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더니’는?] ‘해봤더니’는 다양한 게임을 즐긴 후 그 느낌을 형식과 분량에 구애 받지 않고 ‘가볍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게임을 철저히 즐긴 후 분석하는 리뷰나 체험기와 달리 코너명 그대로 “해 본 다음의 느낌”을 솔직 담백하게(주관적으로) 담아내는 글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가볍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번 ‘해봤더니’에서는 27일 첫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시작한 <블레이드 & 소울>을 일차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CBT 2일차에서는 <블레이드 & 소울>의 본격적인 스토리와 서서히 시작되는 파티플레이를 살폈습니다.
하고 싶은 말: 약간의 미리니름(스포일러)이 있습니다. 그리고 남자 캐릭터가 주인공입니다(…).
■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복수극
레벨 14를 넘기고 나서부터는 <블레이드 & 소울>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 동안 나무 캐기, 식량 구해오기, 발모제 만들기(…) 등 사부의 복수 같은 사소한 일은 까맣게 잊은 채 동네 주민의 환심 사기에 급급했던 주인공도 어느 순간부터 정신을 차리죠(…).
그 순간이란 바로 ‘기연을 만나면서부터’입니다. 네. 무협게임에서 밥 먹듯이 나오는 그거요. 파리 한 마리 못 잡던 주인공이 운이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무공증진에만 힘쓴 노력파 고수들을 멍~ 하게 만든다는 그 기연이 맞습니다.
기연인 천하쌍세을 만난 후부터 스토리는 급물살을 타는데요, 충각단과 흑룡패의 음모가 점점 커지면서 이야기는 ‘사부의 복수’와 ‘악당들의 음모를 분쇄하는 일’ 두 가지로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정확히는 아직 복수하려면 힘이 모자라니 일단 음모에 맞서 주변부터 지키는 내용이죠.
이전에 뿌려둔 복선들도 기연을 시작으로 다시 등장합니다. 멀쩡하던 마을이 밤에는 강시와 원혼들의 소굴로 변하고, 배신자는 다시 활동을 시작합니다.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컷신도 이쯤부터 다시 나오기 시작하고 새로운 시스템도 추가되죠.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부터가 <블레이드 & 소울>의 진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손발을 적당히 오그라들게 만들어주던 개그도 이 시기부터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 지형을 자유롭게 오가는 용맥과 수련을 통한 강화
기연을 만나고 새로운 힘을 얻으면서 시스템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찾아옵니다. 정확히는 변화라기보다는 새로운 시스템의 추가인데요, 우선 맵의 특정 구간을 오갈 수 있는 ‘용맥’이 활성화되면서 기존에 갈 수 없었던 지역이 열립니다.
용맥은 정해진 지역을 오가는 일종의 ‘이동수단’입니다. 화면에 표시된 용맥에서 버튼을 누르면 캐릭터가 엄청난 경공술을 보여주며 정해진 위치까지 빠르게 이동하죠. 주로 근거리 이동에 사용되고 용맥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 곳도 많습니다.
무언가에 타지 않고 ‘직접 뛰고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점이 인상 깊은데요, 연출도 아주 화끈합니다. 높은 산을 박차고 오르는 건 기본이고 산에서 산으로 점프를 뛰거나 끊어진 다리를 건너기도 하죠. 단순한 이동수단에 보는 재미를 추가했다고나 할까요?
■ 용맥 플레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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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기연을 만난 이후입니다. 수련은 다른 게임의 ‘특성’ 시스템을 떠올리면 됩니다. 레벨 15부터 레벨이 오를 때마다 얻는 포인트로 원하는 능력을 강화할 수 있죠.
다만 ‘대미지’보다는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습 철산고를 수련하면 철산고의 발동시간이 0.2초 줄어들고, 붕권 연계를 수련하면 붕권 사용 후 곧바로 뛰어찍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식입니다. 단순한 공격력 방어력 증가보다는 수련을 통해 ‘자신만의 전투방식’을 개발하기를 바라는 듯하더군요.
■ ‘잘하면 멋있는’ 파티플레이
CBT 둘째 날부터 유저들 레벨이 오르면서 파티플레이 콘텐츠도 조금씩 등장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블레이드 & 소울>의 파티플레이는 10분 남짓한 짧은 던전 위주로 구성돼 있습니다. 본격적인 던전을 앞둔 일종의 ‘워밍업 단계’죠.
아직 초반인 만큼 보스 몬스터의 패턴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특정한 공격을 피하고 꾸준히 나타나는 조무래기들을 처치하는 정도인데요, 몬스터의 내성이 조금 독특합니다.
<블레이드 & 소울>의 일부 몬스터는 특정한 공격에 내성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덩치가 큰 산양은 공중에 뜨지 않고 손발이 없는 몬스터들은 잡기기술이 먹히지 않습니다. 보스 몬스터의 경우에는 당연히 대부분의 특수공격에 내성을 갖고 있죠.
등불처럼 뜨지 않는 몬스터도 많습니다.
다만 일부 조건을 맞출 경우 특수공격이 효과를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초반의 대왕 역병충은 2명 이상의 유저가 동시에 넘어트릴 경우 한참 동안 바닥에서 몸부림을 칩니다. 보스마다 약점을 친절하게 팁으로 설명해 주기 때문에 파티원끼리 호흡만 맞는다면 상당히 재미있는 파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블레이드 & 소울>에는 힐러가 없는 만큼 주로 권사가 보스 정면에서 공격을 맞받아 치고 그 사이에 다른 직업들이 공격하는 모양새입니다. 초반에는 ‘무조건 공격’으로 보이기 쉽습니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전략을 짜지 않으면 상대하기 어려운 보스들이 등장하더군요.
쓰러져도 운기조식을 취해 다시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명이 보스 몬스터를 끌고 가면 다른 두 명이 운기조식을 돕는 전략을 쓰는 파티도 (아주~ 아주~) 가끔 보였습니다. ‘잘하면 멋있는’ 파티플레이랄까요?
다만 탱/딜/힐로 구분되는 일반 MMORPG와 전혀 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유저는 그냥 때리고 죽고 다시 살아나서 때리는 ‘좀비러시’ 방식의 전투를 선호하더군요.
■ 간이경매는 만족, 인벤토리는 불만족
간이경매 방식도 인상적입니다. <블레이드 & 소울>에서는 아이템을 얻었을 때 이를 파티원 사이에 경매에 부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경매에 등록된 아이템은 입찰가격이 제시되고 30초 동안 입찰이 없으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유저에게 아이템 소유권이 넘어갑니다.
경매가 종료된 후에는 낙찰 금액을 나머지 파티원끼리 나눠 갖습니다. 다른 게임에서 ‘골드 파티’라고 부르는 방식을 아예 시스템으로 옮겨온 건데요, 게임 속에서도 황금만능주의를 보는 것 같아 조금 씁쓸하지만 덕분에 아이템 하나를 두고 옥신각신 싸울 일은 없어졌습니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른 유저가 가져가면 그만이니까요.
방어구인 보패 시스템도 독특합니다. <블레이드 & 소울>에서는 방어구 대신 8개의 보패를 착용해서 캐릭터를 강화합니다. 그럼 옷은 무슨 기능을 하냐고요? ‘멋’을 제공해 줍니다. 전문용어로 ‘폼’이라고 하죠.
각 보패는 다양한 능력을 갖춘 ‘세트 아이템’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3개, 5개, 8개를 모을 때마다 다양한 부가효과를 발휘합니다. 네.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감 잡았겠죠. 같은 보패라도 어디에 무슨 보패를 장착하는가에 따라 능력치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귀염꼬리의 외공보패는 5개를 모으면 추가 피해를 8이나 올려줍니다. 하지만 8개를 모으면 나타나는 효과는 5초 동안 공격력 5%라는 별 볼일 없는 효과죠. 그 대신 여기에 3개를 모으면 추가 피해를 5나 올려주는 독초거사의 조화보패를 섞어서 장착하면 훨씬 좋은 능력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종의 ‘보패 커스텀’이랄까요?
게다가 각 모양에 맞는 보패만 끼울 수 있고, 같은 세트라도 위치에 따라 보패의 능력치가 다르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보패를 찾기 위해선 ‘상당히’ 머리를 굴려야만 합니다. 레벨 10 이후 보패가 쏟아지면서 고민은 배가 되죠.
여기에 추가로 보패에 다른 보패를 합성해 능력치를 옮겨오는 시스템도 있습니다. 슬슬 메모장이나 액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만 보패의 방향이 생각보다 헷갈리고, 모양구분이 어려운 탓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어떤 보패가 필요하고 어떤 보패를 버려야 할지 한참 고민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여러모로 익숙해져야 하는 부분이 많은 게임이네요.
문제는 인벤토리입니다. <블레이드 & 소울>에서는 초반에 32 칸의 인벤토리를 제공하는데요, 8개씩 세트로 구성된 보패에 각종 아이템을 넣다 보면 순식간에 공간이 다 찹니다. 반면 인벤토리를 늘리는 데 필요한 돈은 부담이 될 정도로 높죠.
아이템을 팔 수 있는 상점도 몇몇 마을에만 위치한 탓에 CBT 2일차까지는 파는 아이템보다 부수는 아이템이 더 많을 지경이었습니다. 인벤토리에 가득한 보패들을 보는 심정이란… 조각 케이크가 먹고 싶더군요? 자세한 건 아래 스크린샷을 보면 이해가 갈 겁니다.
■ 대기자까지 발생한 테스트 열기
이 밖에도 CBT 1일차에서는 불가능했던 공격캔슬이 가능해지면서 액션이 한층 부드러워졌습니다. 단, 동기화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서 타이밍에 맞춰 적의 공격을 피하고도 대미지를 입거나 파티플레이에서 다른 유저가 갑자기 이리저리 순간이동을 하는 현상도 벌어졌습니다.
심할 때는 <블레이드 & 소울>의 장점인 반격이나 가드를 아예 안 하고 게임을 진행하는 게 나을 정도였죠. 이후의 테스트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입니다.
참고로 CBT 2일차가 됐지만 테스트의 열기는 더 엄청났습니다. 심지어 밤 10시 이후에는 ‘테스트 서버에 접속자 대기표가 떴을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