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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체험기] 온라인 배구게임 스파이크

안정빈(한낮) 2006-04-27 14:36:53

▶ 태초에 배구만 없었다(?)

 

90년대 중반까지 축구, 야구, 그리고 농구와 함께 국내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스포츠로 ‘배구’가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스포츠에는 조금의 관심조차 없는 필자도 고려증권과 현대의 라이벌전만은 의무적으로 시청해야 하는 줄 알았으니 그 인기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하지만 연이은 삼성화재의 독주와 뒤늦은 프로화, 지나친 홍보부족과 무성의한 협회 등 잇따른 악재가 겹치면서 조금씩 그 인기를 잃어가던 배구는 현재 TV에서 조차 경기를 찾아보기 힘든 그런 비주류 스포츠로 전락해 버렸다.

 

그리고 게임판 역시 이러한 냉정한 현실이 그대로 반영됐다. 소위 ‘캐주얼 스포츠게임의 대박신화’를 일궈낸 <프리스타일>을 필두로 다양한 캐주얼 스포츠게임이 쏟아질 때에도 유독 배구만큼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아직까지도 ‘배구’하면 이 게임밖에 안 떠오르니...

 

 

그러나 이제 이처럼 소외받던 배구게임계에도 작은 희망의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바로 마블퀘스트에서 새로운 장르의 개척을 외치며 최초의 온라인 배구게임 <스파이크>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포츠를 가리키며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사실이 좀 씁쓸하긴 하지만 어쨌든 새로운 시도라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온라인으로 등장한 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게임 <스파이크>(//www.spikeonline.co.kr/)를 함께 살펴보자.

 

 

일단 나와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 매뉴얼도 필요 없다. 3초면 다 된다!

 

온라인 스포츠게임, 특히 캐주얼 스포츠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얼마나 쉽고 간단하게 접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만약 캐주얼 스포츠게임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지나치게 현실적인 그래픽’과 ‘복잡한 룰’ 등을 모두 적용시킨다면 그 게임의 인기는 이미 '요단강을 건넌 것'과 마찬가지일 터.

 

최근 봇물 터지듯 등장하는 축구게임들이 3 대 3 정도의 풋살을 지향하고, 대부분의 야구게임이 <실황>시리즈의 모습을 닮아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스파이크 역시 최저 2:2까지 가능한 변칙룰과 각 포지션에

맞는 캐릭터를 키우는 ‘육성’을 한데 섞어놨다.

 

이런 면에서 <스파이크>는 스페이스바와 십자키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매우 파격적인 조작’과 ‘모 게임이 생각나긴 하지만 일단 매우 직관적인 그래픽’을 통해 유저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우선은 스페이스바로 시작해서 스페이스바로 끝나는 파격적인 조작법이다. 앞서 말했듯이 스파이크에서 사용하는 키는 십자키와 스페이스바뿐이다.

 

물론 특별한 위치와 각도를 지정해줘야 하는 서브만큼은 <Q>에서 <T>까지의 5개 버튼을 사용해줘야 한다. 하지만 그 밖의 리시브, 토스, 블로킹, 스파이크 등의 모든 동작을 스페이스바 하나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스페이스바를 누르더라도 ‘상대방의 공이 네트 부근에 있는 상황’이라면 블로킹이, ‘아군의 토스로 공이 떠 있는 상태’에서는 스파이크가 발동되는 방식이다.

 

리시브와 토스의 상황이 절대 겹치지 않는 배구게임에서나 가능한 조작이다.

 

게다가 직관적인 그래픽과 인터페이스 역시 <스파이크>를 쉽고 간단한 게임으로 만드는데 한몫을 거들고 있다. 카툰랜더링을 사용한 탓에 캐릭터와 공, 그리고 배경의 구분이 확실히 가는 것은 물론, 공의 착지점, 서브의 방향 등을 한눈에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표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캐릭터 주변에 있는 써클을 통해 공을 받을 수 있는 타이밍까지 알려주니 배구에 ‘배’자조차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라도 순식간에 적응할 수 있다.

 

 어디로 올지, 언제 쳐야하는지 모두 가르쳐 준다.

남은 것은 박자에 맞춰 스페이스바를 누르는 것뿐!

 

 

▶ 한 번의 실수로 게임 종료? 무한 랠리 포인트!

 

편리함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 실제로 <스파이크>를 조금이라도 해본 유저들이 모였을 경우 워낙 단순한 조작과 손쉬운 난이도 탓에 수 분간 단 1점도 내지 못한 채 랠리만을 계속하는 지루한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의 지루함을 조금이라도 없애보고자 마련된 것이 바로 <스파이크>만의 독특한 누적점수 제도다. 현재 특별한 이름이 없는 이 점수 제도는 랠리가 계속 될수록, 그러니까 공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네트를 넘어갈 때마다 누적점수가 1점씩 쌓이고 공격을 성공시킨 팀이 지금까지 모인 모든 점수를 가져가는 과감한 방식이다.

 

 지금 상황에서 이기면 한번에 14점이 들어오는 셈!

 

때문에 아무리 지루한 랠리가 이어지더라도 올라가는 누적점수를 보고 있으면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다. 심지어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40점을 가져가는 어이없는 경우’도 발생한 적이 있을 정도다.(<스파이크>에서는 99점을 선취하는 쪽이 승리한다)

 

쉬운 접근성과 나름대로 긴장감 넘치는 랠리까지, 일단 ‘캐주얼스러운 온라인배구게임’을 만드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 하지만 기본은?

 

하지만 이런 ‘깔끔한 겉모습’과는 달리 <스파이크>의 내부에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몇 가지  문제점도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지나치게 단순한 게임성’이다. 물론 캐주얼게임이라는 장르적인 특징이 있다고 쳐도, 수 분 동안 스페이스바만을 눌러대는 일이 예사로 벌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게다가 게임의 진행속도 자체도 느리기 때문에 큰 실수, 혹은 버그가 일어나지 않는 한 세월아, 네월아를 외치며 줄곧 같은 행동만을 반복하게 된다.

 

랠리포인트 이외에도 다양한 스킬이나 공격방식의 구분 등을 통해서 조금은 ‘복잡한 게임’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게임의 기본적인 속도도 높여야함은 물론이고 말이다.

 

 랠리포인트를 이용, 긴장감을 주긴 했지만 이래서야 ‘떨리는 마음으로 누르는 스페이스바’ 정도밖에는 안 된다. 이봐 당신,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_-;

 

 

그리고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이 벌써부터 받고 있는 ‘배구판 프리스타일’이라는 오명이다. 물론 장르부터가 틀린 만큼 시스템적으로 표절 운운할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문제는 ‘굳이 카툰랜더링을 사용한 마당에 아이템샵과 인터페이스의 방식까지 비슷하게 할 필요가 있었냐’는 사실이다.

 

단지 ‘빠른 테스트’를 위해 임시로 만들어 둔 것이라면 좋겠지만 이대로 오픈베타테스트로 이어질 경우 유저들로부터 무슨 말을 듣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 최소한 대기실의 인터페이스 정도는 새롭게 디자인해줄 필요가 있다.

 

완전히 판박이. 이럴 것까지는 없잖아?

 

 

▶ 배구의 전성시대를 노려라!

 

필자가 온라인게임을 보며 ‘쏟아진다’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 장르들은 또 어찌나 다양한지, 전쟁과 사회, 경영부터 심지어는 말뚝박기까지 정말 ‘없는 게 없다’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이 같은 와중에 마블퀘스트는 ‘온라인 배구’라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빈틈을 훌륭히 찾아낸 셈이다.

 

 농담 삼아 ‘배구랑 세팍타크로만 나오면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현실이 됐다.

 

 

하지만 빈틈을 찾아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장르라는 것이 당장 유저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그들이 바라는 것은 ‘보다 재미있는 게임’이지 ‘단순히 새롭기만 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껏 찾아낸 빈틈을 ‘블루오션’으로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단순히 ‘새로운 시도’로만 기억될지는 이제 개발사의 손에 달려있다. 이후의 테스트부터는 ‘배구판 프리스타일’이라는 오명을 벗고 새로운 시도를 반복해서 앞으로 계속해서 등장할 온라인 배구게임들의 교과서와도 같은 게임이 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창성을 좀 더 가다듬자! 겉으로 보이는 게 의외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