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이나 <드래곤 퀘스트> 같은 고전 게임을 기억하시나요? 언제나 왕의 부탁을 받고 납치 당한 공주님을 구하러 길을 떠난 주인공은 온갖 시련 끝에 마왕을 무찌르고 목적을 달성하죠.
<3D 도트게임 히어로즈>는 뻔한 설정과 더욱 뻔한 스토리 전개 속에서도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고전 액션 게임’의 향수를 간직한 사람들을 위한 게임입니다.
이름부터 수상한 이 게임은 PS3의 성능을 십분 활용해 무려 빛 반사와 물리연산 등이 적용된 ‘3차원 도트’를 만들어 냈습니다. 고전 게임에서 보여줬던 ‘좋게 말하면 친숙한 스토리’와 ‘높은 난이도’ 역시 고스란히 가져왔습니다.
농담과도 같은 그래픽과 콘셉트를 자랑하며 당당히 최신 기종으로 모습을 드러낸 <3D 도트게임 히어로즈>를 디스이즈게임에서 직접 체험해 봤습니다. /(게임 하다가 이렇게 웃기는 처음이었던)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고전액션게임 유저들을 위한 오마쥬
시간이 흘러~ 용자는 어느덧 과거의 이야기가 됐고 사람들은 2D세계에 흥미를 잃고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활기를 잃은 왕국을 바라보던 임금님은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제부터는 3D의 시대다!” 임금님의 지휘 아래 왕국은 2D에서 3D로 변모했고 마을은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무슨 난감한 이야기냐고요? 바로 <3D 도트게임 히어로즈>의 프롤로그입니다. 임금님의 결정하나에 순식간에 3D를 맞이한 세계에서 플레이어는 마왕을 영원히 쓰러트리기 위해 길을 떠나야 하죠.
너무 뻔하다고요? 당연합니다. <3D 도트게임 히어로즈>는 과거 고전게임의 향수를 간직한 유저들을 위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뻔하디 뻔한 이벤트! 검을 뽑겠습니까?
오브를 구해오라는 ‘인상 좋게 생긴 전형적인 수염투성이 왕’이나 당연히 첫 번째 동료로 등장하는 친절한 요정, 체력을 회복 시켜 주겠다고 대놓고 광고하는 듯한 동굴 속 연못, 고전게임을 패러디한 보스 등은 왕년에 게임 좀 해봤다는 유저들에게 ‘아!’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듭니다.
심지어 대화 내용에 한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주1) 체력이 떨어지면 요란한 비프음도 들립니다. 검은 바탕과 흰 테두리만으로 된 인터페이스도 올드 게이머에게는 웃음을 자아냅니다.
한술 더 떠서 로딩화면은 과거 8비트 유명게임의 패키지 일러스트를 그대로 모방했습니다. 이쯤 가면 고전액션게임에 대한 오마쥬 정신으로 가득 찬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주1) 8비트게임기 시절에는 대부분의 한자를 히라가나로 표시했습니다. 해상도가 낮아서 한자를 읽기 힘든 데다 텍스트의 용량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 그 시절의 시스템과 난이도 그대로
<3D 도트게임 히어로즈>의 기본적인 구성은 초창기 <젤다의 전설>과 비슷합니다. 플레이어는 4방향으로 칼을 휘두를 수 있고 맵 구석으로 가면 화면이 움직이며 다음 맵이 스크롤되죠.
오브젝트를 부수면 돈이나 체력을 회복 시켜 주는 하트가 나오고 부메랑과 각종 보조 아이템을 얻어야 다음 장소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까지 똑같습니다. 레벨 시스템이 없고 대신 보스를 쓰러트릴 때마다 체력이 한 칸씩 늘어납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3D 도트 젤다의 전설>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입니다. -_-;
난이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긴장을 풀고 있으면 게임오버를 볼 수 있을 정도.
최근 게임에서는 보기 드문 난이도죠. 아날로그 패드로 4방향 공격만 가능하다는 것과 아이템 하나를 안 사오면 먼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점도 과거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요소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적의 공격패턴도 그 시절(?)과 똑같기 때문에 고전게임을 경험한 유저라면 적을 보자마자 패턴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창을 든 스켈레톤은 주인공을 보면 돌진을 하고, 거대한 뱀을 닮은 보스는 꼬리를 때리면 맥을 못 춥니다.
각양각색의 함정이나 장치들도 보는 즉시 ‘해답이나 방법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과거의 향수를 느끼기에는 최고의 게임이랄까요?
■ 새로운 시대에 나온 과거의 향수
물론 달라진 부분도 많습니다. 우선 그래픽이 2D 도트에서 3D 도트로 바뀌었고(…) 주인공에 초점을 맞춘 피사계 심도(depth of field)나 깨진 블록이 부딪힌 방향에 따라 각각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나가는 물리효과, 물이나 대리석의 반사효과 등 ‘얼핏 보면 허술해 보이는 그래픽’ 곳곳에 최신 그래픽 기법이 가득 들어가 있습니다.
예상보다 그래픽이 상당히 좋습니다.
무기를 개조하면 레이저가 나간다거나(…) 4방향만 지원되는 탓에 방향을 조금만 전환해도 회전공격이 되는 무기처럼 엉뚱한 시스템도 더욱 늘어났죠. 특성과 스토리가 약간씩 다른 8명의 캐릭터가 마련돼 있다거나 도트 캐릭터를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것도 <3D 도트게임 히어로즈>의 특징입니다.
다만, 일단은 고전게임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데 치중한 게임이다 보니 예전부터 게임을 즐겨온 유저가 아니라면 단순히 ‘난이도만 높고 시대에 뒤떨어진 게임’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라면 당연히 있을 법한 미니맵이나 시점전환조차 지원되지 않거든요.
<3D 도트게임 히어로즈>는 국내에서 11월 6일 PS3로 발매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