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2006년 5월, 거상의 후속작인 <거상 2>는 두 번째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전작의 특징 중 하나인 경제시스템은 그대로 가지고 가되, RTS방식의 전투를 포기하고 모든 그래픽을 3D로 바꾸는 등 나름대로 새로운 도전을 한 <거상 2: 황금의 지배>.
과연 이번에도 전작만큼의 성과를 올리며 온라인게임의 역사에 또 다시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인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거상 2>의 모습을 살펴보자. /디스이즈게임
▶ 전혀 나아지지 않은 그래픽
올해 초 진행된 <거상 2>의 첫 번째 클로즈 베타테스트는 정말이지 ‘황당’ 그 자체였다. 말이 좋아 세계지, 지형지물 조차 없는 맵에 콜로세움 하나와 마을 몇 개를 덩그러니 세워놓은 것이 전부였으니까.
결국 유저들은 이제 겨우 첫 번째 테스트라는 점에 위안을 삼으며 다음 번 테스트에서 큰 변화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유저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번 2차 테스트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물론 지난번 테스트처럼 ‘황당할 정도로 썰렁한’ 그래픽은 아니지만 ‘여전히 황량한 필드’와 ‘이미지도 구현되지 않은’ 몇몇 아이템은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그래픽만으로 게임의 모든 것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아직 클로즈 베타테스트이긴 하다. 그러나 <거상 2>는 이미 한 번의 테스트를 거친 게임이고, 그것도 두 번씩이나 테스트 일정을 미룬 끝에 공개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 클로즈 베타테스트는 게임에 대한 기대도가 결정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No Image'가 한 가득! 이쯤 가면 정신이 다 멍해진다.
▶ 필드는 짜증을 싣고?
그리고 이러한 ‘무성의함’ 때문에 유저가 가장 곤욕을 치르는 곳이 바로 ‘일반 필드(가칭)’다.<거상 2>는 전작과 달리 전투를 위한 필드와 상업을 위한 일반 필드가 구분되어 있다. 일반 필드는 단순히 마을 사이를 이동하게 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일반 필드가 지나치게 부실하다 보니 즐거워야 할 마을 간의 교역이 오히려 짜증과 답답함으로 얼룩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런 특징도 없이 똑같이 반복되는 맵을 수십 분간 돌아다니다 보면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따위의 철학적인(?) 고찰까지 하게 된다.
그나마 개성 있는(?) 알프스산맥.
게다가 필드에 조금만 높거나 낮아도 지나갈 수 없는 탓에 자신만의 지름길을 만들 수도 없고, 뚫고 지나갈 수 있는 물체와 그렇지 않은 물체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도 불편했다. 다음 테스트에서는 꼭 개선되어 있기를 바라는 부분이다.
마을은 그냥 뚫고 지나가면 된다. 그 앞의 돌멩이는 못 넘지만... (-_-)
상업과 전투를 완전히 분리시키겠다는 게임의 기획의도는 좋다. 하지만 일반 필드에 몬스터를 넣을 수 없다면 그 대신 ‘심심하지 않을 정도’의 볼거리, 혹은 다양한 NPC나 특정한 이벤트 등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정도는 줘야 하지 않을까?
게임의 기본이 되고 가장 많은 일들이 벌어져야 하는 일반 필드가 유저들에게는 단순히 ‘마을 간의 빠른 이동을 막기 위한 길목’쯤으로 치부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일반 필드에 어떻게 생기를 불어넣을 것인가?'는 앞으로 개발진이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2D였던 <거상>에서 3D로 넘어오면서 발생한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의 필드는 정말 심심하다. NPC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 풍성한 퀘스트. 이젠 이야기가 있다
밋밋한 그래픽과는 달리 지난번 테스트에 비해 확실히 달라진 부분도 있다. 먼저 가장 큰 변화는 게임의 목적을 심어주는 ‘퀘스트’가 생겼다는 점이다.
물론 전작인 <거상> 역시 퀘스트의 역할을 하는 ‘임무수행’이 있었으나 그 개수가 워낙 적고, 대부분이 전투력과 신용도가 500~1000 단위로 오를 때마다 하나씩 주어지는 탓에 퀘스트라기보다는 일종의 ‘레벨 업 기념 이벤트’쯤으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거상 2>는 이런 일괄적인 방식의 퀘스트에서 탈피해 각각의 퀘스트마다 세계관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집어넣음으로써 보다 볼륨감 있는 세계관을 구현해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크라우제’와 관련된 연계퀘스트는 힌트를 가지고 나무를 찾고, 특정 조건에 따라 아이템을 모으는 등 상당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었다. 퀘스트의 수를 늘리고, 좀 더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킨다면 ‘퀘스트 중심의 온라인게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 일장일단의 용병시스템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이번 테스트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용병시스템’이다. 앞서 서두에도 말했듯이 <거상 2>는 전작의 RTS방식의 전투에서 탈피해 다른 온라인게임과 비슷한 전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에 맞춰 한 번에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용병의 수 역시 기존의 11명에서 2명으로 대폭 감소됐다. 때문에 전작에서처럼 다수의 용병을 이용한 전략적인 전투는 즐길 수 없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는 모자라지만) 용병의 수가 줄어든 탓에 각각의 용병을 이용한 보다 세밀한 컨트롤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용병의 종류는 여전히 다양하기 때문에 '플레이어 + 용병 2인의 조합'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전투스타일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이번 테스트부터는 플레이어의 캐릭터에도 다양한 종류의 스킬이 추가됐으니 자신의 캐릭터에 적합한 용병 조합을 찾아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필자의 캐릭터는 근접공격에 강한 조르제. 따라서 용병으로는 원거리 공격을 보조해 줄 포수와 체력 회복을 맡을 사제를 사용했다.
단, 아직까지는 용병에게 아무런 명령도 내릴 수 없는 탓에 과연 어떤 방식으로 컨트롤이 이뤄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_-)
▶ 더 이상 손 볼 곳 없는 경제
<거상>만의 개성 넘치는 특징, ‘경제시스템’ 역시 작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물품의 가격변동을 보여주는 표시가 생겼고, 교역품을 위한 인벤토리도 따로 나뉘었다. 덕분에 좀더 쉽게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물품의 가격변동이 일일이 표시된다는 것은 마치 ‘증권 시세’처럼 가격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한 없이 오르다가 어떤 포인트에 이르면 갑자기 폭락하는 등 어떤 '흐름'이 생겨난 것.
심지어 전날까지는 49원 하던 양파가 하룻밤 사이에 25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유저들이 더 이상 안전한 거래는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가격표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마치 주식 시장을 보는듯한 물품의 가격변동. 더 이상 안전한 거래는 없다!
▶ 아직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거상 2>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작품’이다.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하고 있는 게임인 만큼 당연한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전하려는 뜻은 이와는 약간 다르다. 바로 ‘유저들 앞에 보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앞에서 지겹도록 말한 무성의한 그래픽은 차치하고서라도 계속해서 벌어지는 버그와 완성되지 않은 인터페이스 등은 ‘도대체 왜 벌써?’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되새기게 만들었다.
M키를 눌렀을 때 나오는 전체맵. 이거 알아볼 수 있는 사람?
물론 이미 전작에서부터 다져진 상업시스템과 용병을 이용한 전투시스템 등 눈에 띄는 특징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작의 것을 그대로 이어받았을 뿐, 정작 <거상 2>만의 새로운 장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사람들이 후속작에 거는 기대는 ‘전작의 명성을 뛰어넘는 것’이지, ‘전작의 명성에 기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직 두 번째 클로즈 베타테스트에 불과한 만큼 좀 더 게임을 가다듬어 <거상>의 후속작이 아닌, <거상 2>라는 당당히 독립된 게임의 모습으로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보너스 - GM은 100점! 본문에 마땅히 넣을 자리가 없어서 소개하지 않았지만, <거상 2>의 GM 서비스 만큼은 ‘만점’이다. 상시 게임 내에서 4~5명의 GM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게시판 답변까지 ‘칼같이’ 달린다.
게시물이 달린 시간에 주목. 새벽 3시다! 상대할 유저의 수가 적은 클로즈베타테스트만의 특권일지는 모르겠으나 부디 이후의 서비스에서도 지금과 같은 서비스 정신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그리고 조이온 사장님, 이 글 보시면 고생하신 GM님들 보너스라도 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