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 마니아를 자처하는 사람 중에서 ‘렐릭엔터테인먼트’와 그들의 대표작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를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지난 2006년 첫 번째 타이틀이 나온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는 제 2차 세계대전을 정밀한 그래픽과 사실적인 전투 시스템으로 묘사해 호평을 받았다. 이후 렐릭은 <오퍼징 프론트>(2007년), <테일즈 오브 발러>(2009년) 등 확장팩 잇따라 선보이면서 인기를 이어 나갔다.
최근 1차 CBT를 시작한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이하 COHO)는 바로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로 만든 온라인 RTS 게임이다. 특히 원작의 게임성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동시에 ‘온라인 게임’ 다운 여러 가지 요소들을 추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에젤라인
원작의 게임성 그대로 온라인에 재현
<COHO>는 기본적으로 <C&C>나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정통 RTS 게임의 규칙을 따르지만, 이를 굉장히 간략하게 정리하고, 일종의 ‘땅 따먹기’ 방식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게임에 들어가 보면 다양한 종류의 맵을 볼 수 있다. 각각의 맵에는 여러 종류의 거점이 등장하는데, 유저들은 이런 거점을 두고 상대방과 신명 나는(?) 땅 따먹기 게임을 펼치게 된다.
남자의 로망(?) 땅 따먹기를 충실하게 구현했다.
맵 위의 거점을 점령하면 ‘군사력’, ‘군수품’, ‘연료’와 같은 해당 지역의 특산 자원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
‘군사력’은 유닛 생산의 기본이 되는 자원이고, ‘군수품’은 지원기술이나 유닛의 특수능력을 사용하는 데 쓰이는 자원이다. 마지막으로 ‘연료’는 차량 유닛을 생산할 때 필요한 자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많은 지역을 점령할수록 자원 수급량도 많아져서 다양한 유닛과 건물, 지원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사실상 게임의 승패는 거점을 어떻게 점령하고, 지키는가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COHO>에는 ‘점수전’과 ‘섬멸전’의 두 가지 승리조건이 있다. 점수전은 자원 거점을 점령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맵의 승리 포인트를 점령해서 상대방의 점수를 0으로 만들면 이긴다. 섬멸전에서는 상대의 방어 병력을 제압하고 본진을 쑥대밭으로 만들면 승리하게 된다.
각각의 거점에서는 승리 점수, 또는 세 가지 자원 중 하나를 얻을 수 있다.
원작을 해 본 독자라면 슬슬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렇다. <COHO>는 원작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의 게임 방식을 수정 없이 거의 그대로 온라인에서 재현했다. 따라서 원작을 경험한 유저라면 별도의 적응 과정 없이 바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COHO>는 원작의 스토리 모드 미션도 이어받았다. 현재는 CBT가 진행 중인 탓에 튜토리얼 미션들만 지원되지만, 향후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원작과 확장팩들의 수많은 미션을 즐길 수 있을 예정이다.
<COHO>에는 ‘미국’과 ‘독일’의 두 가지 진영이 등장하며, 각각의 진영은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3개의 하위 진영으로 나뉜다. 다시 말해 2 X 3, 총 6개의 진영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뜻.
물론 그렇다고 <COHO>가 100% 원작과 똑같다는 뜻은 아니다. <COHO>는 온라인 게임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여러 가지 요소들이 새롭게 더해졌다. 우선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지휘관’ 개념이다.
<COHO>를 처음 시작한 유저는 자신만의 지휘관 아바타를 만들게 된다. 지휘관은 게임을 통해 업그레이드 점수를 쌓고, 자신이 선택한 진영의 보조 스킬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일종의 레벨업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보조 스킬의 성능을 향상시키더라도 갑자기 큰 효과를 볼 수는 없다. 밸런스가 무엇보다 중요한 RTS 게임의 한계 때문이다. 그래도 한 단계씩 향상시켜 나가다 보면 결국은 초기 스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스킬들을 사용할 수 있기에 효용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중전차 지원’ 기술 업그레이드 트리. 전차에 기관총이나 보조장갑을 장착하기도 하고, 특수기술의 쿨타임을 줄이거나, 증원되는 전차 수를 늘릴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유닛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군사 아이템’이다. 이는 게임 머니나 캐시로 충전할 수 있는 포인트를 통해 구입하는 일종의 소모성 아이템이다. 온라인 FPS 게임에서 포인트를 통해 특수한 총기나 수류탄을 구입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군사 아이템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반 분대보다 많은 부가효과를 가진 일종의 프리미엄 유닛인 ‘영웅분대’고, 다른 하나는 유닛의 성능을 향상시켜 주는 ‘업그레이드’ 아이템이다.
이 중에서 영웅분대는 종류별로 딱 하나만 생산할 수 있으나, 계급이 올라갈수록 같은 종류의 일반분대에 비해 많은 부가효과를 얻기 때문에 잘만 보호하면 막강한 전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일반분대에 비해 훨씬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영웅분대.
유닛의 성능을 일정량 높여 주는 업그레이드 아이템.
이렇듯 <COHO>는 원작에 없었던 ‘레벨’과 ‘아이템’의 개념을 추가했다. 일단 이는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일종의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유저들이 이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일부 유저들은 장비보다는 실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FPS 게임과 달리 미묘한 밸런스 차이가 승패로 직결되는 RTS 게임에서 이런 식으로 레벨과 아이템의 격차를 만들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번 1차 CBT에서는 팀 플레이 도중 영웅분대를 사용하는 유저가 보이자, 상대편 팀에서 “매너 플레이”를 운운하며 영웅분대의 사용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체력 창의 날개 마크는 영웅분대를 뜻한다. 영웅분대의 강력함은 서로 보유한 병력의 규모가 적은 초반 주도권 싸움에서 절실하게 느껴진다.
신-구 유저 갈등, 어떻게 해결할까?
<COHO>는 발매된 지 오래된 게임을 원작으로 삼았다. 2006년부터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원작을 즐겼던 올드 유저와 신규 유저의 수준 차이가 극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특성은 1차 CBT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일단 올드 유저와 신규 유저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신규 유저는 제대로 손도 쓰지 못 하고 올드 유저에게 ‘학살’ 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1차 CBT에서만 드러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해 <COHO>에서는 올드 유저들이 초보를 무시하는 풍조까지 생겨났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는다면 신규 유저를 오랫동안 붙잡아 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처음 해 보는 유저들은 으레 이런 상황을 맞기 마련이다.
튜토리얼만 지원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그렇다면 올드 유저의 입장은 어떨까? 초보들을 마음껏 잡을 수 있으니 마냥 즐거울까? 왠지 그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 속된말로 ‘수준에 맞게 즐길 수 있는’ 유저가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작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는 우리나라보다 외국에 마니아층이 훨씬 두텁고 많기 때문에, 올드 유저들은 지금까지 대부분 외국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즐겨 왔다.
그런데 <COHO>는 오직 우리나라 유저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렇다 보니 올드 유저들은 기껏 게임에 접속해 보면 상대할 만한 적수를 만나기 어렵고, 게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 초보들과 ‘수준에 맞지 않게’ 놀아야 한다.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위에서 지적한 것들은 ‘원작이 있는 온라인 게임’(그것도 승패를 겨루는 방식)이라면 어느 게임이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황을 제외하면 일단 <COHO>는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제대로 된 RTS 게임’이라는 점만은 틀림 없다.
아무래도 원작이 명작의 반열에 오른 ‘전설’급 게임이다 보니 다른 건 몰라도 ‘게임 자체의 재미’ 하나는 확실하게 보장된다.
결국 <COHO>는 초보와 올드 유저 사이의 간극을 서비스 초기에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가 게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등장한, 그것도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몇 안 되는 RTS 게임인 만큼 앞으로의 건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