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컴이 개발하고, 네오위즈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에이지 오브 코난>이 지난 12월 17일부터 20일까지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실시했습니다.
<스페셜포스> <아바> <피파 온라인 2> 등 캐주얼 장르에는 강하지만, 지난 2007년 서비스를 종료한 <요구르팅> 이후 유독 MMORPG가 뜸했던 네오위즈게임즈가 오랜 준비 끝에 내놓은 <에이지 오브 코난>은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요, 어떤 게임인지 <코난> 한국판을 체험해 봤습니다.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MMORPG
4일 동안 <에이지 오브 코난>(이하 코난)을 체험하고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바로 ‘리얼리티’였습니다. 일단 배경부터 가상의 세계가 아닌 ‘1만년 전의 고대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코난>에 등장하는 세 종족(아킬로니아/스티지아/시메리아)은 실제 서구권의 인종 특징과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외형을 봐도 굉장히 사실적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아름답다’는 느낌을 넘어서 ‘구수하다’는 인상마저 줍니다.
투박하긴 하지만 보고 있으면 정드는 얼굴.
물론 사실적인 캐릭터의 외형은 사람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배경만큼은 누구나 감탄할 정도의 멋진 풍경을 보여줍니다.
<코난>에는 바닷가와 정글, 도시와 화산 등 다양한 배경이 등장하는데요, 이들의 묘사가 매우 뛰어납니다. 빛과 그림자의 효과 및 물과 사물의 질감 등 다른 배경의 묘사도 탁월한 수준입니다.
눈길을 끄는 <코난>의 배경 그래픽.
이 게임의 ‘리얼리티’는 전투 시스템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코난>은 심리스에 가까운 거대한 존 방식의 월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전투는 ‘논타겟팅’과 ‘타겟팅’이 적절하게 섞여 있습니다.
‘평타’의 경우, 적의 타겟팅 여부와 상관 없이 버튼을 누르면 공격 범위에 있는 모든 적들을 타격할 수 있는 식이고, 대신 원거리 스킬이나 콤보는 <WoW>나 <아이온>과 마찬가지로 공격할 대상을 지정해 놓고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사용합니다.
이런 특징 덕분에 <코난>에서는 상대방의 근접 공격을 컨트롤로 피하거나, 빈틈을 노려서 타이밍 싸움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아주 사실적으로 전투를 펼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휘두르면 다 맞습니다.
<코난>의 전투 시스템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콤보’ 시스템이 눈에 띕니다.
일반적인 MMORPG의 콤보 시스템은 정해진 공격 순서를 딜레이 없이 지켜야 콤보가 이어지죠. 하지만 <코난>은 일단 콤보가 발동되면, 다음 지정된 입력시간까지는 이동을 하던, 다른 방향으로 공격을 하던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콤보 시스템과 논타겟팅이 합쳐진 <코난>의 전투는 박진감 넘치게 펼쳐집니다. 정해진 방식으로만 싸움을 전개할 필요가 없고, 다양한 경우의 수가 주어지기 때문에 유저들은 전투 도중에도 계속 생각을 해야 하죠.
저 앞의 보스를 공격하고 싶어도 앞에 사람이 있으면 쉽게 때리기 어렵다. 거기에 몬스터까지 얽히면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다만, <코난>의 전투 시스템은 ‘파티 플레이’에서는 정교함이 다소 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가령 ‘양손’이나 ‘쌍수’ 같이 공격 반경이 넓은 무기를 사용하는 클래스들은 공격 범위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주변의 다른 몬스터를 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탱커의 어그로 관리가 중요한 파티 플레이에 방해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코난>은 현실처럼 캐릭터를 통과하거나 겹쳐서 서지 못하기 때문에 근접 딜러가 많은 경우 몬스터와 캐릭터가 얽히면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많이 나왔습니다.
성인만을 위한 게임, 제약은 없다 |
<코난>은 철저하게 성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MMORPG입니다. 표현의 수위도 높아서 공격을 받을 때마다 피가 튀는 것은 기본이고, 팔다리를 자르는 것부터 시작해 심지어 맨손으로 머리를 뜯어내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목이 잘리는 정도는 약과다.
<코난>에서는 무차별 PK도 허용되기 때문에 1차 CBT 기간 내내 필드 곳곳에서 전문적으로 학살을 일삼는 유저들이 돌아다녔습니다. 길드 생성이 가능한 20레벨에 오른 유저들이 나타나면서 CBT 이틀째부터 길드 간의 대결도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약 없는 PK에 적응해서 재미있게 어울려 노는 유저들도 있었지만, 처음으로 퀘스트를 진행하러 간 ‘흰모래 섬’이나 ‘토타지 지하통로’에 들어서자마자 무참히 살해 당하고 게임을 포기하는 유저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5~6 레벨에 처음 진입하는 첫 번째 인스턴스 필드인 흰모래 섬. 1차 CBT에서는 20레벨 유저들의 전쟁터였다.
물론 제약 없는 자유로움은 <코난>의 강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나의 가상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하나도 마련되지 않은 채 CBT를 진행한 것은 아쉽더군요.
대표적으로 ‘채팅 필터링’을 들 수 있는데요, 안 그래도 유저들의 감정이 격해지기 쉬운 게임인데, 채팅 시스템에 욕설 필터링이 전혀 없어서 가끔씩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되었던 겁니다.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로 서로 욕을 하며, 서버 안의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개 채널에서 싸움을 벌이는 유저들도 있었습니다.
장점이 뚜렷한 코난, 취향은 어떨까? |
<코난>은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성인용 MMORPG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콘텐츠의 양이나 기본적인 완성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역시 걱정되는 것은 <코난>의 최대 특징인 ‘리얼리티’가 국내 게이머들의 취향과 맞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또, 1차 CBT라고는 하지만 다양한 문제점도 노출되었습니다.
CBT 첫째 날에는 목이 없는 캐릭터가 돌아다녔고, 지역을 이동할 때는 무한 로딩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둘째 날, 셋째 날로 넘어가면서 문제점들은 차차 개선됐지만, 일부 버그나 문제점들은 마지막까지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CBT에서는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CBT 첫날의 해프닝으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개그호러물로 오인 받기도 했다.
고쳐야 할 점도 꽤 있지만, 기본 바탕이 탄탄하고 뛰어난 그래픽과 독특한 전투 방식 등 장점이 뚜렷한 <코난>은 주목할 만한 게임입니다. 특히 표현에 제약이 없는 성인용 MMORPG를 원하는 유저들은 한번쯤 체험해 봐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