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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손이 많이 가는 실시간 문명전쟁, 아르케

아르케, 정식 서비스 리뷰

김진수(달밤의끝) 2011-02-18 17:00:36

중국 스네일 게임즈가 개발하고 엔트리브가 서비스하는 <아르케>는 ‘문명전쟁’이라는 부제를 내세운 웹게임이다. 오픈베타(OBT) 이전부터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듯한 광고를 진행해 관심을 끈 이 게임은 높은 중독성을 갖고 있으며, 기존 웹게임들과는 차별화되는 시도도 많아 눈길을 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달밤의끝


 

■ 다양한 게임 장르를 버무려 놓았다

 

<아르케>는 웹 브라우저 기반의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기존의 웹게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도시를 경영하고, 다른 도시·길드와 전투를 벌여 자신이나 길드의 세력을 넓히는 게 목적이다.

 

이런 장르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도시’를 효율적으로 경영해 키우는 것이다. 유저들은 자원을 모으고 기술을 개발하며 군사력을 모아 자신의 도시를 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자원은 도시의 외곽에 농장, 광산 등을 건설해야 벌 수 있으며, 시간에 비례해 수입을 얻는다. 또한 자원은 단순한 수집만이 아닌, 상인에게 금화를 주고 여러 도시를 거치며 특산품을 거래해 시세 차익을 남기는 교역에도 이용할 수 있다.

 

도시마다 특산품이 다르고, 이동 거리에 따른 차익이 달라 이를 계산하며 교역할 수 있기 때문에 <거상>이나 <대항해시대>의 상인 계열 직업이 느낄 수 있는 묘미가 있다.

 

상인을 이용한 무역은 재미와 함께 금화를 벌어들이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아르케>에는 자금을 모아 건물을 짓고, 병력을 생산해 세력을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자금을 통한 영토 확장 개념이 존재한다. 바로 ‘문명치’다.

 

문명치가 높을수록 해당 타일(성) 주변에 문명치가 전파되고 영토가 넓어진다. 유저는 ‘주교’를 고용해 사원과 금화를 이용한 ‘기도’로 자신의 문명치를 올리거나, ‘비방’을 통해 다른 유저의 문명치를 깎아 영토 확장을 꾀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금화가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문명치와 사원의 위치, 주교의 능력치 등에 의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자신의 영토에 있는 던전, 채집 지역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주교가 중요하다.

 

이밖에 <아르케>에서 눈이 가는 부분은 전투다. 기존의 웹게임들이 턴 방식 전투나 각종 능력치 계산을 통한 전투를 했던 반면, <아르케>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자신의 영웅과 유닛을 직접 조작할 수 있다.

 

전투를 시작하면 필드에 자신의 영웅과 병력이 위치하고, 상대 역시 동일하게 영웅과 병력이 배치되어 각각의 영웅이나 유닛을 컨트롤해 싸운다.

 

유닛 컨트롤이 승패를 좌우한다. 사냥도 그렇고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일 컨트롤이 귀찮다면 ‘자동 진행’을 선택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인공지능(AI)이 알아서 유닛을 컨트롤해 준다. 상대방에 비해 자신의 영웅의 레벨이나 병력이 떨어지더라도 컨트롤로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승리를 위해서는 컨트롤이 중요하다.

 

<아르케>는 도시 내부를 꾸미는 자유도가 높다. 건물의 건설 위치 뿐만 아니라 성벽 등을 쌓는 모양까지도 유저가 직접 꾸밀 수 있어 ‘나만의 도시’라는 애착을 갖게 만든다.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와 실시간 전투 등의 요소 덕분에 <아르케>는 일반적인 웹게임과 클라이언트 기반 게임의 경계선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 웹게임답지 않게 손이 많이 가는 게임성

 

일반적으로 웹게임은 손이 적게 가는 대신 ‘가늘고 길게’ 오랫동안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르케>는 게임에 접속한 순간에도 유저가 끊임없이 손을 움직여야 하고, 할 것들이 끝없이 제공된다.

 

앞에서 말했던 전투 역시 유저의 컨트롤이 게임의 승패에 영향을 주기에 유저들은 가급적 중요한 전투가 벌어질 때는 장시간 접속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아르케>는 건설과 연구, 채집지에서의 자원 채집, 무역과 영토 확장을 위한 공양이나 전파 등 전반적으로 유저가 한꺼번에 신경 써야 할 요소들이 아주 많다. 결국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이 이 게임에서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나 할까?

 

건설을 눌러 놓고, 연구를 지정하고, 성 주변의 영토를 확인하고, 문명을 전파한 뒤, 상인에게 무역을 지정하고, 사냥을 한두 번 하는 사이클을 거치고 나면, 다시 이런 사이클이 반복된다.

 

굉장히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진행시켜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데,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은 전투 컨트롤 밖에 없어서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게임 자체가 손이 많이 가는 탓에 긴 시간 접속해 자신의 성이나 영웅 등을 관리하게 되어 있다.

 

건설, 연구, 사냥에 상인, 주교까지… 메시지 확인하기도 벅차다.

 

특히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전투다. 병력의 수보다는 컨트롤이 승패를 좌우하고, 성을 관리해 주지 않으면 자동으로 민심이 떨어져 자원 생산이 늦어지는 등 게임을 오래 붙잡고 있을수록 유리해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결국, <아르케>에 오래 접속해 있는 유저가 유리하다. 폐인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폐인이 ‘되어야’ 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게임인 것이다.

 

 

■ 핵심 콘텐츠인 문명 간의 전쟁이 포인트

 

‘문명전쟁’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아르케>의 핵심은 문명 간 전쟁 콘텐츠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유저는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를 고르게 된다. 로마, 이집트, 페르시아, 중국을 선택할 수 있고, 각 문명은 건물 외관이나 특수 병과 등이 서로 다르다. 종족의 특성은 특수 병과를 제외하면 공격력이나 방어력 등에 추가 수치를 조금 더 갖는 정도다.

 

이 문명이라는 시스템은 문명의 특성보다는 국가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같은 국가의 유저끼리만 채팅할 수 있고, 문명이 다르면 시작하는 위치도 꽤나 멀리 떨어져 있어 우호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힘들게 돼 있다.

 

같은 문명권에 속한 유저들이 단합해 중립지역을 쟁탈, 영토를 넓혀야 게임에서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 자연스레 문명 간 영토 분쟁이나 전쟁, 약탈이 활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명 전쟁을 자극하는 요소로는 중립지역 확보가 있다. 길드에서 중립지역을 대상으로 선전포고해 10분 동안 전쟁을 벌여 해당 지역을 쟁탈하게 된다. 중립지역을 얻으면 문명 전체에 보너스가 주어지고, 중립지역을 소유한 길드는 멀티 성을 건설할 수 있다.

 

이외의 방법으로는 멀티 성을 지을 수 없고, 멀티 성을 건설해야 병력 생산 등에서 이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을 유리하게 진행하려면 지역 쟁탈이 필수다.

 

중립 지역 쟁탈전이 벌어지면 해당 문명의 유저들이 단합해 전쟁을 벌인다.

 

점령전은 매일 20시부터 23시까지만 진행할 수 있어서 새벽 시간대를 노린 기습 전쟁에 마음 졸일 필요가 없다. 23시 이후부터 다음 날 20시까지 자원, 병력 생산과 영웅 레벨 업에 투자하다가 20시 이후 전쟁에 참여하면 된다.

 

덕분에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점령전이나 길드 단합 등에 큰 문제가 없어 매력적이다. 다만, 핵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전쟁은 길드 가입 이후에 본격적으로 맛볼 수 있기 때문에, 길드 가입은 필수다.

 

하지만 길드에 가입했을 때 얻는 이점에 대해 게임 내부적으로 설명이나 가이드가 부족해 공략 사이트 등을 통하지 않으면 길드 가입의 장점을 알기 힘들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해 길드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부분이 아쉽다.

 

 

■ 국가에 소속감을 갖게 되는 구성, <문명>과는 다르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아르케>는 손이 많이 가는 게임이자 폐인이 될수록 유리한 게임이다. 애매한 건설 시간으로 사람을 붙잡아 놓거나 문명 간 전쟁이 핵심 콘텐츠이기 때문에 폐인이 될 만한 요소도 충분해 보인다.

 

모든 유저가 문명에 소속돼 다른 유저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상대 문명과의 전쟁이나 분쟁을 겪으며 ‘국가관’에 가까운 가치관을 갖게 된다는 점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중립지역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는 문명 관계는 마치 한국과 일본의 국민감정을 보는 듯하다. 시스템적으로는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국가관과 가장 비슷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진행 중인 배너 광고 등을 보면,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와 비교해 홍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르케>와 <문명> 시리즈는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는 같을지 몰라도, 핵심 콘텐츠가 달라 사람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딴판이다.

 

턴 방식의 <문명>은 ‘효과적인 턴 운영’을 선택하고, 그 결과를 다음 턴에 볼 수 있기 때문에 ‘한 턴만 더…’를 외치게 되는 게임이다. 이와 다르게 <아르케>는 유저들을 문명에 소속시켜 국가관을 갖고 상대 문명과 벌이는 전쟁이 핵심이다. 이 전쟁을 위해 하루 하루를 투자하며 게임을 즐기게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홍보를 위해 <문명> 시리즈의 유명세를 활용했던 측면이겠지만, 핵심 콘텐츠가 다른 게임이기에 <문명> 시리즈의 재미나 콘텐츠를 기대하면 선입견을 갖게 될 수 있다.

 

<아르케>의 콘텐츠가 부실하거나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차라리 자신감을 가지고 <아르케>만의 재미를 적극적으로 홍보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