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2>는 예상보다 가벼웠고, 새로워진 배틀넷은 쾌적했습니다. 18일 시작된 <스타크래프트 2>의 베타테스트를 통해 ‘배틀넷 2.0’이라고 불렸던 통합 배틀넷이 실체를 드러냈는데요, 여러 가지 기능들이 어렵지 않고 편하게 다가왔습니다.
최소사양에 관심이 모아졌던 <스타크래프트 2>도 ‘무겁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 벗어난 모습이었습니다. 유닛에 적용된 ‘우리말 음성’도 처음으로 공개됐는데요, 베타테스트 체험기로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안정빈 기자
■ 가장 먼저 할 일은 아이디 만들기
배틀넷에 접속한 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캐릭터 이름과 구분명을 만드는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 2>의 아이디는 ‘캐릭터 이름’과 ‘구분명’, ‘현실ID’의 세 종류로 구성됩니다. 캐릭터 이름은 게임에서 보이는 닉네임, 구분명은 <스타크래프트 2>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데 사용되는 비밀(?) 이름, 현실ID는 블리자드 통합 배틀넷의 계정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 2>에서 마음에 드는 유저를 만났다면 캐릭터 이름과 구분명을 입력해서 배틀넷 친구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채팅으로 구분명을 따로 물어봐야겠죠.
가장 상위인 현실ID를 등록할 경우 <스타크래프트 2>는 물론 블리자드 배틀넷을 이용하는 모든 게임에서 자동으로 친구등록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구분명까지 작성이 끝났다면 프로필에서 사용할 초상화를 고르게 됩니다. 아직까지는 업적과 통계 등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미리 준비된 초상화 중에서만 골라야 합니다.
■ 실력을 선택하고, 검증하고, 리그에 배치
프로필을 만들었다면 다음에는 자신의 실력을 선택할 차례입니다. 최초의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실력’을 입력하면 곧바로 연습경기 5판과 배치경기 10판을 진행하게 됩니다. 최상위 단계인 ‘고수’를 선택할 경우 연습경기 없이 바로 배치경기로 넘어갑니다.
배치 경기를 마치면 성과에 따라 자동으로 리그에 배치됩니다.
배치경기가 끝나면 10판 동안 보여준 실력에 따라 자동으로 특정 리그에 배정됩니다. 리그는 프로리그, 플래티넘리그, 골드리그, 실버리그, 코퍼리그 등으로 나뉘죠. 리그 속에서도 1부, 2부 3부 리그 등 구분이 있습니다. 빠른 확인을 위해 몇 판을 내리 졌더니 코퍼 3부 리그가 걸렸네요.
리그를 구분한 이후에도 같은 부에서 최대한 실력이 비슷한 유저 100명을 모아 순위를 따로 매겨 줍니다. 덕분에 실력이 부족한 유저들도 (자신의 리그 안에서) 1등을 노려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리그 안에서 계속 승리할 경우 상위리그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배틀넷 리그를 구분하는 방식이 단순히 승패 전적만은 아닌 듯합니다. 똑같은 승패를 기록하고도 코퍼 3부에 간 테스터가 있고, 코퍼 2부에 간 테스터도 나왔습니다.
뒤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경기가 끝난 후에 ‘평균 APM(손 빠르기)과 자원소모 속도 등을 체크해 주는데요. 이 역시 리그를 구분할 때 기준으로 사용되는 듯합니다.
실력을 선택하고, 검증을 받고, 리그에 배치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마치 온라인게임에 처음 접속했을 때 게임에 정착할 수 있도록 튜토리얼 등의 단계를 거치는 느낌입니다. 아마도 블리자드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서비스하면서 초보자(뉴비)를 정착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 온 경험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생각보다 가벼운 느낌, 멀티테스킹도 자유롭게
<스타크래프트 2> 베타테스트의 대전 경기는 ‘아주 빠름’ 단계의 최고 속도로 진행됩니다. 3D로 그래픽 환경이 달라져서 게임이 무겁게 느껴지거나, 느리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다른 프로그램을 여러 개 띄워 놓고 <스타크래프트 2>를 실행해도 잘 돌아갔고, 플레이도 원활했습니다. 멀티 테스킹 전환도 자유롭고요. 생각보다 게임이 가벼워서 부담이 없었습니다.
블리자드 개발팀에서 최적화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배틀넷에서 만난 다른 테스터들도 생각보다 프로그램이 가볍다는 데는 이견이 없더군요.
참고로 현재 알려진 <스타크래프트 2>의 최소사양은 펜티엄4 2.2GHz, 램(RAM) 1GB, 지포스 6600 GT 수준입니다.
직접 체험해 보니 위의 최소사양이 실제로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상태로 좀 더 최적화가 이루어진다면 출시될 때는 ‘고사양이어서 부담된다’는 이야기가 특별하게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사양이 높지 않다면 해상도와 그래픽 퀄리티에서 어느 정도 타협(?)은 봐야 합니다.
■ 편안해진 인터페이스, 다양해진 게임 속 변수들
승부와 종족 밸런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맵에도 변화가 많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장애물이 길을 막고 있는 맵’이 많았다는 거죠. 국내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는 이미 맵 에디터를 활용해 뚫어야 하는 길목을 많이 제시했고, 이것이 전략적으로 활발하게 쓰이고 있죠. 전편이 한국에서 장수하면서 나온 결과물들이 2편에도 반영된 느낌입니다.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정찰’은 곧 승패로 직결됩니다. 2편의 맵에는 ‘젤나가 감시탑’이 존재하고, 유닛을 한 기라도 근처에 세워 두면 엄청나게 넓은 시야를 확보하게 됩니다.
근처에 유닛을 세워 둬야 합니다. 저그의 경우 땅속에 숨으면(버로우) 안 됩니다.
게다가 감시탑은 주요 길목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상대편의 러시나 멀티 확장 타이밍을 훤히 꿰뚫어볼 수 있습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정보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거죠.
2:2 대전에서는 동맹을 맺은 플레이어들이 자원을 교환하고, 심지어 자신의 유닛 제어를 부탁할 수도 있습니다. 자원이 궁한 유저는 다른 팀원에게 자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게 흥미롭더군요. 대전 중인 유저와 게임 밖에 있는 유저 간의 채팅도 자유롭게 가능합니다.
새로운 유닛도 자주 활용됩니다.
체력을 한눈에 알아보는 것도 편합니다.
■ 어려워진 유닛 구분, 순간적인 끊김현상
<스타크래프트 2>는 2D였던 전작과 달리 3D입니다. 그런 탓에 유닛의 구분은 확실히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저그는 부화장(해처리) 위에 대군주(오버로드)가 떠 있거나, 기지 안에 유닛들이 있을 경우 한눈에 바로 유닛을 알아보기 힘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화려한 이펙트와 그래픽으로 구성된 프로토스 진영의 건물과 유닛은 순간적인 끊김현상을 유발시키기도 합니다.
검은장막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다가 러시를 가면서 프토로스 부대나 기지가 보일 때 짧지만 부하가 걸립니다. 프로토스가 거대한 모선(머더쉽)과 모함(캐리어) 등의 공중 유닛 부대를 이끌고 등장할 때도 부하가 걸리더군요. 0.1초로 승부가 엇갈리는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중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 실력 향상을 돕는 강력한 데이터와 리플레이
대전 게임에서 자꾸 지면 속상하죠. 왜 졌는지,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막막할 때도 많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데이터입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를 이긴 상대방의 데이터죠. 잘 하는 사람의 빌드오더나 전략, 러시 타이밍, 컨트롤을 보고 배우는 게 가장 빠릅니다.
<스타크래프트 2>는 꼼꼼한 데이터와 리플레이 파일 제공합니다. 대전을 끝내고 나면 플레이어의 각종 정보를 체크해 줍니다. 자원의 획득이나 소모량을 시간별로 계산해 주고 상대편 유저와 유닛 및 건물의 생산 시간을 초 단위로 비교할 수 있죠.
리플레이에서는 자원/수입/소비/유닛/손실된 유닛/생산 중/군대/분당 행동수(APM) 항목을 볼 수 있습니다. 상대편의 컨트롤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대전 당시 시점을 따라다닐 것인지, 자유롭게 시점을 조절할 것인지도 결정이 가능합니다.
1편에서 나왔던 유닛이라도 새로운 추가 유닛들이 많아서 상성 관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를 확실한 수 있도록 플레이 도중 언제든지 F12 키를 누르면 종족별 테크트리와 유닛, 상성(강한유닛, 약한유닛)을 볼 수 있습니다. 만일 상대편 유닛을 무엇으로 이길까 고민된다면 F12 키가 유용하게 쓰일 것입니다.
리플레이 모드에서는 세밀하게 구분된 데이터와 함께 경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리플레이는 배틀넷에 자동 저장됩니다. 원한다면 내 PC에도 저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