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디소프트에서 서비스하는 <괴혼 온라인>이 최근 첫 번째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진행했습니다. 콘솔용 로맨틱 접착액션 <괴혼>을 온라인 게임으로 만든 <괴혼온라인>은 ‘덩어리를 굴린다’는 접착 시스템과 엉뚱한 세계관 등 원작의 주요 특징을 대부분 물려 받았습니다. 과연 어떻게 온라인 게임으로 구현됐을까요.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희극실행
원작 ‘괴혼’에 대하여
한 잔의 술에 우주를 날려버린 사고를 친 아바마마를 대신해 코스모를 복원시키는 일을 떠맡은 왕자의 이야기 <괴혼>.
<괴혼 온라인>의 원작 <괴혼>은 대단히 실험적인 작품으로 기억되는 게임입니다. PS2로 발매된 오리지널 <괴혼>의 크리에이터인 타카하시 케이타는 단순히 검과 마법을 사용해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흥행 게임들의 공식에서 완전히 탈피해 ‘아날로그 스틱 2개를 사용해 덩어리를 굴려서 크게 키운다’는 심플한 룰을 가진 <괴혼>을 만들어 냈죠.
압정 크기의 작은 물건을 굴려 모아 덩어리를 키운 후, 지우개 같은 큰 물건을 삼키고 점점 목표를 사람이나 건물 같은 큰 물건으로 키워서 집어 삼키는(?) 감각은 지금 해 봐도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맵 구석에 숨겨진 소소한 아이템을 수집하거나, 일정 크기 이상에서만 붙일 수 있는 랜드마크를 모으는 것으로 재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정해진 크기 이상으로 덩어리를 만들면 스테이지가 클리어되는 구성이지만, 목표 달성 후 남은 시간 동안 목표치를 초과해서 덩어리를 만드는 파고들기 요소 역시 쏠쏠한 재미를 주었습니다.
큰 물건을 붙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물체를 붙여 덩어리를 키워야 합니다.
여기에 흥을 돋우는 것이 있으니, 바로 다양한 느낌의 BGM(배경음악)입니다. <괴혼>의 BGM은 전부 보컬곡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소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잘 들어 보면 감미로운 곡부터 재즈, 뮤지컬 풍의 곡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귀에 착착 감기는 곡들이었죠. <괴혼> 시리즈를 이야기할 때 BGM은 빠지지 않는 요소입니다.
사실상 시리즈의 첫 작품이자 ‘명작’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괴혼> 이후의 시리즈들은 원작자의 손을 떠나 남코가 관리하는 프랜차이즈가 됩니다.
문제가 있다면, 이후로 여러 개의 시리즈가 나왔지만 <괴혼> 특유의 ‘아스트랄’한 스타일, 특출난 BGM, 재미있는 레벨 디자인을 그저 물려 받기만 했을 뿐. 그래픽의 진화 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자기복제의 연속이었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보면 윈디소프트를 통해서 나오게 된 <괴혼 온라인>은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굉장히 힘든(?) 시기에 나온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괴혼>을 꾸준히 즐겨 온 팬의 입장에서 본다면 말이죠. 물론 <괴혼 온라인>으로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유저라면 상당히 신선한 느낌과 재미를 얻어 갈 것입니다.
<괴혼 온라인>에 추가된 스테이지 ‘도쿄’에는 한국어 보컬곡도 들어 있습니다.
싱글 게임과 멀티 게임 모드
게임을 시작해서 먼저 눈에 띄는 건 <괴혼>의 주인공 왕자와 왕자의 사촌들이 여기저기 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현재 즐기고 있는 유저들을 전부 필드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북적거리는 느낌이 듭니다.
온라인 게임인 만큼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 제공되고, 개성 있게 꾸민 다른 유저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다양하게 잘 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북적북적한 느낌~
필드에서는 언제든지 싱글 게임이나 멀티 게임 버튼을 눌러서 게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싱글 게임은 말 그대로 혼자서 즐기는 모드입니다. 덩어리를 제한 시간 내에 특정 크기까지 빨리 키우는 ‘빨리’, 제한 시간 내에 크게 키우는 ‘크게’, 그리고 특정한 조건이 걸린 아이템을 모으는 ‘특정’으로 스테이지가 나뉘어지죠. 싱글 모드에서 특별한 조건을 완료하면 스페셜 스테이지를 플레이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받게 됩니다.
멀티 모드 역시 싱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빈 로비를 찾아 들어가서 레디를 하고 시작하면 다른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하게 됩니다. 멀티 모드에는 서로 자신의 덩어리를 크게 굴려 나가는 ‘롤링’, 한정된 붙일 것들을 서로 빼앗으며 겨루는 ‘크래시’의 두 가지 게임방법이 있습니다.
멀티 모드는 자기 마음대로 공을 굴려 나가다가, 아이템을 사용해 서로를 견제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아직은 전략적인 대전이 가능하지는 않고, 그저 “이런 식으로 진행되겠구나” 정도의 느낌만 줄 수 있는 완성도였습니다.
작은 물건을 붙여 덩치를 키워 사람(대략 180cm, 위너!)을 노리는 것이 기본.
화려한 스타일의 멀티 로비.
공을 굴리는 상쾌함? 아직은…
이렇듯 <괴혼 온라인>은 형식만 놓고 보면 다른 캐주얼 대전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형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괴혼> 시리즈 특유의 느낌은 잘 살렸기 때문에, 무언가 특별한 센스의 온라인 게임을 느끼고 싶었던 유저라면 익숙함 속에서도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필자처럼 오리지널 <괴혼>을 경험한 입장에서는 좀 더 욕심을 내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괴혼 온라인>의 이번 CBT 버전에 대한 감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분위기는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지만, ‘괴혼’ 특유의 공굴리기 액션은 다소 훼손되었다”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오리지널 ‘괴혼’의 느낌은 잘 살리고 있지만….
우선 싱글과 멀티 모두 플레이 타임이 3~4분 정도로 제한되는 바람에 유저가 쫓기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마음 편히 공을 굴리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는 거죠. 멀티 게임에서의 템포를 위해 그렇게 정했다면 싱글 게임은 좀 천천히 <괴혼>의 플레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싱글 모드에서도 구간별로 제한 시간을 걸어 버려서 시간에 각박하게 쫓기는 느낌이 심하게 들었습니다. 기존 시리즈에 익숙한 유저조차 그렇다면 <괴혼 온라인>이 목표로 하는 주 타겟인 대중, 특히 여성 유저는 더욱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좀 할 만하면 다가오는 시간 제한의 압박!
유저가 덩어리를 굴리는 상쾌함을 반감시키는 또 다른 요소로는 무거운 조작감이 있습니다.
본래 콘솔 게임이었던 만큼 콘솔로 접해 봤던 유저는 키보드로 하는 조작이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괴혼 온라인>은 키보드 조작, 키보드+마우스 조작, 게임 패드 조작의 세 가지 방식을 제공하는데요, 세 가지 모두 콘솔 버전과 유사한 조작감은 얻을 수 없습니다.
기본적인 키보드 움직임과 시점이 불편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아날로그 스틱이 달려 있는 패드로 조작하더라도 콘솔 때와는 다른 무거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덩어리를 굴릴 방향을 정할 때나 덩어리를 굴려 나가다 방향을 바꿀 때도 굼뜬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이는 여러 가지 조작법을 제공하면서 왕자의 이동속도를 크게 낮췄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콘솔 버전을 기준으로 왼쪽 아날로그 스틱을 ↑방향으로,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을 ↓방향으로 동시에 당겨서 빠르게 선회하는 조작법이 삭제됐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완하려면 왕자의 이동에 가속도가 붙어주도록 조정되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습니다.
단숨에 먼 거리를 이동하게 해 주는 기술인 ‘왕자 대시’를 <카트라이더>의 부스터처럼 만든 것 역시 원작의 팬으로서는 불만인 사항입니다. 제약을 주기보다는 쓸 수 있는 기술은 마음껏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괴혼> 다운 게임성이 아닐까요.
부딪혀서 덩어리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대전 모드라면 모를까 싱글 모드에서 왕자 대시에 제약을 둘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조작 외적인 부분을 본다면 스테이지의 구성이나 게임의 분위기 모두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괴혼> 자체는 분명 좋은 게임 틀을 가지고 있는 만큼. 원작의 상쾌한 느낌을 재현하는 데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 될 것입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굴리는 재미’에 초점을 맞춰 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