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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3DS의 도전과 한계, 몬스터 헌터 3G 체험기

도쿄게임쇼 2011 캡콤 부스에서 직접 해봤더니…

안정빈(한낮) 2011-09-16 02:17:15

지난 13일 닌텐도는 3DS 컨퍼런스에서 <몬스터 헌터 3(트라이)G> 3DS로 발매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팬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단순히 생각해 봤을 때 3DS <몬스터 헌터>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조합이기 때문이죠.

 

우선 버튼의 숫자가 부족하고 아날로그 스틱과 십자키를 함께 조작하기도 어렵습니다. 시점과 캐릭터 이동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몬스터 헌터>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이죠. 다른 게임기에 비해 부족한 그래픽 퀄리티와 한순간의 실수가 게임오버로 이어지는 전투와 3DS의 입체영상이 과연 어울릴까 등의 의문도 이어졌습니다.

 

 

다들 직접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요, 15일 개막한 도쿄게임쇼(TGS) 2011 <몬스터 헌터 3G> 체험대는 개장 2시간 만에 예약권이 모두 동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에 질세라 디스이즈게임에서도 잽싸게 체험했고요.

 

결과부터 말하자면 3DS <몬스터 헌터 3G>예상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확장 슬라이드 패드 없이도 조작을 해결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을 선보였고, 3DS만의 장점도 확실히 살렸죠. 다만 우려했던 화면 크기는 단점으로 다가왔습니다.

 

TGS의 뜨거운 감자 <몬스터 헌터 3G>를 디스이즈게임에서 살펴봤습니다. /일본(도쿄)=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4인 협동으로 쇄룡 브라키디오스와 싸우다

 

맨 밑의 몬스터가 쇄룡 브라키디오스.

 

이번 TGS의 <몬스터 헌터 3G> 체험은 멀티플레이와 싱글플레이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싱글플레이는 말 그대로 혼자서 일부 퀘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이고, 멀티플레이는 4명의 관람객이 모여서 3종류의 보스 몬스터 중 하나를 처치하는 방식입니다.

 

참고로 필자와 함께 플레이한 사람들은 <몬스터 헌터 3G>에서 새롭게 추가된 쇄룡 브라키디오스를 택했습니다. 무기는 기존의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 나온 모든 종류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몬스터 헌터 3>에서 삭제됐던 헤비·라이트 보우건과 활도 다시 등장했고요.

 

신규 몬스터 쇄룡은 바닥을 쳐서 폭발을 일으키거나 전방으로 거대한 화염을 날리는 독특한 공격을 가합니다. 바닥을 여기저기 때린 후 시간을 두고 폭발을 가하는 지연공격도 자주 사용하더군요. 난이도 자체는 아주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조작에 적응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린 탓에 체험시간인 15분 안에 처치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몬스터 헌터 3G>의 조작 설명표.

 

 

■ 이가 없으면 잇몸! 확장패드 없이도 있을 건 다 있다

 

3DS <몬스터 헌터 3G>에서 가장 우려된 점은 조작입니다. <몬스터 헌터>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시점을 담당하는 십자키와 캐릭터 이동을 맡는 아날로그 스틱을 동시에 움직여야 합니다. 오죽하면 보다 원활한 조작를 위한 ㄷ자 파지법이 <몬스터 헌터>의 상징이 됐을 정도죠.

 

하지만 십자키가 아래에, 아날로그 스틱이 위에 있는 3DS는 ㄷ자 조작이 매우 어렵습니다. 90도로 굽힌 검지 손가락의 단순한 움직임은 아날로그 스틱의 미세한 감도를 따라가지 못해 엇나가기 쉽고, 바짝 붙은 십자키도 누르기가 쉽진 않죠. 손이 큰 유저라면 더 끔찍합니다.

 

그래서 3DS는 조작방식을 바꿨습니다. 정확히는 추가했다는 표현이 맞는데요, 바로 3DS의 하단 스크린을 이용한 시점조작입니다.

 

<몬스터 헌터 3G>의 아래 화면에는 시점조작이 가능한 십자키가 항상 표시돼 있습니다. 왼손으로 캐릭터를 조작하면서 오른손으로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시점을 바꾸라는 뜻이죠. 시점이동 및 공격과 캐릭터 이동을 동시에 하는 건 여전히 어렵지만 적어도 시점과 캐릭터를 같이 움직일 수는 있습니다.

 

3DS의 아래쪽 화면에 가상의 십자키가 계속 표시돼 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록온 버튼도 추가했습니다. 아래쪽 화면의 십자키 바로 아래에는 몬스터의 얼굴이 표시돼 있는데요. 얼굴을 누르면 록온 모드가 발동됩니다. 록온 모드에서는 L버튼을 눌러 언제나 보스몬스터로 시점을 고정할 수 있죠.

 

3DS의 버튼 한계를 깨닫고 도입한 나름대로의 고육지책이랄까요? 덕분에 이동할 때는 아래 화면의 십자키를, 전투 중에는 록온과 L버튼을 이용하면 제법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기존에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해 본 유저일 경우 5분 정도면 시점과 캐릭터를 동시에 움직이며 전투를 벌일 수 있더군요.

 

참고로 다른 조작은 호평을 받았던 PSP 버전과 동일합니다. 정식 발매 시기에는 확장 슬라이드 패드도 함께 발매될 예정인데요, 이 정도면 굳이 확장 슬라이드 패드가 없더라도 조작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듯합니다. 같이 플레이한 3명의 관람객 모두 PSP 버전에 비해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주더군요.

 

 

 

■ 3D 입체영상이 준 의외의 장점

 

플레이하다 보니 의외의 장점이 눈에 띕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생사를 오가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 거리는 언제나 민감한 문제였습니다. 게임의 특성상 캐릭터의 시점이 낮고 몬스터의 덩치가 매우 크기 때문인데요, 낮은 곳에서 위를 올려보는 방식을 취하다 보니 원근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죠. 특히 PSP 버전에서는 줄어든 화면 탓에 거리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3DS에서는 입체영상을 이용해서 원근감을 거의 완벽히느낄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입체영상이니까요. 굳이 원근감을 느끼려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느끼게 됩니다. 입체영상과 실제 거리도 딱딱 맞아떨어집니다.

 

실제 플레이에서 의도적으로 랜스의 끝을 이용해 몬스터를 맞출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거리 조절이 중요한 랜스나 활 등에 입체영상은 더욱 효과적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면을 깔끔하게 보기 위해입체영상을 끄고 플레이했는데요, 일단 한 번 사용하고 나니 다시 끄기가 싫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시점을 빠르게 움직이거나 몬스터가 괴성으로 갑자기 대규모 이펙트를 내뿜을 때 등 화면이 급격히 변할 때는 순간적으로 초점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입체영상을 보다 초점을 놓치면 화면 전체가 순간 뿌옇게 보이더군요. 적당한 조절이 필요할 듯합니다.

 

 

 

좁은 화면과 그래픽의 아쉬움

 

3DS의 좁은 화면과 (덕분에 더욱 낮아 보이는) 그래픽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실 <몬스터 헌터 3G>의 그래픽은 뛰어납니다. 텍스처 질감이 매끄러워졌고 계단현상도 크게 눈에 띄지 않죠. 그림자나 물, 빛의 표현도 한층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런데 3DS의 작은 화면에서는 그걸 느끼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죠. 솔직히 말해서 천천히 뜯어 보기 전에는 PSP 버전 <몬스터 헌터 포터블> 시리즈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못해 보입니다. 화려한 그래픽의 최신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원하던 유저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죠.

 

좁은 화면 탓에 가독성도 매우 떨어집니다. 지도를 아래로 옮기는 등 최대한 화면을 비웠지만 기본적으로 작은 화면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특히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몬스터에 가까이 붙으면 상황을 거의 파악할 수 없습니다.

 

반면 3DS를 택한 장점도 있는데요, 우선 시점조작 이외에도 3DS의 아래 화면을 이용해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을 그 자리에서 선택해 사용하거나 지도를 바꿀 수 있고 발차기 등의 잡다한 기능도 아래화면으로 옮겨 놨더군요. 맵 사이의 로딩이 매우 짧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체감상 1~2초면 맵 이동이 끝나더군요.

 

화면 크기와 그래픽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유저라면 3DS에서 입체영상으로 즐기는 <몬스터 헌터>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래픽에 민감한 유저, 혹은 ㄷ자 조작에 매력을 느끼는 유저라면 멋진 기종전환에도 불구하고약간의 아쉬움이 계속 따라다닐 듯합니다.

 

여담입니다만, 확장 슬라이드 패드는 이번 TGS 체험대에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캡콤 부스 앞에서 <몬스터 헌터 3G>가 아닌 확장 슬라이드 패드만 따로 만져볼 수 있었는데요, 조작감은 상당히 만족스럽더군요.

 

특히 (저처럼) 손이 큰 유저라면 확실히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터치스크린보다는 아날로그 스틱 조작이 편할 테니까요. 확장 슬라이드 패드를 장착한 3DS의 크기는 초창기 NDS 정도의 크기를 연상하면 됩니다.

 

부스걸이 따로 들고 있는 확장 슬라이드 패드.

 

일반 관람객들은 들어올 수 없는 비즈니스 데이인데도 불구하고

<몬스터 헌터 3G> 체험을 위한 정리권(대기표)은 2시간 만에 매진됐다.

정리권을 가진 관람객은 해당 시간에 맞춰 부스로 오면 체험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