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동글 행성 RPG’, <에버플래닛>이 지난 1월 중순에 오픈 베타 테스트(OBT)를 시작했습니다. 엔클립스에서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에버플래닛>은 게임명에서도 유추할 수 있지만 ‘별’을 소재로 하는 캐주얼 MMORPG입니다. 전반적으로 <메이플스토리>와 유사한 느낌을 주면서도 캐주얼 RPG의 미덕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메론소다
별 위를 걷는 듯한 비주얼
<에버플래닛>이 내세운 여러 가지 특징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글로브 뷰’(Globe View) 시점의 게임 비주얼입니다. 글로브 뷰란 쉽게 말하자면 지평선이 보이고, 거리에 따른 원근감이 표현되는 시점을 말하는데요, 덕분에 유저들은 게임을 하면서 둥근 행성 위를 걷는 느낌을 제대로 받게 됩니다.
별 위를 걷는 것 같은 아기자기한 그래픽이 돋보입니다.
그리고 <에버플래닛>은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어? <메이플스토리>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메이플스토리>와 유사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캐릭터들만 해도 2등신의 디자인이 <메이플스토리>와 많이 다르지 않고, (향후 추가될) 캐시 아이템을 통해 캐릭터를 치장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메이플스토리>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물론 모든 것이 2D인 <메이플스토리>와 다르게 <에버플래닛>은 2D 캐릭터에 3D 맵 그래픽을 제공하기에 분명 차이는 있습니다. 하지만 유사한 것은 사실이기에 차후에는 좀 더 ‘에버플래닛 다운’ 모습을 많이 업데이트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전사, 궁수, 마법사, 도적까지 3가지 직업이 등장하며. 2차 전직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친절하고 재미있는 게임의 흐름
<에버플래닛>의 게임 진행은 기존의 횡스크롤 MMORPG와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유저들은 사냥을 하고,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캐릭터를 키우게 됩니다. 하나의 행성에서 콘텐츠를 모두 즐기면 다음 행성으로 넘어가고, 던전을 탐험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밑에서 설명할 ‘마이 플래닛’ 등 부가 시스템들도 다수 준비되어 있습니다.
직접 게임을 해 보면 ‘친절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자칫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는 캐릭터의 이동이나 퀘스트 동선이 전반적으로 쉽고 편하게 디자인되어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맵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퀘스트 대상이기 때문에 이동과 동선의 스트레스가 거의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맵의 이동만 보더라도 애초의 하나의 맵은 그렇게 크지 않고, 새롭게 발견한 맵도 여행거점 기록탑 하나만 찾으면 오랫동안 헤매지 않아도 됩니다. 거점과 거점을 이동하는 가격도 저렴하고, 기록탑에 기록을 해 두면 수신기 아이템을 통해 기록된 맵으로 바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퀘스트를 하기 위해 이리 저리 뱅뱅 돌거나 오랫동안 이동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여행거점 기록탑을 발견하게 되면….
짜자잔! 바로 모든 맵이 열리게 됩니다.
그리고 <에버플래닛>에는 곳곳에 ‘잔재미’를 끊임 없이 주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일단 퀘스트를 보면 소위 ‘단순 반복 노가다형’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무언가를 설치하거나 해체하고, 조각을 맞추는 등 퍼즐 형식의 퀘스트가 심심찮게 준비되어 있어 은근히 잔재미를 줍니다. 이러한 퀘스트들은 퍼즐이 맞지 않거나 잘못된 아이템을 고르면 퀘스트가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고르고, 찍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던전 보상 아이템으로 얻는 이타카 주화로 특별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퍼즐 형식은 퀘스트 뿐만 아니라 각종 던전에서도 맛볼 수 있습니다. 레벨 20대 중후반쯤 가게 되는 고대 갱도와 용암 동굴 던전 역시 위험하면서도 아기자기한(?) 퍼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런 던전들은 퍼즐의 재미와 함께 레어 아이템들도 다수 주기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킹, 마이 플래닛 시스템
한편 <에버플래닛>은 ‘마이 플래닛’ 시스템을 통해 “나만의 행성을 소유하고 꾸미며, 다른 유저들과 교류도 한다”는 점에서 SNG(소셜네트워크게임)의 면모도 보여 줍니다.
유저들은 두 번째 행성 ‘이타카’로 이동해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자신만의 별 ‘마이 플래닛’을 갖게 됩니다.
퀘스트를 완료해서 얻는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아이템들을 마이 플래닛에 설치해서 꾸밀 수 있고, 별 메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고 별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넥슨이 최근에 서비스를 시작한 <넥슨별>과 유사한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넥슨별>을 떠올리게 만드는 나의 별, 메로나입니다.
마이 플래닛에서는 우편함과 창고 등 편리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별 씨앗을 이용해 플래닛 레벨업을 하면, 레벨업 후 30분 동안 버프를 받게 되고, 설치할 수 있는 가구의 수도 늘어나게 됩니다.
별 메뉴를 통해 자신의 별과 관련된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습니다.
‘별 초대’와 별 씨앗을 이용한 별 레벨 올리기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에버플래닛>에서 마이 플래닛 자체는 그렇게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습니다. 마이 플래닛의 성장이 자신의 캐릭터의 성장과 크게 연관성이 없기 때문인데요, <넥슨별>처럼 애당초 ‘소셜 네트워크’가 목적인 게임이라면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없지만, <에버플래닛> 같은 RPG라면 이것이 큰 문제가 됩니다. 자신의 별을 키울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캐릭터를 키우는 게 더 이득이니까요.
이런 문제 때문에 현재 <에버플래닛>에서 마이 플래닛은 많이 주목 받지 못 하고, 겉도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향후 다양한 제작 스킬이 플래닛과 연계되어 특별한 제작 콘텐츠가 추가되거나, 마이 플래닛의 관리량에 따라 캐릭터의 성장이나 길드의 성장 등에 연관을 준다는 등 관심을 끌 수 있는 시스템들이 추가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전반적으로 <에버플래닛>은 ‘접근성’과 ‘잔재미’, ‘부담 되지 않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비주얼’ 등 캐주얼 RPG의 미덕을 훌륭하게 살린 게임입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메이플스토리>나 <넥슨별> 등 기존의 넥슨 게임들의 이미지와 느낌을 그대로 갖고 왔고, 실제 유사한 시스템들도 많기 때문에 신선하거나 완전하게 새롭다는 느낌을 받기는 힘듭니다.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상하좌우 이동되는 <메이플스토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거든요.
또, 유저들이 직접 만드는 제작 아이템이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효용성이 낮아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등 (차라리 파괴해서 강화용 아이템 ‘별가루’를 만드는 게 이득) 곳곳에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대성공한 제작 아이템, 하지만 파템인데도 불구하고 다시 분해해야 조금이나마 손해를 덜 보게 됩니다.
그런 만큼 <에버플래닛>이 앞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으려면 이 게임만의 강점을 살리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조화롭게 다듬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마이 플래닛’은 앞으로 기존 RPG가 가지고 있던 다양한 콘텐츠와 여러 방면으로 연계하면 한층 더 주목 받는 시스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마이 플래닛에서 볼 수 있는 밭 가꾸기. 향후 다른 제작 콘텐츠와 연계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