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비티가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라그나로크 온라인 2: 레전드 오브 세컨드>(이하 라그2)가 최근 일주일 동안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진행했다.
지난 2007년 오픈 베타테스트(OBT)를 시작했지만 각종 버그와 콘텐츠 부족으로 인해 잊혀진 <라그 2> 구 버전을 ‘리뉴얼’한 이 게임은, 사실 ‘리뉴얼’이라기보다는 아예 ‘다시 만들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달라진 모습이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하치미츠
리뉴얼 버전의 <라그 2>는 기존 버전과 비교해 보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그래픽인데, 기존 버전이 ‘귀엽고 만화 같은 느낌’이었다면, 리뉴얼 버전은 ‘파스텔톤의 화사하고 보다 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게임의 엔진은 기존 버전의 ‘언리얼 엔진 2’에서 ‘게임브리오’로 바뀌었다.)
캐릭터 역시 귀여움이 강조됐던 4등신에서 훨씬 길쭉(?)해지고 보다 현실감 있는 느낌으로 달라졌다. 이렇게 캐릭터 외형이 바뀐 것에 대해 테스터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엇갈리기도 했다.
위에서부터 기존 버전의 <라그 2>와 리뉴얼 버전의 <라그 2> 캐릭터 이미지.
외형만이 아니라 게임 속 내용물도 확 바뀌었다.
대표적으로 게임의 콘셉트가 180도 달라졌는데, 기존 버전이 ‘<라그나로크 온라인> 1편과는 크게 관련없는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한 게임’이었다면, 리뉴얼 버전은 ‘1편의 정통 후속작’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월드부터 퀘스트, 몬스터까지 모든 것을 뜯어고쳤다.
예를 들어, 1차 CBT에서 유저들은 묘르닐 산맥의 아르민 마을과 노르민 마을을 시작으로, 전작 <라그나로크 온라인> 1편의 뒷부분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다. 포링, 로커스트, 촌촌 등 1편에 나왔던 반가운 몬스터들과 프론테라, 이즈루드 등 전작을 즐긴 유저라면 반길 만한 마을도 그대로 등장했다.
그런 만큼 1편을 재미있게 즐겼던 유저, 특히 1편을 해 봤지만 지금은 안 하고 있는 유저라면 보다 즐겁게 2편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작의 세계관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3D 그래픽으로만 바꿨다는 뜻은 아니다. <라그 2>는 1편과 다른 점도 많은데, 대표적으로 <라그나로크> 시리즈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베이스-잡(Base-Job) 레벨’이 사라졌다.
그 대신 유저들은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4가지의 ‘전투직업’과 ‘전문직업’을 선택할 수 있고, 각각의 직업 레벨을 따로 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투직업은 기존처럼 몬스터를 잡아서 레벨을 올리고, 전문직업은 채집·제작을 통해 레벨을 올리는 식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전문직업은 전투직업에 비해 레벨이 오르는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라 부담 없이 올릴 수 있다.)
그리고 유저는 언제 어디서든 간단한 단축키 입력으로 전투/전문 직업을 전환할 수 있다. 만약 위험하지 않고 재료만 있다면 던전 안에서도 마음껏 제조를 할 수 있다.
필드의 재료를 채집하고 제조를 하면서 경험치를 얻는다.
또한 캐릭터는 레벨이 오를 때마다 ‘재능 포인트’를 1개씩 받아서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다. 재능 포인트를 어떤 스킬에, 얼마나 투자했는가에 따라 캐릭터 육성 방향이 180도 바뀌는 만큼, 유저는 자신의 플레이 성향과 취향을 고려해서 재능 포인트를 신중하게 써야 한다.
미리 보이는 2차 직업 스킬. 캐릭터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라비티에서 특허 신청까지 했다는 ‘직조 시스템’도 눈여겨볼 만하다.
직조는 유저가 직접 디자인한 옷을 자신의 캐릭터에 입힐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하는데, 옷의 모양·문양·색상 등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누구나 똑같이 입는 ‘교복’에 싫증을 느끼는 유저에게는 꽤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1차 CBT에서 드러난 <라그 2>는 1편에 대한 추억이 있는 유저라면 비교적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다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1편과 연결된 세계관, 몬스터, 마을 등이 등장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뭐 하나 딱히 뛰어난 것이 없는, 그렇다고 해서 뒤지지도 않는, ‘너무나도 평범한 RPG’ 그것이 바로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리뉴얼 버전이었다.
사실 직조든 재능이든 게임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고, 전투와 캐릭터 육성, 게임 플레이 등 다른 RPG에서 많이 봐왔던 것들이 ‘너무나도 무난하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1편의 것들을 계승하고 있기는 하나, 이들 역시 엄밀히 따지자면 마을이나 스킬 이름 등 몇 가지만 계승하고 있을 뿐 ‘게임성’ 자체를 이어받는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
꼭 이런 모습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귀엽고 개성 있는’ 게임 플레이가 장점인 <라그나로크> 시리즈의 후속작이라고 생각해 보면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다음 CBT에서는 좀 더 ‘라그나로크다운’ 색깔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풀 3D 그래픽 덕분에 이모티콘과 소셜액션은 더욱 재미있어졌다.
끝으로, 1차 CBT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서버 문제였다.
<라그 2>의 이번 CBT는 정상적인 CBT였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로 서버 문제가 심각했다. 원래 CBT 기간은 총 7일이었지만, 초반 3일은 접속조차 힘들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CBT 기간은 4일이었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그나마 접속이 가능해진 뒤에도 잦은 끊김현상(lag)과 서버다운으로 플레이가 매우 힘들었다.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몇몇 단축키들은 게임 내에서 실제로 통하지 않았고, 필드의 장애물을 넘으려고 하면 맵에 끼여 버리거나 공중에 뜬 상태가 돼 버려 조작이 불가능해지는 현상이 자주 일어났다.
물론 이번 CBT의 목적이 ‘서버 및 스트레스 테스트’라고 사전에 개발진이 밝혔지만, 비정상적인 상황이 너무 길고 잦아서 테스트를 진행할 의욕조차 꺾일 정도였다. 앞으로 서버 문제는 확실히 해결된 상태로 추가 테스트나 서비스가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누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