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난이도가 높고 유저에 대한 배려도 부족한 덕분에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일단 게임을 즐겨 본 유저들 사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전형적인 마니아 중심의 온라인게임인 셈입니다.
그 <이터널시티>의 후속작인 <이터널시티2>가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게임, 더욱 마니악해졌습니다. 특유의 그래픽은 여전한 반면 어썰트와 퀘스트 등의 시스템은 한층 강화됐죠. 다만 지나치게 높은 진입장벽이 아쉬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시스템 홀릭. 독특하고 깊이 있는 시스템
<이터널시티2>의 최대 장점은 시스템입니다. 2편에는 모 게임에서 사용했던 ‘시스템 홀릭’이라는 홍보문구가 딱 어울릴 만큼 다양하고 참신한 시스템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우선 전투 방식부터가 독특합니다. <이터널시티2>에서는 마우스 왼쪽 버튼으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오른쪽 버튼으로 총기를 발사합니다. 총기는 마우스 포인터가 위치한 방향으로 발사되죠.
마우스가 향하는 방향으로 쏩니다. 이것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캐릭터의 이동과 동시에 어느 방향으로든 총기를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적과 거리를 벌리면서 공격하는 일명 ‘무빙샷’이 가능합니다. 최근 지스타 2009에서 관심을 끈 <메탈블랙> 같은 플레이 방식을 떠올리면 됩니다.
적의 공격 한 방에 플레이어의 체력이 1/3은 우습게 깎일 정도로 난이도가 높습니다. 한 번에 수십, 많게는 수백 마리의 적들이 사방에서 몰려오기 때문에 좋든 싫든 플레이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빙샷을 활용한 전투를 펼쳐야 합니다.
무빙샷과 함께 R버튼으로 탄창을 갈거나 스페이스바로 대미지를 줄이는 웅크리기나 잠시 무적상태에 빠지는 점프도 사용할 수 있죠. 덕분에 2D 쿼터뷰 시점의 게임이지만 웬만한 액션 게임에 맞먹는 조작을 요구합니다. 심지어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수류탄도 주어지죠.
참고로 <이터널시티2>에 나오는 적들은 대부분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나 변형생물입니다. 이들은 화면 밖에서도 소리를 듣고 달려올 정도로 엄청나게 민감하죠. 실제로 쏟아지는 좀비들을 피해 마을 구석으로 도망 다니며 총을 쏘는, 공포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들이 자주 연출됩니다.
평범한 플레이 장면. 탄약이 하나씩 떨어지는데 좀비는 줄지 않을 때의 기분이란….
■ 특기와 스탯을 활용한 성장방식
캐릭터의 성장방식도 신선합니다. <이터널시티2>에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습니다. 직업과 스탯이죠. 그런데 이 직업과 스탯을 습득하는 방식이 조금 독특합니다.
먼저 빼곡하게 들어찬 직업 및 특기 칸 중에서 준비된 8가지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플레이어의 직업이죠. 직업을 골랐으면 이후에는 직업 포인트를 활용해 선택한 직업의 주변 칸에 있는 특기 중 하나를 배울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특기를 배운 후에는 또 다시 그 주변 칸에 있는 특기를 배우고, 이를 반복해서 칸을 옮기면서 특기를 배워 나가는 방식입니다. 물론 가장자리로 갈수록 고급 특기가 등장합니다. 같은 특기라도 어떤 것은 트리 상단에, 어떤 것은 트리 하단에 위치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직업을 정하기 전에 자신이 탈 특기 라인(?)을 미리 정해 놓아야 합니다.
특기를 하나씩 점령해 나가는 보드게임(?)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스탯 역시 특이합니다. <이터널시티2>의 각 스탯에는 하위속성이 마련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체력의 하위속성에는 소지무게 증가, 소지개수증가, HP증가 등이 있고 지식의 하위속성으로는 무기최적레벨, 방어구최적레벨 등이 있죠. 스탯에 따라서는 10개 이상의 하위속성을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레벨이 오르면 주어지는 스탯 포인트로 특정 스탯을 올리면 하위속성이 모두 상승합니다. 다만 그 폭이 매우 작죠. 그래서 제공되는 것이 특정 하위속성만을 골라서 올릴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입니다.
스페셜리스트는 <이터널시티2>에 마련된 다양한 임무를 완수하면 얻을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통해 얻는 것이 있는가 하면 일정 레벨마다 기본으로 제공되거나 특정 몬스터를 많이 잡거나 어썰트에서 몇 회 이상 성공하면 주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일종의 ‘업적’이랄까요?
이렇게 얻은 스페셜리스트는 해당 스탯의 하위속성 중 딱 한 가지만을 ‘레벨 업’ 시켜줍니다. 대신 효과가 아주 뛰어나죠.
예를 들어 새로 얻은 총기를 장착하기 위해 무기최적레벨이 25가 필요하다고 할 때 이를 일반 스탯으로 올리려면 약 50의 전투 능력치를 투자해야 합니다. 반면 스페셜리스트 4개를 투자했다면 스탯 포인트를 아예 사용하지 않아도 무기의 장착 조건인 무기최적레벨 25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하위속성은 레벨 업 시킬 때마다 더 높은 등급의 스페셜리스트를 필요로 합니다. 1단계 지식 스페셜리스트 20권을 모았다고 무기최적레벨을 21로 만들 수는 없다는 뜻이죠.
복잡해 보이지만 스탯 = 하위속성의 묶음 정도로 생각하면 그나마 간단해집니다.
■ 읽는 즐거움을 주는 퀘스트와 저널
<이터널시티2>의 또 다른 특징은 스토리입니다. 겉보기와 달리(?) <이터널시티2>의 스토리는 짜임새가 매우 좋습니다.
단순히 좀비가 등장하는 게 아니라 변이가 일어나기까지의 과정부터 고립과 생존자들의 생활, 또 다시 시작되는 세력 간의 이익을 둘러싼 다툼 등이 소설 형식으로 치밀하게 표현돼 있죠. 테스트와 동시에 공개된 프롤로그의 텍스트만 합쳐도 짧은 단편 소설 하나 분량은 나옵니다.
퀘스트의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저널에서도 소설 형식의 스토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이터널시티2>의 퀘스트 저널에는 단순한 퀘스트의 내용이 아닌, 3인칭 시점의 ‘진짜 소설’이 써 있습니다.
소설 같은 스토리는 플레이어의 퀘스트 진행에 따라 차근차근 업데이트됩니다. 결국 퀘스트를 마칠 때쯤이면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죠. 물론 이렇게 완성한 이야기는 언제든지 저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게 실제 퀘스트 저널입니다.
텍스트의 분량도 엄청난 데다 글 솜씨도 좋고 인물의 심리묘사도 생각보다 잘돼 있어서 심심풀이로 읽기에도 제격입니다. 그 밖의 플레이어와 NPC의 주요대화도 상당히 재미있게 이어집니다. 무언가 읽기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퀘스트와 대화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을 듯합니다.
■ 지나치게 투박한 그래픽과 불편한 조작
하지만 <이터널시티2>에는 유저들의 접근을 ‘방해하는 수준’의 많은 단점이 놓여 있습니다. 첫 번째가 그래픽입니다. 반드시 좋은 그래픽이 좋은 게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지만 <이터널시티2>의 그래픽은 2009년의 게임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만큼 ‘거칩니다’.
어두컴컴한 분위기는 그렇다 쳐도 2D임에도 불구하고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캐릭터와 도통 타이밍을 알 수 없는 점프 모션, 툭하면 배경에 캐릭터와 몬스터가 가려지는 상황과 16비트 컬러만을 지원하는 색상 등은 차마 그래픽이 좋다는 말을 입에 담기 어렵게 만듭니다.
총을 쏘면 바닥에 탄피가 튀고, 탄피를 비롯한 각종 물건들이 플레이어의 발에 차여서 굴러가는 등 나름대로 신경도 많이 썼습니다만, 그래픽 자체의 투박한 퀄리티는 어쩔 수 없습니다.
화끈한 어썰트의 모습.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래픽 퀄리티는 낮습니다.
조작도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전투방식과 달리 일일이 쉬프트 키를 누르고 달리거나 걸으면서 사격할 때마다 CAPS LOCK 버튼을 눌러 줘야 합니다. 반응속도도 미묘하게 느려서 정작 액션을 강조했으면서도 정밀한 조작이 불가능합니다. 아이러니하죠.
너무 넓은 맵과 느린 이동속도도 문제입니다. <이터널시티2>는 초반부터 좀비의 공격 2~3방이면 캐릭터가 사망할 만큼 난이도가 높습니다. 일단 좀비에게 제대로 맞으면 이동속도가 반토막 나기 때문에 대미지 = 사망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죠.
그런데 게임의 초반부터 퀘스트 지역까지 가려면 적어도 5분, 많게는 15분 이상 이동만 해야 합니다. 마우스 이동방식의 게임인 데다 맵 이곳저곳이 막혀 있어서 다른 용무를 보면서 이동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덕분에 실제 테스트에서도 많은 유저들이 이동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이라며 비판을 쏟아냈죠. 차후 공개될 이동수단을 의식한 것인지는 몰라도 초반부터 툭하면 죽어서 마을로 돌아오는 캐릭터와 느린 발걸음으로 드넓은 맵을 돌아다니는 건 접근성을 떨어트리는 일입니다.
느려서 답답하고, 맵은 넓고 적은 강합니다. 그런데 죽으면 마을로 돌아오죠.;;
■ 시스템 골격은 튼튼, 대중성이 아쉽다
시스템만 놓고 본다면 <이터널시티2>는 상당히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다수의 유저가 일정한 시간마다 한 곳에 모여서 변이생물체의 공격을 방어하는 어썰트 모드, 주거공간을 점령하면 집에 따라 특정한 보너스를 얻는 점령전 등 전작에서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도 한층 보강됐습니다.
본문에서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주변 몬스터의 반응을 알려주는 소음도와 특정 몬스터에 보너스 대미지를 주는 조준사격, 아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맡겨도 70%의 돈을 빌려 주는 전당포 등 소소한 시스템들도 많습니다.
맛깔나는 대화도 추천합니다. 일단 '텍스트'에 한해서는 불만이 없는 게임입니다.
다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시스템을 소화하려다 보니 게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배워 나가는 과정에서 게임 자체를 포기하는 유저들이 속출했습니다. 일종의 소화불량이랄까요? 실제로 <이터널시티2>에서는 약 레벨 10까지 튜토리얼이 이어지는데요, 테스트 이틀째의 최고레벨 유저가 13이었으니 설명은 다 한 셈이죠.
여기에 투박한 그래픽과 불편한 조작 등이 겹치면서 가뜩이나 높은 <이터널시티2>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졌죠. 인덱스 페이지를 일일이 열어 보지 않으면 도통 뜻을 알 수 없는 감쇄방어력이나 집탄소비율, 하위속성을 올려 준다고는 하지만 몇 번씩 사용해 보기 전에는 방법을 알 수 없는 스페셜리스트 등은 ‘높은 진입장벽의 절정’입니다.
단순히 텍스트로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 아니라 깔끔한 표나 그림 등으로 기본적인 내용을 정리해 주고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시스템들은 소개를 뒤로 미루거나 아예 덜어내서 게임을 가볍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무리 마니아 유저들을 중시한 게임이라고 해도 이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페이스부터가 강력합니다. 한 유저는 ‘한국의 이브온라인’이라는 평을 남겼더군요.
앞으로는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는 시간과 편의성을 제공해서 <이터널시티2>의 장점을 더욱 많은 유저들이 경험하게 만들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