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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휴대용 로봇대전의 한계를 넘다, 2차 슈로대Z

PSP용 제 2차 슈퍼 로봇대전Z: 파계편 리뷰

깨쓰통 2011-04-21 09:48:52

 

반프레스토가 만드는 <슈퍼로봇대전>(이하 슈로대)은 마징가와 건담이 싸우면?이라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벌써 20주년을 맞이한 인기 게임 시리즈다. 얼마 전에는 최신작 < 2차 슈퍼 로봇대전 Z: 파계편>(이하 2Z)이 일본에서 PSP로 출시됐다.

 

지난 2008 PS2용으로 발매된 <슈로대 Z>의 후속작을 표방하는 <2차 Z>는 기존 시리즈와 비교해 보면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나 추가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PS2보다 하드웨어 성능이 떨어지는 휴대용 게임기(PSP) 타이틀임에도 불구하고, 전작 못지않은 그래픽과 화려한 연출을 보여준다. 또한 다양한 인기 로봇들의 신규 참전으로 풍성한 즐길거리도 선사한다.

 

/(생각해 보니 <슈로대> 시리즈 리뷰는 처음인)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휴대용 게임기 맞나? 싶을 정도의 그래픽


<슈로대>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로봇들을 콘트롤해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적인 턴 방식 전략 게임이다(혹은 SRPG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이 아니라 전투의 연출, 즉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었던 로봇들의 화려한 전투를 얼마나 멋지게 게임에서 재현했는가”이다. 실제로 <2Z>의 개발 사실이 처음 공개됐을 때 팬들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 역시 PSP에서 대체 어느 정도 수준의 전투 연출을 보여줄까?였다.

 

결과적으로 <2Z>는 거치형 콘솔 게임기로 발매된 전작들, 그것도 PS2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전작 <슈로대 Z>에 거의 근접한 전투 연출을 보여준다.

 

전투 연출은 그야 말로 ‘입이 떡 하고 벌어질’ 수준. 닌텐도DS 버전과 다르게 캐릭터 음성도 100% 지원한다.

 

신규 참전작들의 전투 연출은 퀄리티가 높고, 원작 재현도 충실하다.

 

로봇들의 각종 공격을 다양한 앵글과 연출로 화려하게 재현하고 있는 것은 기본. 도트가 거의 보이지 않는 높은 해상도이면서도, 딱히 끊긴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움직임도 부드럽다.

 

같은 공격이라도 지대지·지대공 등 유닛의 상황에 따라 연출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고, 소위 필살기급기술은 상대를 격추시키면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특수한 연출도 나온다.

 

게다가 <2차 Z>는 데이터를 인스톨하면 전투에 돌입할 때 로딩이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이런 여러 특징들은 지금까지 PSP로 발매된 <슈로대 A 포터블>이나 <슈로대 MX 포터블> 등과 비교해 보면 가히 혁신적이라고 할 정도의 발전이다.

 

전투 연출은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다

전투스킵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원한다면 전투 장면을 보지 않고 넘길 수도 있다.

 

맵은 전통의 2D 탑뷰(?)로 돌아갔다

확대와 축소를 지원하지만, 한 화면에 표시되는 기체의 수가 적은 편이라는 점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이렇게 전투 연출에 힘을 쏟고 있으면 시나리오 볼륨이 적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지만, 다행히도 <2 Z>는 지금까지 휴대용 게임기로 발매된 <슈로대> 중 가장 많은 수준인 50 스테이지의 볼륨을 갖추고 있다(분기 제외).

 

첫 플레이 기준으로 엔딩까지 정말 빨리 깬다고 해도 30시간 이상 걸리고, 중간 중간 시나리오 분기도 많기 때문에 제대로 게임을 즐긴다고 하면 100 시간 이상 플레이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슈로대스러운 게임성


 

이렇듯 그래픽 면에서는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게임 시스템이나 플레이 자체만 놓고 보면 <2 Z>는 기존 시리즈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확률에 따른 공격 성공·실패를 비롯해 정신기 시스템, 원호공격·방어 등 거의 모든 시스템이 전작들의 그것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무언가 딱히 눈에 띄는 새로운 시스템은 없다. 따라서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힘들며, 이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즐겨본 유저라면 게임에 익숙해지는 데 10분이면 충분할 정도다.

 

전작들을 즐겨 봤다면, 딱 그 느낌으로 게임을 즐기면 된다.

 

그나마 눈에 띄는 변화를 찾자면 전작 <슈로대 Z>에 있었던 소대 시스템(다수의 로봇을 하나의 소대로 묶어서 운용하는 시스템)의 삭제를 꼽을 수 있다.

 

소대 시스템은 그동안 다수의 <슈로대> 시리즈에서 꾸준하게 채택돼 왔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플레이어가 다양한 로봇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며, 또 약한 기체라도 소대원으로 활약시킬 수 있게 해 준다는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게임을 너무 복잡하게 만든다는 문제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이런 소대 시스템이 삭제된 만큼 <2차 Z>는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게임 구성을 보여준다. 복잡함이 많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나 할까.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소대를 구성하는 게 좋았던 유저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2 Z>가 길거리에서도 즐기는 일이 많은 휴대용게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변화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갑판청소를 현실화한 새로운 시스템 서브오더.

 

한편 소대 시스템의 삭제는 결국 함내에 남아 대기하는 로봇이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2차 Z>는 함내에 대기하는 유닛을 조금이라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서브 오더 시스템을 제공한다.

 

서브 오더를 이용하면 유저는 전투에 출격하지 못한 유닛을 별도로 육성하거나(트레이닝, 시뮬레이터 등), 기체의 레벨에 따라 일정한 양의 자금을 얻을 수 있다(자금조달).

 

이 시스템은 게임에 아주 많은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쓰이지 않고 버려지는 유닛을 조금이라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자금조달은 레벨이 높은 로봇을 일부러 출격시키지 않는 대신 많은 돈을 벌게 한다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꽤나 짭짤하게 활용된다.

 

전작에서 소대원 으로만 활용되던 약한 로봇들은 <2차 Z>에서 대거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반 이전에는 생각보다 버려지는 로봇이 없다.

 

게임의 밸런스나 난이도는 딱히 문제될 정도로 어렵거나 쉽지 않으며, 적절한 수준을 보여준다.

 

<2 Z>는 스테이지마다 제시되는 특수한 미션을 달성하면 SR 포인트를 벌 수 있고, 포인트가 얼마나 쌓였는가에 따라 난이도가 결정되는 난이도 조절 시스템을 갖고 있다.

 

SR 포인트를 벌기 위해서는 유닛의 배치나 에너지 배분, 유닛의 강화와 개조, 정신기 사용, 리셋 반복작업 등 나름대로 많은 부분을 신경 써서 전략적으로 게임을 즐겨야 한다. 자연스레 난이도도 높아진다.

 

하지만 SR 포인트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게임의 난이도는 대폭 낮아진다. 그냥 유닛들의 전투연출을 감상하며 상황에 따라 느긋하게 게임을 즐겨도 엔딩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할까? 대신 몇 가지 숨겨진 요소들을 얻지 못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선택은 플레이어의 몫이다.

 

 

SR 포인트를 모으려면 유저가 상황에 따라 전략을 세우고 개입해야만 하지만, 그냥 엔딩만 보는 게 목적이면 별 생각 없이 진행해도 문제없다.

 

 


팬들을 위한 로봇들의 축제 한마당


 

종합하자면 <2 Z>는 무언가 혁신적이거나, 기존 시리즈에서 한 단계 벗어난 뛰어난 게임성을 자랑하는 신작은 아니다.

 

하지만 휴대용 게임기라는 플랫폼에서 놓고 보면 충분히 혁신적이다. 휴대용 게임기로 언제 어디서나 콘솔 게임기에 버금가는 <슈로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큰 장점이다.

 

참고로 국내에는 몇몇 작품의 판권 문제로 정식 발매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본판을 구매 대행 등으로 구입하려면 약 10만 원을 들여야 한다.

 

물론 휴대용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대표적으로 매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논란을 일으키는 BGM은 이번에도 음악별로 어레인지 퀄리티가 천차만별이라 귀가 민감한 사람이라면 거슬릴 수 있다.

 

전작들의 게임성을 물려받는 것은 좋은데, 후반부로 갈수록 몇몇 사기급 기체에 의해 게임의 긴장감이 확 떨어지는 시리즈 전통의 단점까지 그대로 계승한다는 점도 아쉽다.

 

한편 <2차 Z>은 모든 텍스트와 음성이 일본어라는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 게이머라면 결국 스토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게임을 진행하거나, 대사 번역본을 찾거나, 일본어를 공부하거나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워낙 다양한 작품을 크로스 오버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일본어 난이도는 높다. 텍스트 양도 많다.

 

하지만 이런저런 단점이 있다고 해도 <2 Z><슈퍼로봇대전>의 최신작, 다양한 인기 로봇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펼치는 축제 한마당의 최신작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2차 Z>는 <장갑기병 보톰즈> 같은 고전 로봇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천원돌파 그렌라간>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돼 높은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들이 대거 신규 참전했다.

 

로봇대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크로스 오버도 건재하다. DVE(성우가 직접 대사를 읊어 주는 이벤트)도 풍성하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하나라도 있는 유저라면 굳이 상세한 스토리를 잘 몰라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원작에서는 아무리 약한 로봇이라도 플레이어의 애정으로 개조해 주면 충분히 주력으로 쓸 수 있다

이것도 <슈로대>의 매력.

 

<2 Z>, 아니 <슈로대>는 결국 마니아 성향이 짙은 게임이다. 굳이 걸고 넘어지자면 전략 게임으로서는 게임성이 미묘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로봇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일본어에 대한 내성이 어느 정도 있다면(혹은 공략을 찾아보며 배워 보려는 노력을 할 의지가 있다면) <슈로대>는 묻고 따지지 말고 즐겨도 재미는 보장한다. 이것이 20년 동안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원동력이기도 할 것이다.

 

 

<2 Z>파계편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엄밀히 따지자면 2부작 중 1부에 속한다

이 때문에 제대로 스토리가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끝을 맺는다.

(2부에 속하는 재세편은 아직 발매일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