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와 퍼즐을 결합한 독특한 게임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의 찬사를 받았던 밸브의 <포탈>. 정식 후속작인 <포탈 2>가 1편 발매 후 4년 만인 지난 4월 19일 국내에 출시됐습니다.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출구를 만들면서 퍼즐을 풀어 나가는 본격 ‘사고력 증진 게임’ <포탈 2>를 플레이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nodkane
포탈건을 이용한 ‘삐용삐용’ 퍼즐 게임 |
<포탈 2>는 플레이어가 3차원 스테이지(테스트 공간)에 들어간 후, 출구로 빠져나가면 클리어한다는 아주 간단한 규칙을 갖고 있습니다. 출구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방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오브젝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퍼즐을 풀어야 하죠.
각 테스트 공간 입구에는 번호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행동들이 간략하게 표시됩니다.
퍼즐을 푸는 데 가장 큰 열쇠가 되는 것은 바로 ‘포탈건’입니다. 플레이어는 포탈 건을 쏴서 원하는 위치에 입구(Portal)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입구는 최대 2개까지 만들 수 있고, 한쪽에 들어가면 다른 쪽으로 나오는 식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이용해 이리저리 이동하거나 물건을 옮기면서 퍼즐을 풀게 됩니다.
예를 들어 포탈을 바닥에 생성한 다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 가속도가 그대로 보존된 채 출구로 튕겨져 나갑니다. 이를 이용해서 높은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죠.
파란색 포탈로 들어가면 노란색 포탈로 나옵니다. 거꾸로도 이동되고요.
새로운 형태의 퍼즐 등장
<포탈 2>가 전작과 다른 점이라면 역시 ‘새로운 퍼즐’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전작에서는 ‘포탈’과 ‘큐브 조각’ 등 퍼즐을 푸는 데 이용하는 오브젝트의 수가 적었는데, 2편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퍼즐 도구가 많이 추가됐습니다.
아주 당연하지만, 다양한 오브젝트를 제대로 활용해야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전작보다 한층 더 복잡하면서도 입체적인 퍼즐 공략을 즐길 수 있죠.
포탈을 이용해 레이저의 방향을 바꿔서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레이저가 하나일 때는 어렵지 않은데, 2개 이상 나오면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는….
길을 만드는 레이저, 길을 만들어 내거나 자동으로 이동되는 통로 등 다양한 퍼즐 요소가 플레이어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게임 후반에는 세 가지 형태의 ‘젤’이 나오는데요, 벽이나 지면에 닿아서 얼룩을 만들면 높이 점프를 하거나 속도가 빨라지거나, 포탈을 만들 수 있는 벽으로 바꿔 주는 등 그 역할이 다양합니다.
그리고 젤들은 싱글 플레이와 협동 플레이에서 퍼즐을 푸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세 가지 젤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매우 유용하게 작용합니다.
퍼즐에 시나리오가 더해지면?
밸브가 만든 <하프라이프>는 슈팅 게임에 영화 같은 스토리를 접목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포탈> 역시 어떻게 보면 단순한 퍼즐 게임이지만, 멋진 시나리오와 연출 덕분에 많은 게이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었습니다. 2편도 마찬가지고요.
전작부터 테스트를 진행하며 꾸준히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글라도스(GLaDOS).
2편은 중간 중간 새로운 이벤트가 나오면서 흥미를 더해 줍니다. 단순히 글라도스가 주는 퍼즐만 풀어 나간다면 다소 밋밋할 수도 있겠지만, 가끔 테스트실을 벗어나서 배경의 분위기도 달라지는 등 다양한 공간을 여행하게 됩니다.
게임 속 세계의 모든 것을 창조한 애퍼처 사이언스의 과거 연구실에도 놀러가고(?) 무엇보다 플레이어를 끊임없이 테스트하는 글라도스의 태생 비밀을 알 수 있다는 것은 <포탈> 시리즈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포탈 2>의 시나리오가 전작은 물론이고 <하프라이프> 시리즈와 이어진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포탈 2>는 무려 ‘완벽 한글화’로 국내에 출시됐습니다. 덕분에 게임의 시나리오와 분위기를 편하게 즐길 수 있죠.
들어가지 말라면 들어가 주는 것이 게이머의 인지상정.
전광판에서도 볼 수 있는 친숙한 한글.
친구와 함께 삐용삐용~ 협동 플레이
<포탈 2>에서 달라진 점 중에 또 하나 주목할 요소는 ‘협동 플레이’의 추가입니다. 이제 플레이어는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들과 팀을 짜서 퍼즐을 풀어 나갈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은 페달을 밟아서 차단막을 없애고, 다른 사람은 레이저로 터렛을 없애는 장면. 이런 식으로 협동 플레이가 진행됩니다.
Tab 키를 누르면 상대가 어떤 것을 보고 있는지 오른쪽 아래에 표시됩니다.
플레이어는 F 키를 눌러 오브젝트에 마커를 찍거나, 포탈을 생성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또 초 읽기(카운트다운)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와 소통할 수 있습니다. 채팅을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이를 이용해 정확한 타이밍에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운트다운으로 동시에 뛰어들기로 하는 장면.
협동 플레이는 싱글 플레이를 얼마나 진행했는가와 관계 없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고, 한 번 미션을 완료하면 원하는 미션부터 골라서 즐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이왕이면 협동 플레이를 즐길 친구와 단계를 맞춰서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미 다른 사람이 클리어한 맵이라면 같이 퍼즐을 푸는 느낌보다는 상대가 내리는 명령에 따르기 급급해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협동의 재미를 느끼기 힘들 수도 있고요.
장르의 한계? 2번 이상 즐기기에는… |
<포탈 2>의 메인 장르는 퍼즐입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위치에 포탈을 열어 이동하고, 오브젝트를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하며 진행하는 게임입니다. 이렇다 보니 한 번 미션을 깨서 퍼즐을 푸는 방법을 모두 익힌다면, 두 번 이상 즐기기 힘듭니다.
실제로 2번 이상 게임을 플레이해 봐도 처음과 같은 감흥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퍼즐은 푸는 방법이 한 가지고, 게임도 분기가 없는 일직선 구조입니다. 협동 플레이도 마찬가지로, 2명이 같이 해도 늘 같은 방법을 쓰게 됩니다.
진행에 분기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플레이 시간을 벌기 위해 소셜액션을 이용, 서로를 괴롭히고 있는 두 로봇(…).
물론 이는 퍼즐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또 <포탈 2>는 ‘도전과제’를 제공하며, 싱글 플레이와 협동 플레이를 모두 진행하면 약 15시간의 플레이 타임을 보여 줍니다. 퍼즐 게임치고는 플레이 타임이 짧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 분기 또는 난이도 선택이라도 있어서 여러 번 즐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 필자가 리뷰를 쓴 뒤인 30일 새벽, 밸브가 <포탈 2>의 첫 번째 다운로드 콘텐츠(DLC)를 발표했습니다. DLC에는 새로운 테스트룸, 리더보드, 도전모드가 싱글·멀티 플레이로 제공됩니다. PC, Mac, Xbox360, PS3 버전으로 올 여름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본격 사고력 증진 게임 |
<포탈 2>는 국내 발매 패키지에 ‘사고력을 키우기 시작하십시오’라는 문구가 나와 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포탈 2>는 정말로 사고력을 키워 주는 훌륭한 교육 게임입니다. 머리를 쓰면서 타이밍을 노려야 하는 요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시나리오도 재미난 것들이 많고 엔딩에는 나름의 반전과 놀라운 부분도 있기 때문에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즐기면서 플레이하면 누구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난이도 역시 조급해하지 말고 찬찬히 즐기다 보면 대부분 공략 없이 깰 수 있을 정도로 무작정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게임, 특히 FPS 게임은 무조건 폭력적이고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포탈 2>를 적극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고 인기 캐릭터인 터렛 양의 숨막히는 뒤태를 감상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