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동안 진행된 <테라>의 3차 클로즈 베타테스트(CBT)가 끝났습니다. 2차 CBT에 비해 한층 다양한 시스템과 콘텐츠가 공개됐고, 유저들에게 이를 검증 받겠다는 목적이 뚜렷한 테스트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3차 CBT는 <테라>의 장점과 단점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단점을 찾고 보완하는 것이 CBT의 목적인 만큼, <테라>의 개발진이 3차 CBT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게임성의 발전 방향도 달라질 것입니다.
참고로 3차 CBT에서 추가된 퀘스트와 스킬 등은 중·후반부에 몰려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체험기는 12레벨 이후의 이야기에 집중할까 합니다. 또한, 리뷰가 아닌 체험기라는 점을 유념해 주세요.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그래픽 최적화와 라이팅에 따른 편차
<테라>의 그래픽 퀄리티는 지금까지 등장한 MMORPG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입니다. 특히 3차 CBT에서는 최적화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그래픽이 구현됐어도 이를 실행할 유저의 PC 성능이 낮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테라>의 3차 CBT 버전은 최적화에 부쩍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습니다. 지포스 7600 정도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했는데요, 물론 옵션은 조절해야 합니다.
<테라>의 그래픽은 스크린샷만 찍어도 바탕화면이 될 정도로 훌륭합니다.
<테라>에는 라이팅 기법이 많이 활용되어 있어 PC 사양에 따른 그래픽의 편차가 심합니다. 라이팅 옵션을 활성화하면 최고의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대신 그만큼 PC의 자원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느려질 수밖에 없죠.
반대로 라이팅 옵션을 끄면 <테라>의 멋진 비주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빛과 그림자에 의한 효과가 화면 전체에서 없어지기 때문이죠. 입체감은 물론 질감마저 느끼기 힘들더군요. 단 한가지, 프레임이 높아지면서 게임 플레이는 아주 원활해집니다.
그래픽 풀 옵션+라이팅 옵션 ON에서 본 <테라>.
그래픽 풀 옵션(라이팅 제외)의 <테라>, 보기엔 안 좋지만 프레임은 확실하다.
라이팅 옵션에 따른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캐릭터와 배경을 구분해서 퀄리티를 높였으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PC 사양에 어중간한 유저는 배경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자신의 캐릭터는 멋지게 보기를 원하기 마련이니까요. 물론 PC 사양이 좋아서 라이팅 옵션을 켤 수 있다면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 액션의 재미와 효율성의 딜레마, 논타겟팅 액션
<테라>가 내세우는 또 다른 특징은 ‘논타겟팅’입니다. 타겟팅의 자유를 주겠다는 겁니다. 여기에 액션성을 더한 ‘논타겟팅 액션’을 내세웠죠.
실제로 <테라>에서는 거리와 범위에 따른 판정을 통해 별도의 타겟팅이 없어도 공격이 가능합니다. 캐릭터의 움직임 자체가 공격 동작, 즉 액션이 되는 거죠. 여기에 스킬의 활용이 더해지면서 ‘논타겟팅 공격+스킬’의 현란한 액션이 눈길을 끕니다.
공격을 맞았을 때의 리액션이나 튕겨지는 액션, 다운 공격 등은 <테라>의 전투를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지루하지 않은 전투를 즐길 수 있어 사냥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수동적인 전투가 아닌, 능동적인 전투로 몬스터 한마리를 잡아도 바쁘게 손을 놀려야 합니다.
그런데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저들은 피해야 할 타이밍에 그냥 스킬로 공격을 한번 더 합니다. 그렇게 싸우고 붕대질 한번 하는 게 더욱 효율적인 전투가 된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타겟팅 방식의 MMORPG에서 단지 타겟팅을 제거한 것 외에는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게 되더군요. 시간 대비 효율을 따지는 MMORPG의 전투에서 논타겟팅의 재미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효율성인 걸까요.
■ 무빙 어택의 필요성, 점프와 이동의 다양화
<테라>의 공격 방식은 ‘스톱 어택’입니다. 근거리 클래스의 경우 2m, 원거리 클래스는 20m라는 거리 안에 있어야 적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유효 거리에서 1m만 벗어나도 헛손질이 되죠. 범위 공격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도망가는 적을 공격할 때 발생합니다. 쫓아가서 공격하려면 멈춰야 하고, 그 틈에 적은 거리를 벌려 도망갑니다. 그렇게 공격해 봐야 대미지는 들어가지 않죠. 원거리 캐릭터는 이렇게 도망가는 적을 확실히 상대할 수 있긴 하지만, 근거리 캐릭터와 정반대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쉬움은 무빙 어택이 가능해진다면 쉽게 해결될 겁니다. 지금의 스톱 어택으로는 많은 부분에서 플레이를 계속할수록 스트레스가 쌓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상대가 도망갈 때 유효 거리에서 1m만 벗어나면 안전권입니다. 물론 헛손질 때문이죠.
한편으로, <테라>의 점프 모션은 이동의 재미를 주기엔 충분했습니다. 기존에는 앞에 바위 하나만 있어도 돌아가야 했지만, 이제는 뛰어서 넘어갈 수 있더군요. 점프 모션도 자연스럽습니다. 이외에도 수영이나 기어오르기 등의 동작이 추가돼 지형·지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동의 재미는 확실히 늘어났습니다.
■ 다양한 편의 시스템의 추가
이번 3차 CBT에서 가장 반가운 것은 사용자 편의 시스템의 추가였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파티 게시판을 통한 파티원의 모집과 거래 중개소를 통한 아이템 거래를 들 수 있습니다.
파티 게시판은 마을, 혹은 사냥터 캠프에서 파티원 모집 게시물을 남기면 원하는 유저가 이를 선택해 자동으로 파티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일일이 구인광고를 할 필요가 없고, 필요하거나 원하는 퀘스트를 고를 수 있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파티 모집 게시판을 이용한 파티찾기는 확실히 편하고 쉽습니다.
다만, 버그가 문제였습니다. 게시판에 글을 남길 수는 있지만 지울 수는 없더군요. 따라서 한번 파티를 맺고 퀘스트를 마무리 해도 계속 파티 요청이 들어오기 때문에 플레이에 방해가 됩니다. 그래서인지 유저들은 게시판 대신 여전히 채팅으로 파티를 찾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오류를 잡고 보완한다면 애초의 기획 의도가 살아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중개 거래소는 일종의 경매장으로 <테라>만의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바로 ‘흥정’이라는 개념입니다. <테라>에서는 경매장에 물건을 맡기고 최저가와 즉시 구매가를 정하는 것이 아닌, 기본가격을 기입하고 이에 흥정하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유저와 유저가 직접 거래할 수 있고, 원하는 종류의 아이템을 비교할 수 있어서 편합니다. 그런데 물건을 등록한 유저가 접속하지 않은 오프라인 상태일 때는 해당 물품의 거래가 불가능해지더군요. 거래가 성사되려면 물품 등록자도 접속해 있어야 하는 겁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호문클루스가 있긴 합니다. 호문클루스는 일종의 개인 상점으로 유저가 사냥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마을에서 상점을 열어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거래 중개소를 보완하기 위한 시스템이긴 하지만 굳이 거래 시스템을 이렇게 둘로 나눠야 했을지는 의문입니다.
3차 CBT에서 보여준 유저 편의 시스템은 기획이라는 시각에서는 뛰어났지만, 이를 게임에서 구현한 결과물은 아직 미완성 상태였습니다. 앞으로 다듬어지리라 기대해 봅니다.
■ 눈에 띄었던 퀘스트, 보완이 필요하다
3차 CBT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과 들지 않았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퀘스트였습니다.
2차 CBT에서는 12레벨 이후 강제적인 파티 플레이를 요구했던 퀘스트가 이번에는 솔로잉이 가능한 수준으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효율적인 퀘스트 진행과 레벨업에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퀘스트 내용에 있었습니다.
퀘스트 전개를 체험해 보면 <테라>의 스토리 전달은 물론이고 목적마저 불분명해 보입니다. 각각의 NPC가 말하는 내용은 다르지만 요구하는 것은 거의 똑같더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몬스터 몇 마리를 잡아 오세요”였고, 결국에는 무한 반복 퀘스트로 바뀌더군요.
퀘스트에도 단계가 있었는데요, 1단계와 2단계의 차이는 없더군요. 그저 “한번 더 잡아 오세요”라는 게 끝입니다. 한마디로 무조건 사냥하면서 지역의 평화와 안녕에 도움이 되어 달라는 것 뿐입니다.
적어도 3차 CBT를 기준으로 보면 <테라>의 퀘스트는 단순히 사냥의 목적과 레벨에 따른 지역 알림 기능 외에는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구성 자체는 괜찮았는데, 내용물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중점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파티 퀘스트도 상당히 번거롭습니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바질리스크 퇴치’의 경우 5명이 파티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파티 퀘스트임에도 불구하고 5번의 반복 사냥을 해야 합니다. 한번에 한 명에게만 퀘스트 완료 조건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죠.
결국 <테라>의 퀘스트는 반복과 반복의 무한 루프 패턴입니다. 장소가 바뀔 뿐, 유저의 행동은 조금 더 상향된 사냥의 반복입니다.
■ 긴장감 넘치는 인스턴스 던전, 시점의 아쉬움
MMORPG인 <테라>에도 인스턴스 지역이 있습니다. 필드형과 던전형으로 구분되는 인스턴스 존은 크게 ‘호위’와 ‘토벌’ 퀘스트로 분류됩니다.
초보 존을 벗어나기 전 10레벨에서 한차례 인스턴스 필드에 들어가 거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유저가 처음 경험하는 인스턴스 존입니다. 이때는 필드이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요, 사방이 막힌 던전에서는 시점 문제가 생깁니다.
<테라>의 인스턴스 던전, 전투의 재미는 확실하다.
<테라>는 논타겟팅의 특성상 시점이 빠르게 바뀝니다. 탁 트인 필드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사방이 막힌 던전에서는 시점이 벽을 넘어갈 수 없다 보니 강제로 확대됩니다. 몬스터도 보이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도 안 보이는 사각으로 화면이 넘어가 버리는 거죠. 15레벨 정도에 경험하게 되는 ‘밀수꾼 비밀기지’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명색이 인스턴스 던전이지만, 몬스터 리젠이 필드와 동일하게 빠릅니다. 한번 고생해서 뚫은 길을 다시 뚫어야 하기 때문에 던전 공략이 아닌 단순한 던전 사냥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인스턴스 던전이나 필드가 단순한 필드와 다른 점은 개인, 혹은 파티의 전용 공간이라는 것 외에는 몬스터 사냥이 끝이더군요.
■ 3차 CBT, 쓰지만 좋은 약이 될 것인가?
전반적으로 <테라>의 3차 CBT를 보면 자유로움을 강조한 논타겟팅이 눈에 띄지만, 동시에 시스템을 강제로 이용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 중인 클래스의 아이템은 거의 드랍되지 않습니다. 중개 거래소와 개인 상점을 이용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흥정 거래라는 시스템으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데요, 이것도 다분히 강제된 시스템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3차 CBT는 2차 때 지적된 부분이 수정됐지만, 새롭게 선보인 시스템과 콘텐츠에서 다시 보완할 점이 드러났습니다. 물론 이 중에는 앞으로 적용될 시스템을 감안할 때 결국에는 편하고 완성된 시스템으로 보완될 것들도 보입니다. 지금은 일종의 과도기니까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거죠.
퀵메뉴도 적용됐지만 아직 제대로 된 기능은 구현되지 않아 거의 쓰이지 않았다.
CBT는 말 그대로 테스트입니다. <테라>가 3차 CBT로 얻은 결과물 역시 그만큼 목적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불편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콘텐츠도 많았지만, 테스트에 참여하는 내내 재미있다는 느낌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제 관건은 이번에 지적된 내용들이 얼마나 보완되고, 향상될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테라>가 2010년 기대작으로, 제대로 된 결실을 맺기 위해 입에 쓰지만 몸에는 좋은 약이 된 3차 CBT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