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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명작이 되지 못한 블록버스터, 파판 13

PS3용 파이털 판타지 13 리뷰

정우철(음마교주) 2010-03-16 13:40:32

지난 2006 E3에서 깜짝 발표된 <파이널 판타지 13>은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의 영원한 스테디셀러로 이름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번 신작도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정식 넘버링이라는 점에서 13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꽤 크게 다가옵니다.

 

12편이 출시된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시스템에 대한 변경과 편의성은 대폭 증가됐고, 그래픽 퀄리티 역시 PS3 타이틀답다는 평을 이끌어 냈습니다. 하지만 게임성과 팬들의 추억은 2% 부족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난 1월 말 국내에 정식 발매된 후 <파이널 판타지 13>의 재미를 찾아보고자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자해 플레이했습니다. 다소 늦었지만, 느낀 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참고로, 다들 아시겠지만 5월에는 한글자막 버전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블루레이 타이틀의 진짜 의미

 

먼저, <파이널 판타지 13>은 진정한 블루레이 타이틀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줍니다.

 

1080p의 해상도로 화려하면서 실사에 버금가는, 하지만 게임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해 주는 그래픽은 <파이널 판타지 13>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캐릭터들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과 화려한 효과를 동반한 전투는 게이머의 눈을 사로잡는 데 한몫을 단단히 합니다.

 

실사와 같은 배경과 캐릭터는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전달해 줍니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CG) 영상과 리얼타임 렌더링으로 이어지는 영상은 한때 스퀘어에닉스(구 스퀘어) CG를 이용한 영화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 속 배경은 초원, 동굴, 탑 등 현실적인 모습부터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세계관까지 지루할 틈 없이 다채롭게 변합니다.

 

이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고수해 왔던 독특한 세계관,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대한 이용하는 화려한 그래픽과 영상미, 그리고 ATB 배틀 시스템을 그대로 13번째 타이틀에서도 이어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그래픽이 펼쳐지면서도 로딩이 거의 없는 것은 놀라운 점입니다. 특히 필드를 돌아다니다가 전투로 넘어가는 순간에도 로딩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부분에서 깜짝 놀라게 됩니다. 참고로 <파이널 판타지 13>은 하드디스크 인스톨이 없습니다.

 

 전투에 들어가는 순간에도 로딩이 없기 때문에 쾌적한 플레이가 됩니다.

 

 

몰입감이 떨어지는 이야기 전개

 

여러 부분에서 시리즈의 명목을 이어 나가는 <파이널 판타지 13>이지만, 단 하나 스토리 전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입니다.

 

플레이어에 따라서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일단 너무 큰 맥락에서 스토리가 이어지다 보니 게임의 플레이가 무의미해질 때가 많습니다. 모두 13장의 챕터로 구성된 <파이널 판타지 13>은 스토리의 절반가까이를 개별 캐릭터의 이야기로 채우고 있습니다.

 

각자 다른 목적으로 움직였지만 결국 하나의 뜻을 위해 힘을 합치는 6인의 캐릭터. 

 

6명의 중심 캐릭터가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각각 진행될 때는 스토리의 맥락을 잡는 것조조차 버겁게 느껴지더군요. 물론 게임의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가 정리되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벤트 성격의 스토리가 거의 없어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합니다.

 

그렇다고 전체 스토리가 흥미 진진하거나 감동적이라고 보기도 힘듭니다. 반전이나 복선도 없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키스 장면에서도 <파이널 판타지 10>의 감동은 없습니다.

 

오는 5월에 한글판이 발매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초기에 발매된 일본어 버전은 국내 유저들이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마치 자막 없는 일본 드라마를 보는 기분을 그대로 만끽하게 됩니다.

 

특히 생소한 세계관과 기존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단어들이 난무하면서 더욱 감흥을 떨어뜨립니다. 감정 이입이 없는 스토리의 전개는 기존 <파이널 판타지> 팬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라고 단호히 말하고 싶군요.

 

개성도, 비중도 없는 주변 인물도 스토리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일방통행 진행과 서브 스토리의 부족

 

게임을 진행하면서 당황스러웠던 부분은 일방통행 패턴입니다. 맵도 단일 방향이고 마을이나 NPC와의 대화도 없습니다.

 

RPG를 표방하고 있으면서, 단순히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한 전투와 진행만 있습니다. 일방통행이다 보니 숨겨진 요소는 찾을 수 없죠. JRPG가 아닌 SRPG로 흘러가는 패턴이 <파이널 판타지 13>에서 나오니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을은 단지 맵의 일부일 뿐….

 

일반적인 RPG의 마을에서 발생하는 서브 이벤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숨겨진 던전이나 아이템도 없습니다. 캐릭터는 레벨도 없고 전투 후에는 HP도 모두 채워집니다. 제작진이 제시한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플레이하라는 의도가 뻔히 보입니다.

 

물론 쾌적한 플레이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재미있는 전투를 즐기라는 거죠. 확실히 플레이는 원활하게 넘어갑니다. 초반 난이도 역시 스토리만 따라서 눈에 보이는 몬스터와 싸우다 보면 무난히 보스전을 넘어갈 수 있더군요.

 

앞으로, 앞으로 가면 보스와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즐기던 팬들이 이런 시스템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플레이를 기대하지는 않았고요. 물론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었다면 이런 진행도 나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스토리에 감흥이 없으니 플레이도 단조롭게 흐르는 경향이 짙습니다.

 

 

게임을 살려 주는 크리스탈리움 성장 방식

 

만약 <파이널 판타지 13>의 전투마저 재미가 없었다면 도중에 플레이를 중단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전투의 재미는 역대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즐겁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이번에는 레벨이 없습니다. HP는 있지만 MP는 없죠. 대신 크리스탈리움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각 캐릭터의 클래스를 선택해서 조합하고, 몬스터의 패턴에 맞춰 전략을 짜는 머리 싸움이 상당한 재미를 줍니다.

 

모두 6가지의 클래스를 키울 수 있는 크리스탈리움.

 

캐릭터 클래스에는 어택커(물리공격), 블래스터(마법공격), 디펜더(탱커), 재머(디버프), 인챈터(버프), 힐러(치유)가 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13>은 6명의 캐릭터 중에서 3명만이 전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3명의 클래스 조합(옵티마)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전투 패턴이 확 달라집니다.

 

기본적으로 한 명의 캐릭터는 3개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파티에서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죠. 이 조합은 크리스탈리움을 성장시키면서 각 클래스의 특성을 늘려 나갑니다. 특히 같은 클래스라고 해도 캐릭터마다 스킬의 특성이 다릅니다.

 

세부 클래스의 크리스탈리움은 스탯과 스킬을 올려 주는 개념입니다.

 

결국 어떤 캐릭터를 파티에 넣었는가에 따라 전투의 양상이 바뀝니다. 나만의 개성 있는 전투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는 거죠. 또한 전작과 달리 재머(디버프)와 인챈터(버프)의 효율이 높아지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집니다옵티마 조합을 어떻게 구성했는가에 따라 전투의 난이도가 바뀝니다.

 

몬스터의 패턴을 빨리 분석하고 그에 맞춰 조합을 바꾸고, 캐릭터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즐거움은 <파이널 판타지 13>의 전투의 백미입니다.

 

어떤 조합의 옵티마를 선택하는가에 따라서 전투의 난이도가 결정됩니다.

 

 

만족스러운 전투의 재미

 

<파이널 판타지 13>에서는 옵티마 변경에 따른 전투와 ATB 시스템이 어우러지면서 스피디하고 화려한 전투를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ATB 시스템이 개선되면서 기존 시리즈와는 또 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죠.

 

13편의 ATB 시스템이 기존의 것과 다른 점은 캔슬과 스톡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예전처럼 ATB 게이지가 꽉 찰 때 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게이지가 다 차기 전에 필요한 만큼 공격할 수 있고, 공격 도중 캔슬해서 남아 있는 게이지를 다른 명령으로 다시 쓸 수도 있습니다.

 

마법공격을 위주로 한 옵티마는 가장 기본적인 패턴입니다.

 

예를 들어 대미지 딜링을 중심으로 한 옵티마로 설정해서 전투를 하다가 방어나 힐링 위주의 옵티마로 변경할 때 게이지를 비축해 놓으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파이널 판타지 13>의 전투는 몬스터 속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옵티마를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게임 속 몬스터들은 각각 뚜렷한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물리공격 무효인 몬스터는 마법 공격에 약하고, 물 속성에 강한 몬스터는 불 속성에 약한 식으로 설정돼 있는데요, 이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재머와 디펜더, 어태커의 조합이 효과적일 경우가 많아집니다. 

 

마법 속성에는 불, , 바람, 대지, 번개, 얼음 등이 있습니다. 같은 블래스터 클래스라고 해도 성장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스킬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적절한 클래스의 조합과 그에 최적인 캐릭터를 배치하는 재미는 전투의 전략을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물론 초반에 옵티마 변경과 클래스 활용을 체험해 보기는 힘듭니다4장까지는 캐릭터별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가 모이는 4장 이후에서, 그것도 어느 정도 성장시킨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좋은 무기보다 상대를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브레이크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엔딩이 끝이 아니다? 의미 없는 엔딩

 

일단 <파이널 판타지 13>은 자유도가 극히 제한돼 있습니다.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나마 제한된 지역에서의 자유입니다.

 

보통 콘솔 게임은 엔딩을 보고 나면 거의 모든 콘텐츠를 소모하게 됩니다. 숨겨진 무기나 던전이 아닌 이상 최강의 무기와 최고 레벨에 근접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마무리짓게 되죠. 그리고 2회차 플레이를 하면서 놓쳤거나 빠졌던 이벤트를 챙겨 보게 됩니다.

 

그러나 <파이널 판타지 13>은 숨겨진 무기나 던전도 없고 서브 이벤트도 없기 때문에 엔딩을 보면 2회차 플레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더군요. 다만,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접근할 수 없는 콘텐츠는 있습니다.

 

엔딩 이후에도 60여 개의 미션을 해결해야 합니다.

 

11장에 접어들면 비로소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넓은 맵과 자유로운 이동(여기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방통행 진행이 없습니다)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엔딩을 보기 전에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가 거의 없습니다.

 

결국 60여 개의 미션 중에서 일부만 진행한 다음, 눈물을 머금고 스토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죠. 해당 시점의 제한된 레벨에서는 어떻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11장의 필드에서는 최종 보스보다 더 강한 일반 몬스터가 등장하고, 최종 무기로 개조하는 데 필요한 아이템도 나옵니다.

 

최종 보스보다 몇배는 강한 일반 몬스터가 존재하는 곳이 11장 지역인 대평원. 

 

일단 엔딩을 보고 다시 오라는 이야기입니다. 엔딩을 보고 나면 제한되어 있던 레벨이 풀리면서 크리스탈리움을 끝까지 성장시킬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11장의 미션을 뛰는 셈이죠.

 

엔딩 이후 대평원을 돌아다니며 반복 전투를 질리도록 하게 됩니다.

 

11장의 대평원 미션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PS3의 도전과제인 트로피를 획득하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목적 없는 반복 전투를 마친 후의 아쉬움을 달랠 방법이 한가지 있긴 합니다. 엔딩후 세이브를 하면 최종 보스 바로 앞에서 다시 서게 되거든요. 더 강해진 캐릭터로 전에 고생했던 최종 보스를 얼마나 빨리 잡아낼 수 있는지 타임어택을 하고 이에 따라 PS3 테마를 받을 수 있습니다.

 

트로피 달성과 특전으로 제공되는 PS3 테마 다운로드.

 

 

<파이널 판타지>의 이름이 아니었다면?

 

엔딩을 보고 뭔가 더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계속 플레이했습니다. 그 결과, 만약 이 게임이 <파이널 판타지>라는 브랜드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ATB 전투 시스템을 제외하면 <파이널 판타지>라는 점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외길 진행, 리더를 제외한 파티원 자동 전투, 의미 없는 소환수는 물론, 엔딩 이후의 무의미한 반복 콘텐츠까지, 블루레이 디스크의 용량을 대부분 그래픽에 쏟아 넣은 느낌입니다.

 

소환수의 강함과 존재감은 이전 시리즈보다 확실히 부족합니다. 

 

전체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파이널 판타지>라는 브랜드가 아니었다고 해도 잘 만든 게임으로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의 이름을 가졌기에 2% 이상 부족한 게임이 되어 버렸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전통적으로 <파이널 판타지>에는 비공정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없는 이유가 이동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만큼 <파이널 판타지 13>은 플레이하면 할수록 콘텐츠에 갈증을 느끼게 되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콘텐츠가 없는 가운데 모든 트로피를 얻기 위한 플레이 타임은 100시간에 달합니다. 이쯤 되면 엔딩을 본 이후에 얼마나 무의미한 반복 플레이를 시키는지 짐작이 갈 것입니다. <파이널 판타지 13>, 분명 즐길 만한 블록버스터급 RPG이지만 명작으로 남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파이널 판타지>라는 이름을 내걸었기에 아쉬움이 더 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