렐릭의 인기 RTS(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워해머 40,000: 던 오브 워 2>(이하 DOW 2)의 확장팩 <카오스라이징>이 지난 3월 국내외에서 발매됐습니다. 이번 확장팩은 원작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종족 ‘카오스’가 다시 등장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죠.
결론부터 말해서 <카오스 라이징>은 ‘워해머’와 ‘던 오브 워’라는 프랜차이즈를 빛낼, 확장팩 치고는 보기 드문 수작입니다. 특히 단지 ‘스페이스 마린’ 종족을 ‘복사→붙여넣기’할 것이라는 원작 팬들의 우려를 받았던 카오스는 그 존재감을 유감 없이 뽐내고 있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나리나리
드디어 등장한 ‘카오스’
<카오스 라이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제국의 적 ‘카오스’ 종족이, 정식으로 아우렐리아 전투에서 그 위용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오스에는 개성이 넘치면서도 강력한 세 명의 영웅들이 등장합니다. 플레이어는 ‘공격’(카오스 로드), ‘방어’(플레이그 챔피언), ‘지원’(카오스 소서러)을 담당하는 영웅들 중에서 한 영웅을 골라 전장을 누비게 됩니다.
‘크로노스’ 캠페인에서의 쓰디 쓴 패배를 무릅쓰고 복수의 칼날을 드러낸 카오스.
피와 전투의 신 ‘코른’을 섬기는 카오스의 공격형 영웅 ‘카오스 로드’는 <DOW 2> 원작에서 다른 종족의 공격형 영웅들이 보여 줬던 ‘단순함’, 예를 들어 단순히 공격력이 세고 방어력이 높거나, 아군에게 공격형 버프를 걸어 주거나 하는 일방향적인 공격형 영웅에서 탈피한 모습을 선보입니다.
카오스 로드는 시작부터 영웅 자체의 힘이 굉장히 강력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군을 희생하는 대신 ‘블러드레터’ 악마들을 소환해 공격 형세를 유리하게 이끈다거나, 적 유닛 전체의 시야를 대폭 감소시켜 제대로 싸울 수 없게 만드는 식의 다양한 스킬도 쓸 수 있습니다.
카오스 로드는 전반적으로 그 능력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항상 ‘불리하게’ 전투를 벌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형태로 짜여져 있어서, 말 그대로 제대로 된 공격형 영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오스 로드는 영웅 자체의 강력함은 물론이고, 항상 전투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 줘서 제대로 된 공격형 영웅의 진면모를 보여 줍니다.
방어형 영웅 ‘플레이그 챔피언’은 카오스의 요충지 방어를 담당하는 원거리형 유닛입니다. 질병의 신 ‘너글’의 축복을 받은 플레이그 챔피언은 ‘맹독 방사기’나 ‘플레이그 소드’ 같은 강력한 워기어도 장착할 수 있는 동시에, 주요 거점에 ‘카오스 헤비 볼터 포탑’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지원형 영웅이자 마법의 신 ‘젠취’를 섬기는 ‘카오스 소서러’는 강력한 공격 마법들과 함께 아군을 강화시켜주는 스킬도 쓸 수 있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둠 볼트’ 스킬을 사용할 수 있어 거점을 점령하기 위해 뭉쳐 있는 적 유닛들에게 강력한 포격을 가하고, 아군 유닛을 텔레포트시켜 위험한 상황에서 구출해 내는 등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매우 강력한 원거리 공격력을 자랑하는 플레이그 챔피언.
카오스 소서러는 공격력도 강하고, 아군을 지원하는 다양한 마법도 사용합니다.
이처럼 강력한 영웅들과 함께 카오스는 다른 종족에는 없는, 독특한 특징도 갖고 있습니다.
카오스는 4대신의 광신자 ‘헤러틱’ 유닛을 이용해 플레이어가 선택한 영웅의 신을 숭배하며, 각 신들의 성소를 세울 수도 있습니다. 코른의 성소(블러드레터 소환), 너글의 성소(아군유닛 체력 회복), 젠취의 성소(적군 유닛 공격)은 어디에서나 건설할 수 있으며, 이들의 활용성과 전략은 무궁무진합니다.
카오스 신들을 숭배하는 헤러틱 분대. 주위 아군의 공격력과 이동 속도 등이 올라갑니다.
카오스 성소 중 하나인 ‘젠취의 성소’는 주의의 적 유닛을 자동으로 공격합니다. 헤러틱의 숭배가 더해질 경우 훨씬 강력해집니다.
또한, 카오스의 유닛들은 신들의 축복을 받은 무기를 장비하여 보다 강해질 수 있습니다.
일례로 ‘카오스 스페이스 마린’을 보면, 이들은 ‘코른’의 축복을 받아 강력한 체인 액스를 장비해 근접전 특화 유닛이 될 수 있고, ‘젠취’의 축복을 받아 인페르노 볼터를 장비해 살인적인 포화를 퍼붓는 사격 전문형 유닛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특징은 초반 유닛들에 한정되지 않고, 2 티어의 ‘카오스 드레드넛’, 3 티어의 ‘카오스 프레데터’ 등 고급 유닛에도 적용되는 카오스만의 큰 장점입니다. 덕분에 카오스는 같은 종류의 유닛이라도 다른 종족에 비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카오스의 유닛들은 각 신이 축복한 무기를 장착해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코른의 인장 업그레이드로 근접 특화 유닛이 된 스페이스 카오스 마린(왼쪽)과 젠취의 인장 업그레이드로 사격 특화 유닛이 된 카오스 스페이스 마린(오른쪽).
‘확 달라진’ 제대로 된 싱글 캠페인 |
<카오스 라이징>의 싱글 캠페인은, 일명 ‘레이드’라고 불렸던 <DOW 2>의 일직선 전개 캠페인에서 탈피해 게이머들이 ‘워해머’의 세계관을 한층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캠페인의 분량 또한 충분합니다.
<카오스 라이징>만 구매했다면 카오스 라이징 캠페인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원작의 싱글 캠페인은 많은 적을 제거하고 마지막에는 보스를 물리치는 식의 단순한 구성을 보여 주었죠. 또한 ‘적 제거도’, ‘아군 유닛 부상도’, ‘미션 클리어 시간’의 세 가지 종족이 충족돼야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캠페인을 플레이하면 할수록 지겨워져서 ‘노가다’라는 불평도 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카오스 라이징>은 임페리얼 가드 종족과 함께 카오스로부터 황궁을 방어하는 형식의 제대로 된 방어 미션, 카오스에게 포위당한 아군 테크마린을 구해내는 구출 미션, 블러드 레이븐 챕터에서 변절한 카오스 이단의 제거, 고대의 전함 ‘스페이스 헐크’에서 벌이는 전투 등 다채로운 캠페인 구성을 보여 줍니다.
각 캠페인의 레벨 디자인 또한 빼어나서 미션에서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기 힘듭니다. 게이머들은 이러한 미션을 통해 블러드 레이븐의 영웅들을 한층 성장시키고, 최종적으로는 카오스 세력들을 아우렐리아 섹터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단순한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오리지널의 싱글 캠페인.
대대적인 카오스의 공격으로부터 임페리얼 가드와 함께 황궁을 방어하는 미션. 임페리얼 가드의 병력을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해 볼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 헐크 미션. 플레이어는 이 미션을 통해 베일에 싸인 블러드 레이븐의 비밀을 한 꺼풀 벗겨 내게 됩니다.
<카오스 라이징>은 싱글 캠페인 미션 자체의 구성도 훌륭하지만, 스토리와 전개 방식에서도 원작에는 없었던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보다 극적인 모습을 선보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플레이어가 블러드 레이븐을 황제의 충직한 부하로 성장시킬지, 아니면 카오스에 타락한 전사들로 변절시킬지 결정권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카오스를 대면한 ‘블러드 레이븐’ 챕터의 영웅들은 조금씩 카오스의 힘에 젖어듭니다. 바로 이 점이 미션에서 ‘카오스 오염도’라는 요소로 구현되는데요, 제시되는 조건을 달성했을 경우 특정 영웅, 또는 모든 블러드 레이븐의 영웅들이 카오스화되어 갑니다.
영웅들의 카오스화는 이후 싱글 캠페인 전개에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심지어 캠페인의 엔딩에도 영향을 주는데요, 원작에는 없었던 이러한 요소 덕분에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게임의 스토리에 빠져 들고, 캠페인에 몰입하게 됩니다.
카오스의 힘이 특히 강한 스페이스 헐크 함선. 시간 내에 미션을 완료하지 못 할 경우 미션에 투입된 영웅들의 카오스 오염도가 모두 올라갑니다.
카오스 오염도가 충분히 오르면 카오스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각 무기에 부여된 어둠의 스킬도 쓸 수 있습니다.
카오스에 대항할 ‘신유닛’들의 등장
새롭게 등장한 카오스 외에 다른 종족들 역시 <카오스 라이징>에서 다양한 유닛들이 추가됐는데요, 새로운 유닛들은 각 종족의 다소 불완전한 요소들을 채워 주는 역할을 합니다.
강력한 카오스 종족에 대항할 새로운 유닛 5개가 추가됐습니다.
스페이스 마린은 강력한 지원 유닛 ‘라이브러리언’이 추가됐습니다. 라이브러리언은 기동성이 느린 스페이스 마린의 이동속도를 보완해 주는 ‘부스트’ 스킬과 적 유닛에게 범위 마법 공격을 퍼붓는 ‘스마이트’, 갈수록 확대되는 방어막을 생성해 적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쉴드 월’ 등으로 아군을 보호하는 최적의 보조 유닛입니다.
라이브러리언은 멋진 지원 마법 못지않게 기본 공격력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입니다.
스페이스 마린에 라이브러리언이 있다면, 오크에게는 엉뚱하면서도 효과적인 마법으로 아군을 지원하는 ‘위어드 보이’가 추가됐습니다.
위어드 보이는 ‘워프 구토’로 상대 병력을 제압하고, 아군의 근접 유닛을 날려 보내 적에게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마법을 사용해 오크가 효율적인 전투를 벌일 수 있게 돕습니다.
오크에게 꼭 필요한 마법을 쓸 수 있는 ‘위어드 보이’.
엘다에게는 최강의 사격 유닛 ‘레이스가드’가 추가됐습니다. 느리게 이동하면서 넓은 범위에 살인적인 대미지를 퍼붓는 레이스가드는 워록 지휘관을 붙여주면 더욱 빨라집니다. 단, 적이 근접전투를 걸어 오거나, 워록 지휘관이 죽으면 매우 약해지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보병은 물론, 기갑 유닛에게도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레이스가드.
타이라니드에게는 두 개의 유닛이 추가됐습니다.
먼저 전작의 2 티어 카니펙스를 대체하는 ‘타이런트 가드’입니다. 타이런트 가드는 아주 느리게 움직이지만, 시냅스 영역 아래에서는 이동속도가 빨라집니다. 엄청나게 높은 체력과 적의 진형을 부수는 ‘돌진’ 스킬, 위급 상황에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재생’ 스킬 등을 갖고 있어 방패막이 역할에 제격입니다.
또 하나의 추가 유닛 ‘진스틸러’는 타이라니드 최고의 엘리트 근접 유닛입니다. ‘광포화’ 스킬을 사용하면 이동과 공격 속도가 빨라지고 적을 때릴수록 체력이 회복돼 적을 철저히 파괴하기에 충분합니다. 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는 투명 상태가 되어 승리 거점이나 으슥한 골목 등에 숨어 있기 좋습니다.
타이런트 가드는 굉장한 수준의 체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적의 최우선 목표물이 되어 아군 유닛들의 방패 역할을 맡아 줍니다.
진스틸러는 가만히 있을 때 투명해집니다.
원작의 부족함을 채워 주는 확장팩 |
<카오스 라이징>은 새로운 위협 세력 ‘카오스’와 전략성을 높여 주는 신규 유닛, 멋진 싱글 캠페인이 어우러진 최상급 확장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작에서 다소 부족했던 유닛 음성과 게임 사운드가 개선됐고, 불편했던 인터페이스가 수정되는 등 제대로 된 게임으로서의 면모도 갖췄습니다.
원거리, 근거리 ‘스탠스 버튼’의 추가로 불편했던 유닛의 스탠스 조정 인터페이스 또한 개선됐습니다.
다만 렐릭의 고질병(?) 중 하나인 ‘초기 종족 밸런스 불균형’은 이번 확장팩에서도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특히 카오스 종족은 전반적으로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현재 종족 밸런스 불균형을 외치는 유저들의 목소리가 굉장히 높습니다.
이 밖에도 그래픽 옵션에서 ‘광원’ 효과를 부여할 수 없는 오류 등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도 많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점들이 패치로 잘 조정된다면 <카오스 라이징>은 <DOW 2>를 완성시킨 멋진 확장팩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