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페인>으로 유명한 레메디 엔터테인먼트가 심리 액션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신작 <앨런 웨이크>를 Xbox360 독점 타이틀로 선보였습니다.
<앨런 웨이크>는 한 편의 스릴러 드라마를 보는 듯한 깊이 있는 스토리와 직관적인 조작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빛과 어둠’을 이용한 실험적이면서도 독특한 연출이 돋보입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한 편의 액션 스릴러를 보는 듯한 게임
<앨런 웨이크>는 기본적으로 액션 게임입니다. 전체적인 게임 흐름을 보더라도 어둠에 둘러싸인 적들을 물리치며 자신의 연인을 구하는 모험에 나선다는 기본 뼈대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앨런 웨이크>는 단순한 액션 게임이 아닙니다. 암울한 분위기와 ‘공포’, 그리고 유저들에게 계속해서 ‘의문’을 던집니다. 마치 한 편의 미국 스릴러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보면 됩니다.
<앨런 웨이크>는 자막에 나오는 원칙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앨런 웨이크>는 이야기의 구조부터 굉장히 복잡한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꿈과 현실, 그리고 그가 쓴 소설의 내용을 오가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게 됩니다.
무엇보다 게임은 계속 유저들에게 ‘의문’을 던지며 생각할 여지를 줍니다. 하나의 의문이 풀리면 또 다른 의문이 꼬리를 물고 등장하는 방식입니다. 심지어 엔딩을 보더라도 의문을 그대로 남길 정도죠.
게임 중간 등장하는 라디오, TV 방송은 모두 게임의 스토리와 연관이 있습니다.
빛과 어둠으로 조여 오는 긴장감
그러나 <앨런 웨이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유저들에게 공포감을 선사합니다. 바로 ‘어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플레이어에게 심리적인 공포를 주는 것입니다.
적이 서서히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줍니다.
이 게임에서는 적이 갑자기 등장해 플레이어를 놀라게 만드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적들은 처음에는 어두운 배경 안에 숨어 있다가, 안개가 천천히 깔리면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등장합니다.
접근하는 적들의 모습과 어두운 주변 분위기, 그리고 전반적으로 불길한 느낌을 주는 게임의 배경음까지 더해져서 플레이어를 긴장시키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복잡한 스토리와 전체적으로 압박해 오는 분위기가 어우러져 <앨런 웨이크>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스릴이 연출됩니다.
화려하지 않은, 절제된 액션
<앨런 웨이크>는 스릴러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인지, 전반적으로 화려하고 강렬한 액션 대신 절제된 액션을 보여줍니다.
주인공도 액션 게임 답지 않게 매우 약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잠시만 뛰어도 금방 숨이 차오르고, 벽을 타는 것과 같은 다양한 액션도 할 수 없습니다.
반면, 적들은 그들의 몸을 둘러싼 어둠이 걷히기 전까지는 아무런 대미지를 받지 않고, 숨이 차지도 않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도망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인공지능도 똑똑한 편인데요, 심지어 팀을 짜서 양동작전을 펼쳐 주인공의 뒤통수를 노리기도 합니다.
적을 쉽게 이길 수 없다는 점과, 언제 적들이 자신의 뒤를 공격할 지 모르기 때문에 유저들은 항상 긴장하면서 게임을 하게 됩니다.
화려하지 않은, 사실적인 전투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앨런 웨이크>의 테마는 ‘빛과 어둠의 싸움’입니다. 그런 만큼 싸우는 방식도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는 독특한 방식인데요, 강한 빛을 비춰서 적을 둘러싼 어둠을 걷어내야 비로소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바로 플래시입니다. 적을 완전히 물리칠 수는 없지만, 적을 보호해 주는 어둠을 몰아내 공격이 통하도록 만들거나, 적의 눈에 플래시를 비춰 도망갈 시간을 벌 수도 있는 등 매우 유용합니다.
무언가 엄청나게 화려한 공격은 없지만, 이런 전투 방식과 회피 액션은 플레이어에게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오며, 또한 조작하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현실성 넘치는 그래픽과 사운드
<앨런 웨이크>의 그래픽은 게임이 공개되기 전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최신 게임 치고는 해상도가 너무 낮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막상 게임을 즐겨본 결과, 해상도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앨런 웨이크> 특유의 어둡고 흐릿한 화면과 조명 효과가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먼저 <앨런 웨이크>는 배경이 되는 적막한 산골마을을 매우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일 수 있는 배경이지만, 게임의 분위기와 매우 잘 맞아 떨어집니다.
특히 주목해서 볼 만한 것은 조명 효과입니다. 건물 밖에서 플래시로 내부를 비추면 건물 안의 모든 물체의 그림자가 입체적으로 보이고, 조명탄을 터트렸을 때의 복잡한 빛의 묘사를 매우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둠 역시 단순히 검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넘실거리며 실제로 주인공을 노리고 있다는 느낌을 잘 표현했습니다.
조명과 안개, 연기의 표현이 섬세합니다.
한편, <앨런 웨이크>의 사운드는 절제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총소리나 기타 배경음이 과하지 않고 알맞은 수준의 소리를 들려 줍니다. 특히 산속을 돌아다닐 때 들리는 바람 소리나 멀리서 들리는 폭포 소리, 적들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들이 생생하게 들립니다.
일부러 유저를 놀라게 하기 위해 갑자기 소리를 키우는 게임들과 달리, <앨런 웨이크>에서는 적이 등장할 때 듣기 거북한 음악을 낮게 깔면서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사운드는 단순히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열정적인 부분에서는 게임의 열기에 더욱 힘을 불어넣기도 하고, 게임의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게임
<앨런 웨이크>는 화려한 게임이 아닙니다. 오히려 게임 전반에 걸쳐 절제되고 간결한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죠. 스토리도 시원시원하게 직구를 던지는 스타일이 아니라, 느릿하면서도 복잡하게 꼬여 있습니다. 또, 플레이하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해석할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전투는 다음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한 관문 정도로 느껴집니다.
이런 부분은 <갓 오브 워 3> 같은 최신 액션 게임들의 흐름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이 <앨런 웨이크>를 더욱 특별한 게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앨런 웨이크>는 아주 실험적이고 독특한 게임입니다. 그리고 <멕스 페인> 시리즈로 쌓인 레메디 특유의 암울하면서도 개성적인 연출이 잘 살아 있는 게임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토리가 복잡하기 때문에 유저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초반에는 신선하게 다가오는 전투가 후반으로 갈수록 같은 패턴만 반복되기 때문에 지겨워진다는 점, 배경의 표현은 섬세하지만 정작 캐릭터의 표현이 어색한 점, 그리고 영상에서 캐릭터와 사운드의 싱크가 맞지 않는 점 등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종합해 보면,
<앨런 웨이크>는 자극적이고 화려한(그리고 너무 정신 없는) 전투에 질렸거나, 스릴러 드라마를 좋아하고 게임의 시나리오와 분위기에 빠져들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 만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