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워 2>의 전작인 <길드워>는 독특한 PvP로 유명한 MMORPG입니다. 자신과 팀원의 스킬과 스킬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조합에 따라 수 없이 많은 전략이 파생되는 <길드워>의 PvP는 이후로도 MMORPG의 PvP를 언급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하던 ‘모범사례’가 됐죠.
그만큼 <길드워 2>에서는 PvP를 기대하는 유저가 많은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길드워 2>의 PvP는 여전히 재미있었습니다. 전작의 스킬 연속기는 빛을 바랬지만 전략적인 스킬 사용과 응용의 폭은 한층 늘어났죠. 반타겟팅 방식의 전투로 콘트롤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됐습니다. ‘새롭지만 친숙한’ 이중적인 <길드워 2>의 PvP를 디스이즈게임에서 체험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조용히 잠자고 있었던 <길드워 2> 체험기를 이제서야 노출한 것은 기사가 없어 그런 것이 아닙니다. 양질의 콘텐츠여서 너무 아껴뒀다가 노출할 시기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기사를 읽기 전 <길드워 2>의 PvP영상과 PvE 체험기를 보고오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① <길드워 2> PvE 체험기 바로 가기 {more}
■ 무난한 전투방식. 조금은 독특한 맵
엔씨소프트는 지스타 2011에서 <길드워 2>의 PvP를 공개했습니다. 하루 24명의 유저만 즐길 수 있는 ‘귀한 체험’이었는데요.
지스타 2011에서 공개된 <길드워 2>의 PvP 규칙은 의외로 평범합니다. 양팀은 5대 5로 나뉘며 마을에 위치한 총 3곳의 거점을 점령해야 합니다. 많은 거점을 확보할수록 빠르게 포인트를 얻을 수 있고, 먼저 500점을 확보하는 팀이 경기에서 승리합니다.
전투 도중 화면에 표시되는 수리도구를 아군 진영까지 이동하면 투석기도 수리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MMORPG에서도 자주 쓰이는 거점점거 방식의 PvP 콘텐츠죠.
맵은 조금 독특한데요. 건물 안이나 통로처럼 ‘좁은 길목’과 지붕, 난간, 간이계단 등의 ‘복층 구조’가 많았습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이런 맵 구조가 재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 응용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스킬 사용
전작인 <길드워>의 PvP인기비결은 ‘각종 상태이상을 통한 스킬의 연속기’입니다. 각 스킬마다 상태이상에 따른 조건이 있고 이를 응용해 각양각색의 연속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죠. 예를 들어 상대의 다리를 절게 하는 스킬 A를 사용한 후 다리를 저는 적을 넘어트리는 스킬 B로 상대를 넘어트리고, 넘어진 적에게 큰 대미지를 주는 스킬 C로 끝을 맺는 식입니다.
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직업별로 100개 이상의 스킬이 있고, 각 스킬마다 사정거리, 공격력, 효과 등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상당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만큼 매력적이면서 어려운 시스템이죠.
<길드워 2>는 이를 약간 바꿨습니다. 상태이상을 통한 스킬의 연계는 줄었지만 대신 스킬마다 다채로운 효과를 추가해 응용력을 높였습니다.
특히 적의 길을 막거나 발사체를 반사하는 등 언뜻 보기에는 대미지와 관련없는 전략적인 스킬이 많은데요. PvP에서 잘만 응용하면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효과가 발휘되죠.
몇 가지 예를 들어 봅시다. 중앙거점인 풍차에서 적을 만난 가디언은 적의 통과를 막는 가호의 선 스킬로 좁은 입구를 막고 시간을 때웁니다. 이를 본 적팀의 어새신 2명이 적을 끌어오는 갈고리를 2창 창문에 사용해 올라간 후 총기를 꺼내 들죠. 어새신들의 난사가 시작되기 직전 가디언은 반사의 장벽을 자신의 앞에 설치해 모든 총탄을 튕겨냅니다.
레인저의 넉백 스킬로 적을 좁은 골목에 던져 넣고 주변에 무적공간을 만드는 가디언의 성역스킬로 도주로를 막은 후 엔지니어의 화염방사기로 통구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바닥에는 불이 붙고, 앞에서는 화염방사기가 날아오지만 성역에 막혀 어디로도 갈 수 없죠.
모두 실제 플레이에서 나온 장면입니다. 이 밖에도 위기의 순간 회오리로 몸을 변신해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스킬을 통해 아군에게 걸린 디버프를 모두 흡수하고 또 다른 스킬로 자신에게 모인 모든 디버프를 터트려 주변의 적에게 대미지를 줄 수도 있습니다.
스킬마다 2~3개씩 부가효과가 있고 특성에 따라 추가효과도 넣을 수 있는 만큼 응용법은 끝도 없이 늘어납니다. 전작과 비교하자면 스킬 A 뒤에 이어갈 스킬 B를 찾아야 하는 객관식 문제에서,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을 찾아야 하는 주관식 문제로 바뀌었다고나 할까요?
실제로 함께 <길드워 2>의 PvP를 체험한 사람들이 모두 1라운드가 끝나자 스킬 설명을 꼼꼼히 체크하고 전략을 맞춰 볼 정도였습니다. 정말로 아는 것이 힘인 게임이죠.
■ 전략을 바꾸는 다운과 힐
<길드워 2>의 특징인 다운모드와 모든 캐릭터가 가진 회복스킬도 전략의 재미를 높입니다. <길드워 2>에서는 캐릭터의 체력이 다 했을 경우 곧바로 죽지 않고 캐릭터가 ‘다운’상태에 빠집니다.
다운상태에 빠지면 이동이 불가능하고 평소와 다른 3개의 새로운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의 예를 들면 적에게 부품조각을 던져서 각종 상태이상을 요구하거나 주변에 온 적을 터트려 대미지를 줄 수 있죠.
이 상태에서 일정시간이 지나거나 다른 캐릭터에게 결정타를 맞으면 진짜 죽음이 찾아옵니다. 반대로 다운상태로 적을 쓰러트리거나 동료의 구조를 받으면 다시 살아날 수 있죠. 일종의 탈진상태랄까요?
다운상태에서 사용하는 스킬이 의외로 강력하고, 결정타를 먹이기 위해서는 약 3초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난전 속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순간 플레이어는 고민에 빠집니다. 쓰러진 캐릭터에게 결정타를 먹이고 안전하게 전투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일단 살아있는 눈앞의 적에게 집중할 것인지 빠르게 선택해야 하죠.
반대로 자신의 팀원이 쓰러져도 고민은 계속됩니다. 3초의 시간을 버티며 아군을 살려낼 것인가, 아니면 다운상태의 아군과 함께 적을 쓰러트리고 안전하게 부활시킬 것인가. 선택은 플레이어의 몫이죠. 손발이 잘 맞는다면 일부러 적의 체력을 아슬아슬할 때까지 줄인 후 다운상태의 아군이 마무리공격을 가해 부활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길드워 2> 자체가 워낙 좁은 골목에서 난전이 지속되다 보니 다운 상태 하나만 갖고도 갖가지 전략이 생겨납니다. 실제로 한 장소에서 4~5명의 유저가 전투를 벌일 때, 다운 상태의 유저가 어떻게 활약했는지에 따라 전투의 행방이 갈리더군요.
부활도 가능한 만큼 마지막 한 명을 못 죽여서 해당 유저가 쓰러진 전원을 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다운상태에서는 아군에게 자신의 위치를 호출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데요. 이를 이용해 적이 아군을 부르게 만들고 미리 길목에 숨어있는 고차원적인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모든 캐릭터가 ‘회복스킬’을 보유한 만큼 다짜고짜 돌격해 적을 처치하고 자신도 죽는 소위 ‘개떼전투’가 벌어지는 일도 없습니다. 확실히 적을 끝내지 못한다면 다운상태를 회복하고 회복스킬로 체력까지 채워서 도루묵이 되니까요.
양팀 모두 적을 확실히 끝낼 수 있는 전략을 세운 후 움직이게 되고, 그만큼 유저 간의 실력차이도 크게 벌어지죠. 심지어 회복스킬도 다양한 효과를 갖고 있어 가디언은 회복도중 적의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네크로맨서는 생령을 불러내 그 동안 모은 생명력을 돌려받습니다.
여러모로 ‘응용’이 요구되는 게임입니다.
■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쉽지 않은 PvP 접근성
반면 접근성은 매우 낮습니다. 가뜩이나 정신 없는 와중에 스킬의 응용법까지 고민하다 보니 ‘어지간한 머리놀림’으로는 전투를 따라가기도 벅찹니다. 여기에 반타겟팅을 선택해 목표와의 거리도 직접 조절해줘야 하고, 팀원과 적의 스킬효과와 상황별 대응 정도는 외워둬야 전투 비슷하게라도 싸울 수가 있죠.
실제로 디스이즈게임도 지스타 2011에서 약 8번의 팀전을 치렀는데요. ‘비교적 콘트롤에 약한’ 레드팀은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후반에는 아예 4배 이상의 점수 차이가 나더군요. 좋게 말하면 실력을 확실히 나눠주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가벼운 마음으로는 뛰어들기조차 어려운 전투입니다. 참고로 <길드워 2>를 더 많이 플레이한 건 오히려 레드팀이었습니다.
소규모 전투가 지나치게 늘어지는 경우도 자주 나타났습니다. 가디언 vs 가디언이나 레인저 vs 레인저는 아예 승부가 나지 않는 상황도 많습니다. 적을 제압하기보다는 도주와 회복 등의 생존기가 강력한 탓이죠. 이래저래 어설픈 지식과 콘트롤로는 답답한 전투가 계속 이어집니다.
좁은 길목과 복층식의 맵구조도 PvP의 접근성을 낮추는데 한 몫을 거듭니다. 이펙트도 화려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상황을 놓치게 되죠. MMORPG의 PvP라고 해서 자신의 아이템과 실력을 확인하는 가벼운 콘텐츠로 봤다가는 상처만 받기 십상입니다.
행사장이 아닌 실제 게임에서 자신의 손으로 처음부터 키운 캐릭터라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겠지만 쉽게 볼 수 없는 콘텐츠인 건 확실합니다. 약간의 과장을 더하자면 MMORPG의 PvP라기보다는 전략시뮬레이션에 더 가까워 보일 수준이에요.
물론 그만큼 ‘깊은 재미’는 충분합니다. 자신이 짜 놓은 전략에 적이 깔끔하게 당하거나, 반대로 적의 예상치 못한 전략에 당했을 때는 일종의 희열도 느끼게 됩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길목을 막은 후 화염방사기로 적들을 굽거나, 갈고리로 난간을 타고 오르는 어새신을 봤을 때는 자연스럽게 탄성이 튀어나옵니다.
MMORPG의 PvP에서, 그것도 지겹도록 본 거점점령 방식의 전투에서 이 정도 놀랐다면 할 말 다 끝난 거 아닌가요? 적응만 가능하다면 전작의 PvP를 즐겼던 유저라도 결코 실망하지는 않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