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기어 솔리드>의 솔리드 스네이크와 더불어 잠입액션 계의 거성으로 손꼽히는 <스플린터 셀>의 샘 피셔. 그가 최신작 <스플린터 셀: 컨빅션>(이하 컨빅션)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신작의 샘이 예전과 다른 것은, ‘잠입’보다는 가차 없이 적을 쓰러뜨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건데요, 덕분에 <컨빅션>은 지금까지의 <스플린터 셀> 시리즈와는 달라도 한참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nodkane
※ 이 리뷰는 PC 버전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가차 없이 적을 사살하라!
원래 샘 피셔는 ‘서드 애설론’이라는 국가기관에 소속돼 각종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요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컨빅션>에서 그는 서드 애설론에서 나와 분노에 몸을 맡기고 개인의 목적을 위해 독단적으로 행동을 합니다. 따라서 전투 스타일 역시 이전과 다르게 굉장히 적극적이고, 또한 전투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전투 스타일이 달라진 것은 <컨빅션>의 핵심 시스템인 ‘마크&익스큐트’(지정 & 수행)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마크’로 적을 지정하고 ‘수행’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지정해 놓은 적들을 자동으로 사살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마크로 적을 지정하고 수행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사살한다. 넌 이미 죽어 있다?
후반부에 ‘소나고글’을 얻으면 벽 뒤에 있는 적들도 마크할 수 있다.
일종의 ‘락온’ 시스템이라고 할까요? ‘마크&익스큐트’는 강력한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남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하려면 무기의 사정거리 이내로 적에게 접근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적을 사로잡아 방패로 만든다는 등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무기에 따라 마크&익스큐트의 사용 횟수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특히 마크&익스큐트 시스템을 쓰려면 접근해야 하는 것이 필수인데, 언제나 그랬듯(?) 샘 피셔의 방어력은 결코 높지 않습니다. 따라서 목표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컨빅션>에도 아직 ‘잠입’의 요소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적들의 이동루트, 목격자 여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이 상태에서 들키면 집중포화를 받게 됩니다.
적을 마크할 수 있는 수는 총기에 따라 다릅니다.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늘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컨빅션>의 또 다른 신규 시스템으로는 ‘라스트 노운 포지션’(마지막으로 알려진 위치)이 있습니다. 이는 이동하는 도중 적들에게 발각되면, 그 위치가 표시 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일단 발각되면 적들은 샘을 마지막으로 본 위치를 집중적으로 탐색합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일부러 적들에게 위치를 노출한 후, 적들이 모이면 이를 수류탄 등으로 한꺼번에 쓸어 버리는 식의 전략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적들에게 들키면 그 위치에 흐릿한 샘의 모습이 표시됩니다. 적들은 이곳에 수류탄을 던지거나 총을 난사하곤 합니다.
이런 시스템들 덕분에 플레이어는 더 이상 기존의 <스플린터 셀>에서처럼 잠입루트를 계산하느라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됩니다. 좀 더 공격적으로 적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몰살시킬지만 생각하면 됩니다.
이런 부분은 기존의 시리즈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한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잠입’이 아예 사라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존 시리즈 마니아들 역시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반대로 이런 변화는 난이도의 급격한 하락을 불러왔다는 데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평소에 액션 게임을 어느 정도 즐겨 봤다면 <컨빅션>의 2회차 이후부터는 최고 난이도로 해도 거의 죽지 않을 정도입니다.
어느 정도 게임에 적응한 2회차 이상부터는 최고 난이도로 해도 거의 죽지 않는다.
짧은 싱글을 보완해 주는 디나이어블 옵스
요즘 나오는 소위 블록버스터급 게임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컨빅션> 역시 싱글 플레이의 볼륨이 굉장히 적습니다. 일단 미션만 봐도 11개뿐이고(게임 진행 요소가 적은 인트로 신 제외),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지면 처음부터 끝까지 4~5시간 안에 돌파할 수 있습니다.
진행루트는 여러 가지지만, 시나리오에도 분기가 없고, 일단 미션의 시작과 끝은 일직선 구도이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2회차 이상을 즐길 필요성을 느끼기도 힘듭니다.
이러한 것을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디나이어블 옵스’(거부할 수 있는 작전)입니다. 이는 특정 미션의 플레이 도중 인스턴스 형태로 주어지는 미션을 말합니다.
디나이어블 옵스의 컨텐츠 볼륨은 꽤 많은 편이다.
디나이어블 옵스는 맵에 따라 콘텐츠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크게 적을 해치워나가는 ‘헌터’, EMP를 지키는 ‘라스트 스탠드’(마지막 요원), 유플레이 포인트로 해금할 수 있는 ‘잠입’의 세 가지 모드를 제공합니다.
물론 플레이어는 디나이어블 옵스를 수행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디나이어블 옵스의 보상으로 다양한 의상과 총기를 구입할 수 있어 외면하기는 힘듭니다. 특히 ‘도전과제’는 디나이어블 옵스를 플레이해야 보다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디나이어블 옵스를 통해 얻은 포인트로 의상과 총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지만 불안정한 멀티플레이
<컨빅션>에서는 위에서 설명한 디나이어블 옵스와 더불어 별도의 ‘협동 미션’을 다른 플레이어들과 멀티 플레이로 즐길 수 있습니다. 협동미션은 4개의 미션이 여러 개의 챕터로 나뉘어져서 진행됩니다.
협동 미션에서는 동료의 위치가 표시됩니다.
가끔 근접공격에 실패해서 거꾸로 당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동료의 손길을 기다려야 합니다.
협동 미션은 두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열어야 하는 문이나, 아군이 쓰러지면 구해줄 수 있는 등 ‘협동의 재미’를 잘 살린 느낌을 줍니다. 한 플레이어가 적들을 유인하고 뒤에서 공격하는 등의 전략적인 플레이도 가능하죠.
<컨빅션>의 멀티 플레이는 전반적으로 괜찮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PC 버전의 경우는 자동매치로는 함께 플레이할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아예 멀티서버에 접속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플레이어가 적기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컨빅션>의 게임 서버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조속히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버가 지금 안 되니 나중에 접속하랍니다. 수시로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새로운 스타일로 태어난 액션 게임
전반적으로 보면 <컨빅션>은 완전히 새로운 액션 게임으로 거듭난 <스플린터 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속도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르고, 잠입보다는 적극적인 전투를 펼치도록 유도하는 점, 그리고 난이도가 급격하게 떨어진 것 등은 기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스플린터 셀>이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았던 게임이었고, 공격 성향이 높아졌다고는 해도 <컨빅션>이 ‘잠입’의 요소를 아예 삭제하지는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이런 변화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발사에서는 정품 사용자들을 위해 1주일에 하나씩 코드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총기나 의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컨빅션>은 역대 <스플린터 셀> 시리즈 중 싱글 플레이에서 가장 ‘영화와 같은’ 멋진 연출을 보여주기에 볼거리도 충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잘 만든 PC 패키지 게임, 특히 적절한 잠입과 액션이 결합된 게임을 원한다면 반드시 플레이해 봐야 할 수작입니다.
연출 면에서도 기존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한층 일취월장했습니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의 샘은 조금 까칠한 관계로 적을 가혹하게 심문(이라고 쓰고 고문)하는 장면이 많으니, 잔인한 것을 싫어한다면 조금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네. 이 게임은 ‘청소년 이용불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