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지스타에서 공개된 후 공식적으로 2년이 넘는 개발기간을 거친 <패 온라인>의 첫 번째 CBT가 지난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습니다. 테스터도 1만 명을 선정했죠. 소설과 만화로 명성을 쌓은 야설록 작가의 게임 데뷔작 <패 온라인>은 어떤 게임이었을까요?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주호 기자
<패 온라인>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첫 인상은 무협에 가깝다. 하지만 실제로 접해 보면 동양 판타지라고 하는 쪽이 더 어울린다. 게임 속 스킬 중 ‘도약’이라는 경공술이 그나마 무협에 가까운 정도. 야설록 개발 고문이 스토리를 맡은 만큼 <패 온라인>의 세계관이 뚜렷하고 강렬했다.
게임에 접속하면 접하는 배경과 캐릭터 그래픽, 그리고 배경음악이 이 게임의 세계관을 한눈에 보여준다. 아주 뛰어난 그래픽은 아니지만, 그래픽에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캐릭터와 배경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특히 CBT에 등장한 두 나라 중 이국의 초반 마을 배경은 최근 즐긴 게임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배경음악 또한 적절해서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이국의 초반 마을 배경 비주얼.
<패 온라인> 개발팀은 타겟층이 20~30대 이상의 유저라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게임의 짜임새는 수준급이었다. 전체적인 인터페이스(UI)는 한국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게임들의 장점을 최대한 가져왔다. 덕분에 튜토리얼이나 NPC의 도움이 없어도 적응하기에 크게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패 온라인>에는 퀘스트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NPC, 또는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클릭하면 캐릭터가 해당 지역으로 자동 이동하는 식이다. 덕분에 전투와 캐릭터 성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이 적용된 맵 화면, 맵을 클릭해도 자동으로 이동한다.
이런 시스템에서 쉽게 우려되는 점이 바로 단순 클릭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전달의 부재다. <패 온라인>은 이러한 문제점을 1인칭 시점의 NPC 대화로 해결하려 했다. NPC와 대화하면 화면은 1인칭 시점으로 전환되어 분위기가 전환됐다. 대화 중 선택문도 활용해 스토리를 보다 능동적으로 파악하도록 유도했다.
몇 가지 아쉬움 점도 있었다. 1인칭 시점의 NPC 대화와 선택문이라고 하면 흔히 멀티(분기) 시나리오 전개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Yes or NO에 가까운 선택문이 대부분이었고, 이 또한 부정적인 답변을 하면 바로 퀘스트 거부로 이어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긍정적인 답변만 무의식적으로 클릭하는 일이 잦아졌다.
저보다 훨씬 잘 싸우실 것 같다고 하면 대꾸도 안하고 그냥 꺼진다. 속 좁은 NPC. :(
선택문을 활용한 선악 구분이나 멀티 시나리오, 혹은 보상의 차이라는 구분이 있었더라면 더욱 게임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패 온라인>에 처음 접속한 유저는 화려한 장비를 갖춘 최고 레벨 캐릭터와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버그가 아닌가 생각이 되겠지만, 분명 튜토리얼이다. 처음부터 최고 레벨 캐릭터를 이용해 보면서 대부분의 스킬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의 성장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튜토리얼 때 모든 스킬은 물론 펫과 수호령까지 먼저 체험할 수 있다.
<패 온라인>에는 직업 구분이 없다. 대신 네 가지의 마스터리 스킬을 조합하는 것으로 캐릭터의 스타일을 정하게 된다. 4개의 마스터리는 각각 탱커, 대미지 딜러, 공속기반 딜러, 암습기반 딜러 형태로 나눠진다. 각각의 마스터리를 마스터하거나 혹은 조합하는 방법으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마스터리 레벨을 찍는 LP와 스킬을 찍는 SP로 나눠져 있다.
이번 CBT에서는 유저들이 대미지 딜러형인 화염/태양 마스터리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공격력이 강한 양손무기의 공격속도가 한손무기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화염/태양 마스터리에 집중하는 유저가 많았다.
상대적으로 암습기반 딜러 형의 암흑/달 마스터리가 다른 마스터리에 비해 약했던 이유도 컸다. CBT 때 암흑/달 마스터리의 특징인 쌍수무기가 적용되지 않았던 탓이 컸지만, 전체적인 밸런스 조절이 필요해 보였다.
<패 온라인>은 온라인 게임에서 흔히 다루는 콘텐츠가 대부분 담겨 있다. 파티와 길드 스킬인 ‘진법’과 ‘단 스킬’, 강화와 성장이 가능한 ‘펫 시스템’, 성장과 변신이 가능한 변신 시스템 ‘수호령’ 등 다양한 콘텐츠가 <패 온라인>의 세계관에 맞춰 구현되었다.
캐릭터마다 고향이 있으며, 추첨을 통해 적립된 [고향발전기금]을 받게 된다.
전쟁 시스템도 골고루 갖춰져 있다. 해당 마을의 특산물 소유권을 얻을 수 있는 ‘토쟁’, 비슷한 레벨대의 국가 대 격투장인 ‘용호쟁’, 다른 국가와 공통으로 사용하는 전장 맵 ‘혼돈의 전장’을 <패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다.
퀘스트와 관련된 몬스터 위에 패(覇) 글자가 떠서 찾기 쉬웠다.
아직 1차 CBT여서 모든 시스템이 100%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각각의 콘텐츠가 따로 놀지도 않았다. 충실하게 만든 세계관에 갖가지 콘텐츠를 곳곳에 장치해 둔 느낌이 컸다. 앞으로 이러한 콘텐츠들을 조화롭게 배치하고 벨런스를 조절하는 게 관건일 것이다.
일단 4개의 마스터리를 통해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배울 수 있는 스킬의 수가 다른 게임에 비해 한정적이었다. 캐릭터의 레벨이 높아지고 여러 개의 마스터리를 올릴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기면 이러한 현상이 나아지긴 했지만, 초중반까지 한두 개의 공격 스킬을 제외하곤 평타 위주의 공격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직업의 구분이 없어 대부분 비슷비슷한 스킬을 사용하는 탓에 파티의 역할분담도 애매했다. 파티 스킬을 사용할 수 있지만, 전체 버프에 가까운 느낌이고 무엇보다 중장거리 공격과 회복을 담당하는 스킬이 부족했다. 파티를 맺으면 단순히 우르르 몰려가서 집중공격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부족한 스킬을 액세서리를 이용하여 해결하려고 했지만, 이것도 한 캐릭터에 한 개 정도의 수준이어서 뾰족한 해결책이 되진 못 했다.
반지 스킬을 이용할 수 있지만, 적용 가능한 인벤토리가 하나 뿐이다.
게임의 짜임새는 좋았지만 완성도에서는 아쉬움이 보였다. 첫 CBT라서 구현되지 않았던 부분은 제외하더라도 몇 가지 대목에서는 확실히 의문이 들었다.
먼저 단축키를 이용해 3개 그룹의 장비를 수시로 교체할 수 있게 했지만, 전투 중에는 쓸 수 없었다. 결국 전투가 끝난 뒤에야 단축키로 장비를 바꿀 수 있었다. 전략적인 전투를 위해 만들어놓은 시스템으로 보였지만 전투 중에는 사용이 불가능한 점이 아쉬웠다.
단조롭고 어색한 모션도 아쉬웠다. ‘도약’이라고 불리우는 대 점프와 수시로 이뤄지는 점프 등 점프 모션이 많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모션이 어색했다. 전투 중에도 평타 모션이 단조로워 스킬을 사용하지 않으면 어딘가 모르게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아쉬움은 초반 평타 공격 위주의 전투가 많다는 점을 생각할 때 더욱 심했다.
도약은 재미있는 스킬임에는 분명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활용이 없어 아쉬웠다.
인터페이스에서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눈에 띄었다. 퀘스트 내비게이션의 초반 안내를 제외하곤 게임에서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버튼이나 표시가 존재하지 않아 사용법을 모르는 유저도 적지 않았다.
또한, 작은 부분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세계관이 동양 판타지임에도 불구하고 공격 회피에 DODGE라는 이펙트가 떠서 어색했다. 그 밖에도 경험치 바가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부분도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각종 한자어와 한글이 오고가는 이 세계관에서 Dodge는 정말 어색했다.
도약을 이용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건물 위를 올라가는 것은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불가능했다. 3D 지형의 이점을 살리지 못 한 이동제한 때문에 게임에서 느껴지는 배경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없어서 아쉬움이 컸다. 조금씩 개선하고 살을 붙여 나가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무한 PK에 대한 대처는?
<패 온라인>은 기본적으로 PvP를 제한하는 게임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장려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PK를 하는 대상에게 스테이터스 상승이라는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동료를 버린 학살자는 학살을 거듭할수록 강해진다. 물론 현상범으로 수배자 리스트에 오르기도 하고 강해진 만큼 위험도가 커지기 때문에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문제는 초보자 지역에서 이뤄지는 학살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높은 레벨의 유저가 낮은 레벨 사냥터에서 학살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유 PvP를 지원하는 게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당연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처가 없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CBT 마지막 모습, 과장된 연출이긴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장사없다.
재미있고 놀이터를 만들려고 너무 많이 준비한 게 오히려 독이 되었습니다.
위의 중제목은 1일차 CBT가 마무리 될 무렵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야설록 개발고문의 글이다. 10월 9일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된 1일차 테스트는 한 마디로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했다.
기다림이 컸던 탓일까. 많은 유저들이 동시에 접속하면서 서버에 문제가 생겼다. 인스턴스 던전 형식으로 제공되는 튜토리얼에 순간적으로 많은 유저들이 몰리면서 탈이 났고, 이것이 본 서버까지 영향을 미쳐 서버 다운과 롤백, 점검이 이어졌다.
공지 사항에 올라온 야설록 개발고문의 사과문.
공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항의글이 속출했고, 야설록 개발고문의 사과문이 올라오기도 했다. 결국 문제가 된 튜토리얼은 1차 CBT에서는 삭제되었다. 게임의 장점 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개발진은 보상으로 2일차 테스트 시작부터 테스트 종료일까지 33시간 동안 서버를 열어 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안정한 서버는 여전했고 테스트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객관적으로 봐도 너무 늦은 정상화였다.
불안정한 서버도 문제였지만, 클라이언트의 설치 문제,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운영의 미숙함도 문제였다. 초반에 생긴 여러 가지 문제를 빠르게 공지하고 알려야 했지만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공지가 올라왔다. 유저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무엇보다 아쉬움이 컸던 게임
결국 서버 문제 때문에 <패 온라인>을 제대로 체험하지 못 한 유저가 많았다. 필자도 전쟁 시스템을 제대로 즐기기 전에 CBT가 종료되어 아쉬움이 남았다.
대부분의 유저가 1차 CBT 최고 레벨인 25에 이르지 못 했고, 평균적으로 10레벨 대에서 CBT가 마무리되었다. 10레벨부터 이어지는 콘텐츠인 ‘혼돈의 전장’, ‘펫 시스템’, ‘수호령 시스템’을 즐기지 못한 유저가 대다수였다.
개발사 측에선 CBT의 연장 대신 오는 12월 2차 CBT가 있기 전에 한두 차례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과연 <패 온라인>은 와신상담해서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다음 테스트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