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격투 게임의 양대 산맥 <철권>과 <스트리트 파이터>(이하 스파)가 만났습니다.
캡콤에서 개발 중인 <스트리트 파이터 X 철권>(이하 스파 X 철권)의 체험버전이 E3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스파>의 기본 골격을 가졌지만 곳곳에 <철권>의 흔적이 보이는 게 제법 독특합니다.
디스이즈게임에서 E3에 나온 <스파 X 철권>을 직접 플레이해 봤습니다. /(E3 쇼장에서 18전 10승 8패를 기록한)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관련 기사] 화랑 등장! <스파 X 철권> 플레이 영상 {more} [관련 기사] 한글화 확정! 오노 프로듀서 인터뷰 {more}
■ <스트리트 파이터>의 세계로 이주한 <철권> 전사들
<스파 X 철권>의 큰 틀은 <스파 4>와 같습니다. 횡 이동 없이 정면에서 약·중·강으로 구분된 6버튼으로 싸웁니다. <철권> 유저를 위한 4버튼 플레이도 도입될 예정이지만 이번 E3에서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철권> 캐릭터의 모든 기술은 스틱과 버튼을 조합한 커맨드 입력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스틱을 먼저 입력한 후 버튼을 누르는 <철권> 특유의 입력도 사라졌죠. 간단히 설명하자면 카즈야의 풍신과 승룡권의 커맨드가 같습니다.
<스파> 캐릭터와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철권> 캐릭터의 기술도 대폭 줄였습니다. 캐릭터별로 상징적인 기술을 빼면 거의 다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대신 기술이 발동된 후 추가타를 이용해 ‘원래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풍신 이후에는 펀치로 나살문, 킥으로 나락이 이어지는 식이죠. 화랑은 펀치와 킥 버튼이 모두 킥으로 통일되고 (원래의) 강 킥을 누르면 공격 대신 플라맹고 자세가 발동됩니다. 조금 복잡하다 싶은 기술들은 SP 게이지를 이용한 기술 강화나 슈퍼·울트라 콤보로 구현됐습니다.
덕분에 <스파 X 철권>의 첫인상은 <스파>와 <철권>의 만남보다는 <스파 4>에 <철권> 캐릭터들이 콜라보레이션으로 초대받은 느낌입니다. 약간은 어색한 손님이랄까요? <철권> 특유의 빠른 움직임과 상단·중단·하단이 어우러진 현란한 공격을 기대한 유저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스파 X 철권>을 개발하는 오노 요시노리 프로듀서 역시 <철권>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가장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을 정도입니다.
■ 공중콤보와 벽치기. <철권>이 가져온 콘텐츠들
대신 <스파 X 철권>은 <철권>의 주요 시스템을 <스파>로 옮겨왔습니다. 강제 캔슬을 이용한 크로스러시와 런치어택, 그리고 벽치기입니다.
<스파 X 철권>에서는 약 → 중 → 강 → 강 공격 순서로 ‘무조건' 콤보가 이어집니다. 바로 크로스러시 시스템입니다. 약 킥을 맞춘 후라면 중 킥, 강 킥 순서로 콤보를 넣을 수 있고 중 펀치에는 강 펀치가 무조건 이어집니다. 약 킥 → 중 펀치 → 강 킥처럼 펀치와 킥을 섞을 수도 있죠.
크로스러시가 끝난 후 강 공격을 한 번 더 입력하면 런치어택이 발동됩니다. 런치어택은 상대를 높게 띄운 후 파트너와 교대해 공격을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죠.
기존에 <마블 VS 캡콤> 시리즈나 <철권 태그 토너먼트>를 접해 본 유저라면 친숙한 체인콤보와 교대 시스템입니다.
런치어택으로 공중에 뜬 상대에게 다시 크로스러시를 넣을 수도 있고, 크로스러시 중간이나 끝에 필살기로 콤보를 끝낼 수도 있습니다. 콤보 도중 일정한 거리 이상 상대방을 밀어내면 보이지 않는 벽에 튕겨 나오는 ‘벽치기’와 충격에 의한 바닥꺼짐, 쓰러졌을 때 굴러서 위치를 벗어나는 회피기상도 구현돼 있습니다.
모두 기존의 <스파>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시스템들입니다. 덕분에 게임을 몇 번 하다 보면 ‘이래서 <철권>이 타이틀에 들어가는구나’하고 깨닫게 되죠.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철권>의 <스파>식 해석’ 정도가 되겠네요.
■ 쉽고 빠르고 호쾌한 대전격투
크로스러시와 런치어택 덕분에 <스파 X 철권>의 전투는 매우 빠르고 호쾌합니다. 약간만 연습한다면 점프 약 킥 → 크로스러시 → 런치어택 → 다시 크로스러시 → 끝나기 직전에 강화 승룡권 정도는 쉽게 사용할 수 있죠. 도합 10단 콤보입니다.
선 입력 판정도 아주 너그럽습니다. 오히려 강 버튼을 실수로 연타했다가 의도하지 않은 런치어택이 발동되는 경우가 더 많았을 정도니까요. 과장 하나 안 보태고 아무 버튼이나 막 눌러도 4~5단 콤보는 쉽게 이어집니다.
때문에 실제 게임도 거리 조절과 견제 위주로 흘러가죠. 섣불리 다가갔다가 약 공격이라도 허락하는 순간, 폭풍처럼 몰아치는 연속기에 당하니까요. 체험대에서도 처음에는 무조건 공격 일변도였던 사람들이 조금 지나면 <철권>처럼 앞뒤로 움직이며 슬금슬금 거리를 재다가 주먹이 닿는 순간 공격을 퍼붓고 다시 견제 상태로 돌아갑니다.
반면 콤보의 위력이 생각만큼 강력하지 않아서 기존의 <스파>처럼 단타 위주로 게임을 진행해도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체감상 장풍 계열 공격의 딜레이가 늘어났기 때문에 이전의 <스파>처럼 장풍 → 대공 공격으로 이어지는 지루한 견제는 어려워졌지만 점프 강 킥 → 서서 강 펀치 → 파동권까지만 사용해도 크로스러시 부럽지 않은 대미지가 나오더군요.
<스파>가 좋은 유저는 <스파> 방식으로, <철권>이 좋은 유저는 <스파>와 <철권>이 뒤섞인 <스파 X 철권> 방식으로 즐기는 게임이랄까요? 체인어택까지 도입하면서 <철권>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캡콤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금의 <스파>의 영향이 더 크지만 오노 프로듀서가 <철권> 유저를 위한 4버튼 조작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만큼 이후에는 (<스파>의 영향이 크긴 해도)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스파 X 철권>을 보고나니 <철권 X 스파>도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