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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대사 한 줄 없이도 사람을 자석처럼 끌어들이는 '테슬라그라드 2'

전자기력을 활용하는 다채로운 퍼즐, 훨씬 더 시원해진 이동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3-04-26 13:29:29

"자기장처럼 짜릿한 경험"

 

전자기력을 활용한 퍼즐이 핵심 콘텐츠인 <테슬라그라드>가 게임 소개에서 사용한 말이다. <테슬라그라드>는 2013년 출시 이후 명작 인디 게임이라는 호평을 들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퍼즐 어드벤처 게임이다. 지난 20일 ​기존 작품의 리마스터 버전과 10년 만에 나오는 후속작 <테슬라그라드 2>가 출시됐다. 2편에서는 또 어떤 퍼즐과 이야기로 짜릿함을 줬을까. <테슬라그라드 2>를 직접 플레이해봤다.

 


게임명: <테슬라그라드 2>

장르: 퍼즐, 플랫포머, 액션, 어드벤처, 메트로배니아

출시일 및 플랫폼: 2023년 4월 20일/ PC(스팀), 닌텐도 스위치, PS5, PS4, Xbox 시리즈 X·S, Xbox One

개발사, 배급사: 레인 게임즈, 모더스 게임즈

정가: 21,500 원(스팀 기준)

한국어 지원: O

  

# 소년에서 소녀로, 연극에서 영화로

 

주인공 루미나는 가족을 찾기 위한 여정에 있었다. 가족사진을 꼭 쥐고 비행선을 타고 날아가던 루미나는 바이킹의 습격에 지상으로 추락한다. 끈질기게 따라오는 바이킹들로 인해 루미나는 탑으로 몸을 숨기게 된다.

 

작 <테슬라그라드>와 이번 <테슬라그라드 2>는 적에게 쫓기는 주인공이 함정이 가득한 탑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공통된 도입부를 가지고 있다. 전작의 주인공은 소년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루미나라는 소녀로 바뀌었고, 게임의 배경 또한 바이킹 약탈자가 있는 피오르드 계곡 위의 탑으로 옮겨졌다. 

 

비행선을 타고 이동하던 이번 작품의 주인공 루미나
루미나가 손에 꼭 쥔 가족사진과 멀리 보이는 탑

누가 봐도 악당인 바이킹 선원들의 공격
비행선은 추락하고 루미나는 겨우 살아남는다.

 

<테슬라그라드 2>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조작 방법을 설명하거나 스토리를 전달함에 있어 대사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배경의 그림과 직관적인 연출을 적극 활용한다. 주인공 뒤의 배경과 다른 등장인물 및 몬스터의 움직임을 자세히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테슬라그라드> 시리즈 특유의 아트 디자인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게임의 경험을 풍성하게 해줬다. 

 

메트로배니아 게임답게 여러 특수 능력으로 상호 작용하는 구간이 있는데, 조작법이나 활용 방법에 대해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면서도 매끄러운 연출로 풀어냈다.

 

전작에서도 배경의 그림들은 항상 힌트가 되어줬다. <테슬라그라드> 1편에서 전기 대시를 활용해 건너편으로 넘어가라던 힌트.

  

전작처럼 시스템이나 퍼즐에 대한 안내도 좋았지만 <테슬라그라드 2>는 아트를 감상하는 재미가 컸다.

 

주인공들은 어리지만 <테슬라그라드> 시리즈는 가벼운 이야기를 다루진 않는다. 전작에서는 탑 안을 모험하다 보면 나오는 연극 무대에서 왜 바깥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지, 과거엔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연극처럼 재연해 보여주는 연출이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늘어진 테이프에서 나올 것 같은 사운드와 함께 과거사를 게임 내 모니터 화면에 보여줬다. 탑을 만든 사람들과 전쟁을 일으킨 자들 그리고 괴물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점점 하나의 교차점으로 모이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루미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전자기력을 활용한 기술로 도움을 주는 의문의 인물이 등장한다. 루미나의 다음 목적지를 알려주고 떠나기도 하고, 바이킹 일당을 공격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인물이 악인인지 선인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위험이 가득한 탑에서 루미나는 누구를 믿어야 할까. 

 

전작에서는 인형극 같은 연극을 통해 보여준 연출들이
이번 작품에서는 과거의 영상을 찾는 연출로 바뀌었다.

초반부터 바이킹의 위협으로부터 루미나를 구해준 의문의 인물
너무 잔혹한 공격에 오히려 그를 말리는 루미나

 

전작부터 나오던 검은 형체의 괴물들은 가까이 접근하면 주인공을 공격하거나 잡아먹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괴물들의 울음소리나 배경 음악, 긴박한 연출로 공포 분위기가 더 강조되어 플레이어로 하여금 경계심을 갖게 만든다. 그런데 도무지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던 이 괴물도 바이킹 비행선에 들어가 직접 구출해주는 과정을 통해 루미나에게 마음을 여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테슬라그라드 2>는 전작보다 훨씬 입체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었다.

 

전작에서는 크게 눈에 띄는 장점이 아니었던 배경 음악은 이번 작품에서는 게임의 빠른 속도감과 맞물려 시원한 감각을 줬다. 일렉트릭 기타가 리드하는 밴드 음악부터, 북유럽 신화에 어울리는 독특한 음악들까지 다양한 음악이 매력을 더해줬다. 전작은 소년이 어두운 탑의 세계로 들어가는 걸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는 구조였다면, 이번 작품은 루미나가 어떤 걸음을 걸어 나갈지 기대하게 만드는 느낌이 있었다.

  

전작부터 공포의 대상이었던 검은 형체의 괴물은 루미나가 자신을 구해준 이후 마음을 연다. 입체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번 작품에 등장하던 좀비 같은 적(왼쪽)은 바이킹을 생체 실험해 만든 존재였을까.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았다.
적혀 있는 텍스트는 노르웨이어로 "죽은 바이킹을 자원으로 활용하면?"이다.

 

# 훨씬 더 빨라진 이동 속도, 더 강력해진 공격

  

전작 <테슬라그라드>에서는 자기장의 N극, S극을 활용한 퍼즐이 굉장히 많았다. 가장 먼저 얻은 능력도 물체에 극성을 부여하는 장갑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후 해금하는 몸에 자기장을 두르는 능력은 자성이 있는 벽에 붙어서 움직이거나, 반발력을 이용해 높이 뛰어오르거나, 공중에 떠서 이동하는 것 등을 가능하게 해줬다. 일시적으로 짧은 번개처럼 변해 철창 너머로 뛰어넘는 전기 대시도 있었다.

 

전작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문제 중 하나는 이동이었다. 장애물과 퍼즐이 배치된 구간이 굉장히 촘촘한 편이었는데, 미끄러지거나 실수로 아래로 추락하기라도 하면 지나온 구간을 다시 플레이해야 하는 불상사가 적잖게 일어났다. <메이플스토리> '인내의 숲'처럼 플레이어를 자극하는 점프 구간이 꽤 있었고, 플랫포머 장르의 다른 일반적인 게임보다 더 정교한 컨트롤을 요구했다. 머리로는 해법을 아는데 손이 안 따라줘서 막히는 경우가 꽤 있었다.

 

<테슬라그라드 2>에서도 지독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구간은 숫자만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더 많아져서, 하나의 퍼즐 구간에서 능력을 교차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꽤 많았다. 자기장을 두를 때만 활성화되는 발판과 벽이 있는 구간에서는 자기장을 켜고 끄면서 대시로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플랫포머 구간이 있었는데, 0.1초 컨트롤 차이로 계속 바닥에 떨어져 잠시 고혈압을 얻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전작의 점프 구간들보다는 나아진 편이다. 

전자기력을 활용한 퍼즐은 <테슬라그라드> 시리즈의 정체성이다.

 

전작에서 높은 나무를 끝없이 오르던 구간. 실수해서 추락하면 다시 올라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온다. 
이번 작품에서도 점프 컨트롤은 여전히 중요했다.

 

이동에 대한 편의성이나 속도감은 전작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하나의 커다란 탑이 아닌 여러 건물 단위로 맵을 분할했고, 건물의 외벽에서 다른 외벽으로 이동하는 지름길 형태의 로프가 생겼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물속을 헤엄칠 수 있는데, 물에서 가속 이동하는 기술도 생겨서 이를 활용해 폭포를 거슬러 오르거나, 가속해서 높이 뛰어오르는 것까지 가능했다. 

 

지상에서도 도체 표면에서 전기적인 힘으로 빠르게 슬라이딩하는 기술이 추가됐고, 흡사 <소닉>을 플레이하듯 트랙을 빠르게 이동하는 구간도 많이 있었다. 슬라이딩 직후 점프를 하면 더 먼 거리를 뛸 수 있는데, 이때 공중에서 전기 대시까지 사용하면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다. 

 

일반 적들과 상대할 때나 보스전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기술도 생겼다. 전기를 활용한 슬라이딩으로 약한 적을 일시적으로 넘어뜨리거나 태클을 하듯 공격할 수 있고, 바닥에서 일정 높이 이상 올라가면 아래로 강하게 내려 찍는 특수 기술도 있다. 전기 도끼는 원하는 방향으로 던져 꽂았다가 손으로 돌아오게 만들 수 있는데, 직접적인 대미지를 주는 것은 물론 이를 활용한 퍼즐도 다수 있었다.  

 

로프로 먼 곳까지 숏컷을 한 번 뚫어놓으면
전기로 변해 선을 타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전기 슬라이딩을 이용한 태클로 목 뒤를 공격해야 했던 보스전. 다양한 기술이 추가됐다.

 

자기장을 활용해 둥실둥실 떠다니거나, 높이 뛰는 움직임은 전작에서부터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튀어 나간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이런 특징적인 조작감은 여전했다. 한편, 몸에 자기장을 두르는 기술은 전작에서는 N극과 S극을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S극만 컨트롤할 수 있게 바뀌었고, N극은 특정 기물과 접촉하는 것으로 잠시 동안만 극성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작품에서는 다소 불편했던 자기장 구간의 스케일을 키워 재미를 끌어올리거나 불필요한 활용을 줄였고, 다른 조작 체계의 활용 구간을 늘려 게임의 경험을 다양하게 만들어 플레이 감각을 개선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자기장 구간의 스케일을 키우거나 활용 방법에 변화를 줬다.

 

# 체력도 목숨도 없는 시스템, 죽으면서 배우자

 

<테슬라그라드> 시리즈에는 체력이 없다. 대미지가 있는 공격 또는 위험한 기물이라면 한 방만 스쳐도 바로 즉사다. 대신 죽는 횟수에 대한 리스크가 없고, 자연스럽게 방 또는 구간의 세이브 포인트에서 빠르게 다시 시작되어, 흐름이 크게 끊기지는 않는다. 퍼즐 파트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전작보다는 세이브 포인트가 더 많이 배치되어 일부 악독한 난이도의 구간을 제외하면 불필요한 반복 플레이 구간은 적었다.

   

보스전은 패턴이 더 어려워진 대신, 입장 전이나 전투 필드 안에 '한 번 공격을 막아주는' 방어막을 주는 시스템이 추가됐다. 게임 초반부에는 직접적인 타격 기술이 전무해 보스가 스스로 자신의 공격 내지는 소환물에 당하게 유도해야 했는데, 최소 10회 이상 반복 도전하는 것은 기본일 정도로 난이도는 꽤 높은 편이었다. 물론 그만큼 깨고 났을 때 얻는 성취감도 컸고, 보스전을 하나 마치고 나면 새로운 능력이 해금되거나, 중요한 스토리가 나왔기 때문에 보상 체계는 확실했다. 

 

굉장히 까다로웠던 사슴 보스. 루미나 몸에 둘러진 노란색 띠처럼 보이는 보호막은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추가된 시스템이다. 
보스의 뿔에 걸려있는 장화는 전기 슬라이딩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 해금 아이템.

 

컨트롤 난이도는 전작도 마찬가지였지만 "PC 키보드로 플레이하는 것보다 패드로 조작하는 쪽이 더 나았다", "어렵긴 하지만 이 정도면 적절한 난이도"라는 의견이 주로 있었다. 이번에 리마스터 버전과 <테슬라그라드 2>를 모두 닌텐도 스위치로 플레이했을 때, 진동이 주는 생생함이나 방향 조작의 편의성 등은 좋았으나, 컨트롤 난이도는 여전히 높다고 느꼈다.

 

보스전처럼 반복 도전해야 하는 구간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재시도에 제한이 없는 것은 좋지만, 보스 패턴이 고정되어 있어 큰 재미는 없었다"는 평가도 있었던 반면, 다른 유저들은 "어려운 난이도 때문에 구간 스킵이 필요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패턴이라도 고정되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테슬라그라드 2>​는 전작보다 눈에 띄게 좋아진 그래픽과 음악은 물론, 시원해진 속도감과 풍성해진 퍼즐 요소까지 많은 장점을 보여줬다.​ 플랫포머 게임의 까다로운 점프 컨트롤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싫어한다면 이 게임이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메트로배니아 게임을 좋아하고 <테슬라그라드> 시리즈 특유의 전자기력을 활용하는 퍼즐에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테슬라그라드 2>를 플레이해 보길 추천한다. 

 

루미나는 결국 가족을 찾을 수 있을까. 전자기력을 활용한 퍼즐과 멋진 아트, 음악이 돋보였던 <테슬라그라드 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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