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잘 나가는 게임을 베스트셀러라고 말합니다. 100만 장을 넘기면 밀리언셀러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언차티드 2>는 베스트 셀러일까요 아니면 밀리언셀러일까요?
저에게 답을 말하라고 한다면 ‘시스템 셀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PS3 독점 타이틀이기 때문에 <언차티드 2>를 즐기려면 PS3가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PS3의 판매량을 늘려 주는 회심의 카운터 펀치급 타이틀로 봐도 무방합니다.
사실 해외 리뷰점수가 만점 사례가 나왔을 때도 뭐가 재미있길래 만점을 주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타이틀이 도착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저도 모르게 엔딩을 보고 있더군요. 간만에 식음을 전폐하고 푹 빠져서 즐길수 있는 타이틀이었습니다./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영화 같은 게임의 선입관을 부수다
<언차티드 2>의 개발사인 ‘너티독’은 발매 전 “이 게임은 한편의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를 즐기는 느낌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습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알다시피 영화 같은 게임의 대명사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가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메탈기어> 시리즈를 아주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게임 플레이 시간 보다 CG 무비의 구성이 많아 게임을 직접 즐기는 느낌이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시작하자마자 피를 흘리며 엉망이된 주인공….
그래서일까요? <언차티드 2>에 대한 선입관도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작진의 말은 CG무비의 비율이 더 크다고 이해하고 있었으니 말이죠.
이런 선입관은 게임을 시작한 순간 보기 좋게 깨졌습니다. 무심코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을 정도였으니까요. 시작하자마자 주인공 드레이크가 절벽 위에 탈선한 기차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습니다.
처음부터 대롱대롱 매달린 드레이크… 게임을 하다보면 계속 마주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여기서 CG 무비로 단순히 감상만 했다면 선입관은 진실로 굳어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유저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립니다. 알아서 주위 상황을 보고 탈출하라는 거죠. 이런 부분이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와는 달랐습니다.
단 한 가지 차이입니다. 유저에게 스토리 전개를 맡기느냐, 아니면 개발자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 주느냐. <언차티드 2>는 전자에 속합니다. 영화가 되고싶은 게임이 아닌, 영화 같은 게임이라는 말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굳이 여기서 <언차티드 2>의 놀라운 그래픽과 사운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딱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놀랍도록 뛰어나다”로 끝낼 수 있습니다.
█ 몰입하게 만드는 시나리오 구조와 한글화
전작 <언차티드>를 해 본 게이머라면 알겠지만 <언차티드 2>의 스토리도 전작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영화로 따지면 <내셔널 트래져>를 <툼레이더>나 <인디아나존스>로 각색한 느낌이 강하더군요. <인디아나 존스>를 <미이라>의 주인공이 활약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게임을 영화와 비교하니 조금 어색하지만 <언차티드 2>는 한편의 액션 영화를 즐기는 듯한 느낌으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실제로 스토리 전개는 영화적인 기법을 다수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를 보여주고 ‘왜?’라는 의문을 게이머들이 품게 되면서 몰입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겨우 기어서 올라온 뒤 주마등처럼 지난 일을 회상합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게임의 시작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주인공의 모습입니다. 일단 살고 봐야 하기 때문에 탈출구를 찾기 시작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의문이 맴돌기 시작합니다. “왜 총상을 입고 탈선한 기차에 매달려 있나?”
그리고 시간은 몇 개월 전으로 되돌아 갑니다. 클라이막스를 보여주고 도입 부분으로 넘어가는 거죠. 문제를 주고 풀어라!가 아닌 답을 보여주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유저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해 줍니다.
과정을 따라서 가보면 게임 초반부에 매달려 있는 주인공을 다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제일 처음 기차에 기어 오른 이후의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그 동안 현재처럼 플레이했던 것이 회상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 소름이 돋더군요.
한글자막을 통해 게임의 이야기를 100%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몰입감을 전달해 주는 일등공신은 바로 한글화입니다. 모든 대사가 한글자막으로 처리되어 있고 번역도 깔끔하더군요. 심지어 아메리칸 조크나 유머코드도 이해하기 쉽게 번역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대화를 보면서도 재미를 느낄 정도입니다.
만일 한글화가 안 되었다면 <언차티드 2>는 잘만든 PS3 독점 타이틀에 불과했을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말이죠.
█ 자연스러운 플레이를 유도하는 시스템
영화가 제한된 시간 동안 긴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듯 <언차티드 2> 역시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처음 이스탄불의 왕립박물관에 들어가는 과정부터 시작해 엔딩까지 어색한 점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25개의 스테이지는 각각 처음/중간/끝이라는 3단 논법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리고 25개 스테이지를 펼쳐 놓으면 1~10 스테이지까지는 도입, 11~20까지는 중간, 21~25까지는 끝이라는 또 하나의 3단 전개가 형성됩니다.
각 챕터는 스토리가 연결되고 중간에는 보스전이 진행됩니다. 보스를 처리하면 해당 스토리의 시놉시스가 마무리되는 방식입니다.
이 모든 과정 속에 <언차티드 2>의 스토리 라인은 톱니바퀴처럼 꽉 맞물려 돌아갑니다. 스토리의 주제와 복선, 과정, 결말까지 적절한 스테이지에 배치된 상태에서 게이머는 이를 즐기게 됩니다. 말 그대로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상황을 만들어 주면서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더군요.
스토리 뿐만이 아닙니다.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도 자연스러운 플레이를 도와줍니다. 일단 간단한 조작방식은 플레이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알다시피 <언차티드 2>는 <기어스 오브 워> 같은 총격전, <페르시아의 왕자> 같은 아크로바틱 액션과 퍼즐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총격전은 마치 <기어스 오브 워>를 플레이하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언차티드 2>의 모든 액션은 대응되는 키 하나로 가능합니다. ○ 버튼은 벽에 붙기, △는 액션, □는 근접전투, X는 점프로 설정되어 각각의 행동은 키의 조합이 아닌 원버튼으로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합니다.
█ 플레이 스트레스가 없는 레벨 디자인
이 뿐만이 아닙니다. 막힘 없이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쾌적한 레벨 디자인도 놀랍습니다. 모든 주변 상황을 직관적으로 보고 생각한대로 행동하면 대부분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언차티드 2> 플레이요소 중 절반을 차지하는 아크로바틱 액션도 절벽을 기어 오르면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저리로 가면 되겠다’라고 생각하면 갈 수 있습니다. 이런 직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 <미러스 엣지>처럼 이용할 수 있는 지형지물을 자연스러우면서도 눈에 잘 띄게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빨간색 박스가 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총격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작에서는 총격전이 스트레스를 받는 주범이었습니다. 엄폐 후에 조준하지 않으면 조준점이 나오지 않았죠. 하지만 이번에는 나옵니다. 또 등장하는 무기도 많고 무기의 특성도 다양합니다. 한 마디로 총을 쏘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처음에 의문을 가졌던 하드디스크 인스톨 기능이 없는 것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답이 나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잠시의 로딩만 거치면 플레이 내내 로딩하지 않더군요. 더구나 실제 플레이와 시네마틱 영상이 자연스럽게 넘나듭니다.
엄폐후 지향사격도 크로스헤어가 표시되어 전작과 달리 조준이 편합니다.
기다림이 없고 막힘 없이 흘러가는 플레이와 더불어 ‘게임오버’도 없습니다. 물론 총에 맞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죽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지점에서 즉시 다시 시작합니다. 했던 플레이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 시행착오를 해결하면서 끝을 볼 수 있기에 부담 없이 몰입하게 되더군요.
█ 아쉬운 싱글 플레이 타임은 멀티로 해결
<언차티드 2>에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바로 짧은 플레이 타입입니다. 난이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10 시간 정도면 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뒤에 뭔가 있겠지 하는 기대감이 최고조에 오를 때 엔딩 크레딧을 보게 되더군요.
워낙 몰입감 높아서 체감 시간은 더욱 짧게 느껴집니다. 대작이면서 이렇게 플레이 타임이 짧은 경우는 드물었으니 더욱 아쉽습니다. 하지만 싱글 플레이의 아쉬움은 멀티 플레이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멀티 플레이에서도 싱글 플레이 같은 액션이 펼처집니다.
멀티 플레이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드는 데스매치, 미션 공동수행, 보물뺏기(깃발뺏기 형식) 등 다양합니다. 게임 방식만 따지면 9개가 존재하죠. 멀티 플레이의 대부분은 상대방과의 대전입니다. 하지만 이 재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그 이유는 <언차티드 2>가 단순히 총싸움 게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엄폐 후에 사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형지물을 옮겨 다니면서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방식의 플레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TPS 방식의 멀티 플레이와 다른 재미를 줍니다.
<언차티드>답게 깃발이 아닌 보물 탈취 방식으로 진행되더군요.
█ 옥에 티도 보이지만 그래도 명품은 명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과연 만점 짜리 게임일까?라는 의문은 조금씩 풀렸습니다. 솔직히 리뷰 만점 릴레이가 의심되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놀라운 그래픽, 완벽에 가까운 레벨디자인, 흥미 만점의 스토리와 재미를 보장하는 연출까지 흠잡을 데가 없더군요.
단순히 배경 오브젝트일까요?
아닙니다. 퍼즐의 일부분으로 뛰어난 연출을 보여줍니다.
다만 특정 스테이지, 특정 장소에서 게임이 다운되는 버그가 존재합니다. 이것이 게임의 문제인지 아니면 PS3 펌웨어의 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많은 게이머들이 곤란을 겪고 있죠. 일단 펌웨어 3.0에서는 다운이 확실하고 3.01로 업데이트하면 다운 현상은 잦아듭니다.
이런 옥의 티가 보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불만사항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플레이 타임이 조금 적은 것이 불만 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불만보다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입니다. 멀티 플레이도 충분히 즐길 만했고요.
챕터별로 전투, 길찾기, 퍼즐 등의 요소가 구분되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스토리도 만일 영화였다면 B급 액션물이었겠지만 게임이기에 명품 게임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언차티드 2>는 꼭 한번 플레이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게임 불감증에 걸린 게이머라면 아마도 특효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