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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다시 대결의 시대로… WoW: 대격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대격변, 리뷰

김홍철(단고) 2011-01-17 14:50:11

 

지난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가 6년여 만에 세 번째 확장팩 <대격변>을 선보였습니다. 지난 2번의 확장팩이 최고레벨 이후의 콘텐츠를 확장했다고 하면, 이번 <대격변>은 그 이름 그대로 확장은 물론이고, 기존 콘텐츠까지 뒤집어 엎어 놓은 것이 눈에 띕니다. /글: 디스이즈게임 김홍철(단고), 편집: 디스이즈게임 현남일(깨쓰통)


 

<대격변>은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스토리상 최고의 ‘악의 축’ 중에 하나인 ‘데스윙’을 주적으로 내세웁니다. 그는 원래 세계의 균형을 수호하는 지혜로운 용족의 수장 ‘넬타리온’이라 불렸으나, 수없이 전쟁을 치르다가 그만 미쳐 버리고 ‘데스윙’으로 개명을 신청했습니다.

 

<대격변> 인트로 영상에서는 막대한 힘을 사용한 대가로 붕괴하기 시작한 육체를 보존하기 위해 자신의 온몸을 엘레멘티움으로 감싸는 데스윙을 볼 수 있죠. 용접(?)을 끝낸 데스윙은 유저에게 살해당한 자신의 자녀 ‘오닉시아’와 ‘네파리안’을 언데드로 부활시키기 위해, 그들의 머리가 걸려 있는 스톰윈드를 침공합니다. 그리고 <대격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로그인 화면의 데스윙이 스톰윈드 성벽에 서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알고보면 데스윙 형님은 자식사랑 종결자.


 

세월이 흐른 아제로스

 

<대격변>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변화는 완전히 바뀐 아제로스입니다. 데스윙의 침공에 의한 지각변동으로 많은 지역이 변화를 겪었는데요, 어떤 지역은 침수돼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아제로스의 기존 레벨(1~60) 사냥터 및 퀘스트가 대부분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또한 하이잘 산과 길니아스, 울둠 등 기존에 갈 수 없었던 아제로스의 새로운 지역들이 레벨 80 이상의 유저들이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열렸습니다.

 

호드 저레벨 지역인 불모의 땅은 완전히 반토막이 났습니다.

 

수만 년 전에 가라앉은 아제로스의 고대 도시, 바쉬르. 레벨 80 이후 갈 수 있는 신규 지역입니다.

 

아제로스의 리뉴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바로 ‘흘러간 세월’을 구현해 냈습니다. <대격변>은 아제로스를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세 번째 확장팩에 걸맞는 시간, 즉 리치왕이 몰락한 이후의 상황을 아제로스에 담아냈습니다.

 

일례로 과거 분쟁의 명소 힐스브래드는 포세이큰이 점령하여 현재 얼라이언스의 마을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런가 하면 과거 스컬지의 땅이었던 서부 역병지대는 새로운 거점 ‘안돌할’을 사이에 두고 양쪽 진영의 대립이 첨예한 지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과거 ‘노겐포저의 비약’을 팔아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던 가젯잔의 한 고블린은 장사가 대박을 쳐 가젯잔의 남작 자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이렇게 변한 아제로스는 올드 유저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함과 동시에 추억을 회상하게 만듭니다.

 

힐스브래드의 이 NPC를 기억한다면 여러분은 올드 유저.

 

사우스쇼어는 죽었어! 이제 없어! 하지만 내 가슴 속에….

 

 

쉬워진 아제로스, 캐주얼 RPG로의 변신?

 

아제로스 리뉴얼을 보면 전체적으로 초보·신규 유저들을 위해 여러 가지로 많이 신경 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퀘스트 진행 동선과 레벨업 속도 등을 보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하고, 쉬워졌습니다.

 

(스토리 전개상)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역별로 많은 비행 거점이 등장했고 직업 상급자를 쉽게 만날 수 있는 등, 초보 유저가 큰 번거로움 없이 게임에 몰입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많아진 아제로스의 비행 거점.

 

레벨을 올리는 데 필요한 경험치가 줄어들었고, 저레벨 던전 또한 ‘쉽고 재미있게’ 리뉴얼됐습니다. 특히 던전찾기 기능을 통해 아무리 못해도 30분이면 파티원을 구해 던전을 탐험할 수 있고, 대부분의 던전 퀘스트를 던전 내부에서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덕분에 마치 지옥을 맛보는 듯했던 과거의 던전과 끝없는 연계 퀘스트들은 대부분 추억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물론 블리자드가 늘 그래왔듯 밥숟가락을 입에 넣어주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과거 <WoW> 오리지널을 했다가 <대격변>에 다시 복귀한 유저라면 캐주얼 라이트 RPG가 다 됐구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아제로스를 구석구석 누벼라. ‘고고학’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전문기술인 고고학. 이는 아제로스 행성 전역에 퍼져 있는 고대 유적에서 각종 도구를 사용해 삽질(!)하여 고대 종족의 유물을 얻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유물을 모아 복원하면 다양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돌 조각부터 시작해 화석을 복원해 만든 해골 랩터나 고대 종족의 장난감, 그리고 낮은 확률로 강력한 고대 무기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고고학으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

 

하지만 고고학은 굉장히 어렵고 힘든 작업입니다. 유적을 찾기 위해서는 아제로스 전 지역을 돌아다녀야 하고, 그나마 자신이 원하는 하나의 유물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수백, 수천 개의 유물조각을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고난의 행군이 따로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좋은 아이템을 위해 계속 고고학에 매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고고학에 매진하다 보면 블리자드의 숨은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고고학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전 아제로스를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좋든 싫든 유저들은 결국 리뉴얼된 아제로스를 샅샅이 탐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고고학에 지친 어떤 유저는 ‘아제로스 리뉴얼에 들인 공이 얼마나 큰지 한 명이라도 많은 유저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블리자드가 고고학을 만든 거야!!’라고 외치기도 했다죠. (-_-;)

 

실제로 고고학은 최고레벨 유저들이 새롭게 바뀐 아제로스를 탐험하게 만들 가장 큰 동기부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없었다면 리뉴얼된 아제로스에 관심을 가질 사람이 반 이하로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유물을 얻기 위해서는 삽 표시가 뜨는 모든 지역을 돌아다녀야 합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지역, 영화 같은 연출

 

바로 이전의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위상 변화’(유저들의 퀘스트 진행에 따라 세계가 바뀌는 시스템)는 이번 <대격변>에서는 정말 교묘하고 멋진 연출로 <WoW>의 세계에 녹아 들었습니다. 전작에서 주로 지역 단위로 ‘위상 변화’가 적용됐다면, <대격변>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퀘스트 사이사이에 위상 변화가 적용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퀘스트 진행에 따라 실시간으로 마을이 침략당하거나, 건물이 불타고 무너져 내리는 등의 연출로 심각한(!) 수준의 몰입도를 보여줍니다. 또한 퀘스트 중간 컷신으로 대화를 이어가거나, 동영상이 재생되는 퀘스트가 더욱 늘어났습니다(전작에서 동영상을 보여주는 퀘스트는 2개뿐이었지요). 이는 블리자드 개발진이 <대격변>에서 유저의 몰입을 위한 연출과 스토리텔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의미합니다.

 

<대격변>에선 고대신에 필적하는 괴물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위액에 녹아서 소화되기 전에 괴물의 뱃속에서 탈출하는 퀘스트도 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업적도 소소한 재미요소입니다. 블리자드는 패러디의 제왕!

 

팝캡의 인기게임 <플랜트 대. 좀비>의 패러디 퀘스트는 이제 유명하지요.

 

 

다시 전쟁의 시대로~

  

이전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는 호드와 얼라이언스가 경쟁과 협동을 병행하여 희대의 패륜아 아서스를 처치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대격변>에서는 그런 두 진영의 협동을 개미 발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바뀐 아제로스 곳곳에서 호드와 얼라이언스 NPC가 싸우는 걸 쉽게 볼 수 있고, 자연스레 ‘우리는 서로 적이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요.

 

그렇습니다. <WoW>는 원래 RvR 게임이죠.

 

또한 리뉴얼된 퀘스트나 레벨 80 이후 퀘스트를 보면 굉장히 많은 수가 상대 진영 유저들과 마찰을 빚기 쉽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실제로 레벨 업을 진행하는 동안 퀘스트 몬스터를 선점하기 위해 상대 진영과 싸우는 경우가 많고, 상대편이 퀘스트를 진행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내용의 퀘스트를 얻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습니다.

 

레벨 한계치인 85레벨이 되면 이런 진영 간 분쟁이 더욱 심해집니다. 바로 <대격변>의 새로운 필드 전장 ‘톨 바라드’ 때문입니다.

 

여기가 바로 톨 바라드 전장.

 

전투를 통해 한쪽 진영이 점령하고 보상을 얻는 필드 전장 ‘톨 바라드’는 <리치왕의 분노>의 필드 전장이었던 ‘겨울손아귀’보다 RvR에 대한 동기부여가 더 확실합니다.

 

전작의 보상은 단지 던전 입장 권한과 명예점수, 그리고 몇 가지 PvP 아이템에 머물렀습니다. 반면 ‘톨 바라드’는 그것에 추가로 평판과 일일 퀘스트, 탈것, PvP뿐만 아니라 PvE에도 유용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줍니다. 전쟁에 대한 동기를 확실하게 부여하는 거죠.

 

이 부근의 일일 퀘스트 지역인 ‘톨 바라드 반도’는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모든 퀘스트가 동일하고(겹치고) 날것을 탈 수 없고, 마치 전장과 같은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때문에 마치 옛날의 힐스브래드 구릉지에서 틈만 나면 싸우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대격변>의 이런 구성은 전체적으로 ‘잊은 건 아니겠지?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원래 주적이잖아’라는 느낌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며, 더불어 오리지널 시절 필드 PvP RvR의 향수를 찾는 이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필드에서 싸우는 맛은 전장이나 투기장과 비교할 수 없죠.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역시 <불타는 성전> 이후로 계속 제기된 인구 비율이겠죠. <WoW>는 현재 몇몇 서버를 제외하고 대부분 호드가 훨씬 많습니다(차마 대놓고 블러드 엘프와 캐릭터 서버이전 정책때문이라고는 말 못하겠지만요).

 

필드에서 싸움이 나더라도 대부분은 호드가 머릿수로 밀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싸우는 맛이 옛날에 비해서 떨어집니다. 과연 <대격변>에서 얼라이언스에 합류한 늑대인간 종족의 활약으로 이런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까요?

 

늑대인간 효과로 얼라이언스가 부흥할 수 있을까요?

 

 

소규모 길드 파괴자, 길드 레벨업 시스템

 

<대격변>은 길드 시스템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습니다. 길드원의 게임 활동에 따라 길드 레벨이 오르고 이에 따른 혜택을 얻거나, 같은 길드로만 이뤄진 파티로 업적 등의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길드 레벨이 상승하면 탈것의 속도가 증가하거나 장비 수리비가 감소하고, 귀환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줄어드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집니다.

 

길드 레벨 상승에 따른 혜택. 모두 패시브 스킬로 적용됩니다.

 

길드원끼리 모여야만 시도할 수 있는 길드 업적들입니다.

 

단지 창고와 채팅창을 공유할 뿐이었던 예전 길드 시스템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지만, 이로 인해 소규모 친목 길드는 크게 불리해졌습니다.

 

<대격변>에서는 길드원 사이의 친목과 소통보다, 길드 레벨이 몇이고 어떤 혜택이 있는지가 좋은 길드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자리잡은 느낌입니다. 기존의 소규모 길드가 거대 길드에 흡수되는 일이 <대격변>에선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길드원끼리 레이드 가는 걸 엄두도 내지 못하는 소규모 길드는 설 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소규모 길드는 이런 업적이 불가능합니다. 포기하거나, 큰 길드로 가거나.

 

 

블리자드 스케일 인플레이션

 

WoW 오리지널6,500
불타는성전22,000
리치왕의 분노54,000
대격변150,000

 

위의 숫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신가요? 오리지널부터 지금까지, 매 확장팩마다 필자의 전사 캐릭터 체력 수치를 나열한 것입니다.

 

뭔가 엄청나게 올라갔지요? 하지만, 수치가 늘었다고 해서 뭔가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닙니다. 레벨에 맞는 레이드 보스에게 맞으면 아파서 생존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오리지널 시절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어요. 단지 숫자의 단위만 계속 늘어나는 거죠. <대격변> 이후의 또 다른 확장팩에서는 체력이 도대체 얼마나 올라갈까요?

 

요새는 힐러 캐릭터도 체력이 이 정도는 나온답니다.

 

사실 이런 스탯 인플레이션은 MMORPG의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쉽게 누굴 탓할 수도 없습니다. <WoW>를 개발할 당시에 6년 이후 캐릭터의 평균 체력이 10만을 상회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요.

 

다른 MMORPG에서는 스탯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기 위해 환생을 한다든지 다른 직업으로 전직한다든지 여러 방법을 사용합니다. <WoW>는 과연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낼까요? 이를 별 문제로 삼지 않는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 체력 100만의 유저가 길을 지나가다가 거미에 물려 무덤에 가는 현상을 목격할지도 모릅니다.

 

요새 경매장에서 이 정도 가격대는 기본입니다.

 

스탯 인플레이션만이 아닙니다. 골드의 가치 또한 <대격변>을 겪은 듯합니다. 1,000 골드만 갖고 있어도 부자 소리를 듣던 ‘오리지널’ 시절의 이야기는 이제 정말 옛 추억이죠. 며칠 전 필자는 경매장에 올라온 판금 갑옷을 사기 위해 3만 골드를 사용했습니다.

 

엄청나게 비싼 것 아니냐고요? 요즘은 이게 보통입니다. 앞서 말한 스탯 인플레이션과 마찬가지로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궁금하군요. <WoW>에 아이템 강화 같은 시스템이 나올 리는 없겠지요?

 

 

초보자, 기존 와우저 모두 주목할 만하다!

 

결과적으로 <대격변>은 과거 <WoW>를 했다가 잠시 떠났던 유저들에게는 추억(과 빠른 레벨업)을, 기존에 <리치왕의 분노>까지 충실하게 했던 와우저에게는 색다른 콘텐츠에서 오는 재미를, 그리고 게임을 처음 하는 유저들에게는 다양한 콘텐츠와 완성도 높은 게임성을 느낄 수 있는 잘 만든 MMORPG로 다가옵니다.

 

물론 6년 이상 서비스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과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서버/종족 인구 불균형 문제 등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현재 시점에서 봐도 <대격변>은 최신 MMORPG에 뒤지지 않는 재미를 보장하는 웰메이드 게임입니다.

 

과연 <대격변> 이후 앞으로 아제로스가 어떤 변화를 겪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