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는 큰 기대를 받지 않았던 평범한 수작이었지만, 시리즈가 지속되면서 재평가를 받는 게임은 은근히 많습니다. <용과 같이> 시리즈 역시 이런 수작 대열에 포함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1편이 나왔을 때는 그저 그런 야쿠자를 배경으로 한 게임, 2편은 재미는 있지만 널리 알려지지 못 한 게임으로 평가 받았죠. 이후 외전 격으로 미야모토 무사시의 일대기를 그린 <용과 같이: 켄잔>이 PS3로 발표되면서 국내에서도 호평을 받게 됩니다.
이후 발매된 <용과 같이 3>는 <용과 같이: 켄잔>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재조명을 받은바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후속작인 <용과 같이 4>에도 관심을 갖는 게이머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럼 4편은 어떤 게임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새로운 주인공의 등장과 스타일의 변화
지금까지 시리즈의 주인공은 ‘키류’ 혼자였지만 <용과 같이 4>에서는 새로운 3명의 주인공이 등장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용과 같이 4>에는 장래가 촉망되는 금융가였으나 모략에 의해 노숙자로 전락한 대부업자 ‘아키야마’, 18명의 야쿠자를 살해한 전설의 암살자 ‘사에지마’, 비리 형사로 알려진 ‘타니무라’, 그리고 전설의 야쿠자인 ‘키류’ 4명이 등장합니다.
사실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했다고 하지만 플레이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퀘스트를 수행하는 방식은 시리즈 대대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개성 넘치는 주인공 3명이 추가되면서 스타일의 변화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미션을 수행하고 스토리를 따라가는 방식은 그대로입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시리즈 내내 지속되던 한 명의 전투 스타일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 4명은 각자 싸우는 스타일이 다르고 ‘극의’라고 불리는 필살기도 다릅니다. 사실 스토리를 즐기는 게임이지만, 전투의 비율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에 팬들에게는 환영을 받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스피드형, 파워형, 기교형, 만능형으로 구분되는 전투는 분명히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방식을 만족시켜 주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다만 한 번 엔딩을 본 다음에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용과 같이 4>의 제작사는 세가입니다. 그리고 세가에서는 <버추어 파이터>라는 격투 게임을 만들어 냈습니다. 실제 전투는 간단합니다. 때리기, 막기, 잡고 던지기가 전부입니다. 조금 어설프게 보이는 전투지만 공방의 미묘함과 밸런스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특히 액션의 연계는 <용과 같이 4>에서 뛰어난 부분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상대의 액션 형태와 상황 조건에 따라서 다양한 파생 기술을 만들어 내거든요.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선택의 폭을 더 넓혀 주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기본 공격이후 상황에 따라 추가 입력을 하면 특수 공격이 발생한다.
■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4명의 스토리
주인공이 추가되면서 스토리도 지금까지와 다른 이야기를 풀어 냅니다. 물론 이들의 스토리는 하나의 줄기에서 뻗어 나온 가지와 같은 내용이긴 합니다.
전작까지는 원래 주인공인 키류가 처음부터 사건에 휘말립니다.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가 진행되죠. 사실 <용과 같이> 시리즈는 1편부터 4편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계속 등장하고, 스토리에 관여합니다.
시리즈 내내 주요 역할을 담당한 ‘마지마 고로’. 그를 모르면 스토리 이해도 힘들다.
전작의 스토리를 모른다면 무슨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니까요. 실제로 <용과 같이 3>에서는 전작을 못 해 본 플레이어를 위해 1, 2편의 스토리 다이제스트를 게임에 넣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용과 같이 4>에서는 적어도 1, 2편의 스토리를 굳이 알 필요가 없습니다.
알면 좋지만, 몰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새로 등장한 인물이고 이들이 풀어 나가는 이야기도 기존 시리즈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기 때문이죠. 이 인물들은 한 가지 사건이나 하나의 인물을 통해 이어지는 구조를 갖습니다.
예를 들면 1억 엔을 빌리러 온 여자, 이 여자의 가족, 그리고 그들을 수사했던 형사와 아들이라는 관계 속에서 서로 관계 없는 인물들이 인연의 끈으로 이어집니다. 그 과정도 처음부터 꽉 짜인 스토리로 유명했던 시리즈인 덕분에 내용 전개도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전작과 비교해 본다면 스토리의 분량이나 전개, 끝맺음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큰 이야기를 4인의 시각에서 풀어내고 또 복선과 배신이 계속되는 스토리는 엔딩 이후에도 속시원히 풀리지 않더군요.
■ 스토리와 일본어의 상관관계?
결국 25년 전 있었던 하나의 큰 사건이 시발점이 됐으니까요. 그러나 제한된 시간 속에서 큰 스토리를 풀어 나가기는 버겁습니다. <용과 같이 4>의 스토리는 각 인물마다 4개의 장으로 구성되고 엔딩을 이끌어 나가는 최종장을 합치면 모두 17개의 장으로 전개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게임의 큰 줄거리였던 동성회라는 야쿠자 조직의 이야기가 아닌, 개인의 이야기로 흘러 가면서 기존 시리즈를 모르는 플레이어에게는 점점 알 수 없는 스토리가 되어 버리더군요. 기본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라고는 하지만 그 바탕에는 <용과 같이> 시리즈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하거든요.
기본적으로 대화를 통해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뜻을 모르면 플레이도 힘든 건 당연.
동성회가 무엇인지, 전에 등장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전작의 시리즈에서 발생한 사건이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알아야만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용과 같이 4>에서 일어나는 스토리의 개연성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번 4편은 각각의 스토리마다 복선이 숨어 있고, 또 반전의 반전을 거듭합니다. 스토리를 새끼줄로 본다면 각각의 짚으로 줄을 꼬다가 다시 풀러서 다른 짚으로 같은 새끼줄을 꼬아 만듭니다. 그나마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전작을 잘 모르면 무슨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갈피를 잡기 힘들 정도입니다.
문제는 잘 진행되다가 스토리가 막바지에 달할수록 내용 전개에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반전 중의 반전이라고 생각되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왜?’라는 이유가 빠져 있습니다. 아니 이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게임내 한글이 보이는 이유는 한글화가 아니라 현실의 완벽 재현일 뿐.
굳이 예를 들어 보자면 홍콩영화인 <무간도>를 자막 없이 3편만 달랑 봤을 때 대충 감은 잡히지만 세부적인 스토리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느낌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 엔딩 이후의 즐길 것이 더 많은 게임
볼링, 배팅연습, 골프, 당구, 다트, 리듬액션, 탁구, 연애시뮬레이션, 버튼연타, 룰렛, 블랙잭, 바카라, 고스톱, 장기, 마작 등 지금까지 열거한 콘텐츠가 모두 <용과 같이 4>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한번만 즐기는 이벤트성이 아닌, 게임에 포함된 미니게임들입니다.
심지어 파칭코와 게임센터 안에서 퀴즈게임, 아케이드 게임, UFO 캐쳐 등 또 다른 게임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미니게임을 마스터하려면 본편보다 더 많은 플레이 타임이 필요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이들 미니게임은 PS3의 트로피와 연동되거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버추어 파이터>가 아닌 <퍼추어 파이너 파칭코>.
미니게임은 본편을 즐기면서 한번쯤 즐길 수밖에 없는 콘텐츠이고, 또 엔딩을 본 이후에는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입니다. 심지어 본편을 즐기다가 미니게임에 빠져서 스토리 진행을 아예 못 하는 플레이어도 생길 정도입니다.
특히 <용과 같이 4>의 일본 제작발표회 때 화제가 되었던 카바쿠라 걸(호스티스) 유혹하기 같은 경우 선물한 옷을 입고 등장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꼭 완수하는 서브미션이기도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궁극투기장처럼 싸움만 실컷 즐기고 랭킹에 등록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게임 안에 등장하는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음식점, 약국, 상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이용해 장비를 튜닝할 수도 있고, 메뉴에 있는 모든 술과 음식을 먹어 보는 것도 게임 내 작은 목표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카바쿠라 걸과 같이 탁구와 같은 미니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카지노를 이용해야 하는 당위성도 부여하죠. 어쨌든 미니게임만으로도 즐거움을 부여하는 시리즈의 특징답게 게임 안에서 놀거리가 많아졌다는 것은 뚜렷한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다만 미니게임들 중에 일본의 문화를 모르면 즐길 수 없는 게임, 즉 규칙이 다른 장기와 마작, 일본식 도박과 파칭코 등은 국내 플레이어들이 재미를 느끼기 힘들어 보입니다.
■ 아쉬움이 남는, 확장팩이 아닌 완성팩
<용과 같이 4>는 어떻게 본다면 전작 3편에 스토리와 즐길거리를 더한 확장팩 개념으로 볼 수 도 있습니다. 일단 주요 무대인 카무로쵸는 지하와 함께 옥상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많은 공간을 활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전작에서 이동할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해진 것을 제외하면 출입이 가능한 공간은 그다지 늘어나지는 않았더군요. 공간이 늘어난 이유는 주인공이 추가되면서, 그리고 후속작으로 공간 활용도를 넓힌 정도로 이해가 되더군요.
옥상으로 맵은 확대됐지만 이동 통로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주인공이 3명이나 추가되면서 이들을 성장시키는 것과 다양한 히트 액션도 확장된 콘텐츠로 받아들일 수 있겠죠. 하지만 전체적인 콘텐츠의 분량은 줄었습니다. 서브미션은 전작의 100개 이상에서 64개로 줄었고, 각 캐릭터만의 스토리도 너무 짧습니다.
게다가 전작에서는 또 하나의 무대였던 오키나와 맵이 삭제되면서 카무로쵸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만 플레이가 이루어집니다. 이쯤 되면 확장팩이라고 말하기는 좀 애매해집니다. 오히려 늘일 곳은 늘이고 줄일 곳은 줄인 완성팩이라고 말하는 게 옳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용과 같이 4>의 엔딩을 보기까지의 평균 플레이 타임은 약 12시간 내외로 생각됩니다. 변화 없는 배경에 이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같은 곳을 오가는 이동은 스토리를 모르고 진행하는 플레이어에게는 최악의 플레이 패턴으로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어떤 목적으로 즐길 것인지는 플레이어의 몫으로 남겨 둘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본다면 <용과 같이 4>는 전형적인 시리즈 팬들을 위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작을 즐겼던, 또 시스템에 익숙한 플레이어라면 게임 자체가 즐겁습니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에게는 난해한 스토리와 시스템으로 흥미를 느낄 수 없는 게임으로 기억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