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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WoW의 적절한 벤치마킹, 리프트

리프트(RIFT), 북미 서버 체험기

권영웅(휘영) 2011-05-26 23:59:08

판타지 MMORPG의 기준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가 꼽히는 시대입니다. 출시 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개발사들이 <WoW>보다 재미있는 신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단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장점을 흡수하면서요.

 

사실, 그렇게 해서 특별하게 성과를 거둔 게임은 드뭅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리프트>는 조금 다릅니다. 뭐가 다르냐고요? 지금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권영웅 기자


 

 

 

■ 300여 개 이상의 직업 조합

 

<리프트>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을 꼽자면, 소울(Soul) 시스템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직업 시스템은 워리어, 메이지, 클레릭, 로그로 구성된 4개의 직업과 각각 9개의 세분화된 소울로 구성되는데요, 유저는 자신의 직업에서 3개의 소울을 선택해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워리어의 경우, 양손 무기를 사용하는 챔피온’, 쌍수 무기를 사용하는 파라곤’, 검에 마법을 담아 공격하는 리프트 블레이드’, 검과 방패를 들고 아군을 수호하는 팔라딘’, 강력한 버프와 디버프를 구사하는 워로드’, 야수를 소환해 함께 싸우는 비스트 마스터’, 암흑마법을 사용하는 리버’, 마법에 대항하는 보이드 나이트’, PvP용 소울 빈디케이터로 구분됩니다.

 

소울 조합에 따라 다양하게 파생되는 <리프트>의 직업 시스템.

 

유저가 여기서 리프트 블레이드, 팔라딘, 보이드 나이트를 선택하면 상대방의 마나를 흡수하며, 근접 공격은 방패로 막고, 강력한 마법 검으로 적을 처치하는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리프트 블레이드와 챔피온을 선택하면 양손 무기에 마법을 담아내는 캐릭터가 되고, 챔피온과 비스트 마스터를 조합하면 펫을 끌고 다니며 양손 무기를 휘두르는 전사가 되죠.

 

같은 소울 내에서도 소울 포인트 투자에 따라 캐릭터의 성향이 바뀌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직업의 유형은 엄청난 숫자를 자랑합니다. , 이렇게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조합과 저 조합을 비교하며 더 효율적인 소울 조합을 만들어 내고자 고민하는 것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소울 조합은 기존의 ‘워리어는 탱커, 로그는 딜러, 클레릭이 힐러’라는 고정 관념을 부숴 버렸습니다. 조합에 따라 로그가 탱커가 될 수도 있고, 클레릭이 탱커를 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워리어가 힐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유저들은 최초 1개의 소울 조합만을 선택할 수 있지만, 게임 머니를 소모해 슬롯을 늘려 총 5개의 소울 조합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소울 조합은 전투 중을 제외하면 언제나 변환할 수 있고요. 기존 게임의 경험에 얽매이지만 않으면 자유도 넘치는 직업을 맛볼 수있는 것이 바로 <리프트>의 소울 시스템입니다.

 

<리프트>에서는 탱킹을 워리어만 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 생동감 넘치는 게임 월드

 

게임명인 리프트(RIFT)는 시공의 균열을 의미합니다. 세계관에 따르면, 다른 행성의 존재가 텔라라로 침입해 오는 통로가 '리프트'죠. 유저들은 서로 힘을 모아 이를 막아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마을이 점령당하고 NPC들이 몬스터들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NPC가 없으니 유저들은 퀘스트를 받지 못하고, 완료할 수 없게 되죠. 상점 이용은 말할 것도 없고요.

 

물론 죽은 NPC는 일정 시간 뒤에 살아나고, 마을을 침공한 몬스터들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결국 사라지긴 합니다. 다만, 꽤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정상화 되기 때문에 불편해지기 싫으면 막아야 하죠.

 

으악~ 마을이 털렸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리프트가 동시에 생기거나, 해당 지역의 적대 세력이 마을을 침공하거나, 혹은 상대 진영 NPC들이 마을을 공격하는 Invasion(침공) 이벤트도 시시각각 열리곤 합니다.

 

이러한 이벤트의 규모는 매우 크고 해당 지역의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나기 때문에 20~30명의 유저들로는 막기 버거운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의 거점은 방어하면서 침공의 통로나 적대 세력의 거점을 파괴해야 하니까요.

 

침공(Invasion) 상황을 보여주는 지역 지도.

 

보통 침공 이벤트의 마지막은 월드 보스가 등장하며 절정을 이룹니다. 월드 보스는 빠르게 처치하기엔 조금 버거운 느낌의 몬스터입니다. 물론 많은 유저들이 힘을 모으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죠. 월드 보스를 처치하면 보상이 꽤 쏠쏠한 편이기도 해서 침공 이벤트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열심히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해서 설명하자면, <리프트>에선 게임 내 월드 이벤트가 시시각각 열리고, 이 결과는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에 크게 영향을 줍니다. 유저와 게임 월드의 상호작용이 매우 활발하게 벌어지는 셈이죠. 유저들은 정적인 세상이 아닌, 생동감이 느껴지는 게임 세상을 만나볼 수 있어 신선함을 느끼는 것이고요.

 

게임 중반부에 접어들어 빨리 레벨을 올리고 싶은데 침공 상황이라 퀘스트 완료를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또, 너무 자주 열리는 침공 이벤트가 귀찮아지기도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죠. 그래도 생동감 있게 변화하는 세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더 큽니다.

 

필드에서 월드 보스들을 수시로 잡고, 잡고, 또 잡는다.

 

 

■ 지겹지 않은 레벨링

 

요즘 나오는 게임은 ‘최고 레벨 이후 콘텐츠에 집중하는 경향을 띱니다. 그것은 <리프트>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런 유형의 게임은 레벨 업 과정에선 재미가 덜한 경우가 많습니다. 퀘스트를 통한 스토리 진행 외에 다른 재미요소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리프트>는 레벨 업 과정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시시각각 열리는 리프트나 침공 이벤트는 물론이고, 전장(Warfront)과 퍼즐, 탐험, 그리고 아티팩트 수집은 유저들에게 깨알 같은재미를 줍니다.

 

지역마다 하나 이상 존재하는 퍼즐은 약간의 힌트만 갖고 풀어내야 합니다. 최초 1회 클리어에 한해서 해당 유저의 직업에 맞는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는데, 보통 레어 등급, 운이 좋을 경우 에픽 등급의 착용 시 귀속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높은 산, 혹은 골짜기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돌무덤(Cairn)에서도 아이템을 줍니다.

 

퍼즐을 풀어 아이템을 얻는다.

 

전장에서도 경험치를 주기 때문에 퀘스트 수행만이 레벨 업의 전부는 아닙니다. 보통 적 유저 3~4명을 처치했을 때 받는 경험치와 퀘스트 하나를 수행했을 때 받는 경험치가 거의 동일한 수준입니다. 같은 유저를 반복적으로 처치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줄어들긴 하지만, 전장에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죠.

 

심지어 팩션의 평판을 올리는 요소나 전문기술을 올리는 것도 콘텐츠의 일부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이유는 팩션과 전문 기술의 합리적인 레벨 디자인에 있습니다.

 

해당 지역의 모든 퀘스트를 수행하고, 인스턴스 던전을 1회 정도 다녀오면 해당 팩션에서 판매하는 고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평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일부 게임에서 쓸 만한 아이템을 얻기 위해선 꽤 오랫동안 반복 작업을 해야 하는 것과 대조적이죠.

 

전문기술 역시 낮은 레벨부터 쓸 만한 아이템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아이템을 만들어 사용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해당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가 필요한 수준이면, 그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퀘스트 보상아이템보다 약간이나마 더 좋은 아이템을 만들 수 있거든요.

 

<리프트>에서는 꼭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성장할 방법은 많다.

 

결국, 이는 유저들의 거의 모든 행위에 보상을 줌으로써 최고 레벨 달성까지 한 가지 길만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어느새 레벨이 오르고, 점점 강해지는 캐릭터를 보며, 또 다음 목표를 세우게 되기 때문에 그다지 지루하지 않습니다.

 

 

■ 적절한 벤치마킹의 결과

 

사실 처음 <리프트>를 접하면 <WoW>를 해봤던 이들은 이거 <WoW>와 거의 비슷하잖아?” 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과 인터페이스가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죠.

 

심지어 전장의 구조도 거의 동일합니다. 아라시 분지를 연상하게 하는 ‘The Valley of Codex’나 전쟁노래협곡을 연상하게 하는 ‘The White Winter Fall’은 플레이 방법과 심지어 게임 내 전술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 적 진영 유저를 처치하면 명예점수(Favor)를 얻게 되고 그 점수로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그렇게 구한 아이템에는 용기(Valor)라는 PvP 전용 스탯이 붙어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화면과 닮지 않았나요?

 

이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리프트><WoW>와 너무나 많이 흡사한 모습입니다. 자칫하면 표절게임으로 폄하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리프트>를 즐기는 이들은 이를 표절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리프트> <WoW>를 정말 잘 벤치마킹했구나하는 평가를 내리고 있죠.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리프트>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싸구려 티 나는 표절이 아니라 ‘벤치마킹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 만들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공통점은 게임을 접하는 유저들에게 친숙함을 제공하며, ‘접근성’을 높이고 있어 유저 유입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효과를 불러옵니다.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UI)도 여기에 한몫합니다. 기본적인 구조는 다른 MMORPG와 거의 같지만, 편리하고 다양한 기능이 게임 진행을 수월하게 하며, 게임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만듭니다.

 

친절한 퀘스트 가이드 기능은 영어를 몰라도 쉬운 게임 진행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자유로운 단축 슬롯 및 키 편집과 레이아웃 편집 기능은 마치 <WoW>에서 애드온 프로그램을 사용해 입맛에 맞는 UI를 구성하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현재 <리프트>는 애드온을 지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내 마음대로 편집한 UI. 모든 항목에 대한 크기 및 위치 조절이 가능하다.

 

 

■ 3세대를 마무리하는 MMORPG <리프트>

 

<리프트><WoW>로 시작된 MMORPG 3세대를 마무리하는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WoW>를 벤치마킹해 단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과감하게 수정했습니다.

 

또, 좋은 그래픽을 선보이면서도 적절한 최적화를 보여줘 쾌적한 플레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필드에서 수백 명이 함께 모여 보스 몬스터를 잡거나 PvP를 벌여도 전혀 문제가 없어 대규모 진영 대결 역시 수시로 벌어집니다.

 

개발사가 <WoW>의 필드 PvP를 사장시켜 버린 날탈(나는 탈것)을 절대 도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 역시 <WoW>의 아쉬움을 해소해 주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는 게임 내 핵심 요소와 맞물려 게임 전체의 재미를 끌어올리고 있죠.

 

엄밀히 말해서 <리프트>에 세대 MMORPG라는 칭호’를 붙이기엔 다소 부족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본질적으로 따지면 <WoW>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게임 시스템은 결국 콘텐츠가 더 많아진 <WoW>’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리프트>가 포스트 <WoW>’를 표방한 많은 게임들 중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리프트>가 그만큼 재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 시도가 (지금까지는) 성공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