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부터 5월 2일 새벽 2시까지 <블레이드 & 소울>의 첫 클로즈 베타테스트(CBT)가 진행됐습니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실체가 밝혀지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이슈를 만들어 냈죠.
디스이즈게임에서도 3회에 걸친 ‘해봤더니’ 시리즈로 <블레이드 & 소울>의 체험 소감을 다뤘습니다. 게임의 전개, 시스템, 콘텐츠에 대한 내용은 그쪽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번에는 그동안 말을 아껴 왔던 <블레이드 & 소울>의 세부적이고 전체적인 느낌을 다루고자 합니다.
1차 CBT를 진행한 <블레이드 & 소울>은 놀라움과 함께 앞으로 풀어 가야 할 숙제를 남겼습니다. 이번 총평은 주관적인 느낌의 리뷰 같은 글이지만, 점수를 매기는 리뷰가 아닌 기자의 시각에서 본 <블레이드 & 소울>의 단상이라고 봐 주시면 됩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튜토리얼 오프닝’
<블레이드 & 소울>의 시스템, 특히 조작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섭니다. WASD 방식의 이동은 이제 누구나 익숙하지만, 오토타겟팅 전투나 액션 키의 활용, 연속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은 처음 겪는 유저라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죠.
그렇기에 튜토리얼이라 불리는 초기 학습이 필수요소입니다. 생각해 보면 <블레이드 & 소울>의 튜토리얼은 강제적인 방식입니다. 두 번째 캐릭터를 키우는 숙련자라고 해도 그냥 넘어갈 수 없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불만의 소리는 들리지 않더군요.
오프닝 시나리오(서막)에 튜토리얼을 녹여낸 방식은 몰입도 면에서 효과적입니다.
<블레이드 & 소울>은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학습지 문제를 푸는 듯했던 기존 게임의 방식이 아닌, 스토리 안에 튜토리얼을 섞어서 자연스럽게 조작 방식을 배우고 또 이야기에도 몰입시킵니다.
늦잠을 깨우러 온 홍문파의 동료를 통해 액션키와 인벤토리 사용법, 그리고 대화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후 물건을 집는 법, 경공과 활공의 사용법은 물론 전투 방식과 스킬 사용법 등 앞으로 <블레이드 & 소울>에서 사용할 기본 시스템과 조작법을 찬찬히 알려줍니다.
이를 사부의 죽음과 멸문, 그리고 복수의 시작을 알리는 하나의 스토리에 녹여냈죠. 유저는 자연스럽게 튜토리얼을 하고 있다기보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오프닝을 겪는 느낌으로 받아들입니다.
연출된 영상을 모두 본다면 20여 분의 시간이 필요한 서장은 영상을 안 본다면 5분 안에 끝낼 수 있습니다. 스토리의 전달과 튜토리얼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생각되는 이유입니다. 처음 플레이하는 유저는 게임을 배우는 것이고, 서브 캐릭터를 키우는 유저는 오프닝을 보는 셈이니까요.
여기까지 쉬지 않고 보면 20여 분이 걸립니다. 물론 ESC를 누르면 5분 이내에 끝.
무협다운 연출과 시스템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구현하다
1차 CBT에 공개된 모든 콘텐츠를 체험해 보고 난 느낌은 한마디로 간단합니다. <블레이드 & 소울>은 “무협 그 자체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죠.
“무협 게임인데 대체 무슨 소리냐?”고 말할 분들도 있겠지만 무협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 아닌, 무협을 게임으로 풀어낸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무협하면 떠오르는 것은 경공, 무림고수, 운기조식 등입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이런 무협의 기본 요소를 MMORPG에 제대로 녹여낸 적이 있었을까요? 물론 게임 안에서 이런 단어를 사용한 시스템은 존재합니다. 단지 전형적인 판타지 RPG의 용어를 무협으로 바꾼 데 그쳤다는 게 문제였죠.
그런데 <블레이드 & 소울>은 실제로 게임 안에서 무협의 요소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습니다.
경공을 기본적인 이동으로 사용하고, 지형지물에 방해를 거의 받지 않습니다.
뛰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도약하는 경공, 심지어 물위나 허공을 이동하는 수상비·허공비도 배웁니다. 연출이 아닌 실제 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줍니다. 운기조식도 단순한 버프나 빠르게 체력을 보충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아마도 운기조식은 유저들을 위한 편의 시스템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던전이나 필드에서 쓰러질 경우 보통 부활지점에서 다시 뛰어오는 것이 귀찮을 수도 있고,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편의 시스템은 아닙니다.
운기조식을 하면 40초 정도 대기해야 하는데, 차라리 그 시간에 부활해서 경공으로 뛰어오는 것이 더 빠른 경우도 많습니다. 적어도 1차 CBT에서는 말이죠. 부활과 운기조식의 선택은 유저에게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이유가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운기조식은 현재 연출의 일부이고 나중에는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운기조식을 하면 주변의 동료가 내공을 주입해 더 빨리 일어날 수 있습니다. 던전에서 전투 중이거나 넓은 필드, 혹은 부활장소가 먼 경우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죠.
이렇듯 마나를 내공으로, 빨리 뛰기를 경공 등으로 용어만 바꾼 것과 달리 게임 속에서 무협을 자연스럽게 녹여냈고, 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블레이드 & 소울>의 장점이자 특징입니다.
그러고 보니 레벨이 오를 때마다 수련해서 얻는 무공도 연계기술을 만들어 가는 방식입니다. 무공의 초식을 하나씩 깨우쳐 나가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무협 같은 스토리와 연출
이제 스토리를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MMORPG에서 스토리는 언제나 뜨거운 화두입니다. 그만큼 중요하지만, 유저들에게 잘 전달하는 게 쉽지 않죠.
그래서 두 가지 부류로 나뉘는 게 현실입니다. 먼저 스토리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플레이가 진행되면 게임 속에서 스토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반면에, 스토리보다 유저의 플레이에 중심이 맞춰지면 단순한 배경 스토리 외의 의미는 갖지 않죠.
<블레이드 & 소울>은 전자에 속합니다. 스토리 자체가 중심이고, 퀘스트와 인물에 대한 연출도 화려합니다. 주요 인물은 유명 성우를 기용해 더빙까지 마쳤죠. 다만, 스토리가 재미는 있어도 단순한 전개로 인해 개연성이나 세세한 흐름은 다소 아쉽기도 합니다.
인물들이 스토리를 만들어 갑니다. 주요 NPC가 기억에 남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1차 CBT의 스토리는 평화로운 문파에 등장한 배신자와 사부의 죽음, 혼자 남은 주인공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 즉 유저는 기연을 통해 절세고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전형적인 무협물의 패턴이죠. 그런데 <블레이드 & 소울>의 스토리는 여기서 조금 어긋납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도 하나의 큰 스토리 흐름에 따라가는 유저들의 이야기입니다. 단 유저는 주인공이라기보다 스토리 안에서 살아가는 많은 영웅 중에 한 명입니다. 그런데 <블레이드 & 소울>은 주인공의 스토리가 만들어집니다. 유일한 홍문파의 제자가 맵 여기저기에서 돌아다니는 촌극이 발생하는 거죠.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배재현 PD가 필자에게 해 준 “자기 자신 외에는 모두 가짜입니다”는 한마디로 해결되긴 했습니다. 그런데 유저들이 힘을 합쳐 사부의 원수 중 한 명(예를 들면 거거붕)을 해치우는 과정을 겪다 보면 스토리가 단순한 퀘스트로 느껴질 때도 있더군요.
이런 사소한(?) 것 외에 스토리 자체의 몰입도는 상당합니다. 복선과 암시, 그리고 인물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NPC의 이름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블레이드 & 소울>을 체험 못 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1차 CBT를 마친 <블레이드 & 소울>에 아쉬움도 남습니다. 너무 스토리를 따라가기에 바쁘다 보니 자유도가 없어요. 일방적인 퀘스트 진행을 하면서 누구나 개발자가 제시한 길을 따라가게 되더군요. 과연 1차 CBT 이후 스토리와 게임 진행에 분기, 또는 무언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만만치 않은 전투 조작 난이도
<블레이드 & 소울>의 전투 방식은 유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좋고 나쁨이 확실하게 구분됩니다.
기존 방식의 타겟팅 전투에 익숙한 유저라면 단시간에 <블레이드 & 소울>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때리면 무조건 맞는다’는 개념에 익숙한 유저라면 더욱 말이죠. 게다가 생각을 하지 않으면 몇 번을 싸우든, 레벨이 올라가도 ‘막(마구잡이)공격’을 하게 될 뿐입니다.
<블레이드 & 소울>의 전투가 다른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무빙어택, 선모션 후판정의 구현, 그리고 오토 타겟팅입니다. 이를 통해 공방이 이뤄지는 전투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상대의 공격에 방어나 회피를 하고 반격하는 것이 <블레이드 & 소울>의 전투입니다.
6개의 조작키로 수많은 동작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도 제한시간이 있습니다.
일단 캐릭터의 상체·하체 동작이 구분돼 있기 때문이 흔히 말하는 무빙어택이 가능합니다. 동작을 먼저 하고, 그 결과는 실제로 맞느냐 안 맞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에 오토 타겟팅이 더해지면서 거리를 맞춰도 타겟팅 시야에서 벗어나면 공격은 무효로 판정됩니다.
덕분에 조작에 능숙하면 상대의 공격을 대부분 피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아무리 공격해도 헛수고하는 셈이죠. 개인적으로는 이 전투 시스템을 일반 경차를 몰던 운전자가 갑자기 스포츠카를 운전할 때 느끼는 당혹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같은 자동차지만 적용된 시스템과 파워가 다르다는 거죠. 페라리 같은 슈퍼카는 액셀을 살짝만 밟아도 급가속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일단 감을 잡고 익숙해지면 자유자재로 쾌적한 드라이빙이 가능해지는 이치입니다.
조작에 능숙해지면 2인 합동공격(합격기)도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공방의 개념을 도입한 전투
전투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어느 사이에 공방을 벌이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블레이드 & 소울>의 특장점 중 하나가 맵에 흔하게 보이는 일반 몬스터나 던전의 보스 모두 유저가 공방전을 벌일 수 있다는 겁니다. 누구나 탱커가 될 수도 있고, 딜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는 타이밍을 잘 맞추면 되니까요. 앞서 선모션 후판정이라고 말한 시스템은 여기에 또 적용됩니다. 공격과 방어의 시간이 연계 스킬과 이어집니다. 검사의 예를 들면, 막기를 시전하고 상대의 공격을 0.5초 안에 막으면 활성화되는 무공이 있는 식입니다.
이는 파티플레이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9레벨쯤 만나는 천령강시를 잡기 위한 첫 파티플레이는 말 그대로 막싸움이 되기 십상입니다. 권사, 검사, 역사, 기공사 모두 대미지 딜링에만 주력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그 후의 파티플레이에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처음 파티플레이를 경험하는 천령강시 전투에서는 막공격을 하게 되기 쉽습니다.
레벨이 오르면서 권사와 검사는 반격과 막기를 이용한 탱킹을 주로 하고, 나머지는 자기 역할을 합니다. 이는 공방의 개념, 즉 <블레이드 & 소울>의 스킬이 철저하게 가위바위보 개념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저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개념이 잡히면서 전투의 방식도 달라집니다. 실제로 두 번째 캐릭터를 키웠던 테스터들은 9레벨에서 천령강시를 다시 잡을 때 막싸움을 하지 않고 공방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 주더군요.
개인적인 느낌으로, 이런 공방에 따른 전투 방식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MMORPG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단순히 타겟팅이냐 논타겟팅이냐를 벗어나 전투의 개념을 바꾸는 것이니까요.
앞서 스토리 진행으로 인한 플레이의 자유도가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반면 탱커·딜러·힐러 구분이 없는 전투와 파티플레이에서 역할의 자유도는 다른 게임보다 높습니다.
뭐랄까요, 기존의 파티플레이나 레이드의 경우 정해진 공략에 따라 유저들이 패턴을 맞춰야 하는 일정한 공략에 따라갑니다. 플레이의 자유도가 그만큼 사라지는 셈이죠. 반면 <블레이드 & 소울>에서는 직업에 따라, 구성원에 따라 다양한 공략 방법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한 번 개념을 잡으면 공방을 통한 전투를 하게 됩니다.
동양적인 그래픽과 섬세한 표현들
개인적으로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래픽에 대한 내용은 좀처럼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래픽이 좋다, 나쁘다는 느낌은 개인마다 차이가 심하니까요. 그런데 <블레이드 & 소울>의 그래픽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광원효과에 따른 음영 표현은 콘솔 게임 수준의 그래픽 효과를 보여 주기도 합니다. 좋긴 좋은데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스크린샷을 보고 직접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체적인 그래픽의 분위기는 동양적입니다. ‘EAST’의 느낌이 아닌 ‘ORIENTAL’의 느낌을 잘 표현했다고 봅니다. 무협하면 떠오르는 중국의 이미지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한국적인 요소나 일본적인 요소만 부각된 것도 아닙니다.
어떤 특정 나라의 문화라기보다 말 그대로의 동양적인 분위기입니다.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산악 지형에 한국적인 정자들이 놓여 있거나 장승이 서 있습니다.
배경은 딱 봐도 동양풍입니다. 국적을 따지는 것은 의미 없죠.
심지어 단풍나무나 소나무 등은 우리나라의 유명한 산에서 본 듯합니다. 몬스터들도 강시가 나타나는가 하면, 같은 장소에서 하얀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도 등장합니다.
이외에도 놀라운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세밀한 표현들입니다. 캐릭터는 한 가지 얼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눈을 깜빡이기도 하고 웃거나 찡그리는 등 상황에 따라 표정이 바뀝니다. 심지어 캐릭터의 시점은 항상 유저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하얀 소복의 처녀귀신 호숙이.
전투에서도 벽에 부딪히면 충돌 대미지를 입는 등 물리효과에 따른 작용이 구현돼 있더군요. 캐릭터가 계단 위에 있을 때 한쪽 다리가 계단 위를 밟고 있는 모습도 표현됩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런 세밀한 표현이 하나 하나 모여서 게임에 사실적인 느낌을 불어넣어 줍니다. <블레이드 & 소울>만 플레이하다 보면 알기 힘들지만, 다른 게임을 하는 순간 약간의 어색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입니다.
1차 CBT가 남긴 숙제들
지금까지 <블레이드 & 소울>의 장점만 언급한 듯합니다. 그러나 1차 CBT인 만큼,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시스템의 수만큼 숙제도 남겼습니다.
선모션 후판정과 무빙어택의 장점은 앞에서 설명한 그대로지만, 서버 동기화가 아직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PvP 등에서 밸런스에 꽤 심각한 영향을 줍니다. 1차 CBT에서 자주 느낀 부분이기도하고요.
또한 최대한 적은 조작키로 전투를 벌이다 보니 중복되는 키도 많습니다. 아이템을 줍고 싶었는데, 갑자기 몬스터를 향해 돌격하는 일도 생기더군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동작이 발생합니다.
공방과 협동플레이가 중요한데 타이밍이 서로 다르다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오토타겟팅 역시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타겟팅을 유지하는 방법이 까다롭습니다. 높이와 거리에 따라서 사정거리를 가늠하기도 힘들고 말이죠. 이 모든 것은 급격한 난이도의 상승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너무 어렵고 까다롭다”며 재미를 느끼지 못한 테스터들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탱커·딜러·힐러의 구분 없이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공방에 따라서 던전을 플레이한다는 기획 의도는 좋았습니다. 다만, 난이도가 높은 나머지 숙련자들만의 플레이가 진행된다는 위험성도 안고 있더군요. 던전에서 파티원 한 명의 실수는 그대로 지옥행 특급열차를 타게 만들었으니까요.
너무나 화려한 그래픽도 때로는 전투에 방해가 됩니다. 상대의 모션을 보고 반응해야 하는데 기공사의 화려한 이펙트는 모션을 가리더군요. 타이밍도 맞춰야 하고 제한된 조작키로 반응하기 때문에 액션의 조작은 마치 리듬게임과 비슷합니다.
기공사의 과도한 이펙트는 오히려 전투에 방해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런데 이 리듬이 깨지면 공방이 핵심인 전투에서 그냥 평범한 전투로 흘러갑니다. 어려운 조작에 평범한 전투가 돼 버리니 다(多) 대 다(多) 전투는 조금 심각할 정도로 재미를 느끼기 힘듭니다. 결과적으로 <블레이드 & 소울>이 풀어야 할 숙제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입니다.
이를 잘 풀어낸다면 <리니지>와 <아이온>으로 굳어진 엔씨소프트 스타일의 게임에서 벗어난, 말 그대로 ‘넥스트 제너레이션 엔씨소프트 게임’이 만들어집니다. 과거에 배재현 PD가 “MMORPG에서 하지 말라는 건 다 했다”고 밝혔을 정도이니까요.
<블레이드 & 소울>은 하지 않았던, 혹은 못 해 왔던 시도를 했고, 또 구현해 냈습니다. 1차 CBT에서는 그 가능성도 보여 줬고요.
이제 가능성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가 중요해졌습니다. 기대감이 높은 만큼, 더 많이 기대하게 되고, 아쉬움도 남는 1차 CBT였습니다. 과연 어떤 콘텐츠를 추가하고, 완성도를 높여서 돌아올지 궁금하네요. 오는 8월에 있을 2차 CBT가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2차 CBT에서는 더욱 날이 선 칼을 들고 나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보너스 ①] ‘패드’로 <블레이드 & 소울>을 해봤더니 ‘액션 게임은 무조건 패드로~’라는 신념을 갖고 있던 디스이즈게임 한낮 기자가 <블레이드 & 소울>을 패드로 즐겨 봤습니다. 의외로 ‘가능성’이 보이더군요. 참고로 <블레이드 & 소울>은 아직까지 정식으로 패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키 입력 프로그램을 사용해 버튼을 강제로 키보드에 할당해 플레이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블레이드 & 소울>의 패드 플레이는 예상보다 뛰어납니다. 달리고, 뛰어넘고, 때리고, 막는 액션이 확실한 만큼 패드 조작도 매우 직관적입니다. 아날로그 스틱으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버튼을 눌러 때리고 막습니다. 특히 좌우 회피나 반격기, 공중에서 사용하는 연속기 등 일부 기술은 오히려 패드로 즐길 때 더 쉽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키보드보다는 패드가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으니까요. 사용하는 버튼이 적은 만큼 패드에서 버튼 부족을 크게 느낄 수 없었습니다. 패드에 익숙한 유저라면 액션 게임에 준하는 수준으로 <블레이드 & 소울>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방향 입력이 민감한 탓에 달리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키보드를 이용한 시점 상하조작과 시점정렬 기능이 구현되지 않아서 약간의 ‘꼼수’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빠르게 달리기와 적에게 시점을 고정하는 자동 록온 버튼 정도만 구현된다면 패드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듯합니다. 특히 반격과 회피가 많은 권사와 검사에 제격입니다. [보너스 ②] TIG 멤버들의 ‘대나무 마을 습격 사건’ <블레이드 & 소울>의 PvP 시스템은 무조건 때리고 보거나 PK를 선언하는 게 아니라, 현재 입은 옷의 종류에 따라 자동으로 적대 관계가 형성됩니다. 1차 CBT에서는 대나무 마을 자경단과 해적인 충각단이 적대적 관계였고,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양쪽의 복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충각단 복장을 입고 있다면 자경단 세력의 NPC는 물론 자경단 복장을 입은 유저들까지 적으로 돌변합니다. 그래서 실험해 봤습니다. NPC에 대한 TIG 멤버들의 폭력성을 실험하기 위해 모두 충각단 옷을 입어 봤죠. 이들은 순간적인 상황의 변화를 참지 못하고 마을을 휩쓸기 시작했습니다. NPC들이 불쌍해졌죠…. 이후 녹명촌을 평정한 충각단 TIG 지부 인원들은 대나무 마을로 달려갔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직접 영상으로 확인해 보세요. [[#/1UPLOAD_HERE/press/bns/bns_npc_kill.w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