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요네타>는 지난 해 11월 해외에서 발매되었지만, 국내에서는 발매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발매 전 영상과 각종 정보를 접한 결과 <데빌메이크라이>의 여성판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고, 데모 버전이 나왔을 때도 이런 생각은 바뀌지 않았죠. 남자와 여자의 성별만 바꾼 게임은 전에도 존재했습니다. PS2 시절 <시노비>의 여성판인 <쿠노이치>가 생각났거든요.
그런데 리뷰를 위해 <베요네타>를 플레이해 본 결과, 선입견을 깨 버린 것은 물론이고 최근 콘솔 게임의 성향마저 뒤흔든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스트레스 걱정 없는 통쾌한 플레이
일단 재미있습니다. 게임을 평가할 때 미사여구보다 ‘재미있다’는 한 마디가 더 큰 의미를 가지기 마련이죠.
기본적인 게임 방식은 <데빌메이크라이>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데빌메이크라이>에 재미를 느끼지 못 했는데 왜 <베요네타>는 재미있다고 느낄까요? 섹시한 여성 캐릭터가 관능적인 움직임으로 저를 유혹해서는 아닙니다.(사실 남자가 주인공이었다면 플레이했을지는 의문입니다.)
<베요네타>에서 재미를 느낀 이유 중에 하나는 쉽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콤보가 존재하고 각각의 무기에 따라서 대응하는 액션도 다릅니다. 그런데도 조작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쉽죠. 격투 게임에 비교하자면 <DOA> 스타일과 유사합니다.
대부분의 버튼조합에 액션이 적용되어 무엇을 하든지 콤보 공격이 나갑니다.
<베요네타>에는 수 많은 콤보가 있지만 굳이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리드미컬하게 버튼을 눌러 주면 되거든요. 콤보가 많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눌러도 적절한 콤보가 유지됩니다. 물론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은 다른 이야기지만, 기술을 넣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조차도 귀찮다면 쉬움(easy) 모드의 오토매틱으로 플레이하면 됩니다. 버튼을 하나만 계속 누르면 최적의 콤보가 들어가고 심지어 회피까지 자동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 없이 시원한 액션이 무한대로 진행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엔딩이 지나가는 동안에도 플레이해야 되는 곳이 있습니다. 스탭롤이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패드를 놓을 수가 없으니 말 그대로 ‘무한액션’이 맞는 것 같네요.
■ 다양한 수집요소로 도전의식이 활활~
<베요네타>는 액션 게임입니다. 상대를 공격하고 상대의 공격을 피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됩니다. 여기에 다양한 수집품이 존재해서 게임의 규모를 키워 주더군요.
일단 기본이 되는 수집품은 적을 물리쳤을 때 나오는 ‘헤일로’라는 아이템입니다. 헤일로는 일종의 돈으로 콤보 횟수에 따라 적립되고, 또 황금 링을 모아도 됩니다. <데빌메이크라이>의 집혼 시스템과 흡사한 개념이죠.
오른쪽 상단의 황금링 아이콘이 ‘헤일로’입니다. 소닉의 그것과 같은 모양이죠.
헤일로를 모아서 다양한 물약과 액세서리, 무기, 그리고 공격 스킬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액세서리와 공격 스킬을 구입할 때마다 더 많은 콤보를 구사할 수 있고, 더 화려한 액션이 가능해지죠. 이 외에도 보석(먀녀의 눈물)을 목에 걸고 있는 까마귀, 게임의 스토리와 스킬을 확인할 수 있는 책 등 수집할 요소는 다양합니다.
무기를 모으려면 레코드 디스크를 구해야 하는데요, 처음에는 완전한 디스크가 등장하지만 뒤로 갈수록 조각으로 나눠져서 나오더군요. 결국 한 번의 플레이만으로는 게임을 100% 마스터할 수 없어서 자연스럽게 2회차, 3회차 플레이를 진행하게 됩니다.
심지어 마녀의 눈물의 경우 모두 모으기 위해서는 모든 난이도를 클리어해야 합니다. 이렇게 힘들게 모든 난이도를 클리어하면 또 특별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받게 됩니다.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다양한 무기와 액세서리 조합이 가능해집니다.
■ 잘 짜여진 레벨 디자인
보통 게임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같은 패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단순히 수집만 하면 지루해지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베요네타>는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일단 계속되는 액션에 같은 패턴이 나올 틈조차 볼 수 없기 때문이죠. 여기에 난이도마다 플레이 랭크를 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2회차 플레이부터는 난이도를 높여서 진행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플레이했던 캐릭터의 정보는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라는 개념이 아니라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개념으로 플레이가 가능해집니다.
처음에는 총으로만 상대하던 베요네타가…,
2회차 플레이에서는 같은 스테이지와 적을 상대로 다른 무기를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쉬움 모드에서 처음 시작했을 때는 무기도 별것 없지만, 보통(normal) 모드에서 다시하면 다양한 무기로 또 다른 방식의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이때쯤 되면 슬슬 다양한 콤보도 손에 익기 때문에 절묘한 플레이가 가능해집니다.
각각의 스테이지도 단순히 적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퀴즈를 풀고 미로 같은 공간을 빠져나가는 등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서 지루해지지 않습니다. 최종 보스를 물리치고 스탭롤이 올라가는 사이에도 패드를 놓을 수 없을 정도니까요.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직접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
■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묘미
사실 <베요네타>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는 거의 비슷합니다. 패키지 표지에 묘사된 ‘베요네타’의 뒤태 때문이죠. 타이트한 복장에 늘씬한 몸매, 누님 스타일의 도도함과 다리를 찢는 액션은 다소 음흉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보는 베요네타의 ‘숨막히는 뒤태’.
하지만 아무 데서나 찢는 다리, 계속 노출되는 살색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아주 조금 관능적인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게임 스토리와 연출도 마찬가지입니다. <베요네타>는 500년 전에 봉인된 마녀가 현세에 부활해 세계를 멸망 시키려는 절대신의 음모에 맞서는 내용입니다. 참 거창하죠. 하지만 B급 코미디 영화를 연상 시키는 연출로 웅장함보다는 플레이어를 피식 웃게 만들어 버립니다.
플레이하는 도중 이런 살색의 향연을 자주 보게 됩니다.
<베요네타>는 클라이막스조차 우주라는 광대한 배경에서 저렴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게 신기합니다. 고급스럽게 포장했지만 저렴한 내용물을 봤을 때의 분노보다는 웃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올림픽 역도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느냐 마느냐 하는 긴장감 속에서 선수가 힘을 너무 준 나머지 방귀를 뀌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을 듯합니다.
유머들은 충격과 공포입니다. 대부분 스포일러라서 무난한 이미지를 찾아봤습니다.
■ 유쾌, 상쾌, 통쾌한 게임
<베요네타>는 해외 리뷰에서 만점이 나올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 게임의 무엇이 만점을 받을 만큼 뛰어난 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제작진은 <갓오브워>의 잔혹한 액션과 <데빌메이크라이>의 스타일리시 액션을 <뷰티풀 조>의 살짝 유치한 연출로 버무렸습니다. 그런데 이 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베요네타>라는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 냈습니다.
<베요네타>는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고, 심각하게 파해법을 고민해 볼 수도 있고, 다양한 수집요소와 개그요소까지 즐길거리가 다양합니다.
스트레스를 뻥~ 차서 날려 버릴 정도로 속이 후련한 게임입니다.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콘솔 게임의 장점인 모든 콘텐츠를 별도의 비용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메인 디렉터인 ‘카미먀 히데키’가 밝혔듯이 <베요네타>에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는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습니다.
코스츔이나 캐릭터 같은 추가 콘텐츠는 모두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추가됩니다. 확실한 재미와 눈요기, 그리고 플레이에 대한 보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베요네타>는 리뷰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엔딩을 볼 때가 되면 베요네타의 다리처럼 플레이어의 입은 쩍~ 벌어지게 될 겁니다.
그러나 만점을 주기에는 조금 아쉽더군요. 잦은 로딩과 프레임 드랍 등의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는 아쉽습니다. 제가 즐긴 플랫폼이 PS3라서 일까요? 만약 제가 Xbox360 버전으로 플레이했다면 저도 10점 만점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