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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삼국지 같지 않은 동양 판타지, 삼국지천

삼국지천 포커스 그룹 테스트 체험기

라큄 2009-10-25 22:04:41

오래 전부터 국민 교양서 대접을 받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나관중 원작의 소설 <삼국지>(三國志). T3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하고 한빛소프트가 서비스하는 <삼국지천>은 바로 <삼국지>를 소재로 하는 MMORPG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삼국지 게임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별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라큄 


 

삼국지를 새롭게 해석하다

 

<삼국지천>은 영웅호걸과 위·촉·오 삼국이 천하통일을 위해 치열하게 싸운 소설 <삼국지>의 스토리 라인을 일단 형식적으로는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삼국지> 소재의 게임들은 소설이나 역사의 사실을 고증하려고 힘을 쏟는 것과 반대로, 이 게임은 자신만의 삼국지 세계관을 이룩하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삼국지천만의 새로운 세계관으로 이루어진 위·촉·오.

 

이기적이고 명분과 능력을 중시하는 ‘위’,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 간의 예를 중시하는 ‘촉’, 호방한 성격에 자신들의 체면을 중시하는 ‘오’. 이런 식으로 원작에는 없는 새로운 뒷배경이 깔리고, 그 안에는 <삼국지천> 만의 새로운 판타지가 가미되었습니다.

 

여기에 단순한 인간형 몬스터와 장수 뿐만이 아닌, 특별한 설정을 가진 지극히 무협(판타지)스러운 몬스터들도 등장합니다. 단순하게 겉모습만 보면 삼국지 게임이 아니다’라고 우겨도 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일단은 이 게임. <삼국지> 소재의 게임인 것은 맞습니다. 이런 킹콩 같은 몬스터도 튀어 나오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로 말이죠.

 

소설 <삼국지>는 기본적으로 전쟁을 다루는 작품입니다. 그런 소설을 원작으로 두는 만큼 <삼국지천>도 일단은 국가 간의 전쟁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PvP RvR 시스템들은 물론이고, 탈것을 이용한 마상전투 시스템까지. 실제로 보면 굉장히 다양한 PvP 시스템을 선보입니다.

 

PVP 시스템에 ‘탈 것’을 도입해 스피디한 전장을 구현했습니다.

 

 
탈 것의 비중이 굉장히 높은 RPG

 

<삼국지천>의 시스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마상전투 시스템입니다. 유저들은 각 나라 고유의 탈 것들을 타고 다른 유저들과 전투를 벌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위는 늑대, 촉은 곰, 오는 멧돼지 형태의 탈 것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탈것들은 캐릭터와는 별개의 체력(HP)과 능력치, 그리고 전용 아이템들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전용 장비 아이템들을 착용하면 외형이 바뀌는 것은 물론, 옵션에 따라 탑승할 때 캐릭터의 능력치가 상승하게 됩니다.

 

<삼국지천>의 탈 것의 비중이 매우 큽니다. 그냥 이동수단으로만 생각하면 안됩니다.

 

특히 탈 것에 올라타면 이동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다양한 스킬들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투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덕분에 탈 것을 활용한 전투는 전반적으로 다른 게임들에 비해 속도감이 매우 높다는 느낌을 받게 만듭니다.

 

게다가 탈 것은 캐릭터와 함께 동시에 성장하기 때문에 육성의 재미도 맛볼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삼국지천>에서 탈 것은 비중이 굉장히 높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양한 직업과 스트레스 없는 육성

 

<삼국지천>에는 근접 전투계열인 검기사’, 탱커 계열의 ‘중기사’, 기습 계열의 ‘암살자’, 원거리계열의 ‘궁수’, 회복계열의 ‘회복술사’, 광역계열의 ‘마법사’, 디버프 계열의 ‘주술사’, 다양한 계열을 소화하는 ‘권법가’ 까지, 8가지 직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법 많은 직업을 지원하는데요, 물론 직업별로 능력치나 스킬 등은 각각 확실하게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같은 직업이라도 스킬 등을 어떻게 육성했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개성과 플레이 스타일은 180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유저들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신중하게 캐릭터를 육성해야 하죠.

 

기습 공격을 주특기로 하는 암살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캐릭터를 육성할 때 어떤 스킬이 더 좋을까?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반적인 MMORPG와 다르게 <삼국지천>NPC를 찾아가면 제약 없이 스킬을 무료로, 바로 초기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캐릭터는 상황에 따라서 스킬을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고, 유저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 없이 보다 다양한 전략을 연구할 수 있습니다.

 

원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올려버리세요. 초기화는 언제든 가능합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퀘스트 구성

 

장점이 많은 게임이지만, <삼국지천>은 오래 게임을 즐길수록 중요한 몇 가지를 놓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단조로운 퀘스트 구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필자가 34 레벨까지 캐릭터를 키우면서 경험한 퀘스트는 체감상 90% 이상이 의미 없는 특정 몬스터를 사냥하라는 식의 것이었습니다. 퀘스트를 받아 특정 몬스터를 사냥하고, 완료하고 나면 또 다른 몬스터를 찾아서 사냥하는 진행이 계속 반복되니 게임이 지루해지기 쉬웠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으니 가서 XXX를 잡아 주세요’하는 식의 레퍼토리를 계속 돌려 가면서 쓰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즐길 거리를 줘야 하는 퀘스트가 오히려 반복 사냥을 부추기는 듯해서 아쉬웠습니다.

 

시체가 주는 퀘스트는 좀 특별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삼국지 코드를 굳이 가지고 온 이유는?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아무리 <삼국지>를 새롭게 해석하고 독창성을 강조했다고 해도 그렇지, 게임의 거의 모든 요소들이 <삼국지>와 동떨어져 있어도 너무 동떨어졌다는 겁니다.

 

위에서 언급한 퀘스트 역시 <삼국지>와 관계가 있는 내용은 찾기가 힘들고, 그나마 전체 플레이 중에서 필자의 기억에 남는 <삼국지> 관련 요소는 몇몇 NPC의 이름들과 ‘황건적의 비밀동굴’이라는 인스턴스 던전 정도가 전부 입니다.

 

이렇다 보니 지금 내가 삼국지 게임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평범한 동양풍 MMORPG를 하고 있는지 헷갈리게 됩니다. 혹시 <삼국지>는 단순히 홍보와 포장을 위한 것일까요? 조금 더 삼국지 소재를 절묘하게 재해석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황건적의 비밀동굴 던전도 인간형 몬스터의 이름에 ‘황건적’ 이름만 갖다 붙인 듯한 느낌입니다.

 

이 밖에도 <삼국지천>은 첫 테스트였던 만큼 유저 인터페이스(UI)를 비롯한 여러 부분에서 아쉬움을 많이 노출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있어야 했을 인터페이스 창의 이동의 불가능했고, 사용해야 할 단축키는 점점 늘어나는데 추가 단축창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맵 또한 제 기능을 충실히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전체맵을 열어 봐도 목적지가 어디인지 확인하기 어려웠고, 미니맵은 아무런 기능이 없는 그냥 장식으로 보였습니다. 최소한 NPC의 위치구분을 해 놓았어도 퀘스트 NPC를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어디로 가야 할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채팅 창은 시스템 메시지든, 일반 사람의 대화든, 심지어 운영자의 대화 내용도 전부 단색으로 처리되어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첫 번째 비공개 테스트(한빛에서 FGT라고 밝힌)에서 보여준 <삼국지천>은 전반적으로 삼국지 게임이 아닌 동양풍 MMORPG’에 가까웠습니다. 전투를 중심으로 하는 빠른 속도감과 다양한 시스템이 눈에 띄었고, 이제 시작인 만큼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도 보였습니다.

 

최근 <패온라인> 등 동양풍 판타지 MMORPG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삼국지천>은 앞으로 어떤 정체성을 찾아 나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