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모던 워페어 2>. 전쟁이라는 게임에 최적화된 배경으로 제작되었고 전작의 명성을 잇는다는 이 게임에 대한 평가는 극찬 일색이다. 아니 발매일 전부터 티저영상 하나하나가 관심의 대상일 정도였다.
그리고 발매 이후 6천억 원이 넘는 수익을 기록하면서 <GTA 4>가 가지고 있던 각종 흥행기록도 넘어설 만큼 인기를 모았다. 이런 기록들이 보여주듯 각종 해외 게임전문 매체의 평가도 최고에 가까울 정도이다. 과연 전작의 퀄리티를 뛰어넘을 만큼의 면모를 보여준 것일까?
■ 전작에서 이어지는 방대한 스케일
<모던 워페어 2>의 스토리는 3인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전작에서도 활약한 특수부대 ‘태스크포스 141’ 소속의 소프 대위와 그의 부하 로치 병장. 그리고 미국 본토에서 러시아군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라미레즈 이병의 시점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다른 적을 맞아 전투를 벌인다. 하지만 이 모든 전투와 스토리가 교묘하게 흘러가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진다. 작은 강이 모여 큰 강을 이루듯 각각의 전투는 앞으로 진행될 스토리의 연장선이 된다.
시나리오의 흐름은 인기 드라마 ‘24’와 비슷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각기 다른 지역의 상황이 흘러가고 이 상황이 하나로 맞물리면서 서로 긴밀하게 연계를 가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모던워페어 2>는 각 시나리오마다 스펙터클 한 연출을 통해 시작과 결말을 과감하게 선보이고 있다.
또 전작이 중동지역을 배경으로 한정 했다면 <모던 워페어 2>는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등장하는 무기도 다양해졌다. 이 것이 뜻하는 것은 스케일이 커졌다는 말로 받아 들이면 된다. 한마디로 전세계를 무대로 스펙터클한 전투라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태스크포스 141은 전세계를 무대로 활약.
<모던 워페어 2>에서 전투는 전쟁이라는 비극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게이머들은 이런 상황을 간접 경험하면서 재미를 얻게 된다. 설원 속의 잠입, 시가전, 그리고 일반적인 전투부터 추격전과 탈출미션, 인질구출까지 없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이런 미션 속에서 보여주는 연출력은 수많은 게이머들이 <모던 워페어 2>에 열광하는 이유라고 말할 수 있다. 탁월한 연출력의 비결은 다름아닌 전투 속에서 드라마를 만들어 간다는 점이다.
단순히 총 쏘는 게임이 아닌 총을 쏘면서 이어지는 대화와 지령 속에서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 어디선가 본듯한 기시감(旣視感)과 게임성
이렇게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모던 워페어 2>를 플레이 하다 보면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인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최신 게임이기 때문에 처음 플레이 하는 것은 분명하다.
기시감, 혹은 데자뷰라 불리는 현상을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느끼는 이유는 영화의 패러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노우 모빌을 타고 탈출하는 장면은 영화 <007 네버다이>에서 스키를 추격 장면, 프라이스 대위를 구출하기 위한 스테이지의 샤워장 전투는 <더 록>의 샤워장 침투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샤워장으로 침투하던 도중 적의 습격을 받는 장면이나...
워싱턴 초토화작전을 막기위해 백악관 옥상에서 조명탄을 흔드는 장면은 영화 <더 락>을 연상케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초반 험비에 올라타 좁은 골목을 지나가면서 습격 당하는 부분은 <블랙호크 다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모던 워페어 2>의 연출은 이런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면서 게이머들에게 직접 이 상황을 맞닥뜨리게 함으로 직접 플레이 하게 만든다.
이런 연출은 게이머들이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로 활용된다. 그리고 몇 명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동안 각기 다른 인물을 자기 자신으로 대입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자칫 분산되기 쉬운 몰입감을 하나로 통일시켜 준다.
헬기에 탑승하기 위해 뛰는 것 까지 미션이다. 물론 쉽게 타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이런 패러디는 엔딩 이후 보너스 미션에서 다시 한 번 센스를 발휘한다.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이기에 스포일러를 자제하는 차원에서 힌트를 준다면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떠올리기 바란다.
■ 너무 짧은 플레이 타임에 무너지는 연출
<모던 워페어 2>의 단점을 말하라고 한다면 한가지 있다. 바로 너무나 짧은 플레이 타임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 전세계를 넘나드는 스케일 치고는 5~6시간이면 엔딩을 보게 되는 플레이 타임은 불만을 넘어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막바지에 다다르면 우리가 유머에서나 볼 수 있는 스티븐 시걸이 권총으로 헬리콥터를 격추하는 것이 진실 일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될 정도이다. 그리고 한숨이 새어 나온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동안 즐긴 게임의 요소가 너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프라이스 대위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을지도.
마지막으로 갈 수록 전체적인 플롯이 전작과 비슷하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사용하는 무기가 총이냐 칼이냐에 따른 차이가 있을 뿐 콘티마저 흡사하다.
‘용두사미’라는 말이 <모던 워페어 2>에 너무나 어울린다. 물론 싱글 플레이의 아쉬움은 스폐셜 옵스와 멀티플레이로 달랠 수 있다. 여기서 의문점 하나. 이제 콘솔게임도 멀티플레이에서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일까?
분명히 전작 <모던 워페어>에 열광하고 차기작을 기다린 이유는 멀티플레이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스토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미션을 즐기면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지를 체험하기 위해서이다.
6시간 동안의 플레이 타임 동안 너무나 많은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에 의해 미국이 침공 당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배신과 반전이 일어난다. 이렇다 보니 뒤로 갈수록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만다. 연출도 초반과 달리 비현실적인 묘사가 많다.
내용을 누설할 수 없지만 여기까지 플레이하다 보면 점점 스토리가 꼬이기 시작한다.
총기마다 다른 조준 모습과 성능, 심지어 EMP 때문에 모든 전자장비를 사용하지 못할 때 전자 조준경 조차 무용지물이 되는 세밀함 까지 묘사했건만 마지막에 이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시나리오 면에서 본다면 여기저기 구멍이 보이지만 게임으로 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즉 게임으로는 최고의 재미를 주고있지만 이 재미를 조금 더 오랫동안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 불만이다.
이는 <모던 워페어 2>만 가진 문제는 아니다. 최근 등장하는 게임들의 공통점은 화려한 그래픽과 사실적인 연출로 재미를 추구한다. 문제는 제한된 제작비와 발매 스케쥴에 맞추기 위해서는 플레이타임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아쉽다.
■ 멀티플레이, 그리고 스페셜 옵스
싱글플레이의 아쉬움을 풀어내는 것은 멀티플레이와 스폐셜 옵스이다. 멀티 플레이는 싱글 플레이에서 전투만 떼어 유저들을 맞붙인 것이고, 스폐셜 옵스는 기존 미션을 2인 플레이로 일정한 목표를 달성시키는 방식이다.
이 두 가지 모드는 각각 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스토리의 재미에 악영향을 준다며 협력플레이를 빼버렸지만 혐동 플레이의 재미를 주기 위해 스폐셜 옵스 모드를 제공했다. 이는 캠페인 모드의 맵과 시나리오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색다른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멀티플레이는 확실히 진화했다. 하지만 캠페인 미션의 재미를 넘지는 못한다.
멀티플레이 역시 퍽(Perk) 시스템을 통해 기존의 멀티플레이와는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퍽 시스템은 멀티플레이를 통해 자신의 총기에 사용할 액세서리를 업그레이드 하거나 뛰기, 대미지 등의 능력에 추가적인 성능향상을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이것이 단순히 도전과제를 해결했다고 사용하는 게 아닌 자신이 숙련도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자주 사용해야 원하는 기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게 된다. 예전 처럼 계급이 아닌 숙련에 따라 더욱 강력해질 수 있기 때문에 멀티플레이의 목적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아무생각 없이 즐겨라! 그러면 왜 <모던 워페어 2>에 열광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 게임의 리뷰가 발매 이후 상당 기간 지난 뒤에 작성된 이유는 조금 더 <모던 워페어 2>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였다. 단순히 싱글 플레이만 즐겼을 때와 스폐셜 옵스를 모두 클리어 하고 멀티플레이에서 재미를 만끽한 이후에 알게 됐다.
<모던 워페어 2>를 왜 <모느님>이라 부르게 되는지를 말이다. FPS에 멀미가 있다면 멀미약을 이용해서라도 꼭 한번을 즐겨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