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게임의 후속작이 예고도 없이 조용하게(?) 자막 한글판으로 우리 곁을 찾아 왔습니다. 비수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지만, 전작을 즐겨 본 유저들 입장에서는 설 연휴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할 수 있는 <바이오쇼크 2>가 그 주인공입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희극실행
1958년과 1968년의 랩처
<바이오쇼크 2>의 이야기는 1편의 시점인 1960년보다 빠른 1958년에 시작됩니다. 무대가 되는 수중도시 ‘랩처’에는 바다 달팽이라고 불리는 기생충이 인체에 기생했을 때 발생하는 물질 ‘아담’을 사용한 유전자 조작이 만연해 있습니다.
본디 의료용으로 사용되던 아담이지만, 해를 거듭될수록 폭력적으로 변질됐고, 궁극적으로는 손에서 불과 얼음을 내뿜는 등의 마법에 가까운 행동까지도 할 수 있게 되어 버렸습니다.
신체 내에 바다 달팽이를 기생시킨 소녀 ‘리틀 시스터’는 죽은 시체의 피를 채취하고 그것을 마심으로써 아담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랩처의 주민들이 리틀 시스터를 노리고 습격하게 되면서, 이들을 지키는 존재인 ‘빅대디’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유리에 비친 델타의 모습. 초기형이라 외형이 많이 다릅니다.
빅대디 프로젝트의 프로토 타입인 모델명 ‘델타’(주인공)는 엘리노라는 한 소녀와 강제적으로 빅대디와 리틀 시스터의 유대관계를 맺게 됩니다. 빅대디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죽음을 맞이하게 된 주인공 델타는 10년 후인 1968년에 눈을 뜨게 되고, 빅대디와 리틀 시스터의 유대관계를 따라 자신의 리틀 시스터였던 엘리노를 찾는 모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자신의 리틀 시스터 앞에서 자살을 강요 당하는 주인공….
리틀 시스터를 지키는 플레이
<바이오쇼크 2>는 기본적으로 전작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게임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주인공의 직업이 직업인지라, 이번에는 리틀 시스터가 시체에서 아담을 채취하는 동안 그녀를 지키는 플레이 방식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리틀 시스터가 아담을 채취하기 시작하면 사방에서 적들이 몰려듭니다. 이 장면은 마치 <레프트4데드>를 연상시킬 정도로 오싹하더군요. 몰려드는 적들로부터 리틀 시스터를 무사히 지키면 약간의 아담을 얻을 수 있고, 맵에 있는 모든 리틀 시스터를 해방하거나 채취해 버리면 <바이오쇼크 2>에 추가된 강력한 적 ‘빅 시스터’의 습격이 이어집니다.
리틀 시스터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은 빅 시스터는 리틀 시스터의 아담 흡수 기능과 빅대디의 드릴, 그리고 염력 같은 플라스미드로 무장한 강력한 적입니다. 빅대디보다도 강한 상대이기 때문에 전략적인 대비가 필요합니다.
리틀 시스터를 보호해 아담을 얻고,
리틀 시스터의 몸에서 바다 달팽이를 제거해 평범한 소녀로 만들 수 있다.
리틀 시스터가 줄어들면 습격해 오는 빅 시스터를 물리치는 플레이가 반복된다.
왼손에 플라스미드, 오른손에 중화기
<바이오쇼크 2>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유전자 조작 기술(초능력?)인 ‘플라스미드’와 중화기를 동시에 사용합니다. 플라스미드는 손에서 전기를 뿜는 간단한 것에서부터 ‘세뇌’ 같이 사용이 어려운 것까지 다양한 종류가 등장합니다.
기본적으로 플라스미드 기술은 공격 하나로 결정타를 낼 수는 없지만, 적에게 경직을 주거나 혼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플라스미드나 중화기를 적절하게 섞어 가면서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전기 플라스미드로 적을 감전시키고 헤드샷을 날리는 이른바 ‘원투 펀치’는 게임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전술입니다. 플라스미드 기술은 여러 가지를 조합하면 할수록 강력해지므로 발상을 조금만 바꾸면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전투를 풀어 나갈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나 머리를 쓰는 것. 주변 사물을 영리하게 이용하면 게임을 쉽게 풀어 갈 수 있다.
게임 도중 얻는 아담으로 강화제를 획득해 장착할 수도 있습니다. 강화제는 신체능력을 강화시켜 주거나 특정 행동에 대해 특별한 보너스를 얻게 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플라스미드와 강화제는 게임 도중 자판기나 연구 등을 통해 얻을 수도 있지만, 얻을 수 있는 수량과 장착할 수 있는 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세팅을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바이오쇼크 2>는 엔딩 이후 다시 플레이해도 무기 계승 등의 혜택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유저들이 처음부터 모든 플라스미드와 강화제, 강화무기를 소유해서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게임 후반에 이르면 델타는 막강한 능력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면 다시 긴장감 넘치는 플레이를 해야만 한다.
굵고 간결해진 게임 플레이
이번 2편은 전작이 워낙에 완성도 높은 플레이를 선보였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왼손으로 플라스미드 기술을 사용하고 오른손으로 무기를 사용하는 기본 플레이 방식부터 그대로 이어지고, 등장하는 플라스미드와 무기들도 전작과 비교해 크게 늘어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인간이었던 전작과 비교해 빅대디가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기본 무기가 드릴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큰 변화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빅대디와의 박력 넘치는 드릴 대결.
대신 기존에 다소 지루했다고 생각되던 요소는 없어졌거나 간단하게 변경되었습니다.
카메라로 적의 사진을 찍어서 대미지 추가나 새로운 강화제를 얻을 수 있는 연구 파트가 간단하게 변경되었고, 게임 도중 꾸준히 나오는 해킹 세션은 타이밍 맞추기 액션 정도로 정돈된 느낌입니다.
새로운 요소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게임 흐름을 끊는 시스템이나 장면이 거의 없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목표도 분명히 제시해 주어 게임의 흐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습니다. 레벨 디자인에 있어서는 거의 완벽에 가깝습니다.
새롭게 바뀐 해킹 세션은 게임 흐름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바이오쇼크를 보완하는 속편
<바이오쇼크>를 최고의 스토리로 꼽는 팬이라면 이번 2편의 스토리에 다소 실망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 역시 <바이오쇼크 2>의 스토리에서 전작만큼의 충격은 받지 못 했습니다.
그러나 전작에서 못 다 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랩처의 기억 조각들을 주워 나가며 랩처 탐험 그 자체를 즐긴다면 <바이오쇼크 2>도 분명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아울러 유저의 선택에 따라 4개의 엔딩이 준비되어 있고, 중간의 연출도 꽤 변하게 되니 최소한 두 번 이상 엔딩을 볼 것을 권하는 바입니다.
같은 장소라도 리틀 시스터의 시점에서 본 세계는 이렇게 아름답다고 한다. 황폐화된 도시지만 아이들의 시각은 이런 걸까?
화난 엄마와 고통스러워하는 아빠의 그림. 이런 그림을 어떤 생각으로 어떤 캐릭터가 그렸을지 생각하면서 랩처를 탐험한다면 좀 더 흥미로운 탐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전작을 즐기지 않은 분이라면 반드시 전작부터 꼭 즐겨 보시길….
끝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운 점은 바로 멀티 플레이였습니다. <바이오쇼크 2>는 여러 유저들이 일종의 깃발 뺏기라고 할 수 있는 아담쟁탈전이나 팀 데스매치 같은 다양한 멀티 플레이 모드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Xbox360 버전 기준으로) 한글판이 전용의 개별 서버로 분리되어 버린 데다, 다들 싱글 플레이를 하느라 바쁜지(-_-) 멀티 플레이를 거의 즐길 수가 없었습니다. 게임 발매 직후에 바로 사람이 바글바글하던 <모던워페어 2>하고는 상황이 많이 다르더군요. 그래서 리뷰에서는 멀티플레이에 대한 평가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