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더니’는?] 디스이즈게임의 새로운 코너 ‘해봤더니’는 다양한 게임들을 ‘가볍게’ 즐기고, 그 느낌을 형식과 분량에 구애받지 않고 ‘가볍게’ 전달하는 게임 소개글입니다.
게임을 철저하게 해 보고 분석하는 정식 리뷰나 체험기와 다르게, 코너명 그대로 “해 본 다음의 느낌”을 솔직·담백하게(주관적으로) 담아내는 글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가볍게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 요약: 제오닉스, 님들 최고임 -_-)b
미소녀로 시작해서 미소녀로 끝나는
☞ 플랫폼: PC 온라인
☞ 장르: TCG +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진짜)
☞ 등급: 카드보면 알겠지만 15세 이용가
☞ 서비스: OBT가 아닌 ‘공개 데이트’ (서비스: 제오닉스)
[개요]
<소드걸스>는 <판타지 마스터즈>로 유명한 제오닉스에서 개발한 플래시 방식의 온라인 트레이딩 카드게임(TCG)입니다. 클라이언트 설치 없이 웹에서 곧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규칙을 최대한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만드는 등 기존의 TCG에서는 부족한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죠.
물론 미소녀를 이용한 덕심(…)과 MMORPG 뺨치는 공을 들여야 하는 다단계 조합시스템으로 플레이어에게 끊임없이 목적성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10년 TCG 명가를 자부하는 제오닉스에서 개발한 만큼 시스템은 확실히 신선합니다. 다만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전략적인 요소를 많이 뺀 만큼 기존 TCG 마니아들의 호불호는 확실하게 나뉩니다.
심지어 메인화면에는 오프닝 애니메이션이 나옵니다. 너란 게임, 그런 게임(...)
[작심① 유희왕조차 몰라도 할 수 있는 간단한 룰]
제오닉스는 <소드걸스>를 쉽고 편한 TCG로 만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소드걸즈>의 룰은 간단합니다. 자신의 덱에서 뽑은 5장의 카드 중 원하는 카드를 정해진 사이즈 내에서 필드에 소환하면 됩니다. 모든 카드 우측 상단에는 카드의 사이즈가 표시돼있고 플레이어는 매턴 최대 10사이즈까지 카드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는 첫 턴에 사이즈가 3인 카드를 3장 소환하거나 사이즈가 5인 카드를 2장 소환할 수 있습니다. 내려놓을 수 있는 카드의 사이즈가 10만큼 비어있기 때문이죠. 이후 전투가 끝나고 남은 카드의 사이즈가 7이라면 사이즈 3만큼 카드를 더 소환할 수 있는 식입니다.
다만 모든 소환수는 죽을 때 자신의 사이즈만큼 플레이어의 체력을 소모합니다. 마냥 큰 사이즈의 카드만 늘어놨다가는 순식간에 체력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뜻이죠.
룰은 지극히 단순합니다. 그나저나 주머니 괴물에서 자주 본 대사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야기로 설명하면 약간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 게임을 즐길 때는 그냥 ‘사이즈가 10이 될 때까지 적당한 카드를 내려놓는 수준’입니다. 손에 들고 있는 카드의 숫자가 5장으로 제한되다 보니 고민의 여지도 별로 없습니다.
복잡한 대지나 마나, 소울 등의 시스템은 <소드걸즈>에 없습니다. 심지어 공격턴과 방어턴까지 코인을 던져 랜덤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카드를 내려놓고 나면 플레이어는 게임을 구경만 하면 됩니다.
심지어 한 유저는 <소드걸즈>의 플레이를 두고 (사이즈를 10에 맞춰 카드를 내려놓는) 숫자 공부게임이라고 불렀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접근성도 좋습니다. 카드게임이라고는 고스톱과 민화투가 전부인 유저라도 5분이면 규칙을 다 배우고 남습니다.
그나마도 친절한 제오닉스에서 엄청나게 열심히 설명해뒀습니다.
[작심②: 전략은 거들뿐! 운칠기삼의 빠른 전투]
사이즈 말고는 카드를 소환하기 위한 제약이 없다 보니 <소드걸스>는 초반부터 치열한 공방전이 오갑니다. 두 플레이어가 턴을 같이 쓰고 전투도 자동으로 진행되는 만큼 게임 진행도 매우 빠르죠.
소환수는 턴이 끝나더라도 체력이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오래 사용할 수 없고, 소환수가 죽으면 그 사이즈만큼 플레이어의 체력이 깎입니다. ‘대치전’이 없다고나 할까요? 덕분에 한 경기에 길어야 10분, 짧게는 2분 이내에 게임이 끝납니다. 한 판에 평균 30분은 걸리는 <판타지 마스터즈>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입니다.
다만 전투가 빠른 만큼 전략은 부실합니다. 특히 랜덤이 너무 많은 게 문제인데요. <소드걸스>는 게임 곳곳에서 중요한 선택을 운에 맡깁니다. 누가 먼저 공격을 시작할 것인지, 어떤 카드를 먼저 사용할 것인지, 상대방의 소환수 중 누구를 먼저 공격할 것인지 모두 랜덤으로 결정되죠.
운이 좋으면 원하는 대로 게임이 착착 풀려가지만 운이 나쁘면 체력이 1밖에 안 남은 아군에 온갖 버프가 걸리거나 한대만 치면 죽을 적을 놔두고 모든 카드가 방어력만 괴물같이 높은 적을 공격하는 경우도 왕왕 볼 수 있습니다.
코인신의 변덕에 따라 이길 전투도 지고 질 전투도 이깁니다.
누가, 그리고 어떤 카드가 먼저 발동될 지 모르는 만큼 여러 카드의 능력을 혼합하는 ‘콤보’를 짜기도 어렵죠. 정확히는 콤보를 짜도 원하는 대로 발동될 확률이 낮습니다. 덕분에 1~2장의 카드를 이용한 콤보나 아예 될 대로 되라 식의 응급처치 전략을 택하는 유저들도 많죠.
아이러니한 점은 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레벨이 낮은 유저도 일방 역전이 가능해지고 몇 장의 카드로 게임을 끝내는 속칭 ‘사기덱’의 출현도 드물어서 밸런스가 묘하게 잡혔다는 점인데요. 설마 이걸 노린 건 아니겠죠(…)
아무튼 기존 TCG의 짜임새 있는 전략을 원하는 유저라면 엄청나게 실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최소한 자동모드와 목표지정모드 정도는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요.
[작심③: MMORPG 뺨치는 노동력]
웹게임답게 ‘마냥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콘텐츠’도 많습니다. <소드걸스>는 플레이어가 카드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해야 합니다. 카드를 만드는데 쓰이는 재료는 던전에서 NPC를 상대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와의 대전을 통해 얻을 수 있죠.
조합한 카드는 다시 상위 카드의 재료로 활용되고, 같은 카드를 3장씩 모아 강화하는 등 약간은 RPG스러운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해야 하는 목적도 확실하죠.
문제는 카드 조합에 드는 노동력도 MMORPG 뺨친다는 점입니다. 만들어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카드조차 10~20번씩 전투를 거쳐야 겨우 만들 수 있고 좀 쓸만하다 싶은 카드를 만들려면 재료 300개는 우습게 들어갑니다. 전투 당 ‘랜덤으로’ 1~3개의 재료를 얻는 걸 감안하면 필요한 전투는 100단위로 늘어나죠.
가뜩이나 반복플레이가 심한 TCG에서 카드 한 장을 위해 수 백 번의 전투를 거치라는 건 ‘노동’에 가깝습니다. 차라리 뽑기라면 다른 카드를 보는 즐거움이라도 있겠지만 <소드걸스>에서는 이조차 불가능합니다. 이제 막 철근만 심은 거대한 건물에서 혼자서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기분이랄까요? 지나치게 막막한 수준입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사이에서도 심지어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캐시아이템을 내달라는 청원이 있을 정도죠.
이 한 장이 꼭 갖고 싶었습니다.
[작심 The Final: 미소녀로 대동단결]
사실 이게 이번 체험기의 핵심인데요. <소드걸스>는 무려 카드가 전부 ‘미소녀’입니다. 네. 노렸어요. 그것도 단단히 노렸습니다. 게다가 이 게임, 미소녀물로 보면 의외로 충실합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는 속성 대신 히로인을 고르는데요. 츤데레부터 백치미의 소녀, 공주님 스타일까지 취향도 다양합니다. 카드는 한술 더 뜹니다. 요리연구부 린필드, 캐리어 메이드, 신성연구회 리디아 등 카드마다 사람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이쯤 가면 카드라기 보다는 캐릭터에 가깝습니다.
캐릭터별로 스토리까지 마련돼 있습니다. 심지어 카드를 읽다 보면 그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이미 게시판에서는 특정인물을 짝지어주거나 취향과 관련된 이야기로 떠드는 사람이 넘쳐납니다. 일러스트도 역시 제오닉스라는 말이 나오게 예쁩니다.
참고로 자신의 히로인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법은 선물을 줘서 호감도를 올리는 겁니다(…) 말 다했죠? 정말로 제오닉스에서 ‘작정하고 만들었구나’ 싶은 게임입니다.
[한낮이 <소드걸스>를 해봤더니]
설치과정 없음 + 간단한 룰 + 미소녀의 3가지 장점을 앞세운 접근성은 최고. 플레이어의 간섭이 적고 NPC 대전모드도 있어서 회사나 학교에서도 몰래 띄워두고 즐기기 좋다. 여러 의미에서 ‘제오닉스의 장인 정신’을 느끼게 해준 게임이다.
다만 카드 하나 만드는데 440판이 걸렸고 평온한 주말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빨리 캐시샵 내주세요. 현기증이 난 단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