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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해봤더니] 레벨 인피니트 익스트랙션 슈터 '엑소본'

좋은 확장성, 아쉬운 상상력

방승언(톤톤) 2025-02-17 18:55:00
<엑소본>은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 블러드헌트>의 ‘샤크몹’이 개발하고 레벨 인피니트가 퍼블리싱하는 익스트랙션 장르 신작이다. 2025년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샤크몹은 유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집, 반영해 게임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춰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게임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진행됐다.

랜덤하게 발생하는 이상 기후, 외골격 슈트, 포스트아포칼립스 테마 등 대중적인 소재를 익스트랙션 장르의 틀에 짜맞추는 시도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러나 기획 의도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미흡한 지점들도 눈에 들어온다. 약 10시간의 체험을 통해 느낀 게임의 잠재력과 개선 방향을 정리해 봤다.



# 뻔하지만 자유로운

<엑소본>은 기후 이변에 의해 멸망을 맞은 지구를 배경으로, 글로벌 테크 기업 ‘리버스(Rebirth)’와 저항군 ‘리본(Reborn)’이 벌이는 대결을 그린다.

첨단 기술을 앞세워 인류의 구원자를 자처하던 리버스는, 얼마 못 가 외골격 슈트 등 앞선 군사력을 이용해 민간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이에 원래는 리버스 휘하에 있던 용병 일부가 외골격 슈트와 함께 탈출해 리버스에 맞서는 ‘리본’ 저항군을 조직하게 된다.

그런데, 리본과 대립하던 리버스는 어느 날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동시에 종적을 감추고, 남겨진 인류는 각자도생을 시작한다. 게임의 시작은 사라졌던 리버스가 갑자기 돌아와 활동을 재개하는 시점이다. (아마도) 다시 인류 억압을 시작할 리버스에 맞서 싸우는 것이 리본 전사(플레이어)들의 목표다.

시놉시스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엑소본>의 배경 설정은 거칠게 말해 익숙한 요소들의 짜깁기로 느껴진다. 이야기의 줄기에 해당하는 주요 사건들 역시 인과가 매우 모호하게 그려져 있다.

개발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다양한 내러티브 전개를 위한 ‘여유 공간’을 남겨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시점에 확정되어 있는 ‘사악한 첨단 기업’, ‘파괴된 자연’, ‘반군’, ‘외골격 슈트’ 등 설정은 모두 이야기와 인게임 메카닉을 자유롭게 확장해 나가기에 좋은 토대다.

흔하지만 확장성 있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 이상 기후가 전장의 변수

골자가 되는 게임플레이는 장르 내 다른 게임들과 대동소이하다. 유저들은 팀을 이루거나 솔로로 전장에 투입되어, 여러 지형과 시설을 탐험하면서 값어치 있는 아이템, 혹은 장비를 획득해야 한다. 사망 시 모든 아이템을 잃으며, 다른 유저를 사살하면 아이템을 빼앗을 수 있다.

게임이 차별화하는 지점은 위에서 언급된 재앙적 기후 현상이나 외골격 슈트 등 SF 요소들이다. 우선 게임에 등장하는 토네이도, 폭풍, 강우 등의 기상 현상은 라운드마다 위협 또는 기회를 제공해 변수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유저들은 상승 기류를 타고 빠르게 날아올라 위험 지대에서 탈출할 수 있다. 정반대로 몸을 숨긴 장소에 번개가 내리쳐 위험해지기도 한다. 이런 랜덤한 상황 창출 덕분에 같은 맵에서도 매번 경험이 달라지는 효과가 있다.

기후는 이동에 영향을 준다


# 외골격과 전투 다양성

또 다른 차별성은 ‘엑소 리그’라고 불리는 외골격 슈트에서 온다. 모든 유저는 기본 지급되는 엑소 리그 혹은 보상으로 얻거나 제작한 엑소 리그를 장착한 채 전장에 투입된다. 엑소 리그는 공통적으로 그래플링 훅과 글라이딩 기능을 가지고 있어 수직적이고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엑소 리그는 중량에 따라 라이트, 미디엄, 헤비 등 3개의 타입으로 구분되며, ‘모드’와 일회성 보조 기능을 장착해 강화할 수 있다. 타입에 따라 이동 속도와 전반적 강화 방향성이 달라지며, ‘등급’(희귀도)이 더 높을수록 더 강력하고 다양한 개조가 가능하다.

엑소 리그의 획득, 제작, 개조를 통해 자신만의 플레이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엑소본>의 주된 셀링 포인트 중 하나다. 엑소 리그는 등급에 따라 호버링, 그라운드 슬램 등 쿨다운 기반의 기본 스킬을 제공한다. 추가로 모딩을 통해 자동 연막, 미니 로켓, 클로킹 장막 등 다양한 첨단 기술/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장에서 실제로 다양한 전투 시나리오가 연출된다는 점을 게임의 최대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기절 직전의 적이 클로킹으로 모습을 감추거나, 고지대의 적이 폭격 때문에 위치를 버리는 등의, 흥미로운 전략적 상황이 자주 펼쳐진다.

한편 그런 만큼 총기의 다양성은 다소 제약된 인상이다. 지정 사수 소총, 자동소총, 산탄총, 저격 소총 등 흔한 무기 구분이 존재하며, 모딩도 가능해 기본적 다양성은 충분히 챙기고 있으나 상상력이 돋보이는 ‘미래형’ 무기는 별로 없다. 다만 이는 일반적 밀리터리 슈터에 익숙한 유저들을 포용하기에는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다. 총기 또한 등급이 존재하며, 상위 등급일수록 더 많은 모딩이 가능해진다.

건플레이의 감각은 고전적(?)이다

# 이탈 방지 구조

플레이어들의 ‘의욕 상실’ 가능성은 익스트랙션 장르 공통의 최대 고민거리다. 전장에서 사망할 경우 모든 아이템을 잃는 기본 규칙상, 게임플레이의 기본적인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특유의 아이템 손실 메카닉을 없애거나 제약하면 장르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스릴’과 보상감 극대화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사망 스트레스를 완화해 유저 이탈을 막으면서도 긴장감은 유지하는 정교한 디자인 역량이 장르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엑소본> 개발진은 다양한 ‘파산 방지’ 요소와 ‘비용 절감’을 통해 유저의 의욕 상실 가능성을 완화하고 있는 듯하다.

우선 <엑소본>에는 유저들이 완수할 수 있는 기간제 미션의 종류가 많다. ‘특정 적 n회 처치’나 ‘모 지역 방문’ 등 게임플레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미션, 혹은 다소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미션들이 혼재하며,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자원과 장비 또한 풍부하다. 따라서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하고, 지나치게 자주 죽지만 않는다면 게임의 기본 요소를 즐기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는 인상이다.

보상이 많이 주어진다.

더 나아가 처음 주어지는 기본 물자가 적지 않으며, 특별한 메카닉 해금 없이 대부분의 기초 물자를 바로 구입할 수 있다. 또한 AI를 처치하면 현금을 꽤 쉽게 획득할 수 있기에 재정적 어려움에 몰릴 가능성이 작으며,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재기’가 어렵지 않게끔 디자인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기본적 게임플레이조차 즐기지 못한 채 허덕일 가능성이 작다.

다만 이렇게 물자 확보의 리스크가 제한된다면 앞서 말했듯 게임의 코어 메카닉인 ‘루팅’과 ‘익스트랙션’의 재미가 느슨해질 수 있다. 이 문제에서도 개발진은 엑소 리그의 ‘확장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엑소 리그는 상위 등급으로 갈수록 더 다양하고 폭넓은 개조가 가능해진다. 실제 체감상으로도 추구할 수 있는 플레이스타일과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의 선택지가 유의미하게 늘어난다. 즉, ‘윗물’에서 놀수록 캐릭터의 파워뿐만 아니라 재미와 콘텐츠의 다양성까지 함께 강화하는 구조다.

물론 이는 다른 익스트랙션 슈터에도 존재하는 구조지만 <엑소본>의 경우 ‘아랫물’에서의 탈출 방법을 적극적으로 밀어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성장의 모멘텀을 많이 부여하는 대신, 그 상한을 높인 뒤 메카닉을 풍성하게 마련, 상승의 재미를 챙긴 디자인으로 볼만하다.

장비 구성에 따라 게임플레이가 달라지는 것이 매력이다


# 상상력이 아쉽다

이처럼 ‘리스크-보상’의 기본 구조에서 많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게임에는 현시점에 개선이 필요한 영역 또한 적잖이 존재한다.

먼저, 게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상 기후의 ‘변수 창출’ 역할은 적어도 게임 초반에는 생각보다 대단치 않다. 기상 이변은 주로 이동 루트와 지형 선택의 제약을 유도하는데, 캐릭터들의 기본적 이동 능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극복이나 우회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시야를 제약하는 안개가 발생했을 때는 전투의 스릴이 강화되는 편이지만, 나머지 기후 현상의 영향력은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창발적 플레이를 유도할 수 있는 더 다양한 기후와 모드가 추가된다면 기획 의도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듯하다.

게임의 다소 엉성한 피직스 역시 발목을 크게 잡는 지점이다. 캐릭터들이 전혀 예상 못 한 지형에서 가로막히거나, 비직관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순간이 많이 발생한다. 수직적이고 자유로운 움직임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는 해결이 필요한 문제로 보인다.

엑소 리그의 활약은 대부분 익숙한 것들이다

준비된 특수 장비나 능력의 종류가 다양하지만, 별로 ‘창의적’이지는 않다는 사실 역시 짚어볼 만하다. 투명화 장비나 일부 능력을 제외한다면, ‘하이테크’ 콘셉트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전투를 독창적으로 만들어주는 메카닉적 상상력은 대부분 돋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SF 콘셉트가 무색하게도 (특히 저레벨 유저 간의) 전투가 전통적인 밀리터리 슈터 느낌에 가깝게 전개되는 지점은 크게 아쉽다. 다양한 플레이스타일 추구를 핵심 모티브로 내세우고 있는 기획 의도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