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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여전한 게임성-아쉬운 마무리, 언차티드3

PS3용 언차티드3: 황금사막의 아틀란티스 리뷰

정우철(음마교주) 2011-11-17 17:55:44

PS3의 시스템 셀러로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그에 비례하는 판매량을 기록해 온 <언차티드> 시리즈. <언차티드 2>는 획기적인 플레이와 그래픽으로 극찬을 받으면서 PS3 독점 타이틀의 강력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초에 3편이 나왔습니다. <언차티드 3>는 전작보다 업그레이드된 시스템과 전작에서 이어지는 뒷이야기를 내세웠죠.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고, 또 어느 정도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100% 만족이라고 하기는 애매합니다. 대단하기는 한데 뭔가 김이 빠진 듯한 느낌이랄까요? 마치 엄청난 기대를 하고 영화를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없는… 그런 느낌말이죠.

 

참고로 이번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조금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국내에 발매된 지 2주가 지난 만큼, 독자들 중에서도 엔딩을 본 분들이 많다는 전제로 마음껏 말해 볼까 합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대작 타이틀 사이에 낀 비운의 명작?

 

처음에 <언차티드 3>를 PS3에 넣고 플레이를 시작하면 깜짝 놀랍니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과 전작보다 세밀해진 그래픽, 그리고 선술집에서 주먹질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만듭니다.

 

전작에 비해 근접전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공격하고, 방어하고, 피하는 액션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게임 내 영상과 실제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연계되면서 마치 영화 속 캐릭터를 관객이 직접 연기하는 느낌도 줍니다.

 

전작보다 분명히 좋아지고 편해졌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네요. 아… <배트맨: 아캄 시티>에서 한 번 즐겨 본 시스템입니다. <아캄 시티>의 액션 시스템은 워낙 잘 만들어졌고, 또 <언차티드 3>의 시스템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처음 시작하면 정교한 그래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근접전에서 표정의 묘사나 얼굴 근육의 흔들림의 연출도 놀랄 정도죠.

 

총격전 역시 계속 움직여야 하고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게 된 만큼 싸우는 맛이 납니다. 어? 그런데 뭔가 또 부족함을 느낍니다. 아니 밋밋하다고 해야 할까요? <언차티드 3> 발매 직전 <기어스 오브 워 3>를 플레이한 탓일까요?

 

<언차티드 3>는 시기적으로 조금은 불운한 타이밍에 등장했습니다. <기어스 오브 워 3> <배트맨: 아캄 시티>에 익숙한 시점에서, 또 너무 잘 만들어진 전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3편이 시스템의 완성도, 그래픽의 뛰어남, 사운드의 웅장함과 분위기 등이 뛰어난 것은 인정합니다. 이 역시 게임의 일부분으로 전작보다 뛰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 리뷰에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래픽과 연출은 별도로 언급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최고 맞습니다.

 

 

■ 큰 무대를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는 용두사미

 

어드벤처의 핵심은 시나리오입니다. 치밀한 계산으로 꽉 짜여진 스토리 속에서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고, 그 안에서 재미를 찾는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언차티드 3>도 고고학적이면서도 보물 사냥꾼의 액션을 포함한, 그럴싸한 이야기에 플레이어가 직접 참여하는 듯한 재미를 줍니다.

 

시나리오의 시작은 흥미롭습니다. 주인공 네이트가 목에 걸고 있던 반지에 과거 영국의 해적왕 드레이크의 비밀이 담겨 있다는 것, 네이트의 이름에 드레이크가 포함돼 있다는 것으로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시작되죠.

 

프랜시스 드레이크의 반지로부터 시작되는 3편의 도입부.

 

20년 전 네이트의 어릴적 이야기도 나옵니다.

 

주인공이 어렸을 때부터 드레이크의 보물을 찾아 나섰다는 데서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이쯤 되면 나름대로 상상하게 되죠. ‘혹시 네이트가 해적왕 드레이크의 후손일지도…’라고 말이죠. 그리고 어릴 때 갖고 있던 수첩은 성인이 되어서도 중요한 단서처럼 활용될 뻔합니다.

 

<언차티드 3>의 전체적인 시나리오 플롯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기사>와 매우 흡사합니다. 인디아나 존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채찍과 모자가 나오지 않는 것을 뺀다면 거의 동일한 편이죠.

 

특히 옛날 수첩을 이용한 퍼즐 풀기와 단서 추적은 <인디아나 존스>의 오마쥬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줍니다. 하지만 오마쥬는 오마쥬입니다. 결국 이 수첩은 퍼즐을 풀기 쉽게 해주는 힌트집에 불과할 뿐, 스토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소품이더군요.

 

드레이크는 보물을 찾는 걸까요, 아니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걸까요.

 

후반으로 갈수록 스케일이 커지는 것과 반비례해서 흥미는 떨어집니다. 액션이나 상황설정은 블록버스터급인데 정작 궁금했던 내용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엔딩을 봐도 네이트의 출생 비밀이나, 원래 목적인 사막의 도시에 얽힌 비밀 등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습니다.

 

그냥 모래 속에 묻어버리고 끝이죠. 이 사이의 간극을 총격전과 같은 액션으로 채웁니다. 거대한 여객선이 침몰하는 상황이나,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상황, 사막에서 헤매는 상황은 단지 주인공을 괴롭히고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악당으로 출연하지만, 조금 불쌍할 정도로 비중이 없습니다.

 

엔딩을 보고 난 이후의 느낌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비슷했습니다. <언차티드 2>가 <인디아니 존스: 마지막 성기사>처럼 완벽에 가까운 시나리오와 결말을 보여줬다면, <언차티드 3>는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처럼 아쉬운 뒷맛을 남깁니다.

 

뭔가 있을 것처럼 허세를 부리더니만 결국 아무것도 알려주는 것이 없는 답답한 결말입니다.

 

이쯤 되면 뭔가 커다란 보물이나 비밀이 밝혀질 듯한 분위기죠? 그러나…

 

 

■ 너무 잘 만든 전작이 문제였나?

 

<언차티드 3>는 분명히 좋은 게임이고, 잘 만든 게임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전작보다 뛰어납니다. 그래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래픽 좋고 시스템이 뛰어난 게임이 꼭 만점짜리 게임은 아닙니다. <언차티드 3>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같은 진행 방식을 보여주고, 챕터마다 반복됩니다. 지형은 달라져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그 패턴은 이렇습니다.

 

퍼즐을 푼다 → 적들이 공격해온다 → 총격전 → 적들을 따돌린다 → 네이트가 기어오른다 → 오르다가 떨어질 뻔한다 → 위험에서 벗어난다 → 다시 퍼즐을 푼다의 패턴이 반복됩니다. 이 중간에 새로운 무기가 나오거나 액션의 패턴이 조금 바뀌기는 합니다.

 

불이 타는 듯한 그래픽의 연출은 보여주기 딱 좋죠. 그런데 나중에는 식상해집니다.

 

여기서 달라지는 배경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비행기에 추락하는 상황에서는 중력의 영향을 받는 오브젝트를, 사막 지형에서는 물처럼 흐르지만 물이 아닌 모래의 특성을 보여줍니다.

 

이런 멋진 배경을 보여주고 경험하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끝입니다.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과정 자체는 화려하지만 마무리, 즉 뒷심이 없습니다. <언차티드 2>가 너무 완벽했던 탓일까요?

 

모래에 찍히는 발자국 표현처럼 기술적 완성도는 뛰어납니다.

 

분명히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면 몇 배 이상 뛰어난데, 정작 전작과 비교하면 너무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 아닌 중간 단계를 거쳐가는 연결 타이틀이라면 어땠을까요. 3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기에는 조금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스템과 그래픽, 스토리의 시놉시스는 <언차티드 2>인데, 진행 방식은 <언차티드>(1편)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만일 어드벤처보다 액션을 중시하는 이유가 멀티플레이의 재미를 위한 것이라면 실망하는 이유가 추가되겠군요.

 

뭔가 은밀하게 잠입해서 조용히 처리할 듯하지만…,

 

결국은 총싸움으로 시작해서 총싸움으로 끝납니다.

 

 

■ 혁신보다 개선을 선택한 세 번째 이야기

 

<언차티드 3>는 개인마다 재미를 느끼는 차이가 상당히 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액션을 더 중시하는 플레이어와 어드벤처를 더 중시하는 플레이어의 간극은 꽤 깊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지만 기대감을 만족시켜 주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엔딩을 보면서 ‘조금 길었으면…’ 하는 마음보다는 ‘드디어 끝냈구나!’ 싶었습니다.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플레이하는 동안 흥미는 점점 반감되더군요.

 

퍼즐을 풀면서 머리를 쓰고, 이를 해결했을 때의 재미는 초반에는 분명히 존재했지만 후반이 되자 퍼즐은 사라지고 길 찾고 총 쏘는 것이 게임의 전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궁금증은 잔뜩 유발해 놓고 나중에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 불친절한 엔딩도 야속했고요.

 

3편에서 퍼즐의 다양성과 난이도는 업그레이드됩니다. 후반에는 아예 안 나옵니다만….

 

닫힌 가운데 문을 여는 퍼즐에서 그림자를 맞추는 부분은 소름끼질 정도로 놀랍습니다.

 

계속되는 반복 패턴에 위기 상황마저 비슷한 연출의 연속. 사실 <언차티드 2>가 나온 후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후속작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갑니다. 그래서일까요? <언차티드 3>는 아직 완성이 안 된 게임을 플레이한 기분으로 엔딩 후 스탭롤을 보고 있게 되더군요.

 

웬만한 영화를 능가하는 연출과 사운드, 게임이기에 가능했던 다양한 액션은 <언차티드 3>의 단점을 가려주는 장점입니다. 이 게임의 영문 제목이 <Unchated 3: Drake’s Deception>입니다. 굳이 번역하자면 <황금사막의 아틀란티스>가 아닌 <드레이크의 속임수> 혹은 <드레이크의 기만>입니다.

 

멋진 배경을 만들어 놓고, 정작 할 수 있는 것은 헤매기 정도입니다.

 

엔딩 후 스탭롤을 보면서 ‘속았다’는 느낌, 혹은 기만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게임의 제목을 기가막히게 잘 뽑았다고 볼 수 있겠죠.

 

그래도 4편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언차티드>라는 이름의 매력이겠죠. 부디 다음에는 3편에서 느꼈던 갈증을 풀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말을 타고 벌이는 추격전은 <언차티드 3>에서 볼 수 있는 차이점 중 하나입니다.