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나름대로 친숙한(?) 소재인 ‘좀비’를 전면에 내세운 2D 횡스크롤 MMORPG <좀비 온라인>이 최근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진행했습니다. 좀비가 무더기로 출연하는 B급 좀비영화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이 게임은, ‘겁나 쩌는 게임’이라는 슬로건 그대로 ‘정말 쩌는’ 비주얼과 게임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변태고양이
정말 ‘쩌는’ 비주얼과 연출
<좀비 온라인>의 최대 특징이라면 역시 비주얼과 연출입니다. 이 게임은 <메이플스토리>를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2D 만화풍의 그래픽을 갖고 있지만, 이를 이용해 화면이 ‘피로 범벅이 되는’ 고어물을 연출합니다.
2D로 구현된 좀비와 캐릭터의 사지가 절단되고, 터지고, 화면은 피범벅이 되고…. 만일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의 좀비모드 같은 걸 생각하고 들어온 유저라면 첫 화면부터 펼쳐지는 이 충격적인 비주얼 때문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겁니다.
직업 선택 단계에서도 어떤 식으로 좀비를 박살(말 그대로 ‘박살’) 내는지 여과없이 보여준다. 2D 만화풍의 그래픽의 이런 연출이라니… 정말 비범하다.
<좀비 온라인>의 이런 비주얼은, ‘엽기물’에 큰 반감이 없는 성인 유저라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비위가 나쁘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스타일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성인이라도 좋고 싫음이 뚜렷하게 엇갈립니다. <28일 후> 같은 좀비영화를 안 보는 성인들도 많은 것처럼요.
기본적으로 <좀비 온라인>은 퀘스트를 받은 후 필드에서 좀비를 사냥해 경험치를 쌓고, 캐릭터를 키우는 전형적인 <메이플스토리>류 횡스크롤 RPG의 진행을 따릅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횡스크롤 RPG치고는 시스템들이 이것저것 다양하게 준비돼 있기 때문에 무작정 단순한 RPG라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시스템은 좀비라는 소재를 잘 활용한 ‘좀비 정보 시스템’입니다. 이는 말 그대로 유저들이 좀비의 시체 등을 통해 정보를 모아, 포켓몬 도감(-_-;) 같은 ‘좀비 사전’을 만드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먼저 좀비를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야 한다. 예쁘게 김치~!
처음 보는 좀비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유저들은 먼저 좀비의 사진을 찍고, 좀비를 퇴치한 후 그 시체를 수집해서 DNA를 모으게 됩니다. DNA를 100%까지 모으면, 해당 좀비의 정보를 모두 열람할 수 있게 되고, 이렇게 좀비 사전을 채우면 캐릭터의 경험치도 오릅니다.
좀비는 등장하는 지역과 레벨에 따라 그룹이 정해져 있는데요, 해당 그룹의 좀비 정보를 모두 모으면 다양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좀비의 정보를 모으는 행위는 재미 자체도 괜찮은 편이고, 캐릭터 육성에도 많은 도움이 되기에 동기부여가 확실합니다.
정보를 채우고 경험치, 아이템을 얻게 되니 의외로 쏠쏠~.
모델하랴, 경험치주랴,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아낌 없이 내어주는 좀비들.
한편, <좀비 온라인>은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답게 현대적인 소재를 활용한 편의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가령 ‘핸드폰 시스템’은 유저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개통하고, 다른 유저나 NPC와 소통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유저는 핸드폰을 통해 다른 유저와 쪽지를 주고받고, NPC에게 전화를 걸어 퀘스트를 받거나, 일부 완료가 가능하도록 설정된 퀘스트는 현장에서 바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덕분에 퀘스트 완료를 위해 ‘사냥터↔마을’을 오가며 반복하는 행위가 조금은 덜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핸드폰을 이용해서 용무를 보면 이용요금이 부과된다. 현실적인데?
귀환신호전송기를 사용하면 기지로 순간이동하는 게 아니라, 헬리콥터가 호출된다.
인챈트 시스템도 제공한다.
<좀비 온라인>은 아직 1차 CBT였기 때문에 구현되지 않은 시스템도 있었는데요, 구현되지 않은 시스템 역시 흥미로운 게 많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2차 CBT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좀비 시스템’입니다. 이는 좀비에게 붙잡혀 물리면 ‘좀비 바이러스’ 게이지가 상승하고, 바이러스가 100%에 이르면 유저가 좀비가 되어 다른 유저를 공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과연 이 시스템이 게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다음 CBT가 기대됩니다.
좀비에게 물리면 화면이 피범벅이 된다.
또한, <좀비 온라인>에는 서로 적대적인 두 세력이 등장하며, 이들은 자유 PvP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대립하게 됩니다. 이번 1차 CBT에서는 이 부분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고, 맛보기로 싸울 수만 있었는데요, 과연 2차 CBT 이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좀비 온라인>은 롤플레잉 게임이지만, ‘액션’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좀비무쌍’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화면 전체에 걸쳐 좀비가 쏟아져 나오고, 거점에서 벗어나면 바로 좀비와 조우할 정도로 전투의 빈도가 잦습니다.
정말 질릴 정도로 좀비들과 엉켜서 놀다 보면, 서로 친구하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타격감이나 액션의 퀄리티는 훌륭한 편입니다. 특히 좀비를 ‘베어 넘긴다’가 아니라 ‘쳐서 박살낸다’는 느낌으로 전투가 연출되기에 쏠쏠한 손맛을 볼 수 있습니다.
커맨드를 조합해서 다양한 콤보를 만들 수 있고, 좀비의 상태(공중에 뜨거나, 바닥에 쓰러지거나)에 따른 연계기와 기술의 조합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좀비를 죽일까?” 궁리하며 이것저것 연구하는 재미도 살아 있습니다.
청소년 전용 서버의 초록색 피. 몸이 뜯겨나가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게 더 비호감.
그런데 마구 쏟아지는 좀비들 사이에서 사투를 벌이다 보면, 피가 튀고 살점이 뜯기는 효과가 너무 커서 캐릭터의 공격 모션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쉽다는 느낌이 듭니다.
근거리 직업과 원거리 직업의 밸런스 격차가 너무 큰 것도 문제였습니다. 원거리 직업은 좀비의 이동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거리만 잘 확보하면 쉽게 쓰러뜨릴 수 있는 반면, 근접 공격 직업은 공격범위도 짧고, 어쩔 수 없이 좀비의 공격을 맞으면서 싸워야 하기에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근접 캐릭터들은 인스턴스 던전 ‘레이드 모드’에서 고전하게 됩니다. 한두 명의 파티 플레이를 권장하지만 워낙 강력하고 많은 수의 좀비들이 쏟아지기 때문에 근접 캐릭터들은 적정 인원 이상이 모여서 가도 클리어하기 힘듭니다.
레이드 적정 인원은 1~2명이라며!
레이드에 나오는 보스들은 죽기 전까지 계속 부하를 부른다. 정말 울고 싶었다.
좀비들은 역시나 ‘좀비답게’ 체력이 많습니다. 이는 때때로 전투를 지루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좀비 한 마리 죽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른 게임 일반 몬스터를 잡는 시간보다 2~3배 이상 길다고 할까요? 게다가 다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하반신만 남아서 다시 공격한다거나, 다시 부활해서 공격한다는 식으로 꽤나 끈질긴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에 싸우다 보면 ‘내가 좀비를 잡는 건지’, ‘좀비가 나를 잡는 건지’ 애매하다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결과적으로 <좀비 온라인>은 비주얼과 게임성에서 완전히 튀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중성하고는 담을 좀 높게 쌓았고, 호불호가 완전히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게임입니다.
‘아기자기한 2D 그래픽의 횡스크롤 RPG’와 ‘좀비호러’라는 극단적인 소재를 결합해 <좀비 온라인>만의 색깔을 우려냈고, 다양한 시스템을 더해 다른 횡스크롤 RPG나 호러 게임들과 확실한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많은 시스템을 한꺼번에 제공하기 때문에, 초보자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전반적인 게임 난이도 역시 높은 편입니다. 물론 도움말을 제공하고 간단한 조작법을 배우는 튜토리얼을 제공하지만, 이 정도로 다양한 시스템들에 바로 적응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살려줘~!! 난 여기를 벗어나야겠어!
예를 들면, <좀비 온라인>은 필드에서 밀려드는 좀비로부터 몸을 지키고 잠시 쉴 수 있는 ‘안전장소’를 난간이나 건물 위에 설정해서 제공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필드에서 보면 배경과 안전장소가 구분되지 않아서 이를 모르는 유저들이 더 많습니다. 오히려 필드를 가득 메운 좀비에 질리는 게 더 빠를 정도죠.
그 외에도, 위에서 언급한 직업 밸런스를 비롯해 다듬어야 할 부분도 많이 보였습니다. 이런 몇 가지 문제점과 진입장벽 문제를 해결한다면 <좀비 온라인>은 2011년에 나온 신작 중에서 단연 ‘튀는’ 게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