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한 개의 TPS를 만들고자 했으나 어쩌다 보니 트릴로지가 된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 그리고 지난 20일 발매된 3편을 마지막으로 인간과 로커스트의 전쟁도 마무리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스토리를 종결하고 더 이상의 후속편이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기나긴 스토리의 마침표를 찍어버린 <기어스 오브 워 3>. 처음 시작하면서, 그리고 엔딩을 보던 그 순간까지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더군요. 개운하게 모든 것이 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뭔가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어? 뭔가 아쉬운 싱글 플레이
<기어즈 오브 워 1>을 처음 플레이할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화끈한 액션과 엄폐와 대시, 그리고 다양한 무기를 활용하는 그 느낌은 TPS라는 장르의 매력을 저에게 제대로 느끼게 해줬습니다.
수없이 죽어가면서도 다시 시도할 정도로 결코 쉽지 않은 난이도의 게임이지만 계속 도전하게끔 만드는 알 수 없는 매력과 재미에 푹 빠졌던 것이죠. 바로 <기어스 오브 워>의 재미입니다. 후속편인 <기어스 오브 워 2>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기어스 오브 워 3>를 플레이하면서 기대했던 점은 1편과 2편에서 느꼈던 화끈함의 업그레이드와 스토리의 결말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기분 좋은 흥분입니다. 분명히 스케일도 커졌고 정신없이 몰아치는 전투의 연속은 기대 이상입니다.
그런데 뭔가 아쉽습니다. 챕터마다 조금씩 변화를 주는 레벨 디자인과 더불어 다양한 신무기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NPC들과 함께 대규모 공방전을 벌이는 것까지 화끈합니다. 그런데도 뭔가 부족합니다.
전작보다 다양한 탈것이 나오고 심지어 물 속에서도 전투하면서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분명히 싱글 플레이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재미 요소입니다. 그래도 뭔가가 부족합니다. DVD 1장에 너무 많은 콘텐츠를 담기 힘들었기 때문일까요?
화려해진 그래픽, 추가 액션과 무기 등 이론대로라면 전작보다 몇 배의 재미를 느껴야 합니다. 그런데 싱글 플레이에서는 아닙니다. 몇몇을 빼놓고는 대부분 전작에 등장했던 요소들이고, 싱글 플레이에서는 써먹을 일도 별로 없었기 때문일 듯 합니다.
그런데 싱글 플레이에서의 아쉬움은 멀티 플레이로 넘어가는 순간 전부 사라집니다. 재미가 넘쳐흐르기 때문입니다. <기어스 오브 워 3>의 콘텐츠 대부분이 멀티 플레이를 위해 안배돼 있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 싱글 플레이는 스토리를 즐기면 끝?
대신 싱글 플레이는 스토리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2편의 마지막에 등장했던 로커스트의 여왕인 미라와, 주인공인 마커스의 아버지, 그리고 지금까지 등장했던 델타분대원의 이야기더군요.
기관차 콜의 별명이 왜 기관차였는지, 한 때 유저들에게 뇌미닉이라 불렸던 도미닉의 가슴 아픈 이야기도 모두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개인 스토리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메인 스토리가 허전합니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라는 스토리 진행에서 위기와 절정이 빠진 기분입니다.일단 곁가지가 많습니다. 2가지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1개의 사건이 흐르는 재미는 독특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맵이 늘어난 것일 뿐 스토리 전개는 제자리걸음이죠. 더구나 3편에서 총을 들고 싸우는 앤야 등 여전사들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궁금하면 <기어스 오브 워> 소설을 읽으라고 합니다.
대신 마초맨들의 개인 스토리는 계속 보여줍니다. 그나마 근육질 남성들의 화끈한 액션보다 애틋한 추억입니다. 이런 식으로 싱글 플레이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커스의 아버지를 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엔딩을 향해 한발 더 나아가면 끝이고요.
이렇게 스토리는 급하게 마무리됩니다. 발단(마커스의 아버지 등장), 전개(단서발견과 추적)는 있지만 위기와 절정이 희미합니다. 스토리가 계속 끊어지면서 자연스러운 흐름이 없어요.
한마디로 <기어스 오브 워 3>의 스토리를 정의하라면 전 ‘순정마초’라 하겠습니다. 마초맨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사연을 통해 억지 눈물을 짜내려 하는 내용은 공감하기 힘들더군요. 차라리 로커스트가 왜 지상으로 나와야 했는지 등을 미라 여왕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전개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설마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DLC로 판매할 생각인 것일까요?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해봅니다.
■ 모든 것은 멀티플레이에 집중되어 있다
싱글 플레이에서 맵의 구성과 콘텐츠의 대부분이 멀티플레이에 집중한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맵 자체도 협동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만든 부분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기어스 오브 워 3>의 싱글 플레이 맵을 살펴보면 일방통행 루트보다는 탁 트인 개활지에 엄폐물이 놓여있는 맵이 더 많습니다. 실제 적들도 사방에서 막 등장하고요. 혼자서도 어느 정도 플레이할 수 있지만 난이도를 어려움으로 설정하면 여기저기서 총알이 날아오고 정신없습니다.
즉 팀원이 서로 방어, 혹은 공격 루트를 책임지고 공략하게 됩니다. 일부 보스급 몬스터의 경우 약점을 노려야 하는데, 정면에서 유인하고 뒤를 노려야 하기도 합니다. 솔직히 협동 플레이가 싱글 플레이보다 재미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3편에서는 그 재미의 차이가 매우 큽니다.
추가 무기들도 지원용 무기가 대부분입니다. 엄청난 화력으로 엄호사격을 하면 남은 분대원들이 돌격해서 육박전을 펼치도록 의도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싱글 미션을 해나갈 때와는 반대로 추가된 무기와 액션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더군요.
이쯤 되면 감을 잡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기어즈 오브 워 3>에서 싱글 미션은 단순히 스토리의 결말을 위한 것일 뿐 메인 콘텐츠는 호드 모드와 비스트 모드와 같은 멀티플레이라는 것을 말이죠.
어느새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재미는 멀티 플레이, 호드와 대결 모드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어스 오브 워 3>는 멀티 플레이를 위한 게임을 만든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콘텐츠가 편중되어 있습니다.
■ 강력해진 호드 모드, 그리고 비스트 모드와 대결
한마디로 재미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도 많고요. 호드 모드만 하더라도 단순히 몰려드는 적을 물리치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어진 돈으로 기지를 만들고 또 확장할 수 있게 됐고, 유전자 변이를 통해 다양한 옵션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서 처음 시작할 때 탄약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할 수도 있죠. 즉 적을 물리쳐서 돈을 벌고 이 돈으로 탄약을 구입합니다. 탄약 보급도 상대가 떨어뜨린 무리가면 공짜이지만 맵에 위치한 탄약박스와 무기는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유저들은 기지를 강화하고 확장해서 스테이지가 올라갈수록 유리한 고지를 만들거나 무기와 탄약을 선택해서 적들을 공격하느냐를 선택합니다. 멀티 플레이다보니 팀원과 적절한 전략을 만들 수도 있죠.
또한 적들은 아군의 기지 시설물을 파괴합니다. 그러면 이를 유지하고 보수합니다. 50개의 스테이지를 넘기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단순히 상대의 러시를 막는 것뿐만 아니라 기지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죠. PVP를 즐기는 대결모드 역시 흥미롭습니다.
비스트 모드 같은 경우는 유저는 로커스트가 되어 난민과 COG의 영웅을 제한시간 내에 얼마나 해치우는가를 겨룹니다. 대결과 호드 모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색다른 재미가 있더군요.
다양한 무기가 추가된 만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위협은 물론, 상대를 어떻게 처치할 지에 대한 고민도 즐겁습니다. 맵 디자인도 고저차가 확실해졌고, 이에 따라 지형을 활용해 엄폐하고 있는 상대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계속 움직여야 합니다. 캠핑하는 의미가 없어졌죠. 오히려 난 여기에서 가만히 있을 테니 와서 잡아 먹어주세요라고 광고하는 꼴입니다. 또한 게임의 진행속도도 매우 빨라졌습니다. 싱글 플레이는 나중에 해도 되니까 멀티 플레이 먼저 즐겨보라고 추천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모드를 즐기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전 과제를 하나씩 해결하게 되고, 다양한 스킨을 수집하게 됩니다. 이런 수집의 과정을 겪으면서 일종의 레벨업을 하게 됩니다. 한 개의 무기를 능숙하게 사용하면 그에 특화된 플레이도 지원해줍니다.
■ 전작보다 재미는 확실하다. 다만 골드 유저만…
<기어스 오브 워 3>를 평가하라고 한다면 저는 전작보다 2배 이상의 재미있다고 말하겠습니다. 물론 Xbox LIVE 골드 유저라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이는 <기어스 오브 워 3>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대부분이 멀티 플레이에 집중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최근 멀티 플레이를 통해 게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추세이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도 실버 유저는 재미를 절반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싱글 플레이 모드의 스토리를 즐기느냐와 멀티 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모드를 즐기느냐는 유저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다보면 <기어스 오브 워 3>는 멀티플레이를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처음부터 콘셉트 자체가 멀티 플레이에 맞춰진 탓이겠죠.
그래도 다행인 것은 멀티 플레이에 지불하는 금액에 비해 재미가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싱글 플레이는 멀티 플레이를 위한 튜토리얼과 스토리를 마무리하기 위한 단계입니다.
Xbox360을 가진 유저라면 꼭 한번 플레이를 해보세요. 투자한 시간만큼 재미는 분명합니다. 집에 3D TV가 있다면 풀 3D로 즐기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입니다. 그만큼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기어스 오브 워 3>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