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게임 같이 만들겠다.” 온라인게임 개발사가 게임의 완성도를 강조하며 입버릇처럼 쓰는 이야기입니다. 바꿔 말하면 패키지 게임 수준의 완성도를 구현하겠다는 건데요, 수백에서 수천 명이 동시에 접속해 오랫동안 즐기는 온라인게임에서 이야기의 끝이 정해진 패키지 게임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마비노기 영웅전>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를 성공시켰습니다. 게임에 필요 없다고 판단된 콘텐츠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철저하게 ‘이야기’와 ‘전투’에만 초점을 맞췄죠. 그 결과 게임플레이에 있어서는 어지간한 패키지 게임에 버금가는 뛰어난 수준의 완성도를 구현했습니다.
다만, 완성도를 위해 포기한 것들도 너무 많았습니다. 온라인게임의 근간이 되는 커뮤니티를 잃었고, 자유도 역시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일종의 고육계(苦肉計)를 펼친 셈이라고나 할까요.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유저에게 와 닿는 대화 형식의 스토리 전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성공 이후 국내 온라인게임들은 스토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맹목적인 몬스터 사냥보다 퀘스트나 배경 스토리를 통해 그 이유까지 알려주는 것이 유저들을 더욱 게임에 몰입하게 만든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그렇게 우후죽순 격으로 스토리를 강조한 게임들이 나타났고, 어느새 이야기가 담긴 퀘스트는 온라인게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콘텐츠가 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온라인게임의 스토리가 얼마나 유저에게 와 닿는지에 신경 쓰는 게임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이 단순히 퀘스트의 지문이나 NPC의 밑도 끝도 없는 설명을 통해 세계관을 강제로 주입하려고 하죠.
반대로 보상에만 관심이 있는 유저들은 방대하고 지루한 퀘스트 지문을 넘기기에 급급하게 됩니다. 영화로 따지면 엔딩 스탭롤은 올라가는데 스토리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비극적인 상황입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스토리를 대화방식으로 처리했습니다. 모든 NPC의 이야기는 대화로 표시됩니다. 한 NPC가 이야기하면 이를 다른 NPC가 받는 식이죠. 스토리는 물론이고 물건을 살 때나 사적인 이야기까지도 대화로 표시됩니다. 마치 희극이나 드라마 대본처럼 말이죠.
한 화면에 표시되는 대화의 양도 많아야 2~3줄이고 NPC들의 짧은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지기 때문에 글을 읽는 데 부담도 없습니다. 소설보다 희곡이 더 쉽게 읽히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건물 안에 있는 NPC도 3D 모델링이 아닌 2D 원화로 등장하고, 건물 안에 들어서는 순간 지금 이야기 중인 NPC의 얼굴과 대화만 나와서 그만큼 쉽게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대화방식을 따릅니다. 연애 시뮬레이션에서 자주 보던 방식이죠(…).
수백 시간의 플레이 중 1/10은 대화만 넘기다가 끝날 만큼 분량도 많고, 스토리 자체에도 공을 들인 티가 ‘팍팍’ 납니다. 나중에는 이야기의 흐름만 봐도 다음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를 예상할 수 있을 정도죠. 물론 거기에 대비한 반전도 마련돼 있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마을에서 다른 유저를 보기 어렵다는 것도 유저가 순수하게 이야기에만 몰입하는 것을 돕습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은 최대 200개까지 자동으로 채널이 분리되는 섀도우 채널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건물 속은 아예 인스턴스 공간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마을에서는 많아야 10명 이내의 유저만 보게 되죠. 스토리의 주인공도 플레이어 자신이기 때문에 유저들은 철저히 ‘자기 중심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탁월한 스토리라인. 뒷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흥미를 끌 ‘떡밥’도 가득하죠.
대화 내용에도 세심한 공을 들였습니다. 몇 번의 이야기만으로도 캐릭터의 성격이나 가치관 등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을에 있는 모든 NPC의 이름을 외우게 되는 게임은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유저가 게임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잘 느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덕분에 <마비노기 영웅전>은 메인 스토리가 끝날 때까지 싱글 플레이용 롤플레잉 게임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스토리를 음미할 수 있습니다.
처절하고 전략적인 전투
게임 플레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투의 완성도 역시 매우 높습니다. 사실적인 그래픽은 기본이고 호쾌한 연출과 스태미너 방식을 통해 전투의 긴장감과 타격감도 살렸습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전투는 단순합니다. 대부분의 스킬이 방향키와 일반공격, 회피, 스매시, 잡기, 보조무기의 6개 키를 이용해 이뤄지죠. 스킬 발동 방식도 일반공격을 몇 차례 입력한 후 스매시를 누르는 것뿐입니다. 스매시 이전에 입력한 일반공격의 횟수에 따라 나가는 스킬이 달라지는 방식입니다.
스킬 모션도 처음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은 이게 스킬인지 일반공격인지조차 모를 만큼 수수합니다. 예를 들어 피오나의 가장 강력한 공격인 아마란스킥은 단순한 옆차기입니다. 그나마 그랜드 오픈과 함께 등장한 ‘이비’의 파이어볼 정도가 스킬답다고나 할까요?
보스 몬스터의 공격과 스킬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보스 몬스터가 몸으로 덮치기나 슬라이딩 태클, 망치 휘두르기 등 스킬이라는 이름이 민망할 정도의 투박한 공격을 가해옵니다. 매우 현실적이지만 하늘을 날고 검기를 뿜는 데 익숙해진 유저들에게는 허전할 수도 있는 부분이죠.
스킬은 대부분 이런 수준입니다. 액션은 화려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에 그치죠.
대신 <마비노기 영웅전>은 스태미너와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한 전략적인 전투를 선보입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에서 스킬을 사용하는 데 소모되는 스태미너는 매우 빠른 속도로 회복됩니다. 스태미너가 가득 차는 데 5초가 채 안 걸릴 정도니까요. 바꿔 말하면 언제든지 최고 수준의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보스의 공격은 보기와 달리 맞으면 매우 아픕니다. 게임의 중반 이후에는 대부분의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3대를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전투마다 사용할 수 있는 포션도 제한돼 있고요.
결국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보스의 공격은 피하면서 빈틈이 보일 때 최대한 강한 공격을 가하는 ‘딜레이’ 위주의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몬스터의 빈틈을 찾고 그 사이에 내가 ‘몇 회의 일반공격 후 스매시를 넣을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거죠. 당연한 말이지만 일반공격을 많이 넣을수록 더 강력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접근하기 어려운 보스가 나온다면 지형지물이나 갈고리, 창 등의 보조무기를 활용해 직접 빈틈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참고로 <마비노기 영웅전>에서 화면에 존재하는 모든 오브젝트는 부수거나 집어서 무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기둥조각으로 보스의 머리를 맞춰서 그로기 상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정말 ‘살기 위해 싸우는’ 수준입니다. 맞으면 죽고 던질 무기는 없고….
여기에 소스 엔진을 활용한 각종 물리효과나 적을 바닥에 내려찍는 등의 연출이 더해지면서 <마비노기 영웅전>의 전투는 한층 사실적이고 처절해집니다. 부서진 갑옷을 입고 너덜너덜한 몸을 이끄는 캐릭터들이 기둥이나 창 등을 던지면서 몬스터와 싸우는 모습은 다른 게임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이죠. 게임성과 연출을 모두 사로잡은 전투 방식이랄까요?
복잡한 전투방식에 비해 조작의 난이도는 의외로 낮습니다. 보스의 공격도 공격을 보고 순발력있게 피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전동작을 보고 예상해서 피하는 방식입니다. 손이 느려도 된다는 뜻이죠.
순발력보다는 상황판단 능력이 중시되고 게임의 레벨 디자인도 좋아서 액션 게임의 초보자라도 큰 무리 없이 전투를 익혀 나갈 수 있습니다.
탁월한 콘텐츠의 재활용
<마비노기 영웅전>은 MORPG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콘텐츠의 부족도 잘 해결하고 있습니다. 특히 갖가지 방법을 통해 최대한 거부감 없이 맵을 재활용한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은 각 에피소드마다 5~6개 정도의 맵을 제작해 놨습니다. 그리고 전투에 따라 이 맵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배치합니다.
예를 들어 에피소드 3의 네 번째 전투인 ‘마을어귀에 섧게 우는 꽃’에서 3-1, 3-2, 3-3 순으로 맵이 나왔다면, 다음 전투인 ‘친구 혹은 적’에서는 3-2, 3-4, 3-3, 혹은 3-4, 3-3, 3-2 순으로 맵을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같은 전투라도 맵의 구성이나 보스의 등장 위치 등도 약간씩 변합니다.
또한 각 전투마다 기사의 맹세라고 부르는 일종의 도전과제와 전투 도중 진행할 수 있는 보너스 목표도 마련해 뒀습니다. 같은 전투라도 어떤 기사의 맹세와 보너스 목표를 진행하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지죠. 맵은 같지만 조건이나 상황을 달리함으로써 다양하게 재활용한 셈입니다.
‘포션을 사용하지 않기’나 ‘방어구를 입지 않고 클리어’ 같은 악독한 조건도 많습니다.
앞서 말한 스토리 중심의 플레이 역시 맵의 재활용을 돕습니다. 더 이상 도전하지 않는 초중반의 던전을 스토리 중간중간 교묘하게(?) 포함시키는 방식입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에서는 맵 간의 난이도나 경험치의 편차가 매우 적기 때문에 이런 재활용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최고 레벨 캐릭터가 방심한다면 레벨 5 전투에서도 죽을 수 있거든요. 대신 레벨 5 전투 경험치가 최고 레벨 전투 경험치와 2배의 차이도 나지 않죠.
완성도를 위해 희생된 자유도
다만 <마비노기 영웅전>은 스토리와 전투를 위해 많은 것들을 희생했습니다.
첫 번째가 자유도입니다.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의 자유도는 매우 높습니다. 유저가 원한다면 언제든 가고 싶은 필드를 갈 수 있고, 레벨 업을 위한 동선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죠. 대부분의 퀘스트도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만을 맡습니다.
그나마 자유도가 낮은 MORPG들도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이나 자유로운 성장, 여러 가지 부가 콘텐츠 등을 통해 유저들에게 ‘선택의 권리’를 주고 있습니다. 최소한 ‘어느 던전을 갈지’ 정도는 고민할 수 있죠.
그런데 <마비노기 영웅전>에서는 자유도를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스토리는 분기조차 없는 외길이고, 몇몇 구간을 제외하고는 스토리만 따라가도 이미 다음 전투에 돌입할 상황이 됩니다. 스토리가 끊긴 구간에서도 다음 전투를 위해 이전 맵의 달성도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해당 맵만 클리어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토리의 자유도는 ‘제로’입니다.
캐릭터와 성장의 자유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에서는 AP와 레벨이라는 두 가지 성장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AP는 전투를 클리어하거나 시간이 흐를 때마다 획득할 수 있고, 스킬을 강화하는 데 사용됩니다.
문제는 <마비노기 영웅전>의 모든 스킬이 캐릭터에 따라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든 피오나는 레벨 10에 헤비 스탠더를, 레벨 21에 방패강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일부러 스킬을 배우지 않는다면 모를까 선택의 권한은 없는 셈이죠.
AP로 특정 스킬을 강화할 수 있다고는 해도 대부분 레벨 20만 돼도 주요 스킬은 모두 마스터를 하는 관계로 큰 차이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사용하는 스킬의 수가 제한적이고 상황에 맞는 스킬이 정해져 있다 보니 전투 자유도가 낮습니다. 보스가 쓰러지면 모든 피오나는 일반공격 4회 후 아마란스 킥을 사용하고 달려오는 곰 앞에서는 헤비 스탠더 자세를 취합니다. 단지 같은 동작을 누가 더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느냐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일반적인 온라인게임처럼 스킬 트리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캐릭터는 경험해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초반부터 후반까지 플레이어의 기본공격 패턴이 비슷하기 때문에 뛰어난 전투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같은 패턴의 전투’에 질려서 게임을 포기하는 유저도 여럿 봤습니다. 이를 위해 피오나와 리시타의 경우에는 해머와 창이라는 추가 무기를 줬지만, 그래도 3개의 플레이 스타일이 5개로 늘어난 것뿐입니다.
피오나는 레벨 1부터 26까지 주력 공격 스킬이 아마란스킥입니다.
선택권이 없기는 아이템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무기와 방어구는 ‘매우’ 적습니다. 레벨 26까지 방어구 세트가 모두 합쳐 30개 정도입니다. 무기도 종류별로 20개 정도죠. 그 중 제대로 쓰이는 방어구 세트는 캐릭터당 3~4종류 정도. 그나마도 성능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사실상 레벨에 따라 정해진 소위 ‘교복’을 입게 됩니다.
방어구의 특색도 부족해서 지능이 중요한 ‘이비’는 천, 나머지는 중갑만을 입습니다. 굳이 방어력이 낮은 경갑이나 아직 성능이 미약한 플레이트를 입을 필요가 없거든요.
가뜩이나 방어구가 부족한데 성능차이까지 심하다 보니 <마비노기 영웅전>에서는 같은 전투에서는 누구나 비슷한 장비를 걸치게 됩니다. 그나마 ‘염색을 통해’ 자유롭게 색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게 다행이랄까요.
염색, 너마저 없었다면….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되는 커뮤니티
온라인게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목숨만 부지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커뮤니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길드를 통한 커뮤니티고, 다른 하나는 목표달성을 위한 파티의 커뮤니티입니다.
길드를 통한 커뮤니티는 다른 게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고 목표달성을 위한 파티의 커뮤니티도 기껏해야 ‘XX를 준비해라’, ‘누가 유인 역할을 맡자’ 정도가 고작이죠.
소수의 인원끼리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MORPG는 특성상 커뮤니티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마비노기 영웅전>은 섀도우 채널을 통해 유저들을 강제로 분산시키고, 게임을 유저 자신만을 위한 스토리에 집중시킴으로써 커뮤니티의 여지 자체를 없애 버렸습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주인공이 되는 대신 서로 간의 교류가 필요 없어졌다고 할까요? 만약 <마비노기>에서 선보였던 ‘여럿이 오순도순 모여서 왁자지껄 떠드는 풍경’을 기대한 유저가 있다면 <영웅전>에서는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전투는 전투대로 떠들 시간이 없습니다.
데브캣 측에서도 커뮤니티에 대한 보완책으로 낚시 같은 보조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게임 진행 자체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마비노기 영웅전>의 특성상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양날의 검, 대규모 서버의 허와 실
<마비노기 영웅전>에서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자이언트 서버(단일 서버)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보여줬습니다. 게임에 접속한 모든 유저가 1개의 서버를 이용하죠.
단일 서버 방식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친구끼리 굳이 서버를 맞추지 않아도 되고 MORPG의 문제점인 ‘유저가 부족해서 게임 진행을 못하는 상황’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경매장이나 거래활동도 그만큼 활발해지죠.
다만 많은 사람이 몰린 만큼 서버환경은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비노기 영웅전> 역시 사람이 조금만 몰려도 곧바로 랙이나 접속 장애 등 네트워크 오류가 발생하죠. 초 단위 전투를 치르고 매일매일 콘텐츠를 진행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는 MORPG에서 이는 무시할 수 없는 단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랙 한 번이면 당신도 민폐유저!
게다가 제한된 콘텐츠 속에서 많은 유저가 동시에 경제활동을 벌이다 보니 특정 아이템의 인플레이션 현상도 매우 쉽게 벌어집니다. 특히 <마비노기 영웅전>처럼 사용하는 아이템과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의 구분이 명확한 게임은 인플레이션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죠.
일단 데브캣은 발 빠른 패치로 인플레이션 현상과 사재기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많은 고민과 보완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발빠른 업데이트와 적절한 떡밥
발빠른 업데이트는 이후에도 <마비노기 영웅전>에 기대를 걸게 만듭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은 그랜드 오픈이 시작된 지난 1월 21일 이후 2번의 대규모 에피소드 패치와 2개의 레이드 전투, 4개의 일반전투, 밸런스 패치 등을 포함해 약 30 번의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업데이트를 진행한 셈이죠.
계속해서 추가되는 콘텐츠는 물론 게임의 밸런스도 수시로 바뀝니다. 최고 레벨만 두 번이 올랐죠. 다른 온라인게임들과 비교해 봐도 매우 왕성한 업데이트입니다.
문제점에 대한 대처도 빨라서 특정 이슈가 생기면 대개 하루나 이틀 내로 그에 대한 업데이트가 진행됩니다. 이틀 만에 하한가를 없앤 경매장 패치나 라이트멜카 방어구 능력치 상향 등이 대표적이죠.
업데이트 하나는 매우 빠릅니다.
에피소드와 에피소드 사이에 레이드를 배치해서 유저들의 놀거리를 주고 공략이 끝나갈 때쯤 다음 에피소드나 신규 전투를 공개하는 콘텐츠 업데이트 방식도 좋습니다. 특히 다음 콘텐츠를 기대하게 만드는 ‘떡밥’은 일품이죠. 리뷰를 쓰는 지금만해도 PvP, 사냥, 맘모스 레이드, 로체스트 성 등 다양한 정보가 공개돼 있습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 예고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접하고 다음에 나올 이야기들을 ‘상상’하고 기대할 수 있죠. 장기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게임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온라인에서 이룬 패키지게임의 꿈
과수원에서는 과일을 재배하기 전에 먼저 가지를 칩니다. 남아 있는 가지에 영양분을 몰아 줘서 더욱 알찬 열매를 맺게 하려는 거죠. <마비노기 영웅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적인 게임진행을 위해 불필요한(혹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버렸습니다. 심지어는 온라인게임의 ‘필수’라고 생각됐던 커뮤니티까지도 말입니다. 대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한해서는 매우 세심한 곳까지 신경을 썼죠.
대표적인 예가 ‘항해’입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은 캐주얼 게임 같은 리스트방식을 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배를 띄우고 게시판에서 동행할 유저를 찾는 번거로운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덕분에 전투를 나갈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진짜 미지의 장소로 모험을 나간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피로도가 아닌 토큰을 내는 방식도 사실성을 더합니다. 솔직히 말해 온라인게임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의 섬세함이 묻어납니다.
여담입니다만 피로도 역할을 맡는 토큰이 매주 2차례 제공되고 다른 이의 토큰을 내주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약간은 유연한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잘린 가지의 수만큼 부족한 부분도 많습니다. 커뮤니티나 자유도 등 ‘잘라낸 가지’에 달려 있던 콘텐츠를 원하는 유저들에게 <마비노기 영웅전>은 이도 저도 아닌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만큼 취향을 극단적으로 탄다는 뜻이죠.
자신이 주인공인 완성도 높은 액션과 이야기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여럿과 함께하는 시끌벅적한 게임라이프를 택할 것인지,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마비노기 영웅전>은 지금까지 봐왔던 어떤 온라인게임보다도 ‘패키지게임스럽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