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더니’는?] 디스이즈게임의 새로운 코너 ‘해봤더니’는 다양한 게임들을 ‘가볍게’ 즐기고, 그 느낌을 형식과 분량에 구애 받지 않고 ‘가볍게’ 전달하는 게임 소개글입니다.
게임을 철저하게 해 보고 분석하는 정식 리뷰나 체험기와 다르게, 코너명 그대로 “해 본 다음의 느낌”을 솔직 ·담백하게(주관적으로) 담아내는 글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가볍게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 부모의 말만 잘 따른 모범생이라고 해야 할까…. 전작과 너무나도 비슷한 느낌.
지난 2004년 등장해 국내 FPS 게임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한 <스페셜포스>의 후속작 <스페셜포스 2>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3일 동안 알파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개발사인 드래곤플라이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총기 사운드를 녹음하는 등 2편에 많은 노력을 들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언리얼 엔진 3로 개발된 <스페셜포스 2>는 전작에 비해 확실히 부드러워지고 깔끔한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빠른 게임 전개나 플레이는 <스페셜포스>의 느낌을 물려받은 느낌입니다.
[클래식한 게임 플레이]
<스페셜포스 2>는 알파 버전인 만큼 간단명료하게 진행됐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서버를 선택한 후 방을 만들거나, 다른 방을 찾아 들어가면 바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상점이 없는 대신 창고에서 원하는 장비를 착용하면 됩니다. 장비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돌격소총, 기관단총, 저격총, 권총 등 구색은 다 갖추고 있습니다.
설정도 아직은 해상도와 밝기 등 매우 단순한 구성입니다.
<스페셜포스 2>는 전작을 뒤이어 정통 밀리터리 FPS를 추구하는 만큼 로켓런처나 미니건 등 무지막지한 화력을 앞세운 무기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소총(라이플) 간의 전투를 강조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래픽이 좋아지고 깔끔하게 다듬은 <스페셜포스>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게임플레이의 완성도는 꽤 높습니다. 이동이나 사격의 모션이 자연스럽고 그래픽의 퀄리티도 좋은 편입니다. 미국에서 녹음했다는 총기 사운드도 약간 심심한 듯했지만 과하지 않고 적당했습니다. 다만, 아직 캐릭터 모션이 완성되지 않아서 그런지 타격감과 피격감은 조금 허전하더군요.
전작처럼 엄페물에서 뛰쳐나와 사격하는 점프샷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대신 1초 10번씩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미칠 듯한 움직임은 줄어들었더군요.
알파 버전을 테스트하는 동안 별다른 버그도 없었고, 서버도 안정돼 있어 다운되거나 튕기는 경우 없이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전작(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을 했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그래픽]
<스페셜포스 2>를 시작하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그래픽입니다. 언리얼 엔진 3를 사용한 그래픽은 확실히 섬세하고 깔끔해졌습니다. 기존 <스페셜포스>의 각진 캐릭터는 찾아볼 수 없죠.
캐릭터과 배경이 잘 어울려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입니다. 수류탄, 섬광탄 등의 폭발효과도 좋고 총기 디테일도 수준급입니다. 차량이나 폭발물이 가득 찬 드럼통이 터지는 모습도 사실적으로 표현됐습니다. 총기나 가방에 선명하게 새겨진 로고나 마크도 눈에 띄더군요.
조준사격을 할 때는 조준경에 있는 눈금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다만 조준사격 자체를 잘 안 하게 된다는 게 흠이군요.
<스페셜포스 2>는 <크라이시스 2>처럼 괴물 같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PC 게임에는 미치기 힘들지만 온라인 FPS 게임 중에서는 최상급의 그래픽을 자랑합니다. 유저들의 평균 PC 사양에 맞춰 최적화에도 힘써 비교적 낮은 사양에서도 원활하게 플레이할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물리효과도 나쁘진 않지만 캐릭터의 모션과 사망 애니메이션, 죽은 후 캐릭터가 주변 폭발에 반응 하거나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모습이 어색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폭발할 때 블러 효과와 파편이 튀는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밸런스와 몰입도가 강화된 모드]
이번 알파테스트에서는 팀 데스매치, 탈출, 탈환, 폭파의 4개 모드와 5개의 맵이 공개됐습니다. 팀 데스매치는 정해진 포인트를 채울 때까지 무조건 싸우는 방식입니다.
동료가 있는 지점 근처에서 부활하는 맵도 있는데요, 정해진 리스폰 장소가 아닌 동료 옆에서 부활하는 만큼 빠르게 전투에 참여해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동료가 잠수(?)를 하고 있어 적진으로 한참을 달려가거나 동료가 적에게 둘러싸인 상황이라 나오자마자 사망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팀 데스매치의 경우는 부활하자마자 전투에 휘말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탈출 미션은 마치 FPS 게임으로 터치다운을 하는 듯한 모드로 독특한 재미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실제로 팀 데스매치 다음으로 가장 많이 플레이한 모드입니다.
탈출 팀은 맵 중앙 부근에 있는 2개의 통신장치를 사용해 탈출용 헬기를 호출한 다음, 20초 안에 어떻게든 1명이라도 호출한 헬기에 올라타면 승리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동료와 상대편이 싸우고 있을 때 살살 눈치를 보다가 무작정 헬기로 달려가면 총알 몇 발 맞더라도 이길 수 있습니다. 눈치만 빠르면 사격을 못해도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셈이죠. 물론 가다가 사망하면 본전도 못 찾고 욕을 먹기도 합니다.
탈환과 폭파 미션은 기존의 방식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팀 데스매치를 제외한 다른 모드들은 일정 점수가 채워지면 자동으로 공수교대가 이뤄져 밸런스를 맞춰준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공수 변경이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고, 미션이 질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만큼 공수교대를 하지 않는 방은 사람들이 잘 안 모이더군요.
맵들은 저마다 거대한 배, 사막, 창고, 농가, 기차역 등 확실한 콘셉트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성당 근처에서는 종소리가 나고, 하늘로 전투기와 헬기가 지나가며 소리를 내고, 비가 툭툭 떨어지는 등 분위기를 더해주는 다양한 요소가 곳곳에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이 게임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줘 개발진이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조준사격은 왜 있나요?]
<스페셜포스 2>는 헤드샷이 무척 잘 나옵니다. 돌격소총의 반동도 적고 연사속도도 빨라 헤드라인만 잘 맞추고 있으면 가까운 거리의 상대와는 1초 안에 승부가 나는 상황이 흔하죠.
지향사격을 할 때도 탄착군이 좁아서 적당히 상대의 머리를 조준하고 쏘면 대부분 맞습니다. 오히려 정확하게 조준사격으로 쏘려고 시점을 바꾸는 1~2초면 이미 승부가 갈리더군요. 원거리에서 소총으로 저격할 것이 아니면 조준사격은 웬만하면 안 쓰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습니다.
게임이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는 데다 지향사격 자체의 명중률이 높아서 조준사격으로 저격할 게 아닌 이상 조준사격의 존재이유를 찾기 힘들더군요.
제법 멀리 있는 적에게 지향사격을 해도 헤드샷이 꽤 잘 나오는 편입니다.
저격총(스나이퍼 라이플)도 움직임이 상당히 부드러워지고 성능이 대폭 올랐습니다. 특히 저격총 중에 하나인 PSG-1은 조준 모드 변경과 재장전 속도도 빠르고 줌 배율도 높아 맵 끝에서 반대쪽 끝에 있는 상대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더군요.
덕분에 데스매치 맵에서는 엄폐물 밖을 잘못 나서면 캠핑 중인 스나이퍼에게 그대로 사망해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무기 능력치가 상향돼 있습니다. 덕분에 쳐다보기만 해도 죽고, 걸어가다 죽는 등 게임이 매우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저격수에게 노출된 적은 이미 죽었다고 봐도 됩니다.
[너무 안정적인 알파 버전]
<스페셜포스 2>는 이번이 공식적으로 처음 공개하는 알파 버전임에도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별한 버그도 없었고 서버가 다운되거나 게임 중 튕기는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종종 게시판에 사운드가 안 들린다는 말이 있었지만 다이렉트X 최신 버전을 깔면 바로 해결돼서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알파테스트 참가자들 사이에서 주로 말이 많았던 부분은 저격총이나 조준사격 등 밸런스였습니다. 게임 자체의 문제가 아닌 수치적인 이슈이므로 이후 수정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전반적인 인터페이스(UI)나 시스템, 수류탄 아이콘, 게임의 분위기 등은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 종종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개념을 잡기 위해 임시 방편으로 만들었다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알파테스트를 종합해 보면, 아직은 <스페셜포스 2>만의 모습이라고 할 만한 것을 찾기는 힘들었습니다. <카운터스트라이크>에서 <카운터스트라이크: 소스>로 넘어간 느낌이라고 할까요.
같은 개발사인 드래곤플라이에서 28일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하는 <솔저오브포춘 온라인>과 비교해 봤을 때도 <스페셜포스 2>는 개성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게임 자체는 재미있는데요, 앞으로 기존에 다른 FPS를 즐기던 유저를 끌어들일 힘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그래픽는 대폭 좋아졌지만 플레이 자체는 크게 변한 것이 없습니다.
[스페셜포스 2를 해봤더니…]
테스트 전: 알파 버전인데 첫날 서버 문제 없이 제대로 될까?
테스트 플레이 당시: 어, 의외로 안정적이네? 여기에 총이랑 캐릭터, 맵만 추가하면 정식 버전 되는 거 아닌가?
테스트 종료 후: 아니 테스트를 할 거면 일요일까지 하지, 토요일에 끝내는 센스는 뭐임. 일요일까지 서버 열어달라고요(징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