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브소프트를 통해 오는 12월 15일까지 첫 번째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진행하는 <프로야구 매니저>는 일본 세가에서 개발한 <프로야구팀을 만들자 온라인>을 국내 실정에 맞춰 현지화한 게임이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지만 이 게임은 유저가 한 명의 감독이 되어 프로야구 팀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장르의 게임이다. 여러 가지 의미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왔던 온라인 야구 게임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글 쓰고 있는 현재 341리그 2위)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판타지 리그와 매니지먼트 게임의 만남
<마구마구>와 <슬러거> 같은 일반적인 온라인 야구 게임들은 유저들이 선수를 한 명씩 직접 컨트롤해서 시합을 즐기게 된다. 따라서 아무래도 야구에 대한 지식이나 전략보다는 유저들의 ‘순발력’이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고, 9회 시합 한 판의 진행시간은 길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아무래도 야구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나, 시간이 많지 않은 사람(직장인 등)에게는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프로야구 매니저>는 팀의 관리와 경영에 초점을 맞춘 ‘매니지먼트’(Management) 게임이기 때문에, 이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유저들이 해야 하는 것은 사전에 선발 라인업을 짜고, 전략을 지시하고. 틈틈이 선수의 육성 등에 신경을 써주는 것 정도가 전부다. 경기도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100% 자동진행되기 때문에, ‘야구에 대한 지식’만 어느 정도 있다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유저들은 감독(구단주)이 되어 팀의 육성과 관리에만 집중하면 된다. 경기는 자동으로 진행 된다. 스포츠모굴의 <베이스볼 모굴>이나 스포츠인터렉티브의 <풋볼 매니저>와 동일 장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 게임은 ‘판타지 리그’(주1)와 유사한 게임 진행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구체적으로 게임의 진행흐름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실존하는 한국 프로야구 팀을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팀을 생성하고, → 자신을 포함한 유저 10명이 자동으로 하나의 ‘리그’에 소속된다. → 오전 7시부터 저녁 12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하루 18경기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 이후 6일 동안 리그에 속한 나머지 9팀을 상대로 총 108경기를 진행하게 된다. → 경기의 승패에 따라 포인트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 포인트를 사용해서 선수의 영입/육성, 혹은 작전카드의 구입 등을 할 수 있다. → 6일 간의 일정이 끝나고 리그 4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다. → 포스트 시즌까지 모두 끝나면 다음 리그가 시작된다.
경기는 아침 7시부터 저녁 12시까지, 매 시간 자동 시뮬레이션된다.(로그아웃 상태라도 자동으로 진행된다). 유저들은 경기 시뮬레이션이 모두 끝난 후 하이라이트 방식의 3D 플레이 화면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하이라이트를 보기 귀찮다면 그냥 경기결과 ‘스코어 보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한 판, 한 판의 진행 시간은 굉장히 짧고, 굳이 게임에 계속 오래 접속해 있을 필요가 없다.
(주1) 프로야구 선수들로 자신만의 팀을 구성해서 다른 유저들과 점수를 겨루는 일종의 웹게임. 다만 점수는 그날 그날, 실제 프로리그의 경기결과와 선수의 성적이 반영 되기에 일반적인 온라인 야구 게임과는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프로야구 판타지 리그로는 네이버의 ‘마이 베이스볼 리그’ 등이 시즌 중에 운영된다.
팀 ‘관리’는 있다.
매니지먼트 게임의 재미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팀의 관리와 운영이 재미있느냐’의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부분에서 <프로야구 매니저>는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이 게임은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과 유사한 팀 관리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게임 속에 등장하는 선수들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카드’로 등장한다는 뜻인데, 어찌 보면 TCG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는 <마구마구>와 유사하다고도 할 수 있다.
<프로야구 매니저>에 등장하는 선수 카드는 모두 KBO 라이선스를 통해 실제 한국프로야구 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유저들은 상점의 부스터팩이나 트레이드 시장을 통해 새로운 선수카드를 구입할 수 있다. (카드 트레이드 시스템은 이번 1차 CBT 기준으로 아직 미 구현)
선수 카드는 모두 ‘카드’로 구성되어 있다. 카드는 실제 프로야구 리그에서 활약했 거나 현재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등장한다.
선수 카드 중에는 ‘2002년도 이승엽’처럼 능력치가 매우 훌륭한 대신 코스트(Cost)가 높은 ‘레어카드’부터 능력치와 코스트가 모두 낮은 일반적인 카드까지 골고루 존재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능력치가 훌륭하고 코스트가 높은 카드 일수록 구하기가 어렵다.
하나의 팀 덱(Deck)에는 최대 코스트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무작정 능력치만 높은 카드들로 팀을 구성할 수는 없다. 적절히 카드 간의 밸런스를 맞추고 등급이 낮은 선수 카드를 육성해서 키워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카드를 육성하려면 상점에서 ‘스킬블록’을 구입, 이를 카드의 빈 스킬란에 끼워 넣으면 된다.
혹은 아예 단기간 해외 리그로 유학을 보내 버릴 수도 있다.
특히 <프로야구 매니저>는 하나의 팀을 어떤 선수 카드들로 구성했느냐, 어떤 식으로 배치했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팀 특성’이 발동하기 때문에 구성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자신만의 개성 있는 팀을 만들 수 있다.
가령 다수의 2003년도 LG트윈스 선수로 타선을 구성하면 ‘03년도 LG트윈스 타선’ 특성이 발동해 해당 특성에 맞는 능력치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전체 타순을 좌-우-좌-우 지그재그로 구성하면 ‘지그재그 타선’ 특성이 발동하는 식이다.
어떤 식으로 팀을 구성했느냐에 따라 다양한 특성이 발동된다.
상점에서 ‘서포트 카드’를 구입해 특정 선수나 전체의 능력치를 보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략’은 없다.
이렇듯 <프로야구 매니저>는 선수 카드 및 기타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자신만의 팀’을 만들고 운영·관리하는 재미를 잘 살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CBT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분은 백점 만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매니지먼트 게임의 또 다른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의 전략과 전술’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CBT라는 점을 감안해도 백점 만점에 50점을 주기 힘들 정도.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작전 카드’를 경기마다 하나씩 지정해서 쓸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그걸로 전략/전술 관련 부분은 끝이라는 이야기다.
가령 경기를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선수 교체는 어떤 스타일로 진행할 것이고 대타 작전은 어느 시기에 사용할 것인지 유저들은 사전에 어느 것 하나 설정할 수 없다. 심지어 스몰볼/빅볼 중 어느 스타일로 게임을 진행할 것인지 같은 아주 기본적인 팀 전략도 설정할 수 없다.
물론 시합에 앞서 ‘작전카드’를 상점에서 구입하고 이를 사용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는 개별 시합의 전략과 전술을 짤 수 있다.
하지만 작전카드의 최대 맹점은 유저가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작전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카드가 나와야만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작전카드 역시 부스터팩 방식으로 뽑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작전카드가 100%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만약 유저가 ‘우리 팀은 스몰볼 스타일로 시합을 진행하겠어’라고 마음을 먹었다면 ‘스몰볼’ 작전카드가 하루에 18장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하지만 유저가 18장의 작전카드를 구입했을 때 그 18장이 모두 ‘스몰볼’ 카드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니, 그 이전에 과연 몇 장을 뽑으면 스몰볼 작전카드를 18장 뽑을 수 있을까? 한 1,000장 뽑으면 될까?
<풋볼 매니저> 같은 게임은 유저가 경기에 직접 개입할 수 없어도, 사전에 선수 별 움직임이나 간단한 전술지시를 할 수 있다.
게다가 작전카드라는 것도 사실 잘 보면 “상대 투수력 저하”, “1회 한정 4번 타자 능력 증가”, “1회 한정 선발투수 체력 증가”처럼 실제 야구 작전과는 관련 없는 ‘찬스카드’의 성격이 더 강하다. 이런 부분에서 유저들이 야구를 통한 전략·전술의 재미를 느끼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시간마다 한 경기씩 자동으로 경기가 진행되는 게임의 스타일상 유저가 모든 경기마다 일일이 전략에 개입하는 것은 설령 시스템을 만들어 줘도 힘들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다 못해 ‘대략적으로라도’ 경기 운영 스타일을 유저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매니지먼트 게임
<프로야구 매니저>는 판타지 리그와, 팀 관리·운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매니지먼트 게임의 장점을 결합한 신작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비록 <풋볼 매니저> 같은 게임들이 보여주는 깊이 있는 전략과 전술의 재미는 느끼기 힘들지만, 팀 운영에 있어서는 패키지 게임 못지 않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한국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는 유저, 무엇보다 시즌중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마니아라면 한번쯤 관심을 가져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다.
특히 하루에 몇 번만 들어가서 선수 오더를 점검하고, 작전 지시만 하면 게임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매니지먼트 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사실 자동으로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관리를 하나도 안 해도 리그 진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
요즘 기준으로 볼 때 아주 좋은 그래픽은 아니다. 하지만 매니지먼트 게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다.
걱정 되는 점이라면 앞에서 말한 전략·전술의 부재 외에도 ‘초보자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도움말이 거의 없다. 간이 형식의 튜토리얼이 있기는 하지만, 게임의 주요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게임 내(혹은 공식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어서 이번 테스트에서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타선의 종합적인 능력을 평가해 주는 ‘타선능력’ 그래프. 이 그래프는 선수의 능력치가 높다고 무조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올라간다. 하지만, 그 공식이나 설명은 게임 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 이 밖에 체험기에서 못 다한 말들 ☞ 유저들에게 조언해 주는 비서는 두 종류가 등장한다. 좀 더 많은 비서가 등장하고, 비서 별로 특별한 개성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 현재 선수카드 부스터는 ‘내야수’, ‘외야수’, ‘선발/중간/구원 투수’, ‘모든 선수’ 정도가 끝이다. 각 팀 별 부스터가 따로 있으면 좋지 않을까. ☞ NPC와 아무 때나 진행할 수 있는 연습경기는 포인트를 벌기에 좋다. 하지만 한 게임에 20분~30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매우 지루하다. 좀 더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옵션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 같은 리그에 속한 선수들끼리만 시합을 진행할 수 있어서 주변 친구들과 경기를 할 수 없다. 다음 CBT에서는 자유롭게 다른 유저와 대전할 수 있는 모드가 추가 되었으면 한다. ☞ 상대팀에 대한 정보는 아주 극히 일부분만 볼 수 있고, 방식도 불편하다. 이래가지고 상대방에 맞는 작전을 설정할 수 있을 리가 없다. ☞ 종합적인 그래픽 퀄리티는 2002년도에 나온 국산 야구 게임과 자웅을 겨룰 수준. 하지만 선수들 개인의 모션이나 게임 내 행동패턴은 실제 야구처럼 굉장히 다양하다. ☞ 솔직히 1차 CBT인 만큼 감안하기야 하지만, 끊김현상(랙)은 좀 심했다. ☞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전날경기 결과 두근두근하며 확인하는 재미는 매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