잘 만든 RPG인 것은 틀림없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쉬운, 그리고 MMORPG 같은 게임 진행

 

국내에서 패키지 RPG가 전성기를 누렸던 1990년대에는 특별한 분기가 없는 일직선 진행과 기승전결이 뚜렷한 스토리, 미소년·미소녀가 등장하는 게임을 일본식 RPG’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한 형식의 일본산 RPG가 많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MMORPG 전성시대인 지금은 일본식 RPG(JRPG)라는 표현이 적잖게 낯설기도 하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마그나카르타2>에는 일본식 RPG의 향수를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이 많다. 일직선 진행과 밀도 높은 스토리, 미소년·미소녀는 물론이고 적절한 반복작업(이른바 레벨 노가다)부터 시작해 양념으로 제공되는 이벤트와 미니게임, 퍼즐까지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식 RPG는 그 재미는 논외로 치더라도, 대부분 공략이 없으면 진행이 힘들다는 단점도 보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콘솔 게임이나 RPG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장르’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그나카르타2>는 결코 어렵지 않다. 전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시스템들이 콘솔 게임답지 않게 굉장히 친절하기 때문이다.

 

특히 퀘스트 시스템과 일부 유저 편의 시스템은 MMORPG에서 수년 간 검증된(?) 것들을 그대로 들고 왔기 때문에, 최소한 게임을 즐기는 도중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경우는 없다.

 

게임은 필수 퀘스트 수행 (하고 싶으면) 서브 퀘스트 수행 다음 필수 퀘스트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실제로 <마그나카르타2>에서는 MMORPG의 향기(?)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퀘스트와 관련된 NPC의 머리 위에 ! 마크가 표시되는 것은 기본. 플레이어가 반드시 깨야 하는 필수 퀘스트는 미니맵에 상세하게 수행 위치가 표시된다진행 중인 퀘스트의 상황이나 팁은 퀘스트 메뉴를 호출해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수행 중인 퀘스트와 관련이 없는 지역에 가려고 하면 경고 메시지가 뜨며, 심지어 일부 서브 퀘스트들은 그 진행 과정에 따라 만약 (○○ 퀘스트 수행 전에) 이 퀘스트를 수행하면, 더 이상 ○○ 퀘스트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같은 친절한 안내 메시지가 뜨기도 한다.

 

이런 편의 시스템들 덕분에 콘솔 RPG지만 MMORPG를 즐기듯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다.

 

퀘스트 갱신 사항은 그때 그때 화면 왼쪽 위에 표시된다.

 

물론 <마그나카르타2>가 모든 것을 일일이 떠서 유저들의 입 속에 넣어 준다는 뜻은 아니다. 비밀 아이템 상자 같은 숨겨진 요소들이 존재하고머리를 써야 하는 퍼즐의 요소들도 곳곳에서 등장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RPG 초보자가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길 위에 쓸데 없이 옆으로 돌출 된 장소가 있다면, 그곳에 어김 없이 숨겨진 아이템 상자가 등장하는 정도의 쉬운 난이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말 그 동안 수많은 RPG를 즐겨 봤지만, 이토록 공략집이 필요 없어 보이는 게임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무기 강화 시스템은 핵심재료인 카몬드를 자유롭게 장착/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냥 회수하면 된다.

 

 

■ 게임의 핵심, 체인과 전투 시스템

 

일직선 구조의 RPG에서 전투가 재미없다면 단순 레벨 노가다와 아이템 파밍을 위한 게임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 여기에 정말 최악으로 스토리까지 재미없다면 개발사 홈페이지에 악플을 달게 된다.

 

다행인 것은 <마그나카르타2>의 전투는 파고들 만한 소지가 많다는 사실이다.

 

체인(Chain) 시스템을 통한 타이밍 싸움과, 파티원 교체를 통한 전략성이 살아 있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내내 전투가 재미있다는 장점은 확실하게 부각된다.

 

최대 3명의 캐릭터로 파티를 구성할 수 있다. 1명은 플레이어가, 다른 2명을 인공지능(AI)이 조종한다. 플레이어가 조종할 캐릭터는 수시로 바꿀 수 있다.

 

<마그나카르타2>는 특별한 전투 페이즈로의 전환 없이(=로딩 없이) MMORPG처럼 일반 필드 위에서 바로 실시간으로 전투가 펼쳐진다.

 

실시간 전투임에도 캐릭터마다 존재하는 스태미너(Stamina) 개념으로 인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경험할 수 없다. 무턱대고 공격을 난사하다 보면 캐릭터의 스태미너가 바닥나고 오버히트 상태에 돌입, 일시적으로 전투불능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다만 오버히트에 돌입할 때 필살기를 사용하면 체인이 발동하게 되고, 이 상태에서 다른 캐릭터로 조종을 전환, 끊기지 않고 다시 오버히트와 필살기를 사용하면 체인 브레이크(Chain Break)가 발동하면서 캐릭터들의 모든 스태미너가 회복된다.

 

다시 말해 오버히트필살기, 그리고 체인체인 브레이크라는 네 가지 시스템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타이밍을 잘 맞추면, 끊김 없이 굉장히 박진감 넘치게 전투를 이어갈 수 있다.

 

일반 공격을 난사하다 보면 캐릭터가 금새 오버히트에 빠져 흐름이 끊긴다. 하지만 오버히트 돌입 전에 필살기를 사용하고 캐릭터를 교체하면 체인이 발동한다.

 

체인이 발동한 상태에서 다시 한번 오버히트와 필살기로 연결하면 체인 브레이크가 발동해서 모든 스태미너가 회복된다.

 

이와 같은 전투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액션성이 굉장히 훌륭하다. 그리고 체인 브레이크를 발동하기 위해서는 항상 타이밍을 생각하고 공격을 끊임 없이 전개해야 하기 때문에 (과장 조금 보태서) 유저들은 흡사 액션 게임 같은 재미를 맛볼 수도 있다.

 

다만, 시스템의 특성상 체인을 통한 콤보의 한계가 명확하고(그러니까 100 콤보, 200 콤보는 불가능하다는 뜻), 전투의 요령을 완벽하게 익히게 되는 후반부에는 반복되는 전투에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그나카르타2>의 플레이 타임이 40 시간이 안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많이 지루해질 찰나 게임이 끝나는 느낌으로, 적어도 즐기는 동안에는 흥미롭게 전투에 빠져들 수 있다.

 

화면에 표시가 떴을 때 B 버튼을 누르면 캐릭터의 고유기가 발동한다. 하지만 고유기를 발동하면 체인이 끊기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게임 속에는 각자 공격 스타일과 속성이 뚜렷한 6명의 아군 캐릭터가 등장하며, 유저들은 이들 중 3명을 묶어서 하나의 파티로 꾸려 나갈 수 있다. (파티원은 수시로 교체 가능)

 

한 가지 눈여겨볼 만한 것은 이 중에 버려지는 캐릭터가 없다는 사실이다일부 보스와 필드의 경우, 특정 캐릭터로 공략했을 때의 효율이 다른 캐릭터에 비해 굉장히 좋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골고루 캐릭터를 사용하게 된다.

 

가령 단단한 갑옷에 둘러싸인 보스의 경우, 일반적인 방법으로 공략하면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 하지만 특정 캐릭터만이 가진 방어구 파괴라는 고유기를 사용하면 쉽게 물리칠 수 있다.

 

또한 특정 보스는 약점이 되는 속성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속성을 가진 캐릭터를 투입하면 수월하게 공략할 수 있다.

 

필드마다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속성에 대응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딱 봐도 왠지 얼음(물) 속성의 캐릭터로 마구 때려야 할 것 같지 않은가? (-_-)

 

 

■ 흡족한 엔딩, 그 후에 남는 아쉬움

 

전반적으로 <마그나카르타2>의 전투 시스템은 재미있고 몰입도 역시 훌륭하다.

 

자세하게 설명하진 않겠지만 RPG의 재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토리와 연출도 지극히 소프트맥스답게흥미롭다. 적어도 사랑과 증오의 RPG라는 게임의 장르명에서 무언가 느낌이 오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준이라고 하면 될까?

 

일부에서는 후반부로 갈수록 뻔한 전개로 흘러간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늘어짐 없이 깔끔하게(그리고 몰입도 높게)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하다.

 

기억상실을 핑계로 치근대는 남자와 공주가 되고픈 여자가 펼치는 사랑과 증오의 RPG …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습니다 -_-)

 

하지만 무려 5년에 걸쳐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아니, 어쩌면 5년에 걸쳐 만들었기 때문에), <마그나카르타2>는 게임 곳곳에 2009년 게임이 맞나? 싶은 요소들과 함께 단점들도 많이 노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 번 엔딩을 보면 딱히 할 게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최근의 일직선 진행’ RPG들은 어떻게든 다양한 콘텐츠와 장치를 추가해 유저들을 붙잡아 두려고 노력한다. 반면에 <마그나카르타2>는 한 번 엔딩을 보셨나요? 그럼 안녕히~”로 끝난다.  여러 가지 의미로 굉장히 쿨한 편이다.

 

전투의 비중이 높은 게임이니 Hard 난이도 정도는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흔히 말하는 파고들기(1) 요소가 아예 없다는 것도 그렇지만, 1회차 클리어 데이터가 2회차로 전혀 연결되지 않는 것은 솔직히 조금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2회차 플레이에서 특별한 것을 즐길 수 있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퀘스트 역시 사실 꼼꼼하게 진행하면 1회차에서 대부분 95% 이상은 클리어할 수 있기에 반복 플레이에 대한 욕구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1회차에서 100% 달성도 불가능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운로드 콘텐츠(DLC)에서 무엇을 기대하자니 그것도 힘들다. 추가로 즐길 수 있는 맵이나 특별한 콘텐츠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라이브 드라마가 DLC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1) 게임 중간이나 엔딩을 본 이후, 본편과 관계 없이 미친 듯이 연구하고 도전할 수 있는 요소. 일본에서는 야리코미라고도 부르며, 더 이상 할 것 없는 사람을 위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일명 폐인 플레이라고도 한다.

 

<창세기전> 1편에서 용자의 무덤이라는 대한민국 게임 역사상 최고(최악)의 파고들기 요소를 선보였던 소프트맥스이건만. 아, 기억나버렸다. 저 때려죽일 안내인(놈).

 

콘솔 게임답게 쏠쏠한 재미의 미니 게임들을 다수 제공한다. 하지만 모두 1회성.(ㅠㅠ)

 

한편 <마그나카르타2>만의 특징이자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개성적인 용어와 시스템들은 초보자들에게는 생소함이라는 면에서 장벽으로 다가온다. 시스템이 쉽고 친절한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워낙 생소하기 때문에 매뉴얼이나 공식 홈페이지 등을 꼼꼼하게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것인데, 실제로 필자만 해도 , 카르타, 카몬드 같은 용어를 이해하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밖에도 장애물을 피해가는 인공지능(AI)이 떨어지기 때문에, 파티 구성을 자연스럽게 원거리 캐릭터 중심으로 하게 되는 점이나, 퀘스트 진행 상황을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좋으나 반드시 메뉴를 거쳐야 해서 은근히 불편했던 점 등이 아쉬웠다.

 

그리고 서브 퀘스트 구성이 후반부로 갈수록 이미 갔던 장소 다시 가게 한다는 식으로 힘을 잃고 밋밋해지는 점도 아쉬웠다.

 

고급 필살기들은 후반부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진다. 하지만 연출 시간이 길어서 반복해서 보면 다소 지루해진다.

 

 

■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국산 RPG

 

정리하자면 <마그나카르타2>는 약 30~40 시간 동안 깔끔하게 즐길 만한 재미있는 RPG라고 할 수 있다.

 

전투의 몰입도가 높고, 스토리 진행도 괜찮고, 무엇보다 RPG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시스템이 친절하다. 쓸데 없이 공략을 찾는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기에 콘솔 게임 초보자부터 마니아까지 모두 즐겁게 즐길 수 있다.

 

물론 엔딩을 보면 흥미를 (1회차 플레이만큼) 다시 붙이기 힘들기 때문에 40 시간 이상의 재미를 바라는 것은 무리지만, 잘 만든 소설책 한 권 본다는 느낌으로 즐기면 크게 문제될 사항은 아니다. 앞에서 지적한 아쉬운 점들도 게임 플레이에 결정적으로 방해가 될 정도의 큰 장애물은 아니다.

 

여담이지만 아르고의 고유기인 방어구 파괴로 클레어의 갑옷을 파괴해 봤지만 외형적 변화는 없었다. ()

 

특히 게임의 순수한 재미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마그나카르타2>는 그 어떤 대작 타이틀에도 뒤처지지 않는 RPG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국내에 한정된 이야기이지만, 가뜩이나 콘솔 RPG가 가뭄에 콩나듯 한글화되는 상황에서, <마그나카르타2>는 한글로 즐길 수 있는 RPG라는 점에서도 분명 가치가 있다.

 

<마그나카르타2>로 HD 차세대 콘솔 타이틀을 경험한 소프트맥스가 노하우를 살려 다음 게임을 선보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12신들이 만든 최종병기가 아니라, 이름 없는 중간보스1로 등장하는 아스모데우스’. 그러고 보니, 주인공의 긍극오의는 아수라, 아니 초절 파천무였다. , 나 이렇게 말하고 보니 엄청난 <창세기전> 오타쿠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