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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해봤더니] 오버워치 ‘특전’ 업데이트, ‘복귀각’ 잡혔나

불완전하지만 미래 기대하게 해

방승언(톤톤) 2025-02-24 14:26:54
블리자드가 <오버워치 2> '시즌 15'를 업데이트했다. 시즌 15는 출시 이전부터 <오버워치 2> 팬들의 기대를 한껏 모았던 업데이트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게임플레이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특전’ 시스템의 도입을 가장 중요하게 꼽을 만하다.

‘특전’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나 <에이펙스 레전드> 등 다른 PvP 게임에서 유사하게 시도된 바 있는, 일종의 성장 시스템이다. 경기 중 특정 캐릭터를 골라 경험치를 쌓아 ‘특전’을 획득하면, 해당 캐릭터의 기존 능력을 강화하거나 변화시킬 수 있다. 게임플레이에 다양성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출시 후 9년 동안 <오버워치> 시리즈에는 수많은 시스템적 변화가 시도돼 왔었다. 하지만 이번 ‘특전’ 시스템은 그간의 업데이트와는 차원이 다른 혁신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실제로 달라진 재미를 선사하는지 직접 체험해 봤다.



# 특전 시스템 개요

특전 시스템과 함께 게임에는 ‘경험치’와 ‘레벨’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이제 경기 중 적에게 피해를 주거나 아군을 치료하면 경험치가 쌓여 레벨이 오른다. 2레벨이 되면 ‘보조 특전’ 2개 중 하나, 3레벨이 되면 ‘주요 특전’ 2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궁극기와 마찬가지로 유저 실력에 따라 특전 획득 타이밍에도 격차가 벌어진다.

특전은 캐릭터의 능력을 보완, 변경하거나 강화해 준다. ‘보조 특전’은 변화가 상대적으로 작고, ‘주요 특전’의 경우 캐릭터 사용 방식을 바꿔놓을 정도로 강력한 경우도 있다.

경기 양상에 따라 다르지만, 평범하게 플레이한다면 보조 특전은 2~3번의 교전 안에 보통 획득되며, 주요 특전은 4~6번의 팀 교전 만에 획득된다. 따라서 비슷한 실력끼리의 대결이라면 하나의 특전도 고르지 못한 채 게임이 끝나는 상황은 잘 연출되지 않는다.

궁극기 게이지와는 달리, 캐릭터를 바꾸더라도 획득 경험치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더 나아가 후반부로 갈수록 경험치 획득량이 전체적으로 늘어나며,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캐릭터를 처치할 경우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게임 후반부에 캐릭터를 교체해 보면, 첫 교전이 끝나기도 전에 보조 특전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캐릭터 변경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2레벨 혹은 3레벨에 도달하면, 알트를 누른 채 좌클릭 혹은 우클릭으로 특전을 고른다


# 특전이 가져다준 재미

사전에 기대한 대로, 특전 시스템은 게임플레이를 다양하고 흥미롭게 해주는 장점이 많다.

유저 입장에서 느끼는 가장 직관적이고 일차적인 장점은 ‘만족감’이다. 특전을 획득하면 눈에 띄게 캐릭터가 강해지거나 게임플레이가 변화하기 때문에, 즉각적 효능감이 찾아온다.

<오버워치> 개발진은 그동안 유저들에게 만족감을 피드백하기 위해 POTG나 (지금은 사라진) 메달 시스템, 칭찬 시스템 등 다양한 장치를 만들었던 바 있다. 이런 장치들이 정성적인 만족에 그쳤다면, 특전 시스템은 실제로 자기 실력에 따라 팀에 더 빠르고 확실하게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을 하나 더 쥐여준다는 점에서 실용성까지 챙겼다.

물론 다른 팀원들에 비해 특전 획득이 늦다면 좌절감이 생길 수 있지만, 경기 내용이 극단적이지 않은 이상 획득 시점에 과도한 격차가 벌어지지는 않는다.

또한 특전은 <오버워치2>의 근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캐릭터 콘셉트’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공중에 살짝 떠 있는 모습의 젠야타와 시그마는 특전을 통해 실제로 공중 부양 능력을 얻을 수 있다.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는 마우가는 거점에서 2명으로 판정받기도 한다. 정비공 토르비욘은 이제 포탑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방어구도 망치로 수리할 수 있다.

탭을 눌러 유저들의 특전 획득 현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획득 속도는 서로 격차가 크지 않은 편

콘셉트 강화와는 거리가 멀지만, 게임플레이적으로 실용적인 기능을 얻게 된 캐릭터들도 많다. 가령 리퍼는 드디어 원거리에서도 상당한 딜링이 가능해졌다. 파라는 이제 궁극기 사용 중에 이동이 가능하다. 캐릭터 핵심 콘셉트와는 연관이 없거나 적지만, 성능 면에서는 유의미해서 유저들이 오랫동안 갈망했던 기술들이다.

덕분에 유저들이 영웅에 더 많은 애정을 품고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콘셉트에 어울리는 특전, 혹은 단점을 보완하거나 장점을 강화하는 특전이 더해지면서 영웅의 캐릭터성 혹은 유용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같은 영웅을 고르는 유저들끼리도 게임플레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가장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이제 토르비욘은 포탑을 예상 못 한 벽면이나 천장에 설치해 진입을 귀찮게 만들거나, 포탑을 지근거리에 놓고 사수하면서 지속 딜링으로 방어하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혹은 과부화 관련 특전을 두 개 골라 공격적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이들 여러 유형의 토르비욘을 두고 서로 다른 별개 캐릭터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한 오류다. 하지만 완전히 동일한 캐릭터로 치부하기에도 각자 활약하는 방식, 그리고 이들을 상대하는 전략 모두에서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캐릭터 로스터를 늘리지는 않았으나, 그와 비슷한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실제로도 게임플레이가 훨씬 유연하고 다채로워진 인상이다. 과거에는 기용되거나 활약하기 힘들었을 여러 상황 속에서 영웅들이 각자 나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모든 특전 조합이 유용하진 않지만, 나름의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 우려와 기대

특전 시스템은 이렇듯 게임플레이 고착화를 막고, 게임에 새로운 몰입감과 흥미를 더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잠재력 높은 시스템이다. 그러나 역시 우려되는 지점도 많다.

현재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대두되는 문제는 단연 영웅 간 밸런스다. 가령 아나와 같은 영웅은 4개의 특전이 모두 아무런 리스크 없이 캐릭터를 대폭 강화해주는 것들로 구성된 반면, 정크랫 등 일부 영웅은 활용성이 훨씬 뒤쳐지는 특전을 받아 원성을 사고 있다.

심지어 이런 ‘편애’는 원래 인기가 높던 캐릭터들에게 몰려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결국 좋은 캐릭터만 계속 기용되는 ‘메타 고착화’ 문제가 이전보다 오히려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일부 유저는 염려하고 있다. 게임플레이 다양성 확보라는 사전 기대되던 효과에는 전혀 반대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특전 선택지 간의 균형이 심하게 맞지 않는 사례도 있다. 가령 로드호그의 보조 특전은 ‘사슬 갈고리 명중시 탄약 2발 재장전’과 ‘돼지우리 투척 거리 50% 증가’로 나뉘는데 전자에 비해 후자의 활용도가 지나치게 낮다. 하나의 캐릭터에 더 다양한 플레이스타일을 부여하는 시스템의 취지가 빛을 잃는 지점이다. 더 나아가 선택지 간 시너지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기피되는 '특전 조합'도 존재한다.

정크랫 등 일부 영웅의 특전은 환영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종합하면, 특전 시스템은 게임에 전에 없던 유연성과 다채로움을 더해 활기를 불어넣어 줄 좋은 토양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가꾸고 관리하는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금세 황폐화할 가능성도 높다.

다만 도입 자체가 개발팀의 기조 변화를 암시한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희망을 품게 된다. 그간 <오버워치> 개발진은 캐릭터 메커니즘 변경에 매우 소극적인 편이었다. ‘캐릭터 리메이크’라고 불리는 이런 업데이트는 아주 드물게 찾아왔으며, 그나마 매번 반응이 좋은 것도 아녔다.

더 이전으로 돌아가면, 심지어 평범한 밸런싱 패치조차 다른 게임에 비해 월등히 굼뜨다는 불만이 많았다. 이른바 ‘고츠’ 혹은 ‘33’으로 불리는 메타가 지나치게 오랫동안 유행했던 당시의 상황은 유명하다. 캐릭터 추가 속도의 경우 이전에 비해 크게 나아졌지만 아직도 다른 PvP 슈터들에 비해 특별히 더 빠르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이런 맥락에서 특전 시스템은 영웅 로스터 전체에 메커니즘을 대대적으로 추가하는 전에 없던 시도이며, 따라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오버워치 2> 개발진이 게임에 더 많은 변수를 도입하고, ‘불완전하지만 계속 변하는’ 여타 PvP 게임의 일반적 밸런싱 관행을 얼마간 따라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라면, 특전 시스템은 그 시작으로서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