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시된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CBT)에서 실체를 드러낸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이하 앨리샤)는 캐주얼 레이싱 게임의 모습을 선보였다. 적어도 기본 뼈대만 놓고 보자면 기존의 레이싱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 살아 있는 생명체인 말을 타고 달린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달랐다.
아직 <앨리샤>의 모든 콘텐츠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레이싱의 재미’만을 보자면 <앨리샤>는 2010년 기대작으로 손색이 없는 게임성을 뽐냈다. 이제 1차 CBT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정도였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말을 타고 즐기는 역동적인 경주
<앨리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자동차가 아닌 ‘말’(馬)을 타고 달리는 레이싱 게임이라는 점이다. 유저들은 방을 만들어서, 혹은 남이 만들어 놓은 방에 들어가서 1등을 놓고 다른 유저들과 치열한 ‘말 경주’를 펼치게 된다.
대기실에서도 말들은 끊임 없이 달리기 때문에 역동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말 경주가 자동차 레이싱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당장 겉으로 느껴지는 차이점은 “속도감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역동적이고 묵직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일 것이다.
자동차가 트랙 위를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나가는’ 느낌이라면, 말은 ‘다그닥 다그닥’ 가슴까지 울리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흙먼지를 뿌리며 땅 위를 “질주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할까?
<앨리샤>는 말 경주 특유의 ‘역동적인’ 느낌을 높은 퀄리티로 온라인에서 재현해 냈다. 심지어 ‘속도감’도 다른 캐주얼 레이싱 게임에 비해 뒤처진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카메라가 계속 움직이면서 역동적인 화면을 담는다.
우선 비주얼이 말들의 질주를 역동적인 화면으로 잘 잡아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말과 올라탄 캐릭터는 화면에 꽉 차는 느낌으로 큼직큼직하게 묘사되어 있다. 카메라는 고정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달리고 있는 코스와 말의 주행 상태에 따라 계속 바뀌면서 역동적인 화면을 선사해 준다. 말이 달릴 때 뿌려지는 먼지나 튀기는 물 등의 연출도 충실하다.
말의 체감 주행속도는 느린 편이 아니며, 말이 달릴 때 나는 “다그닥 다그닥” 하는 효과음과 배경음은 게임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긴장감을 선사한다. (만약 5.1 채널 스피커가 있다면 바로 자신을 포함해 앞 뒤에서 나는 경쟁자들의 말발굽 소리에 엄청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1차 CBT에 나온 <앨리샤>의 맵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좌우의 폭이 넓지 않고, 오브젝트들이 “꽉 들어찬”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다.
또한, 맵 곳곳에는 “뛰어 넘을 수 있는 통나무”(뛰어 넘으면 부스터 게이지나 마법 게이지가 일정량 채워진다)들이 곳곳에 있고, 상대 유저의 주행경로를 똑같이 따라가면 가속할 수 있는 ‘체이싱 시스템’도 있어 유저들은 다른 유저들과 계속 부딪히게 된다.
뛰어넘을 수 있는 오브젝트는 한정 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항상 다른 유저들과 몸싸움을 벌여야 한다.
말의 조작은 전반적으로 ‘묵직한’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다른 레이싱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빠른 턴이나 화려한 코너링은 없지만 대신 점프나 글라이딩 같은 다양한 액션들이 있다.
<앨리샤>는 <팡야>와 마찬가지로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말들은 현실에서는 쓸 수 없는 ‘글라이딩’ 같은 액션으로 절벽과 절벽 사이를 뛰어 넘을 수도 있다.
연구하고 배워 나가는 재미
<앨리샤>가 선보이는 ‘레이싱’은 1차 CBT 게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요소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맵부터 오브젝트 하나하나를 “절대로 대충 만들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앨리샤>가 이번 CBT에서 선보인 게임 모드는 두 가지로, 일종의 아이템전인 ‘마법전’과 노템전인 ‘스피드전’이다.
특히 마법전은 상대방을 견제하는 마법과 자신의 레이싱을 도와주는 마법의 밸런스, 그리고 마법의 등장 비율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게임을 하는 내내 긴장감을 준다.
1등이라고 해서 방심하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기본. 꼴지도 노력하면 단숨에 승패를 뒤집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잦은 마법의 사용이 레이싱 흐름을 끊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상대방을 직접 방해하는 강력한 마법의 수가 적어서 ‘적절하다’는 느낌을 준다.
제대로 난장판이 벌어지는 마법전. 마법(아이템)과 레이싱 간의 밸런스가 절묘하다.
스피드전에서는 부스터(박차) 사용과 맵에 대한 숙지, 조작 실력 등이 맞아 떨어져야 승리할 수 있다.
맵 곳곳에는 ‘닫혀 있는 문’ 같은 방해물들이 많이 있다. 1등으로 치고 올라가면 어쩔 수 없이 앞장 서서 이들을 파괴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페널티를 받는다.
그리고 <앨리샤>의 레이싱은 무작정 달리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유저들이 배워 나가고, 연구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앨리샤>의 맵에는 모두 하나 같이 곳곳에 숨겨진 루트나 지름길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찾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무조건 달리기만 해서는 절대로 도달할 수도 없다. 특정 지점에서 일정량 이상의 속도로 점프나 글라이딩을 사용해야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들은 계속 이들을 목표로 연습하게 된다.
스피드전의 경우 ‘부스터’(박차)의 사용이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은데, 유저가 머리를 쓰기에 따라서는 최대 3회로 제한된 연속 부스터 사용 횟수를 4번, 5번, 6번 이상으로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이런 것들 역시 연구해서 사용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맵 곳곳에는 숨겨진 루트가 굉장히 많이 있다.
부스터를 사용할 때의 상쾌함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다양한 도전과제가 주어지기 때문에 이를 목표로 게임을 하는 것도 괜찮다. 도전과제를 달성하면 다양한 아이템을 선물로 받게 된다.
말과 나의 이야기, 그 실체는?
이렇듯 레이싱, 즉 ‘말 경주’ 하나만 놓고 보면 <앨리샤>는 당장 서비스를 시작해도 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다만, 레이싱 이상의 재미나 요소는 아직 확인할 수 없었다.
아무리 말 경주가 긴박감 넘치고, 역동적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이 게임은 ‘캐주얼 레이싱’이다. 유저들이 장시간 재미를 느끼고 매달리기에는 레이싱 하나로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테스터들의 평가도 대부분 “처음 1~3일은 모르겠는데, 4, 5일…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가 떨어졌다”였다.
말에게 먹이를 주고, 솔질을 하면 친근감과 청결도가 올라간다. …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직은 그냥 돈이 드는 시스템이다.
물론 <앨리샤>에는 레이싱 외의 요소들도 있다. 말의 ‘육성’이 있고, 다양한 아이템을 구입해서 자신의 캐릭터나 말을 꾸미는 ‘커스터마이징’도 있다. 다만, 1차 CBT에서는 레이싱 이외의 부분은 아직 제대로 구현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완성되어 갈 지 궁금한 부분이기도 하다.
초기 능력치도 높고, 레벨 업 제한도 높은 백마를 매우 이른 시점에 구입할 수 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로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앨리샤>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그 어디에서도 정보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콘텐츠와 시스템이 구현될 예정인지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어디에서도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앨리샤>는 지난 2007년 ‘프로젝트 앨리스’라는 이름으로 발표됐을 때부터 ‘말과의 교감’ 이라는 감성 코드를 강조해 왔다. 정식 게임명칭에도 ‘말과 나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을 정도.
따라서 다음 테스트에서는 무언가 ‘감성’ 내지는 얼핏 이번 CBT에서 힌트를 준 ‘목장 경영’ 같은 요소가 나올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사무적인 CBT 시작이나 종료 안내 외에는 특별한 공지나 게임의 미래,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한 설명이 없는 <앨리샤>의 홈페이지.
물론 위에서 언급한 아쉬움들은 이제 막 1차 CBT를 진행한 신작에게 속된 말로 벌써부터 “징징대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앨리샤>가 이번에 보여준 ‘레이싱’의 재미가 강렬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미래’가 기대된다는 뜻이다.
<팡야>로 국내 캐주얼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엔트리브소프트가 정말 오랜만에 선보인 <앨리샤>. 내년에 힘차게 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기타 체험기에서 못 다한 말들 ☞ 기왕 말 이름을 자유롭게 짓게 해줄 것이라면, 이를 다른 유저들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떠할까? (‘말고기’와 ‘소고기’로 말 이름을 지은 1人은 티가 안 난다는 사실에 그저 웁니다. ㅠㅠ) ☞ 제공되는 맵은 제법 많은 편이었는데, 단순하게 외형에서는 각각의 개성이 살지 못 한다는 느낌이었다. ‘얼음’이 테마여서 코스 전체가 눈이나 얼음으로 뒤덮인 맵, ‘늪지’가 테마인 맵, ‘어둠’이 테마인 맵 같이 개성 강한 맵들이 등장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 ‘캐릭터성’으로 히트한 <팡야>의 개발사 신작인데, 왠지 모르게 <앨리샤>의 캐릭터들은 <팡야> 캐릭터들의 아우라에 미치지 못 하는 느낌이다. 말이 너무 강조되서 그럴까? ☞ 2007년 당시 공개된 영상을 보면 레이싱 도중 몬스터와의 전투나 거대 몬스터와의 이벤트 전투도 구현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과연? ☞ 어쨌든 최근에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캐주얼 레이싱 게임은 본 기억이 없다. 기대해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