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남코게임즈의 대전격투 게임 <철권> 시리즈는 아케이드에서 가정용 게임기로 이식될 때마다 ‘초월이식’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습니다. 아케이드에는 없었던 콘텐츠는 기본이고, 다양한 개선이 함께 이루어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게이머들은 ‘격투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철권> 시리즈가 콘솔로 이식된다고 하면 기대해 왔습니다.
일단 외형적으로 보면 <철권6>는 시리즈의 전통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아케이드 버전에는 없는, 오직 콘솔에만 존재하는 모드가 추가된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죠.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철권6>는 초월이식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희극실행
유일한 초월이식은 모션블러 Off 기능
먼저 그래픽을 보면 콘솔용 <철권6>는 아케이드 버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이전 최신작이었던 <철권DR>은 콘솔 버전에서 그래픽을 고해상도로 갱신해 놀라움을 선사했지만, 이번 6편은 아케이드 버전부터 고해상도로 제작되어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만, 콘솔용 <철권6>에서는 아케이드 버전에 있었던 ‘모션블러’(빠른 액션에서 화면을 흐리게 처리하는 효과) 기능을 끌 수 있는 선택권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아케이드 버전에서 모션블러 특유의 흐릿한 화면을 싫어했던 유저라면 좀 더 선명한 화면으로 쾌적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공식이 되다시피 한 모션블러 OFF, C 타입.
부실한 콘솔용 오리지널 모드
스토리 모드가 거의 없는 아케이드 버전과 다르게 <철권>의 콘솔 버전은 언제나 혼자 즐길 수 있는 스토리 모드를 선보였습니다.
멋지거나 코믹한 엔딩 영상은 <철권>하면 떠오르는 아이콘이었고, 시리즈마다 ‘철권 볼’ 모드나 ‘철권 볼링’ 같은 파티 모드도 준비되어 있었죠. 때문에 <철권> 시리즈의 콘솔 이식작은 늘 호평을 받았고, 유저들은 초월이식이라는 단어로 <철권>의 ‘우월함’을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철권6>에서는 콘솔 만의 추가 모드가 크게 부족합니다. 파티 모드는 전멸이고, 그나마 콘솔 버전의 부가 시스템이라고는 ‘시나리오 모드’가 거의 유일합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 모드란 것이 결국 배치되어 있는 적을 계속 쓰러뜨려 나간다는, 지극히 단순한 구조이기 때문에 장시간 즐기기는 힘듭니다. 게다가 2인 플레이도 불가능해서 한계가 있죠.
아이템을 세팅해 캐릭터를 강화하는 식으로 즐기면 아예 재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라스’와 ‘알리사’의 스토리를 보기 위해 의무감으로 한 것 외에는 별 다른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시점 등의 문제로 ‘스틱’이 아닌 ‘패드’를 사용해야 시나리오 모드를 원활하게 즐길 수 있는 점도 다소 아쉬웠습니다.
라스와 알리사의 기묘한 모험.
이왕이면 CPU 말고 사람과도 2인 플레이가 됐으면 하는 심정.
시나리오 모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타격감이 좋은 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대장정이 지루할 수도 있으리라.
최악의 온라인 모드
콘솔용 <철권6>의 오리지널 모드가 전작들과 달리 적은 것은, <DOA4>를 시작으로 발매된 대부분의 격투 게임들이 싱글보다 ‘온라인 대전’을 중요시 하고 있다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온라인 대전이 되는 만큼 콘솔 버전 특유의 싱글 모드가 없어도 충분히 공백을 채울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이 점에서 <철권6>는 큰 오류를 범하고 맙니다. 싱글 모드가 부실했다면 쾌적한 온라인 환경이라도 제공했어야 했는데,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랙권>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끊김 현상이 심합니다.
가장 좋은 녹색 핑에서도 공중콤보 도중에 입력한 커맨드가 나가지 않고 무시되는 것은 기본입니다. 막히면 반격이 확정적으로 들어오는 큰 기술을 남발해도 랙이 심해 정작 반격을 받는 일은 드뭅니다. 이렇다 보니 <철권6>의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에서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공방이 이루어집니다.
유저들이 랙이 많은 온라인 환경에 자신의 플레이 패턴을 맞출 리 만무합니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모드는 현재 사실상 의미가 없고, 온라인이 의미가 없는 만큼 유저들은 싱글 플레이에서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아이템을 얻어도 결국 과시가 아닌 ‘혼자 만족하는’ 데서 끝나고 맙니다.
중단, 하단을 보고 막는 게 불가능한 온라인 환경.
아케이드 모드에서 있던 자기 어필 요소도 삭제되었다. 이런 소소한 재미를 잃은 게 아쉬울 따름(사진은 철권 ‘짤방’계의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로 불리는 이미지).
온라인이 이 모양인데 캐릭터 커스터마이즈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대전격투로서의 철권은 역시나 ‘철권’
대전격투 게임으로서 보자면 <철권6>는 분명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리즈 특유의 특성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이번 6편만의 새로운 요소들을 잘 버무리고 있습니다.
이전 시리즈와 다른 <철권6>의 특징이라면 한 번 뜬 상대를 재차 땅에 바운드시켜 콤보를 이어갈 수 있는 ‘바운드 시스템’과 체력이 바닥을 보일 때 공격력이 상승하는 ‘레이지 시스템’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게임의 공방 흐름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레이지로 인해 언제든지 승부가 단숨에 뒤집힐 수 있는 여지가 생겼고, 상대의 레이지 상태를 예상해 콤보 도중 일부러 체력을 남기는 운영도 추가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변화는 바운드의 추가로 인해 벽까지 남은 거리를 계산해 콤보를 이어간 후 바운드에 이은 벽 콤보가 생긴 겁니다. 이제는 단순히 누가 더 잘 띄우나를 겨루는 게임이 아니라 지상에서도 세밀한 공방이 이루어지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상대와의 공방에 있어 유불리 상황을 재는 상황파악, 그리고 콤보를 넣는 실력 외에 ‘벽까지의 거리를 재는 능력’까지 요구하게 되어 게임이 마니악하게 변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아주 호쾌하고 세밀한 운영이 필요해진 만큼 대전격투 게임으로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벽 꽝’에 이어지는 바운드~ 아싸 좋구나.
부서지는 발판이나 벽의 추가로 맵에 따른 운영 능력이 필요해졌다.
결과적으로 이번 <철권6>는 대전격투 게임으로서는 합격점이지만 ‘콘솔 이식작’으로서는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온라인 플레이의 랙 문제는 빠른 개선이 필요합니다. 반다이남코에서 발매됐던 <소울칼리버4>나 <철권DR>이 랙에 대해 거센 지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철권6>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또다시 발생했다는 점은 분명 지탄 받아도 할말이 없을 것입니다.
향후 시나리오 모드의 온라인 협력(Co-op) 플레이 추가와 온라인 랙에 대한 패치를 제공할 것이라고는 하나, 2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예상하는 <철권6>가 사실은 네임밸류를 볼모로 삼은 반쪽 짜리였다는 점은 수많은 팬들을 실망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추가 코스츔이나 코믹한 엔딩을 보면 <철권>은 역시 <철권>이지만 메인 콘텐츠가 문제니 실망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