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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축구게임, ‘진짜 축구’를 꿈꾸다. 피파 10

PS3 버전 피파(FIFA) 10 리뷰

현남일(깨쓰통) 2009-10-24 23:21:28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황선홍이 불꽃슛을 쏘고, 10 9 같은 스코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던 아케이드성 강한 축구 게임(1)사실적인 축구 게임’으로 거듭나는 데는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EA스포츠의 <피파>(FIFA) 시리즈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시리즈 최신작 <피파 10>은 최근 PS3, Xbox360, PC, PSP, PS2 등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됐다. 전작에서 지적된 단점들을 해결하고, 버추얼 프로 등 새로운 요소로 무장한 <피파 10>은 한층 발전한 게임성을 바탕으로 진짜 축구’에 한 걸음 다가선 모습을 보여주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1) <피파 월드컵 2002>는 각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들이 엄청난 위력을 가진 일명 불꽃슛을 쏠 수 있었다.


 이 리뷰는 <피파 10> PS3 버전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Good] 좀 더 ‘축구’스러워진 게임 플레이

 

전작에 비해 좀 더 사실적인, 진짜 축구 같은 플레이를 보여주겠다.

 

언제부터인가 <피파> <위닝 일레븐> 최신작이 나오면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리뷰하는 입장에서 이를 뻐꾸기처럼 반복하는 것은 솔직히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실은 사실이니 사실대로 써야지.

 

<피파 10>은 전작 <피파 09>에 비해 게임 플레이가 더 진짜 축구스럽게 개선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로는 역시 360도 드리블의 도입과 다양한 모션의 추가를 꼽을 수 있다.

 

이제 게임 속 선수들은 플레이어의 아날로그 스틱 조작에 반응해서 기존의 8방향이 아닌, 360도 모든 방향으로 이동한다.

 

덕분에 굉장히 세밀한 조작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모든 방향에서 상대의 공격에 대처해 정교한 태클을 한다거나, 공격에서 미세한 빈 공간을 찾아 발 하나 차이로 수비수를 제친다는 식의,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플레이도 경험할 수 있다.

 

미세한 조작에 캐릭터가 정확하게 반응해서 360도로 움직인다. 덕분에 기존 8방향 십자키 조작에 익숙한 유저들은 그저 눈물이.

 

여기에 상황에 따른 캐릭터들의 모션도 대거 추가되었기 때문에, 게임 속 선수들은 마치 실제 축구 선수와 같은 사실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수비수가 전력질주로 달려와서 볼을 걷어 낼 때 관성을 못 이겨 넘어지는 것은 약과다. 선수들이 한 곳에 집중된 난전 상태에서 발만 수비수 사이로 뻗어 툭~ 하고 공을 건드리는 모션까지 있을 정도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나 할까?

 

지난 <피파 09> 때 확실히 개선된 선수와 공이 따로 움직인다는 개념도 건재하다. 드리블의 강약에 따라 볼이 선수의 발을 벗어나기도 하며, 위의 스크린샷처럼 공 하나에 같은 팀 선수 여럿이 달려들면, 공과 사람이 겹쳐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공이 튀어 나가기도 한다.

 

인공지능(AI) 역시 기본적으로 매우 뛰어나다. 특히 골키퍼는 1:1이나 크로스 상황에서의 대처가 너무 좋아서 탈(?)이다.

 

 

[Good] 자신만의 선수를 키운다 - 버추얼 프로

 

게임 플레이를 제외하고 <피파 10>의 특징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자신만의 선수를 만들고 키우는 버추얼 프로(Virtual Pro) 모드다.

 

물론 <위닝 일레븐>이나 기존의 <피파> 모두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들 수는 있었다. 하지만 <피파 10>이 선보이는 버추얼 프로는 완성된 선수가 아닌, 미완성 선수를 육성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여준다.

 

자신만의 선수를 만들어서 육성하는 버추얼 프로 모드.

 

버추얼 프로를 통해 만든 선수는 처음에는 능력치가 굉장히 낮다. 평균 능력치가 60대이기 때문에 좋게 봐줘야 C급 선수라고 할까?

 

하지만 선수를 만든 이후 훈련장’이나 빠른매치’ 같은 오프라인 게임 모드나 프로클럽 챔피언십 같은 온라인 모드에서 정해진 미션을 계속 달성해 나가면 점점 능력치가 올라가 A급 선수로 육성할 수 있다.

 

미션은 단순하게 훈련장에서 골을 성공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서 높은 난이도의 미션까지 다양한 것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런 버추얼 프로 덕분에 유저들은 일반적인 축구 경기에서도 RPG와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니, 그런 것을 다 떠나서 그저 심심풀이로 하는 빠른 매치에서도 선수 육성이라는 목적의식을 갖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버추얼 프로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BAD] 뒷마무리 부실

 

전반적으로 탄탄한 게임성과 완성도를 갖고 있지만 <피파 10>의 최대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예상하지도 못 했던 문제들이 활개를 친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버그를 꼽을 수 있다.

 

튕김 현상이야 하늘과 같은 마음으로 봐준다고 쳐도, 감독 모드를 일정 부분 이상 플레이하면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는다거나, 선수 능력치나 포지션이 실제와 다르게 표시되는 식으로 곳곳에 벌레(Bug)가 득실거린다.

 

다행인 것은 최근 EA가 발 빠르게 패치를 배포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패치 이후에도 다양한 버그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어 아직까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장면에서 약 5분 이상 기다렸지만 디스크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자 결국 소년은 PS3를 꺼야만 했다. (ㅜ_ㅜ;;)

 

게다가 <피파 10>은 버그 외에도 감독 모드에서 비현실적인 밸런스 문제가 속출한다거나(가령 분명 보드진이 제시한 시즌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감독에서 쫓겨난다는 식), 핵심 온라인 기능 중 하나인 라이브 시즌 2.0이 게임 발매 후 일주일이 넘도록 열리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뒷마무리가 부실하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 세계 각국 리그의 경기 결과가 반영되는 핵심 온라인 모드 중 하나인 라이브 시즌 2.0. 하지만 리뷰 작성 시점까지 플레이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PS3 버전에만 해당하는 문제로, <피파 10>은 하드 디스크 인스톨을 지원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PS3 이용자는 메뉴 하나 하나 넘어가는 것도 로딩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게다가 이 로딩이란 것이 하나 하나의 시간은 짧더라도 굉장히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참기가 쉽지 않다. 필자의 경우 경기 중 로딩 보기가 싫어서 선수 교체 조차 제대로 안 하거나, 교체하면 한번에 반드시 3명을 동시에 교체할 정도였다.

 

경기 중 이 화면만 뜨면 집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게 난다. (선수 교체 로딩 장면)

 

 
[BAD] 킬러 콘텐츠의 부실함

 

최근 몇 년 사이에 장족의 발전을 보인 <피파> 시리즈지만, 코나미의 <위닝 일레븐> 시리즈를 완벽하게 제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마스터 리그레전드 모드 같은 오래 즐길 수 있는 킬러 컨텐츠의 부재였다.

 

이는 엄밀하게 따져서 이번 <피파 10>에서도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 했다. 물론 위에서 말한 버추얼 프로가 도입되었고, 감독 모드 역시 개선되어 적어도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는 되었지만, 여전히 마스터 리그레전드 모드 같은 중독성이나 몰입도를 보여주지는 못 하고 있다.

 

특히 감독 모드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게임 중간중간 버그가 많고, 장시간 진행하다 보면 버그라고 의심될 만한 수준의 밸런스 문제도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오래 붙잡고 즐기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른다.

 

그나마 온라인 모드는 즐기는 데 전혀 문제 없을 정도로 활성화 되어 있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피파 10>은 다양한 온라인 모드를 지원하고, 현재 멀티 플레이가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DLC) 등이 발매되고 라이브 시즌 2.0 등이 열리면 킬러 콘텐츠 문제는 점차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여진다.

 

 

[BAD] 점점 마니악해지는 게임성

 

360도 드리블의 지원과 선수들의 모션 추가 등으로 게임 플레이가 실제 축구에 가까워진 것은 진짜 축구 같은 게임을 꿈꾸는 <피파>에 있어 좋은 변화다. 하지만 이는 초보자들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어려운 게임이 더 어려워졌다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온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정리가 안 되는 조작키.

 

안 그래도 좌·우 아날로그 스틱에 십자키부터 L1, L2, R1, R2 등 패드의 모든 버튼을 총 동원해야 하는 <피파> 시리즈지만, <피파 10>은 특히 L2 키와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 조작의 조합으로 다양한 개인기를 사용한다는 개념까지 들어갔기 때문에, 웬만큼 축구 게임을 해 본 플레이어라도 모든 조작에 익숙해지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360도 드리블의 도입으로 조금만 방향을 잘못 잡으면 바로 라인아웃이기 때문에, 양쪽 사이드에서 드리블로 치고 올라가는 것도 힘들어졌다.

 

이 밖에도 단순한 크로스 헤딩슛 하나만 해도 아무 생각없이 버튼을 연타하면 절대로 제대로 된 슛이 나가지 않고, 반드시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야 공이 골대를 향한다는 식으로, <피파 10>의 곳곳에는 초보자들이 이라고 느낄 만한 요소들이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이나 고수로 가는 길에 대한 안내는 직접 해 본 다음 스스로 느끼고 연구하거나 게시판을 이용하세요 이상의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타이밍 제대로 안 잡으면 쉽게 들어가지 않는 헤딩슛.

 

[결론] 진짜 축구에 더욱 가까워진 <피파 10>. 축구 게임 마니아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지만, ‘축구’ 이상의 재미를 바라기에는 아직도 2%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