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게임즈와 캡콤이 공동개발한 <록맨 온라인>이 지스타 2010에서 처음으로 실체를 드러냈다. 지스타 이전까지 스크린샷 한 장 공개하지 않았던 <록맨 온라인>은 20대 규모의 체험존에서 관람객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번 지스타에서 공개된 <록맨 온라인>은 어떤 게임이었을까? 지스타 네오위즈게임즈 부스에서 <록맨 온라인>을 직접 체험해 봤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록맨 온라인> 지스타 체험버전 메인 화면.
개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록맨 온라인>은 캡콤에서 만들어 20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콘솔/PC 패키지용 게임 <록맨> 시리즈를 원작으로 만든 온라인 게임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록맨>은 일명 ‘오리지널’ 시리즈와 <록맨 X> 시리즈의 게임성을 이어받고 있으며, 그런 만큼 장르는 당연히 ‘횡스크롤 슈팅’이다.
개발사이자 서비스사인 네오위즈게임즈는 “원작의 재미와 온라인 RPG의 특징을 동시에 살리고, 진화된 캐릭터와 다양한 스테이지로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 “기본은 횡스크롤 RPG지만, <록맨> 특유의 게임성을 많이 물려받은 게임” 정도로 해석하면 무리 없을 듯하다.
현재 네오위즈게임즈는 공식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위치는 여기 {more} <록맨 온라인>의 게임 세계관이나 캐릭터 정보를 볼 수 있으니 궁금하면 들어가서 둘러보자.
첫인상과 마계촌 온라인
<록맨 온라인>은 여러 가지 의미로 묘하게 씨드나인게임즈가 개발 중인 <마계촌 온라인>과 이미지가 겹친다.
실제로 두 게임은 모두 캡콤의 장수 타이틀을 원작으로 두고 있으며, 장르도 ‘액션을 강조하는 횡스크롤 RPG’라는 점에서 겹친다. 겉으로 보이는 그래픽풍도 비슷하며, 두 게임 모두 “원작의 마니악한 게임성을 온라인게임 기준에 맞춰 대폭 완화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심지어 두 게임의 캡콤 측 프로듀서마저 ‘나카고미 히로유키’로 동일인물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서 두 게임이 겹치는 것은 첫 인상뿐. 실제로 경험해 보면 다른 게임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록맨 온라인>은 원작 특유의 ‘함정’(트랩)으로 가득한 스테이지 구성을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에, 보스전을 제외하면 “몬스터 잡는 액션 게임이 아니라 함정 피하는 퍼즐 게임 같다”는 느낌까지 받게 된다.
반면 <마계촌 온라인>은 (스테이지 내에 퍼즐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몬스터를 때려잡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몬스터를 잡는 액션 중심으로 흘러간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 보면 정말 다른 느낌이 든다.
함정(트랩)
<록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함정(트랩)이다. 그리고 <록맨 온라인>은 원작의 함정 플레이를 스테이지 안에서 아주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다.
움직이는 바닥, 타이밍에 맞춰 점프하지 못하면 통과할 수 없는 구간, 몬스터가 솟아오르는 구멍 등 원작을 해 봤으면 “이거 어디선가 많이 봤던 함정인데” 싶은 것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실제로 게임을 해 보면 몬스터들 잡는 것보다 함정 돌파에 시간과 머리를 더 쓰게 된다. 주인공 중 하나인 ‘엑스’(X)의 경우, 점프대시의 사용을 정확하게 익히지 못한다면 간단한 벽타기 트랩조차 돌파하기 힘들 정도. (차마 필자가 그랬다고는 말 못하겠다 >_<)
어떤 의미로는 함정이 보스 로봇보다 더 압박으로 다가올 정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함정 때문에 게임 못하겠다” 수준의 난이도는 아니다. 단적인 예로 <록맨 온라인>은 온라인게임인 만큼 ‘함정에 당했다고 해서 캐릭터가 한 번에 죽는 일은 없다’ 가시에 찔려도 HP만 떨어질 뿐이고, 구멍 함정에 빠져도 근처에서 HP만 조금 떨어진 채 부활한다. 이 때문에 초보자라고 해도 부담 없이 조작을 연습하고, 함정 돌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원작과 비교하면 사실 함정 자체의 난이도도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대략 원작이 에어맨이라면 <록맨 온라인>은 멧토 수준? (아래 이미지 참조)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참고로 <록맨 온라인>의 등장 주인공들은 모두 ‘벽타기’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함정 및 스테이지 구성과 형태도 전반적으로 오리지널 <록맨> 시리즈가 아닌, <록맨X> 시리즈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단적인 예로 이번 체험버전에서는 ‘사다리’가 없었다.)
원작 캐릭터 그대로
이번 체험버전에서 관람객들은 ‘엑스’(X), ‘제로’ 혹은 ‘듀오’ 3가지 캐릭터를 선택해서 총 2가지 스테이지를 즐길 수 있었다. 이 중 듀오는 일단 논외로 치고(기사 하단 참조), 게이머들에게 가장 친숙한 엑스나 제로의 경우, 원작의 게임 스타일을 그대로 물려받고 있었다.
엑스는 버스터 샷을 사용해서 원거리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으며, 덤으로 일명 ‘기 모으기’를 통해 버튼을 오래 눌렀다가 떼면 강력한 위력의 ‘차지샷’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제로는 검을 이용해서 화려하면서도 강력한 근거리 공격을 사용하지만, 원거리를 공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모두 <록맨 X> 시리즈에서부터 내려온 각 주인공들의 특징을 충실하게 계승한 것이다.
다만 기본적인 공격을 제외한 ‘스킬’은 원작과 다른 온라인게임의 ‘숫자 버튼 눌러 스킬 사용하기’ 방식을 채택한 것이 눈에 띈다. 덕분에 게임 도중 일일이 게임을 정지시켜서 무기를 바꾸지 않아도, 빠르게 각종 스킬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익숙해지면 스킬의 조합 및 콤보로의 연결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아직 체험버전이기 때문에 ‘적 보스를 죽이면 그 무기를 갈취한다’는 시스템은 구현되지 않았다. 대신 미리 세팅돼 있는 각종 스킬을 숫자 키를 눌러 쓸 수 있다.
보스와의 전투와 피니시 무브
<록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테이지 마지막에 등장하는 보스(로봇)와의 전투다. 이는 <록맨 온라인>에서도 여전한데, 체험버전에서는 <록맨X> 1편에 등장했던 ‘스팅 카멜레오’와 <록맨 4>에 등장했던 ‘파라오맨’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3D 그래픽으로 일신했지만, 원작의 공격패턴을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작을 즐겨본 유저라면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다만 아직 체험버전이기 때문인지 ‘보스의 역속성에 해당하는 무기(스킬)를 사용하면 보다 쉽게 물리칠 수 있다’는 요소는 아직 구현돼 있지 않았다.
대신 <록맨 온라인>은 ‘피니시 무브’라는 온라인 버전만의 오리지널 요소를 선보였다. 이는 보스의 HP가 일정량 이하로 떨어졌을 때 화면에 표시되는 커맨드를 ‘마치 격투게임 커맨드 입력하듯’ 제한시간 내에 입력하면 멋진 연출과 함께 마무리를 짓는 시스템이다. 연출도 적절하게 박력이 있고, 성공했을 때의 쾌감도 좋은 편이었다.
‘록맨’의 느낌이 살아 있는 온라인 게임
결론적으로 <록맨 온라인>은 ‘록맨’의 느낌이 잘 살아 있었다. 지스타 버전은 정말로 ‘맛보기’에 불과했지만, 기초 시스템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잘 다듬고, 온라인 버전만의 다양한 콘텐츠를 더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부 열혈 <록맨> 마니아들 중에는 게임의 그래픽이 2D가 아니라는 점과 가시에 찔리거나 구멍에 빠져도 캐릭터가 한 번에 죽지 않는 점 등을 보고 “나의 록맨은 이렇지 않아!”라며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록맨 온라인>은 ‘온라인 게임’이고, ‘원작의 리메이크가 아닌 오리지널 게임’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적어도 <록맨 온라인>은 <록맨> 특유의 함정 돌파나 보스전 같은 “록맨의 이름을 달려면 꼭 필요한 조건”은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기타 등등
■ 주인공 중 한 명인 ‘듀오’는 <록맨>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이 희미한 타이틀인 PS용 <록맨 8>에서, 딱 한 번 등장한 캐릭터다. 듀오가 당당히 지스타 체험버전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아무래도 ‘근거리 공격’(제로)와 ‘원거리 공격(엑스)에 밸런스를 맞추는 ‘파워/맷집형 캐릭터’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사실 국내에서 <록맨>은 과거 원작이 ‘메가맨’(록맨의 미국판 게임명이기도 하다)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됐기 때문에 이쪽이 더 친숙한 게이머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오위즈게임즈와 캡콤이 ‘록맨 온라인’이라는 제목을 사용한 것은 역시 “원조가 록맨이니까, 역시 <메가맨 온라인>보다는 <록맨 온라인>이 낫다”이기 때문이었다는 비화(?)가 있다.
여담으로 국내 일각에서는 가끔 ‘록맨’(Rockman)을 ‘락맨’으로 읽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한국에서만 통하는 사도(邪道). 참고로 일본에서는 ‘록맨’을 ‘로꾸만’이라고 읽는다.
■ <록맨 온라인>은 ‘원작보다도 먼 시점의 미래로, 록맨 세계관에서 활약한 주요 로봇을 복제할 수 있는 세계’가 배경이기 때문에, 오리지널 시리즈와 <록맨 X>에 등장했던 주요 주인공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설정이다.
이대로라면 원조 ‘록맨’의 온라인 참전은 거의 100% 확실해 보인다.
■ 사실 원조 <록맨> 시리즈는 조작 한 번 실수하면 아무리 HP가 많더라도 바로 죽기도 하고, 보스와의 전투도 중간에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싸워야 한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엄청났던 게임이다. (그리고 이게 또 정말 재미있었다.)
반면 <록맨 온라인> 체험버전에서는 난이도 문제로 이런 긴장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온라인 게임이기에 어쩔 수 없었던 선택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나중에 원작과 유사한 수준의 ‘하드 모드’ 정도는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 그리고 사운드도 원작의 유명 곡을 리믹스한 음악이 좀 많았으면 더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