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box360 전용, 심리 액션 스릴러, 드라마 같은 게임… <앨런 웨이크>를 설명하는 수식어들입니다. 과연 게임의 스토리텔링과 전달력은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오직 하나의 엔딩, 자유도보다 이야기 몰입감에 주력한 개발진의 노력은 빛을 볼 수 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은 5월 18일 국내 출시를 앞둔 <앨런 웨이크>의 한글판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단, 에피소드 1(드라마로 따지면 한 편 분량)에 대해서만 다룰 수 있는 점은 양해 바랍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 에피소드 1만을 플레이하고 작성했기 때문에 이후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빛이 당신을 구원한다! |
<앨런 웨이크>는 빛과 어둠의 싸움이다. 주인공 앨런 웨이크는 빛을 이용해 어둠의 존재들과 싸우고 빛을 향해 도망친다.
주인공에게 가장 중요한 무기는 바로 ‘플래시’. 적들은 알 수 없는 어둠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먼저 빛을 사용해 그들의 몸을 감싼 어둠부터 날려 버려야 한다. 어둠이 사라지면 비로소 적을 물리칠 수 있게 된다.
먼저 불빛으로 적을 제압한 다음 공격해야 한다.
Xbox360 게임패드의 [LT] 버튼을 누르면 플래시의 빛을 강하게 쏠 수 있다. 이때는 배터리가 빠르게 닳지만, 적들의 어둠을 순식간에 날려 버릴 수 있고, 강한 빛 때문에 적의 눈이 순간적으로 멀게 돼서 도망칠 때도 유용하다. 배터리는 자동으로 충전되지만,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져서 충전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는 건전지를 갈아 끼워 빠르게 배터리를 채울 수 있다.
<앨런 웨이크>의 빛은 유저를 바른 길로 이끌어 준다. 다음에 게임을 진행해야 할 부분은 모두 강한 빛으로 강조된다. 캄캄한 어둠 속에 가로등이 서 있거나, 멀리 보이는 주유소에서 강렬한 빛이 나오면 그쪽에 답이 있다. 적어도 이 게임에서 빛은 플레이어를 배신하지 않는다. 철저히 빛을 믿고, 빛에 의지해야 한다.
답답한 실내를 벗어난 스릴러 |
<앨런 웨이크>를 직접 플레이해 본 결과, 그래픽은 만족스러웠다. 특히 광원 효과를 매우 세밀하게 잘 표현해 냈다. 나무들 사이로 내려오는 햇살, 플래시로 비추는 부분에 따라 바뀌는 그림자 효과 등은 사실적이면서도 깔끔했다.
게임의 배경인 시골 마을의 자연 경관도 시원하게 펼쳐지고, 건물 내부의 묘사도 훌륭하다. 어두운 숲속에서 저 멀리 보이는 계곡이나 주유소의 불빛은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 하지만 몇몇 부문은 미처 신경을 못 썼는지, 일부 길가의 풀이나 나무의 텍스처는 눈에 거슬릴 정도로 좋지 않았다.
<앨런 웨이크>는 게임 플레이와 영상이 번갈이 나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면서도 컷신 영상과 게임 플레이의 차이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방금 전까지 피신해 있던 집이 불도저에 의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펼쳐진다. 나무 벽이 조각 나면서 세밀하게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신기하게도 <앨런 웨이크>를 플레이하면서 시야에 대한 답답함은 거의 느끼지 못 했다. 보통 어두운 배경에 시야가 제한된 게임을 하다 보면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데, <앨런 웨이크>는 그런 면이 없었다.
아마도 좁은 건물 안에서 어디로 갈지도 모르고 헤매는 게임들과 달리, 산속이나 호수 등 넓은 지역에서 자신이 가야 할 목표가 확실히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밤중에도 멀리까지 배경이 보이기 때문에 갑갑함이 덜하다.
진짜 미국 드라마 같은 게임 |
최근 많은 게임들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하는데, <앨런 웨이크>는 영화가 아닌 미국 드라마(이하 미드) 같은 모습을 추구한다.
<앨런 웨이크>의 스토리는 영화처럼 일직선으로 전개되지 않고, 미드처럼 에피소드 단위로 나눠져서 진행된다. ‘왜?’라는 의문이 생기게 만드는 장치가 곳곳에 마련돼 있고, 스릴러 드라마 특유의 나레이션을 활용해 몰입감을 높였다. 의문이 하나 풀릴 때쯤, 또 다른 의문이나 반전이 드러난다. 에피소드 단위로 진행되는 전형적인 드라마 형식이다.
트랙터의 공격 받는 앨런, 이유도 모르는 채 계속 공격을 받는다.
게임은 유명한 공포소설 작가 ‘앨런 웨이크’가 운전하며 어두운 밤길을 달리던 중 히치하이커를 차로 치면서 시작된다. 사고에 놀란 주인공이 히치하이커를 확인하려고 하지만, 갑자기 히치하이커의 몸은 사라지고, 어둠에 둘러싸인 미지의 존재가 주인공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어둠의 존재는 앨런 웨이크를 따라오면서 “자신이 만든 창조물에 의해 죽는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 어둠의 존재는 무엇일까? 일단 살기 위해 도망치는 주인공. 쌓여 가는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어둠에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앨런 웨이크>는 주인공의 직업이 소설가인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앨런 웨이크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쓴 기억이 없는 원고 조각’을 얻게 되는데, 이를 통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단, 주인공은 그 원고를 언제 썼고, 원고가 왜 여기 있는 지를 기억하지 못 한다. 의문은 점점 더 깊어질 뿐이다.
<앨런 웨이크>는 게임 플레이 외적인 부분에서도 미드의 느낌을 충실히 살렸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종료되면 드라마 한 회가 끝난듯 엔딩 화면이 나온다. 이어서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되면 역시 미드처럼 이전 에피소드의 내용을 짧게 요약해서 보여 주기도 한다.
간단하고 직관적인 조작 |
그동안 스릴러 게임은 조작이 불편한 경우가 많았다. 기술력이 부족한 것도 있었지만, 조작의 불편함이 쉽게 도망치거나 적을 제압할 수 없다는 인식을 플레이어에게 심어줘 공포심을 더욱 강하게 만들려는, 의도적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앨런 웨이크>의 조작은 편하다. Xbox360의 패드를 매우 잘 활용한 덕분에 플레이하면서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패드로 즐길 때 가장 크게 느끼는 불편함은 조준인데, <앨런 웨이크>는 적을 향해 방향만 맞추면 자동으로 조준되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았다.
<앨런 웨이크>의 모든 액션은 하나의 버튼으로 이뤄진다. [LT]는 플래시의 집중과 조준, [RT]는 사격, [A]는 점프, [B]는 액션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여러 버튼을 조합할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다.
전투 방식은 주인공이 양손에 가진 무기를 사용한다. 왼손에는 플래시를, 오른손에는 총을 갖고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적들은 단순히 총으로 공격해서는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다. 먼저 플래시로 그들을 둘러싼 어둠을 없애야 비로소 총으로 공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적이 공격해 올 때 [LB] 버튼을 누르면 순간적으로 시간이 느려지면서 적의 공격을 피하기 수월해진다. <앨런 웨이크>를 만든 레메디의 과거 히트작 <맥스 페인>의 영향(불릿 타임)을 받은 듯한 부분이다. 어쨌든 [LB] 버튼을 잘 활용하면 완전히 포위된 상태에서도 충분히 피해 나갈 수 있다.
오른손엔 총, 왼손엔 플래시, 이것이 기본이다!
한글화가 빛나는 게임 |
<앨런 웨이크>는 스릴러 게임이다. 여기에 드라마 같은 느낌을 살리면서 시나리오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게임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재미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앨런 웨이크>는 한글화가 잘 돼 있다. 모든 대사가 한글 자막으로 처리됐고, 번역도 깔끔하게 돼 있다. 단순히 내용을 옮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국과 한국의 문화가 달라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알기 쉽게 풀어 놓았다.
(그럴 일은 없어졌지만) 아마 한글화가 안 된 상태로 <앨런 웨이크>가 발매된다면, 적어도 국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다.
이번 체험기는 에피소드 1만을 기준으로 작성했다. 이후의 내용 전개에 따라 <앨런 웨이크>의 평가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에피소드 1까지 플레이한 결과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특히 드라마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시나리오와 색다른 전투 방식, 깔끔한 그래픽 등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실제로 북미에서는 <앨런 웨이크>의 홍보를 위해 미니 시리즈 방식의 실사 영상물도 제작·배포되고 있다.
스릴러와 액션 게임을 좋아하고, Xbox360을 갖고 있다면 꼭 한번 플레이해 보길 추천한다.
빛을 향해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