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슈팅 게임 <포트파이어>의 장르와 게임명을 들었을 때 어떤 게임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바로 <포트리스>입니다. 이름의 앞부분과 장르를 보면 유사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거죠.
그런데 막상 <포트파이어>를 플레이해 보니 전혀 다른 게임이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오히려 <테트리스>와 <바둑>을 합친 게임에 가까웠습니다.
자신의 땅을 보호 하면서 상대방의 땅을 대포로 공격하는 것이 <포트파이어>의 기본 방식입니다. 게임의 규칙은 단순하지만 시간제한과 상대방의 방해와 같은 요소들 때문에 은근히 깊이 있는 게임성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 바둑과 테트리스를 합친 재미
<포트파이어>는 상대방보다 넓은 땅을 차지하여 높은 점수를 받거나, 상대방의 영역을 전부 없애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주황색 범위가 자신의 영역입니다. 대각선으로 한 부분이라도 비어 있으면 안 됩니다.
<포트파이어>는 라운드 단위로 진행되는데요, 하나의 라운드는 3개의 턴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턴에서는 대포를 설치합니다. 두 번째 턴에서는 설치한 대포로 상대방의 성벽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턴에서 상대방이 부순 자신의 성벽을 수리하면 한 라운드가 종료됩니다.
이런 식으로 라운드를 반복해 상대방이 영토를 확보하지 못 하도록 하면 이깁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수리입니다. 아무리 높은 점수로 이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리를 제대로 안 해서 자신의 영토가 모두 없어지면, 바로 게임오버가 되기 때문이죠.
<포트파이어>의 수리는 블록을 배치해서 자신의 영토를 완벽하게 감싸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둑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겠네요. 단, 외부와 완전히 격리돼야 하기 때문에 대각선으로 뚫린 곳도 전부 막아야 영토로 인정되는 점은 바둑과 다릅니다.
이렇다 보니 가끔씩 대각선으로 뚫린 곳을 찾지 못 하고 헤매다가 막지 못하고 그대로 지는 경우도 나옵니다. 공격을 아무리 잘 해도 제한된 시간 안에 성벽을 제대로 수리하지 않으면 허무하게 끝나는 거죠.
성벽을 세우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나오는 블록의 형태를 결정할 수 없습니다. <테트리스>처럼 정해진 블록이 순서대로 나오고, 그 모양을 맞춰서 성벽을 지어야 하죠. 블록을 회전 시킬 수도 있어서 <테트리스>처럼 앞을 내다보는 판단력과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상대편 성벽을 공격할 때는 단순히 마우스로 포격할 지점만 클릭하면 됩니다. 이때 한곳을 집중 공격할 수도 있고, 성벽을 골고루 파괴해서 상대방이 메워야 할 곳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상대가 영토를 회복하기 힘들게 휘저어 놓는 게 중요하죠.
이처럼 <포트파이어>는 상대를 공략해서 흔들고, <테트리스>처럼 블록을 짜 맞춰서 성벽을 수리하는 재미로 구성된 게임입니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라도 한순간의 실수로 역전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살아 있습니다.
수비 턴에서 거점을 한 군데 이상 확보하지 못 하면 그대로 집니다.
■ 규칙은 간단하지만 실전은 까다롭다
‘숙련도’에 따른 초보와 고수 간의 격차도 큽니다. <포트파이어>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대결이 중심입니다. 그래서 숙련된 사람은 최대한 상대방이 불편해지도록 만듭니다. 반면,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 생각없이 블록으로 메우는 데 급급하다가 순식간에 지기 쉽습니다.
필자도 처음 <포트파이어>를 접했을 때는 상대편 성벽을 가지런히 한 줄로 부수고, 기지의 성벽을 거점 하나에만 매우 두텁게 쌓았습니다. 그러자 상대방은 거점을 3개다 점령하고 대포를 모은 다음, 두터운 성벽 여기저기에 대각선으로 구멍을 내서 수리도 못 하게 만들더군요. 결국 허무하게 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튜토리얼에서 전략적인 측면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미 공격 받은 영역을 제한된 시간 안에 수비하는 미션을 만들면 상황 대처 능력이 좋아지겠죠. 이것을 난이도에 따라 단계별로 제시하면 학습 효과가 좋지 않을까요.
1차 CBT를 기준으로 <포트파이어>는 클래식과 서바이벌 두 가지 게임 모드를 제공합니다. 클래식 모드는 일정 라운드를 정해 놓고 누가 더 높은 점수를 내거나 오래 살아남았는지 겨루는 방식입니다. 서바이벌은 라운드의 제한 없이 누가 더 오래 살아남는가를 겨루는 모드죠.
서바이벌 모드는 라운드의 제한이 없는 대신 각종 자연재해 때문에 수리가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 지진이 일어나서 성벽이 절반 이상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일도 벌어집니다. 덕분에(?) 살아남으려고 전력을 다해 성벽을 쌓으며 몰입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라운드를 정해 두고 진행하는 클래식 모드를 선호합니다. 서바이벌 모드는 자연재해 때문에 언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숙달된 유저들은 자신의 실력 외의 다른 요소로 인해 지는 것이 싫고, 초보 유저들은 상대방이 공격하는 것을 수비하기도 바쁜데 자연재해까지 막기에는 너무 벅찹니다. 앞으로 서바이벌 모드만의 재미있는 개성이나 특징을 만드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초보자를 좌절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관건
<포트파이어> 공식 홈페이지에 존재하는 랭킹을 살펴보면 1등에서 20등 사이의 유저들은 상당히 높은 승률을 보이는 반면, 그 이하 랭킹 유저들의 승률은 50%를 넘는 경우를 보기 드뭅니다. 게다가 400등만 넘어가면 10번 이상 플레이한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실력의 압도적인 격차, 그리고 제대로 이기지 못 하는 유저들의 초반 이탈을 짐작하게 만드는 지표입니다.
시작 화면만 봐서는 승리조건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힘듭니다.
1차 CBT에서 드러난 <포트파이어>의 숙제는 초보와 고수 사이의 격차를 완화하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접속하는 유저들이 늘어나면 비슷한 실력을 가진 유저들끼리 맞붙을 가능성도 높아지겠죠. 그래도 초보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만들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너무나 극명한 실력 차이는 스트레스와 포기로 이어지기 쉬우니까요.
한편, 일단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포트파이어>만의 전략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할 만한 상대편과 대결할 경우 팽팽한 긴장감도 맛볼 수 있죠. 턴과 실시간이 결합된 방식도 독특합니다. 앞으로 튜토리얼과 접근성, 게임성을 보완해 한층 개성 있는 게임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